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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의 편지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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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랑과 자유정신’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리는
한 통의 편지 속 사랑, 비밀, 운명의 이야기


[모르는 여인의 편지(Brief einer Unbekannten)]는 오스트리아의 유대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의 1922년 작 소설이다. 어느 날 비밀스런 편지를 보내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개성과 행위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녀는 문틈이나 열쇠구멍, 창문을 통해 한 남자의 행동을 남몰래 관찰하고,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기나긴 세월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그녀가 남자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는 낯선 여인, 망각의 존재라는 것이 츠바이크가 예리하게 잘라 내는 인간 심리의 한 단면도이다. 한 사람의 절대적 관심과 절대적 사랑이 타인이라는 대상으로부터는 절대적 무관심으로 되돌아오는 기묘한 인간관계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 볼 만한 본질적인 사랑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츠바이크의 소설에서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병적 존재라든가 괴벽성의 인간, 성적 충동에서 유발된 비극이 흥미로운 인간 유희를 연출하면서도, 결국은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넘어서 ‘사랑과 자유정신’으로 승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말한다. “관계와 관계를 헤아리는 것이 내 핏속까지 자극한다. 특수한 인간들은 그들의 순수한 현존을 통해 내 인식 욕구에 불을 지핀다.”

출판사 서평

독일 문학계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
신경을 건드리는 탁월한 심리 묘사를 만나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남다른 감수성으로 인간의 심리를 풍부하게 묘사한다.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투시하여 섬세한 필치로 지면에 펼친다. 또 관계가 지닌 복잡다단한 속성을 탐구하고 독자를 그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영혼의 해부학’은 츠바이크와 깊이 교류했던 프로이트의 영향으로 보이며, 문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두루 섭렵했던 그의 열정적 인간 탐구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의 주인공은 결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성을 평생 동안 사랑한 한 여인이다. 츠바이크는 지독하리만큼 끈질긴 사랑의 비극적 이면을 치밀하고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심리 소설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그는 우리에게 비일상적인 사태와 그 속의 독특한 인간상을 경험하게 하면서도, 그 특수한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자문하게 만든다.

사랑의 깊은 수렁에 빠진 여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남긴 영혼의 진실!


어느 날 아침, 저명한 소설가인 R 씨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봉투에는 ‘저를 결코 알지 못하는 당신께’라고 쓰여 있을 뿐이었다. 그는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서둘러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제 아이는 어제 죽었답니다. …”로 시작하는 글은, 죽음을 앞둔 한 여인이 평생 동안 숨겨 왔던 비밀을 토로하고 있었다.

“저는 사랑도 동정도 위안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이 한 가지, 제 고통스러운 모든 말을 당신께서 믿어 줄 것을 바랄 뿐입니다. 제 모든 고백을 믿어 주세요. 오직 이것만을 당신께 간청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죽은 순간에 거짓을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 pp.17~18)

가난한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한 소녀는 이웃에 새로 이사 온 부유하고 교양 있는 작가인 R 씨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둘 사이에 이렇다 할 만남이나 대화는 없었지만, 그녀는 작가를 향한 열정을 남몰래 키워 간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재혼으로 먼 도시로 떠나게 되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R 씨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다른 여인과 함께하는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무력감 속에 끌려가듯 떠난다.

“그러나 사랑하는 분이여, 만일 제가 그날 밤 차가운 복도 밖에 서서 걱정에 싸인 긴장된 몸으로 뭔지 모를 힘에 밀려 앞으로 걸어 나갔던 것을 아신다면, 더는 비웃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 저는 농담 섞인 나직한 웃음소리, 비단 옷깃을 스치는 살랑거림과 그윽한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 당신은 어느 여인을 집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그날 밤을 어떻게 살아서 넘겼는지 저는 지금도 알 수가 없습니다.”
(/ pp.47~48)

2년 후, 빈으로 돌아온 그녀는 R 씨의 주변을 몰래 서성이며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시도한다. 기대와는 다르게 그는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결국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하룻밤 상대로 남는다. 그럼에도 사랑과 욕망으로 가득 찬 그녀는 다시금 만남을 가진다. 그것은 몇 차례뿐이었지만 결실을 남겼고, 여인은 그를 꼭 닮은 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점점 당신을 닮아 갔습니다. 그 아이의 내부에서도 이미 당신의 천성에 속하는 진지함과 유희의 이중성이 눈에 띌 만큼 역력히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당신을 닮아 가면 닮아 갈수록, 아이에 대한 제 사랑도 그만큼 깊어 갔습니다.”
(/ p.92)

아이가 병으로 숨을 거두자 여인은 이윽고 펜을 들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살아생전 단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모든 이야기를 토해 내듯, 종이로 잉크를 적신다. 이제 그는 결코 인식하지 못했던, 그러나 자신의 주위를 그림자처럼 맴돌던 한 여인의 삶의 역정을 알게 되었다. 그는 늘 온정적이고 상냥했지만 결코 마음을 준 일이 없었고, 여인은 그 이중성을, 모든 고통을, 운명으로 껴안고 스러진다.

“당신은 이제 아시겠지요. 아니,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하시겠지요. 제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으며, 저의 이런 사랑이 당신께 얼마나 부담 없는 사랑이었는지를. 저는 당신께 부담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마지막 위안입니다.”
(/ pp.124~125)

[모르는 여인의 편지]에는 독특한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츠바이크는 뛰어난 문장가로서 이들의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한다. 한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한 여인은 스스로 그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간다. 겉으로는 점잖고 지성적이기 그지없는 R 씨는 책임질 것이 없는 사랑과 열정만을 갈구한다. 갖가지 사건과 시간의 터널을 지나, 여인은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이 죽은 후에야 개봉될 편지를 작성한다. 답을 기다리지 않는 사랑, 일방적인 회한과 격정의 토로…. 그녀는 츠바이크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가운데서도 눈에 띈다. 그녀의 욕망은 엄격한 도덕적 관습이 지배하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어떻게든 사랑을 지켜 내려는 처절한 시도는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치는 데에 이른다. 이 소설을 통해 츠바이크의 신경을 건드리는 듯한 탁월한 심리 묘사를 접해 보기를 바란다.

목차

1 ‧ 009
2 ‧ 013
3 ‧ 127
역자 해설 ‧ 131

본문중에서

그것은 어림잡아 20장가량 되는, 급히 써 내려간 여인의 불안한 필체였는데, 편지라기보다는 수기라고 하는 편이 옳을 듯했다. 그는 혹시 첨부된 다른 글이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봉투에는 편지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안에 든 편지의 내용물에도 발신인의 주소나 서명 따위는 없었다. 이상히 생각하여 그는 편지를 다시 손에 들었다. 편지 윗부분에 이름을 대신하는 첫마디로 ‘저를 결코 알지 못하는 당신께’라고 씌어 있을 뿐이었다.
(/ pp.10~11)

물론 당신의 그 눈길은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그런 막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인을 볼 때의 그 눈길은 여인에 대한 당신의 타고난 친절함 때문에 아주 무의식적으로 부드럽고도 따뜻하게 우러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겨우 13살이었던 저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부드러움이 제게만, 저 한 사람에게만 보내지는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저는 뜨거운 불기둥의 세례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순간에 미성숙한 소녀 안에 있던 여성은 잠에서 깨어나 영원히 당신에게 바쳐진 것이었습니다.
(/ pp.31~32)

저는 당신 방 내부, 당신의 세계, 늘 당신이 앉아 있던 책상과 그 책상 위에 놓인 몇 가지 꽃이 꽂혀 있는 푸른색 유리 꽃병, 당신의 옷장이며 사진들, 그리고 당신의 책들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생활을 도둑질이나 하듯 재빨리 들여다보는 짧은 순간에 불과했습니다. 충실하기 그지없는 요한이 제가 방을 자세히 관찰하도록 놔두질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짧았던 순간만으로도 저는 방 전체의 분위기를 모조리 빨아들여 그것을 밤낮 없는 무한한 꿈의 뿌리로 삼았습니다. 바로 그때의 단 몇 분이 제 소녀 시절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p.42)

사랑하는 분이여, 그 순간의 절망이 어땠는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인식되지 못하는 운명을 고통스럽게 감수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운명을 저는 살아 있는 동안 겪었고 죽어서도 가져갈 것입니다. 당신에 의해 인식되지 못하고, 아니 영원히 인식되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 제 운명이라면, 그때의 절망감을 어떻게 당신께 설명할 수 있을까요?
(/ pp.61~62)

하지만 저는 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생각할 때 언제나 걱정이란 것 없이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럼으로써 수많은 여인들 가운데 항상 사랑과 감사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여인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저를 영영 잊고 말았습니다.
(/ p.80)

저는 제가 어리석은 짓을 했으며, 저의 망상 때문에 착한 친구 하나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었음을 느꼈습니다. 저의 인생이 그 한복판에서부터 갈라져 나간다는 느낌을 저는 떨쳐 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당신의 입술을 느끼면서 제게 가만히 속삭이는 당신의 말소리를 들으려는 안타까움에 비한다면, 제게 우정이 무엇이고 실존이 무엇이었겠습니까?
(/ p.109)

임이시여, 다른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죽은 여인을 위해 미사를 드리듯이,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저는 하느님을 믿지 않으며 미사도 제겐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당신만을 믿고,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의 마음속에서만 살아가렵니다. 아,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조용히, 당신 곁에 살았던 시절처럼 아주 조용히 당신의 마음속에 머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분이시여, 그것이 당신께 드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니…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부디 안녕히….
(/ p.126)

저자소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88.11.28~1942.02.22
출생지 오스트리아 빈
출간도서 42종
판매수 6,455권

독특한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독일 문학계의 거장으로, 중·단편 소설과 전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1881년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20세에 시집 《은빛 현》으로 등단한 이후 시와 소설, 전기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1920~1930년대 유럽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1934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떠났고,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심한 우울증으로 1942년 부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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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수학하고, 독일 뉘른베르크-에를랑겐 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 역시 아르카디아에 있었노라! ― 괴테와 함께하는 이탈리아로의 교양여행』, 『르네상스 예술에서 괴테를 읽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읽기』, 『독일문화산책』 등이 있고, 역서로는 E.T.A. 호프만의 『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과 『세라피온의 형제들』, 한넬로레 슐라퍼의 『패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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