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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스와프 렘 : 미래학 학회 외 14편

원제 : Fantastyczny 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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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존하는 거의 모든 SF 장르의 도서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

‘중요한 작가, 우리 시대의 깊은 영혼.’ 《뉴욕 타임스》
냉전 체제하의 동구권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를 대표하는 거인으로 우뚝 선 폴란드 문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의 정수精髓를 담은 『스타니스와프 렘-미래학 학회 외 14편』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마흔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스타니스와프 렘』은 2001년 렘 생전에 평론가이자 렘학자Lemologist인 ‘예지 야젱브스키’와 렘 전 작품을 출간한 ‘비다브니츠트보 리테라츠키에’(문학출판사)가 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독자 인기투표의 결과물로, 그중 득표수가 많은 순서대로 15편을 엮은 『환상적인 렘-독자가 뽑은 소설 선집Fantastyczny Lem. Antologia opowiada? według czytelnik?w』 제2판(2016)을 번역한 것이다. 요컨대 폴란드 독자들이 공인한 ‘최고의 렘 15편’인 셈인데, 렘을 처음 접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가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렘 입문서가, 렘의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걸작 선집이 될 것이다.
세계문학사에서의 렘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중역이 아닌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는 렘의 작품에서 언어적 수단의 표현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의 완급이 변화무쌍하고 문체가 작품마다 다르며 전문용어가 난무할 뿐만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렘식 조어造語와 폴란드어의 문법적 특성을 이용한 언어 실험 등으로 전 세계 폴란드어 전공자들에게 렘의 번역 작업은 특히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번 『스타니스와프 렘』은 폴란드어 원전에서 우리말로 바로 옮긴 최초의 렘 번역서로, 폴란드 문화공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 동장을 수훈한 이지원 교수와 SF 작가로도 활동 중인 정보라 교수가 번역을 맡아 렘의 텍스트를 생생하게 살려 냈다.
한편 폴란드 하원은 렘 탄생 100주년인 올해 2021년을 ‘렘의 해Rok Lema’로 선언했고, 그의 ‘기술의 진보와 여기서 비롯된 결과뿐만 아니라, 현대의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 있는 고찰’을 기리며 몇 년 전부터 국가적으로 준비해 온 축하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스타니스와프 렘은 SF 작가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는 광의의 SF로, 스스로 장르의 진화를 거듭하며 현대 SF 작가가 제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미 대부분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신의 놀이터’였던 폴란드에서 그가 체험한 공포와 부조리는 SF를 여러 의미에서의 자유를 표현하는, 바꿔 말해 근본 문제에 대한 고찰의 수단으로서 접근하도록 했다. 그렇기에 그의 소설은 과학과 문학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인간에 대한 성찰, 가톨릭 세계관에서 비롯된 신에 대한 질문을 특징으로 하며, 특히 사고할 수 있는 기계의 창조로 발생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는 메타픽션의 전형을 창조해 냈다. 풍자와 익살을 무기 삼아, 인류의 이해를 초월하는 미지와의 만남을 그리고 그러한 미지와의 갈등으로 부각된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유의 인식적, 철학적, 윤리적, 심리적인 이야기 전개에 있어 탁월하다.
이 같은 렘다움이 극대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단편소설 분야는 예리한 비평 정신과 분방한 예술적 상상력,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실험의 장場이었다. 여기에서는 진심과 농담이, 서정과 그로테스크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일상적인 가치 체계가 전복되고 온갖 아이디어가 과감히 시도된다.

『스타니스와프 렘』에 실린 열다섯 편은 크게 〈이욘 티히 연작〉 〈로봇 연작〉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군群〉 〈피륵스 연작〉에 속하는데, 한 단편이 여러 단행본에 중복 수록된 경우가 많으므로 최초의 출전을 기준 삼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욘 티히 연작〉은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Dzienniki gwiazdowe』 1957년 판에서 ⑬「열세 번째 여행」이, 1971년 판에서 ④「스물한 번째 여행」이, 『달의 밤Noc ksi??ycowa』(1963)에서 ⑥「세탁기의 비극」이, 『불면증Bezsenno??』(1971)에서 ⑤「미래학 학회」가, 『가면Maska』(1976)에서 ⑦「A. 돈다 교수」가 선정되었다.
렘의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욘 티히는 우주 탐험가로, 연작소설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 서문에 의하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의 뮌히하우젠 남작, 『어떤 도시의 역사』(M. Y. 살티코프셰드린)의 파블루샤 마슬로보이니코프, 『걸리버 여행기』의 레뮤엘 걸리버,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알코프리바 나지에(프랑수아 라블레의 애너그램)의 문학적 후계자 같은 존재이다. 단행본에서의 첫 등장은 단편집 『참깨 외』(1954)인데 이후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를 비롯하여 장편소설 『현장검증』(1982)과 『지상에 평화』(1987)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이욘 티히의 우주일지』는 1957년 출간된 이래로 렘이 여러 차례 수정 및 보완하여 1958년, 1961년, 1966년, 1971년, 1976년, 1982년, 1991년, 1994년, 1999년, 2001년, 2003년에 각각 개정판이 발행되었으며 내용상 「이욘 티히의 여행기」와 「이욘 티히의 회고록」으로 나뉜다. 〈이욘 티히 연작〉에서 티히는 주로 화자이며, 때로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주 탐험기이기는 하나 이 범주의 작품은 과학적 SF라기보다는 인간 같은 군상이 만들어 가는 카니발적 풍자의 세계에 가깝다.

〈로봇 연작〉은 『로봇 우화Bajki robot?w』(1964)에서 ②「세 명의 전자기사」 ⑧「무르다스왕 이야기」 ⑪「자가 작동 에르그가 창백한얼굴을 물리친 이야기」 세 편이, 『사이버리아드Cyberiada』(1965)에서 ⑨「첫 번째 여행 A, 트루를의 음유시인 기계」가 선정되었다.
〈로봇 연작〉은 로봇이 주인공이거나 화자인 전래동화풍의 연작소설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한 가상의 중세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논리학, 통계학에서 우주론, 원자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진지하면서도 가볍고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패러디가 펼쳐지는데, 〈로봇 연작〉을 관통하는 것은 해학적 정신과 렘식 언어유희이다. 이 중에서 『사이버리아드』는 로봇이며 ‘제작자’인 트루를과 클라파우치우시의 스페이스-슬랩스틱코미디로 인기 콤비의 좌충우돌 우주 편력 여행을 보여 준다. 아울러 『로봇 우화』는 1982년 이후로 폴란드 초등학교 6학년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다.
2005년 크라쿠프에서 열린 렘 학회의 관련 기획 〈위대한 렘 낭독의 밤〉에서 각국의 렘 번역자들은 「첫 번째 여행 A, 트루를의 음유시인 기계」 속 사이버에로 시(『스타니스와프 렘』 374쪽)를 모어로 옮기는 경연을 벌였다고 한다.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군群〉으로는 『절대 진공Doskonała pr??nia』(1971)에서 ①「사이먼 메릴의 『섹스플로전』」 ③「앨리스타 웨인라이트의 『존재주식회사』」 ⑫「마르셀 코스카의 『로빈슨 연대기』」 ⑩「아서 도브의 『논 세르위암』」 네 편이 선정되었다. (렘이 가장 사랑한 단편은 「사이먼 메릴의 『섹스플로전』」이었다고 한다. 조이스 캐럴 오츠도 『절대 진공』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사이먼 메릴의 『섹스플로전』」을 꼽았다.)
가공의 책에 대한 서평집으로는 『절대 진공』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 『허수의 크기』(1973) 『함정수사』(1984) 『21세기 도서관』(1986)이 있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렘은 ‘자신의 소설’이란 틀 안에서는 누릴 수 없는 비평적 자유를 획득하고 풍자의 정신을 텍스트 바깥으로 끌어내어 문명 비판에서 문체 실험까지, 과학적 추론에서 패스티시pastiche까지 거침없는 지적 운동을 전개한다.

〈피륵스 연작〉은 『로봇의 서Ksi?ga robot?w』(1961)에서 ⑮「테르미누스」가 선정되었다. (독자 순위는 최하위이나 렘과 야젱브스키가 좋아하는 단편이었다고 한다.)
해학과 풍자를 기조로 하는 다른 단편군과는 달리 좀 더 진지한 분위기를 띠는, 통상적으로 SF라고 분류되는 작품이다. 렘의 등장인물 중 드물다고 할 만한 보통의 상식인 피륵스는 단편집 『알데바란의 침공』(1959)에 최초로 등장하며, 여러 단편집에 흩어져 있던 피륵스 연작들을 모아 『우주 비행사 피륵스 이야기Opowie?ci o pilocie Pirxie』(1968)가 출간되었다. 1973년에 한 편이 추가된 개정판이 발행되었으며, 렘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실패』(1987) 역시 피륵스의 이야기이다. 맨 처음에는 훈련생이었다가 초보 비행사, 베테랑 비행사, 항해사를 거쳐 마침내는 선장까지 승진한다. 피륵스가 우주에서 맞닥뜨린 수수께끼를 밝혀 가는 구성으로, 인간과 기계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가 다루어진다.

그 밖에 〈로봇 연작〉과 배경은 같이하지만 유일하게 연작에 속하지 않는 『가면Maska』(1976) 의 ⑭「가면」이 있다.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발표된 지 길게는 65년 가까이 지났으나 여전히 무척 재미있다. 소재와 발상의 조합이 신선하다. 무엇보다도 인간 존재에 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 의해 창조되었고, 이 세계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물론 렘은 한 마디로 답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렘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독자 스스로가 답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 혹은 그저 재미있는 작품만 골라 읽으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폴란드 과학소설의 진수를 음미해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 현실이 된 렘의 세계
렘이 작중에서 언급한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 전자책과 태블릿(『별에서의 귀환』), 오디오북(『별에서의 귀환』), 인터넷(『대화』), 구글(『마젤란운』), 스마트폰(『마젤란운』), 3D 프린팅(『마젤란운』), 스마트 더스트(『사이버리아드』), 가상현실(『기술학 대전』), 영화 〈매트릭스〉(『미래학 학회』), 탈진실Post-truth(『주님 목소리』), 트랜스휴머니즘(「존스 씨, 당신 존재합니까?」), 생명공학(『이욘 티히의 우주일지』)이 있다.
또한 개발자 윌 라이트는 〈심시티〉를 만드는 데 『사이버리아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심슨 가족〉의 작가 데이비드 X. 코언은 애니메이션 시트콤 〈퓨처라마〉를 만들면서 렘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한 바 있다.

■ LEM과 PKD
렘은 서방의 SF 작가 중에서 유일하게 필립 K. 딕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1974년 딕은 렘이 SF를 통한 공산당의 미국 침투를 꾀하고 딕 자신을 KGB의 감옥에 가두기 위해 철의 장막 뒤에서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믿은 나머지 그를 FBI에 신고한다. 렘이 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목소리와 문체를 가졌고, 마치 단체처럼 글을 쓴다는 이유에서였다. (LEM이라는 성 역시 어떤 공산당 위원회의 줄임말이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세계문학 단편선〉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장편소설 위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춘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단편소설이라는 장르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져 왔던 나라들의 대표적 단편 작가들도 활발히 소개해 단편소설의 발전이 문화의 중심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처에서 이루어져 왔음을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의 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 호러, SF 등 문학 장르의 분화를 촉진했는데 이러한 장르문학의 형성에도 단편소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한 장르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들의 단편 역시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21세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편소설은 그리스 신화가 그러했듯이 삶의 불변하는 단면을 촌철살인의 관찰력과 응축된 예술적 형식으로 꾸준히 생산해 왔다.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그린 칼로 베어 낸 듯 날카로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은 시공을 초월해 오늘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새로운 문학적 기법과 실험의 도입을 통해 단편소설은 현재도 계속 진화, 확장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열정이 가장 뜨겁게 투영된 다양한 개성의 다채로운 단편들을 통해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작품은 독자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세계문학 단편선〉은 중심을 잃지 않고 삶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해외 서평]
■ 렘은 SF의 철학자다. 그의 상상력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계 설정에 심원한 우려와 통찰을 보임으로써 작품을 여타의 SF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렘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는 우리를 갈수록 깊어지고 아득한 곳으로 이끈다. 류츠신

■ 내가 무인도에 책이 든 가방을 가져가야 한다면, 그 안에는 틀림없이 스타니스와프 렘이 있으리라. 올가 토카르추크

■ 렘은 이미지를 놀랍도록 풍성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 창조에 있어 정말로 타고났다. 격하게 웃기고, 또 냉소적이고 황당하고 예리하다. 시어도어 스터전

■ 이 시대 가장 지적이고 박학다식하며 익살맞은 작가. 앤서니 버지스

■ 광기에 찬 인류가 생존을 위해 앞으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일에 질겁한, 극단적인 비관주의의 대가大家. 너무도 힘들게 오랫동안 절망을 응시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을 때, 자신을 찢어발기겠다고 위협하는 웃음의 경련에 붙들려 있을 때 렘은 가장 웃긴 것 같다. 「미래학 학회」를 쓴 것은 틀림없이 딱 그런 때였으리라. 그리고 렘을 시도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좋아하게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작품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커트 보니것

■ 렘은 과학 용어의 시인이다. 특히 매달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도착할 즈음이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이들에게 렘의 책은 스릴 만점이다. 존 업다이크

■ 나에게는 철학이고 종교고 그저 또 다른 장르에 불과하다. 결국에는 이야기만 오롯이 남는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렘은 결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을뿐더러 SF를 실망시킨 적도 없다. 따분한 렘 책은 이제까지 한 권도 없었다. 그의 작품들은 최선을 다한 최고였다. 킴 스탠리 로빈슨

■ 환상의 문학은 문학의 환상으로 변모했다. 스타니스와프 베레시(폴란드 시인)

■ 비영어권 SF 작가 중 쥘 베른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스타니스와프 렘은 반세기 동안 창의력에 있어 폴란드 최고의 지성이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언어로 글을 쓰고 성향과 정치적 장벽 때문에 운신에 제약을 받으면서, 1946년부터 1990년까지의 재앙의 시대에 철의 장막 뒤편에서 용케 활약했던-소련의 스트루가츠키 형제나 체코슬로바키아의 요세프 네스바드바처럼-누구보다 과감하게 위험을 무릅쓴 사변소설 작가로서-그들과 마찬가지로-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한 흥미롭게도, 역시 글을 쓰기 전 의대에 다니고 비슷한 경험을 했던 영국 작가 J. G. 밸러드와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냉정할 뿐만 아니라 일견 무감각할 정도로 인간 조건의 그로테스크함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아주 유사하다. 존 클루트, 《인디펜던트》(2009년 4월 1일 자)

■ 렘은 박식가이자 이야기의 명장이자 문장가다. 이들을 합하면 결국 천재가 된다. 그는 자신의 학식의 반경과 깊이, 그리고 경향과 사고방식이라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미궁을 따라가는 소설을 꾸준히 창작해 왔다. 그의 주인공들-사실상 한 명도 빠짐없이 외톨이다-처럼, 그의 소설은 하루하루의 관심이나 열정과는 거리가 먼 듯하고 인간 조건-어떤 때는 신랄하고 어떤 때는 우스꽝스럽고 어떤 때는 불가사의하고 어떤 때는 소탈하고 어떤 때는 회의적이고 어떤 때는 사로잡힌 것 같고, 언제나 자기모순적이다-의 경계 위를 맴도는 마음의 감각을 전달한다. 그러나 그의 상상력은 매우 강력하고 순수해서, 그가 어떤 세계를 창조하든 그 구체성과 풍성함,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친밀감과 영향력 때문에 즉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당신 자신을 위해 렘을 읽어라. 그는 중요한 작가, 우리 시대의 깊은 영혼이다. 《뉴욕 타임스》(1976년 8월 29일 자)

■ 가히 노벨상을 받을 만한 SF 작가. 《뉴욕 타임스》(1980년 2월 17일 자)

■ 신랄한 렘은 서구에서 가장 유명한 폴란드 작가로, 자유의지에서 확률론까지 철학과 물리학의 모든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우주 시대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다. 《뉴욕 타임스》(1982년 1월 22일 자)

■ 이토록 지적인 물어뜯기, 이토록 엄격한 재치, 이토록 치명적인 장난스러운 줄타기…… 현대 유럽판 스위프트 혹은 볼테르. 피터 S. 비글, 《뉴욕 타임스》(1983년 3월 20일 자)

■ 렘은 미래 기계의 희비극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데 있어 디킨스적인 천재성을 가졌다. 그는 세계적인 작가이기에, 위대한 폴란드 작가인 조지프 콘래드(영어로 쓴)와 렘(폴란드어로 쓴)의 비교는 적절하다. 양자 공히 대단히 비관적이지만 렘은(마크 트웨인처럼) 비극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에 대처하는 도구로서 유머를 사용한다. 《뉴욕 타임스》(1984년 9월 2일 자)

■ 과학, 철학, 문학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가진 번뜩이는 지성. 《뉴욕 타임스》(1985년 3월 24일 자)

■ 인간관계로부터 더 멀리 벗어나고 인류의 파우스트적인 지성이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더 냉소적인 시선을 던짐으로써, 렘은 스위프트나 볼테르 같은 작가와 동일시되었다. 《뉴욕 타임스》(1987년 6월 7일 자)

■ 렘은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과 함께 언급되는 20세기 중반 SF의 거인이었다. 《뉴욕 타임스》(2006년 3월 28일 자, 부고)

■ 스타니스와프 렘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다른 은하계의 작가다. 《ABC》(스페인 일간지)

■ 하포 막스, 프란츠 카프카, 아이작 아시모프가 흰토끼의 굴로 굴러떨어졌다. 《디트로이트 뉴스》

■ 철학적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 작가. 《더 타임스》(2006년 3월 28일 자, 부고)

■ 렘의 유쾌한 유머 감각은 역설적으로 인류의 가능한 운명에 대한 그의 본질적인 진지함을 부각시킨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 이토록 광범위한 소재를 아우르는 이토록 어마어마한 박식가적 호기심-명징함과 매력으로 탐구된 그 모든 것이 핍진함과 매혹을 상호 간에 배가시키면서 자연과학, 철학, 문학이 서로 융화되는 벤다이어그램 속에서 렘의 저작에 독특한 공간을 내준다. 《뉴요커》(2019년 1월 7일 호)

■ 렘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탄복할 만한 이야기꾼일 뿐만 아니라, 기술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도전적인 철학자다. 《시카고 트리뷴》

■ 그가 세상을 뜬 지 14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주는 스타니스와프 렘이었던 거대한 창조의 힘을 따라잡기 위해 고투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건대 그를 능가하려면 멀었다. 렘의 천재성을 즐기려면 독해의 수완과 작가가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향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경이로우며, 빠져들게 하고, 종종 배꼽 빼는 렘의 책들은 우리의 따분한 우주를 그에 비하면 밋밋하고 변변찮게 보이도록 한다. 《워싱턴 포스트》

■ 진짜 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렘보다 더 잘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파리 리뷰》

■ 렘은 세상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논평으로 강조된 유머를 가지고 글을 쓴다. 스티븐 에이치 실버(미국 SF 편집자)

■ 렘에게 특정 유형의 신조어는 항상 텍스트 속에 묘사되어 있는 세계의 모델이 된다. 심지어 텍스트의 이데올로기까지도. 스타니스와프 바란차크(폴란드 시인)

■ 렘이 SF에서 개척한 하위 장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도서관 서가의 A부터 Z처럼 읽힌다. 그는 가상의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것에서부터, 엉뚱하지만 통렬하게 아이러니한 사이버네틱스 동화를 공들여 만들어 내고 지각 있는 바다와 소통하는 어려움을 예측하는 것까지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작가의 작가였다. 〈제로 G〉(오스트레일리아 라디오 프로그램)

■ 상상력의 몹시도 유쾌한 도약으로, 렘은 가장 인기 있다는 거의 모든 우주 공상 과학극을 단숨에 앞질렀다. 《타임》(1979년 1월 29일 호)

■ 1960년대와 1970년대는 한 작가의 시대였다. 렘은 장르의 경계를 설정했다. 렘은 장르를 정의했다. 젊은 작가는 모두 렘을 반영했고 렘과 경쟁했다. 어떻게 한 명의 작가가 문학이란 분야 전체를 그토록 완전히 지배할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그는 그냥 천재였다. 《WWB(국경 없는 말들)》

■ 렘이 얼마나 옳았는지, 심지어 예견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검색 엔진 이론(그는 ‘아리아드놀로지’라 명명했다), 생체공학, 가상현실(‘팬터매틱스’), 기술적 특이점, 나노 기술이 포함된다. 《뉴 사이언티스트》

■ 렘은 장르의 천재가 아니라, 그냥 천재다. 《라 오피니온 데 말라가》(스페인 일간지)

■ 문단의 아인슈타인, SF의 바흐. 피터 스워스키(캐나다 비평가)

목차

사이먼 메릴의 『섹스플로전』
세 명의 전자기사
앨리스타 웨인라이트의 『존재주식회사』
스물한 번째 여행
미래학 학회
세탁기의 비극
A. 돈다 교수
무르다스왕 이야기
첫 번째 여행 A, 트루를의 음유시인 기계
아서 도브의 『논 세르위암』
자가 작동 에르그가 창백한얼굴을 물리친 이야기
마르셀 코스카의 『로빈슨 연대기』
열세 번째 여행
가면
테르미누스

옮긴이의 말-다양한 가면을 가진 세계적 과학소설 작가의 진면목
스타니스와프 렘 연보

본문중에서

2041년도 미합중국 영토 전체에서 미리 예정된 전산적인 계획 없이는 아무도 닭고기를 먹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한숨을 쉬거나 위스키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지 않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침을 뱉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계획은 실행되기 몇 년이나 전부터 이미 현실과의 부조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로 경쟁의 과정에서 세 개의 거대 기업들은 세 명의 인물로 이루어진 한 사람, 모든 힘을 가진 운명의 조종자를 만들어 낸다.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운명의 서다. 정당들이 미리 조정되고, 기상 상태가 조정되고, 심지어 에드 해머가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도 규정된 주문의 결과였으며, 그 주문은 또한 연결되는 다른 주문들의 결과였다. 더 이상 아무도 자연적으로 태어나지도 사망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제 아무도 아무것도 직접, 자기 혼자서, 끝까지 경험하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생각 하나하나, 모든 두려움, 어려움, 고통 또한 컴퓨터의 대수학적 계산들을 연결하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죄와 벌과 도덕적 책임과 선과 악의 개념은 이미 공허해졌는데, 삶의 완전한 조정은 시장 바깥의 가치들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특성을 100퍼센트 활용하고, 그것들을 결코 실망시키는 법 없는 시스템에 입력한 덕분에 컴퓨터가 조정한 천국에 모자란 것은 단 한 가지다-바로 그곳의 거주자들이 그곳이 그러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마찬가지로 세 개 기업 회장들의 회담 또한 주 컴퓨터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주 컴퓨터는 이들에게 그러한 지식을 제공해 주면서 전자화된 지식의 나무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완벽하게 미리 마련된 삶을 버리고 천국에서 새로운 또 한 번의 탈출을 시도하여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시작’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책임감이라는 짐을 영원히 벗어던지고 그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
_「앨리스타 웨인라이트의 『존재주식회사』」에서, 35~37쪽

그런데 교리에 따르면 신은 수정되는 순간에 영혼을 창조한다고 했으므로 여기서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만약에 수정란을 되돌릴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수정란을 난자와 정자로 나누어 수정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면 이미 창조된 영혼은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이 기술의 부차적인 산물은 복제 기술, 즉 예를 들어 코, 발뒤꿈치, 구강 내벽 등등 살아 있는 신체에서 채취한 어떤 세포라도 정상적인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기술이었다. 이것은 수태와 전혀 관계없이 진행되었으며 원죄 없는 잉태의 생물 기술도 한 치의 빈틈 없이 발전해서 마찬가지로 산업 분야의 규모로 커졌다. 배아 형성 또한 이미 되돌리거나 촉진하거나 방향을 바꾸어 인간 배아가 예를 들면 원숭이로 발전하도록 변형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코디언처럼 쭈그러들었다 늘어났다 하는 것인지 혹은 배아 발달의 도중에 인간에서 원숭이로 목적지가 바뀌면 그 과정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것인지?
그러나 교리에 따르면 영혼은 일단 생긴 후에는 사라질 수 없으며 분리할 수 없는 일체이므로 감소될 수도 없었다. 배아공학 분야의 공학자들에게 교회의 파문장을 내려야 할지에 대해서 진작 숙고되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으며, 체외수정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체외수정을 하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이미 아무도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고 자궁기(인공 자궁) 안에 보관된 세포에서 태어났으며, 처녀생식의 방법으로 생겨났다는 이유를 근거로 하여 인류 전체에 영성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게다가 더욱 곤란하게도 다음 기술이 나타났다-인공 의식이었다. 전자지성과 그 지성을 갖춘 컴퓨터들로 인해 탄생한 기계 속의 영혼이라는 문제까지는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에 뒤따라 생겨난 것은 액체 속에 든 의식과 정신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똑똑한 용액이 합성되었고, 이 용액은 병에 넣거나 여러 곳에 나눠 담거나 한곳에 합칠 수 있었으며 그럴 때마다 매번 개성이 생겨났고, 이 개체는 모든 디흐토니아인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몇 배나 더 숭고하고 현명했다.
_「스물한 번째 여행」에서, 56~58쪽

[…] 후에 모두에게 알려진 바와 같이 그 몇 초 후 힐튼호텔은 실수로 인류애탄의 폭격을 받고야 말았다. 결과는 끔찍했다. 인류애탄은 사실상 호텔 낮은 층에서도 중앙부와는 거리가 있는 곳에 떨어졌는데, 해방출판협회에서 전시를 하기 위해 빌려 놓은 장소였다. 그래서 일단 호텔의 투숙객들 중 직접적으로 폭격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끔찍한 결과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던 경찰들에게서 나타났다. 노출된 지 단 몇 분 만에 부대는 집단적으로 그 효과를 보여 주었다. 내 눈앞에서 경찰들은 얼굴에서 방독면을 벗어 던지고 양심의 가책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들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더니 그들에게 자신들의 단단한 진압봉을 억지로 안기고는 되도록이면 가장 세게 자기들을 때려 달라고 애원했다. 공기 중에 분사된 인류애탄의 농도가 더 진해지자 이번에는 가릴 것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엉겨 붙어 아무나 닥치는 대로 쓰다듬고 애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생기기 시작한 비극들은 몇 주나 지난 후에야 겨우 부분적으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정부는 아침부터 쿠데타를 일으키는 세력을 일찌감치 제압하기 위해서 도시의 상수원에 700킬로그램이나 되는 두 배 농도의 인류애약을 행복정과 평온정과 함께 살포하기로 결정했다. 경찰과 군부대 쪽으로 통하는 상수도를 차단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실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 이런 사태를 부르고야 만 것이었다. 방독면을 통해 흡입될 수 있는 가스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었으며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실로 다양한 경로로 수돗물을 마시게 된다는 것 또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_「미래학 학회」에서, 150쪽

“꿈은 허락만 한다면 언제나 현실을 이긴답니다. 제 아들들은 정신화학 문명의 희생자인 거죠. 누구나 이 유혹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전혀 희망이 없는 사건을 변호하러 나설 때, 그게 환각의 법정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신선하면서도 쌉쌀한 키안티의 맛을 즐기며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나는 멈칫했다. 만약에 가상으로 시를 쓰고 가상의 집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면 가상을 먹고 마시는 일은? 이 생각에 크롤리 고문은 웃을 뿐이었다.
“그런 일은 없답니다, 티히 선생. 성공에 대한 환상이 우리 머리를 채울 순 있겠지만, 커틀릿의 환상이 배를 채우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살았단 굶어 죽기 십상일걸요!”
아버지로서의 크롤리 고문의 처지에 적지 않은 동정심이 일면서도 나는 이 말에 안심했다. 가상의 음식이 실제 음식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 육체의 본성이 정신화학 문명의 무한한 상승을 견제한다는 것은 다행이다. […]
_「미래학 학회」에서, 216쪽

“티히, 이건 내가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미래언어학 덕분에 우리가 우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후세대를 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란 말입니다. 이걸 누가 심각하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가설을 말할 수 있는 게 어딥니까! 20년만 전에 언어학이 좀 더 발전했더라면, 그때만 해도 그냥 보통의 폭탄과 구별되는 각종 화학탄을 예상할 수 있지 않았겠어요. 인류애탄을 기억하죠? 언어라는 것은 자기 안에 거대한, 하지만 끝이 없는 것은 아닌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사실은 아무 곳에도 없는 세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우리 미래학자들은 알고 있지 않았잖습니까.”
_「미래학 학회」에서, 238쪽

그런 뒤에 힌덴드루펠 사건이 일어났다. 그가 소유한 식기세척기가 여러 번에 걸쳐 자기 주인의 양복으로 갈아입고 다양한 여성들에게 결혼을 약속하여 돈을 뜯어냈으며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검거될 당시 놀라서 굳어진 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자기 자신을 분해했다. 분해한 뒤에 세척기는 범행에 대한 기억을 잃었고 그러므로 처벌받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맥플래컨-글럼브킨-램포니-흐물링-피아프카 법안이 탄생했다. 이 법안에 의하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분해하는 전자두뇌는 폐기 처분되었다.
_「세탁기의 비극」에서, 281쪽

정부 당국에서는 마트라스를 사칭하는 존재의 행각을 즉각 중단시키려 하였는데, 뭔가 작전을 개시하려면(그것은 ‘작전’이어야만 했다) 뭐라도 이름을 붙여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맥플래컨 법안에는 부동산을 다루는 민사소송법에 관련된 부칙이 붙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전자두뇌는 다리가 달려 있지 않은 경우에도 동산으로 간주되었다. 동시에 성운 속에 있는 개인의 신체는 그 규모가 소행성급에 달했는데, 천체는 설령 스스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부동산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행성을 체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대두되었으며, 또한 로봇들의 합체가 행성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이 과연 분해 가능한 하나의 로봇인지 아니면 여러 개의 로봇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겨났다.
_「세탁기의 비극」에서, 290쪽

“누가 올린 게 아니고 뭐가 올린 거죠. 컴퓨터예요. 기억장치요. 물질과 에너지에는 질량이 있다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그러나 정보는 물질도 에너지도 아니지만 어쨌든 존재해요. 그러니까 질량도 있어야 한다고요. 돈다의 법칙을 구상하면서 여기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무한히 많은 정보가 직접적으로, 어떤 기기의 도움도 없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저자소개

스타니스와프 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210912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폴란드의 과학소설 작가로서 보르헤스, 루이스 캐럴, 필립 K. 딕을 합쳐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영미권의 SF문학이 독자적인 스타일을 형성해오던 1970년대부터 차례차례 영역되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제까지 41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인간의 기억을 형상화시키는 신비의 외계 행성을 통해 우주적 인식론의 불가해성을 그린 『솔라리스』는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및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솔라리스』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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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폴란드어를 공부하고 폴란드에서 미술사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폴란드어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며 그림책 연구자, 큐레이터,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 《잃어버린 영혼》,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등 많은 그림책과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위쳐〉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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