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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 일 : 이승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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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승우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0년 11월 10일
  • 쪽수 : 248
  • ISBN : 978895467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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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랑은 시험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고
시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작가인생 40년, 그 시간 속 궁극적 물음들
이승우 「창세기」 모티프 연작소설집

사십 년 가까운 작가인생을 갈망 너머의 구원에 대한 천착으로 채우며 독보적인 성취를 거두어온 소설가 이승우. 그는 ‘관념의 토르소’(김윤식),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르 클레지오), ‘조용하고 진지한 영혼에서 분출된, 감동적이면서 묵직한 소설’(르몽드), ‘갈리마르 폴리오 시리즈에 오른 최초의 한국소설’ 등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수식과 상찬이 전혀 과한 것이 아님을 소설로 인생에 복무함으로써 증명해가고 있다. 한국소설로는 흔치 않은 종교적이고 관념적인 통찰로 ‘생의 이면’을 파고든 그가 신작 소설집에서 「창세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삶의 궁극적 물음들을 마주 세운다. ‘신’이 아니라 ‘인간’의 텍스트로 「창세기」를 다시 읽고 다시 쓴 밀도 높은 작업, 그 가운데 키워드가 되어준 단어 ‘사랑’, 그러므로 이 책은 이승우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이 총동원되었다 할 수 있겠다. 열한번째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집, 『사랑이 한 일』이다.

이 소설집은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의 일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오그라들거나 찡그려졌다.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도,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이나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 대신 그 요구에 의해 제물로 바쳐지는 아들의 심정 속으로 들어가 이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사랑’이 내게 발견된 열쇠였고, 그래서 나는 이 부담스러운 패러프레이즈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_‘작가의 말’에서

출판사 서평

“그러니까 신의 사랑이, 신의 지나친 사랑이 그 일을 만든 거지요.”
‘신’이 아니라 ‘인간’의 텍스트로, 반복과 확장으로 다시 읽기/쓰기

다섯 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밝힌 의도처럼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사랑이 한 일」을 한가운데 두고 시간순으로 앞뒤에 두 편씩이 더 배치되어 있다. 자기 딸을 불량배들에게 내주는 소돔성의 롯의 이야기인 「소돔의 하룻밤」,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부당하게 내쫓기는 하갈의 이야기 「하갈의 노래」가 앞의 두 편, 이삭이 느끼는 기묘한 허기와 그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를 향한 편애에 대한 소설적 해설이라 할 수 있는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가 뒤의 두 편이다.

모티프로 삼은 「창세기」의 골자들은 그대로 둔 채 작가가 의문을 품은 지점,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주목해보자. 맨 앞자리에 놓인 「소돔의 하룻밤」과 표제작 「사랑이 한 일」은 우선 독특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돔의 하룻밤」의 경우 소돔의 멸망 과정을 보여주는 다섯 개 장면의 문장이 반복된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소설의 문장이라기보다는 논리적 변증에 가까운 치밀하고 끈질긴 문장들이다. 성경 텍스트 속 서사의 빈자리를 작가가 디테일하게 채우며 추론하고 납득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동심원을 그리듯 하는 문장의 반복이 작품을 서서히 확장시키고 거기서 오는 파동에 읽는 이의 눈은 새로이 뜨인다. “밀착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매몰되면 아예 시야가 없어진다. 내부자는 내부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도 잘 보지 못한다”는 듯이.
표제작 「사랑이 한 일」에서 반복되는 문장은 「소돔의 하룻밤」과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 「소돔의 하룻밤」이 이야기를 따라가되 작가가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그 흐름을 밀고 나가는 방식이라면, 「사랑이 한 일」은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라는 단 하나의 문장이 반복되며 화자인 이삭, 그러니까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바쳐라”라는 신의 명령과 그 명령을 따른 아버지 아브라함 양쪽을 어떻게든 이해해보고자 하는 인물의 내적 투쟁을 격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의 손에 죽을 뻔했던 아들이 스스로 묻고 답한다.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누구에 대한 사랑인가, 누구의 사랑인가. 그 사랑이 조금 덜했다면 신은 아버지에게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테고, 아버지 아브라함은 나를 제물로 바치겠다 순종하지 않았을 테고, 다시 신이 아버지에게 ‘멈추라’고 하지 않았을 일인가.

사랑하지 않는 무엇이나 누구를 바치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그래서 요구되지 않지만,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를 바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요구된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은 힘든 것이다. 아니다. 사랑하지 않는 무엇이나 누구를 ‘바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랑하지 않는 것을 누군가에게 주는 행위는 바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치는 모습을 취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바치는 것이 아니다. 버리는 것이라고 늘 쉽지만은 않지만 바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자기를 주는 상징적 표현이 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주는 상징적 표현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자기에게 속해 있으나 자기보다 소중한, 소중하게 여기는 무엇이나 누구를 주는 것이 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속해 있는 것 가운데 자기보다 소중하지 않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무엇이나 누구를 주는 것은 자기를 주는 행위일 수 없다. 자기에게 속해 있으면서 자기보다 소중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이다.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만이, 오직 사랑만이 바쳐질 수 있다. 바치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을 때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사랑하면 어렵게도 할 수 없게 된다.
_99~100쪽, 「사랑이 한 일」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옳지 않습니다.”
소설의 장인이 보여준 미메시스의 힘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의 명령 앞에 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묻고 또 묻는 것, 의심하고 숙고하고 납득해보려 애쓰는 것, 그것에 나 자신의 존재 자체를 쏟는 것이다. 신의 무리한 명령에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입장이 아니라, 영문 모른 채 바쳐지는 자로서 존재하던 이삭에게 입을 달아준 작가는 그러므로 같은 모티프를 ‘너무나 인간적인 것’으로 다시 쓸 수 있었으리라.
당신은 내게 왜 이러는가 묻는 또다른 인물은 「하갈의 노래」 속 ‘하갈’이다.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부당하게 내쫓긴 하갈은 복을 약속하고 후손을 약속했던 신의 목소리를 원망한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옳지 않습니다.” 「사랑이 한 일」과 함께 화자의 독백으로 구성된 작품 속 화자들은 완고한 텍스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육성을 얻는다.
「허기와 탐식」은 나이든 이삭과 그의 두 아들 에서, 야곱의 이야기이다. 맏아들 에서가 아닌 둘째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여 가부장의 권리를 가로채려 하고, 여러 사건 끝에 참회를 한 야곱이 적통을 잇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작가 이승우는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왜 이삭은 맏아들 에서를 편애했는가. 아버지의 칼날에 죽을 뻔했던 그에게 남은 상흔과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 이복형 이스마엘이 잡아준 들짐승 고기의 맛. 그것이 사냥꾼인 맏아들 에서에게 투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삭의 편애와 축복은 빗나가고, 자기 것이 아닌 축복을 받은 둘째 야곱은 도망치듯 집을 떠난다. “거의 최초로 세상에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존재, 고아이고 나그네가 된 시간에, 크게 두렵고 깊이 외로운 그의 밤 광야의 자리로 그분이 찾아왔다.” “너와 함께하겠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겠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의 편애는 받지 못했으나 신의 편애를 받은 야곱의 이야기 「야곱의 사다리」로 소설집은 마무리된다.

작가가 수천 년간 변주되고 (재)해석되었을 성경의 장면들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발터 옌스와 한스 큉의 문학 강론 『문학과 종교』는 문학과 종교의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호성, 양면성, 불화스러운 일치, 상호 조명, 변증법이 하늘과 땅 사이에 뻗어 있는 터인즉, 긴장스럽고도 두려운 관계.” 오래도록 신학을 공부하고 소설을 써온 작가 이승우에게, 특히나 “소설쓰기가 일종의 패러프레이즈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에게 이미 쓰인 것을 다시 쓰고 풀어 쓰기에, 그 ‘긴장스럽고도 두려운 관계’에 투신하기에 성경만한 것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압도적 스케일의 문학 텍스트인 구약과 이승우의 손끝에서 재현된 서사, 그 둘이 겹쳐지며 새로이 발생할 의미. 요컨대 독자가 이 책에서 읽어내는 것은 “미메시스를 통해 문학이 생산하는 또다른 앎”(서영채, 해설에서)이리라.

목차

소돔의 하룻밤
하갈의 노래
사랑이 한 일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

해설│무서운 사랑의 미메시스_서영채(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거나 조금 덜 사랑했어야 했다.
_101쪽, 「사랑이 한 일」

사람에게는 균형을 잡는 재주가 없고 사랑에게는 균형에 대한 감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균형을 잡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_128쪽, 「허기와 탐식」에서

당신의 침묵은 비겁하다. 고통을 위장하지 마라. 고통을 가하는 자가 죄책감을 면제받기 위해 부리는 고통의 위장만큼 가증스러운 것이 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서 말들이 회오리치며 솟구쳤다. 당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할 수 없어요. 이건 옳지 않아요.
_63쪽, 「하갈의 노래」에서

쉽게 사로잡힐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쉽게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행동을 쉽게 한다. 이념과 종교는 종종 인간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에 동기를 제공하는 신념 체계로 작동한다. 이때 이 이념과 종교가 제공하는 신념은 일종의 알리바이다.
_21쪽, 「소돔의 하룻밤」에서

“제발 이러지들 말게. 이건 악한 짓일세.” 악한 짓은 행위자가 그 행위의 악함을 인지하든 하지 않든 악하다. 악한 짓은 그 행위를 유도하는 동기가 그럴듯하든 그럴듯하지 않든 악하다. 악한 짓은 짓의 악함이다.
_24쪽, 「소돔의 하룻밤」에서

이런 사랑의 속성을 감안하면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사람의 말은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하고 항의하거나 왜 나를 누구처럼, 누구만큼, 누구보다 사랑하지 않나요? 하고 따지지 말아야 한다. 사랑을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혈육이나 법이나 제도나 관습이 의무나 역할을 강제할 수는 있지만 사랑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것만이 사랑이다. 자발성은 매끈하거나 일률적이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매끈하고 일률적인 것은 비자발적인 것, 부과된 것, 만들어진 것, 강요된 것이다.
_130~131쪽, 「허기와 탐식」에서

그러나 밤하늘의 별이나 드넓은 광야의 깎아지른 벼랑에서 느끼곤 했던 신성함과는 달랐다. 그가 느끼고 있는 신성함은 일종의 숨결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 거기 있는 것 같은. 말하자면 생명. 자연이 아니라 인격. 두려움과 떨림이 그의 온 감각과 신경을 지배했다. 그는 놀라서 눈을 떴다. 이것이 무엇인가! 그는 소리질렀다. 그는 소리질렀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목에 갇혀 나오지 않았다.
_190쪽, 「야곱의 사다리」에서

일어난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모든 일에는 처음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여건이 무르익어 때가 되면 마침내 일어나고야 말 아주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 땅의 의지를 뛰어넘는 하늘의 작용이 있는 것처럼 바라지 않아도 일어나고 꿈꾸지 않아도 나타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_199쪽, 「야곱의 사다리」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이승우는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소설집 '구평목 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 광고'와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가시나무 그늘', '생의 이면', '내 안에 또 누가 있나', '사랑의 전설', '태초에 유혹이 있었다',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한낮의 시선', '지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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