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삶은 완성을 위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영원히 미완으로 남기에 아름답다.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고통은 찬란하며,
내면을 직면한 표출로써
도리어 어둠을 드러내 치유하고자 한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작가 키뮤리.
여러 문학예술 당선을 언급하지 않아도 그녀의 작품과 마주할 때면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시적 표현의 한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은 시집이 얼마나 우리에게 ‘읽는 맛’을 선사해 주는지 알게 해준다.
이번 작품 〈미완이면 또 어떻고〉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치유와 그 속에 담긴 사랑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영원히 미완으로 남기에 아름답다는 그녀의 작품으로 기꺼이 빠져보자.

시인의 말 9

1 고통

꺼진 모니터 12
가로등1 13
습관이 될 수 없는 소리 14
이별의 불안정화 15
몽환계 16
신호등을 보며 걷다가1 17
뻐끔 18
자발적 아웃사이더 19
욱여넣은 마침표 20
척 21
과거 점박이 22
가지치기 23
소실消失 24
거울1 25
주사바늘이 싫었어 26
웜홀 28
후유증 29
망각의 수水 30
잔상 31
이별 이야기 32
너무 크게 그린 탓 34
몽중몽夢中夢 35
휘파람 36
방향성 37
어느 공간에 가 있는가 38
나누는 동시에 감추는 39
그대는 블루 40
왔다 가네요 41
이방인 42
페르소나 43
나의 아이야 44
파면 팔수록 45
군중은 외롭다 46
심心 47
쓰레기통의 쓰레기들은1 48
시끄러운 고요 49
희망이 두렵다 50

2 표출

나는 나를 택할 테다 54
엄니 55
봄 내음 56
오늘 널 보면 57
물감 58
춤 59
자생自生 60
청춘이란 그림자1 61
흐르는 눈물 62
부재이고 싶다 63
쓰잘머리 없는 소모전 64
모기향 65
파도는 악당이 아니야 66
한때 나는 악랄한 너였다 67
자아 소속감 68
손아귀 69
완연한 봄이었다 70
멍하니 너를 생각해 72
누더기 73
플라스틱의 사랑법 74
거울2 75
변함없다는 건 76
가로등2 77
평면 티브이 78
뒷담화의 반가返歌 79
몽마夢魔 80
풍선 81
물 82
그곳 83
신호등을 보며 걷다가2 84
파도여 바다여 85

3 치유

켜진 모니터 88
수요일 89
낯설지 않은 낯섦 90
가로등3 91
몽유 92
말에는 독소가 있어 93
친구여 94
닮아가요 95
꼭 눈에 보일 필요는 없지 96
등대 97
눈빛 98
모양을 잃은 지우개 99
청춘이란 그림자2 100
숙면 101
아프지 마요 102
낙천적으로 살아가요 103
쓰레기통의 쓰레기들은2 104
당신을 깨워 105
주전자 106
가발은 기름이 끼지 않는다 107
폴라로이드 마지막 필름 108
아름다운 우리잖아 109
안식安息 110
얼마나 좋을까요 111
흰머리 112
자화상 (나를 만든 건 8할이 고통) 113
사랑해 114

당선작

기억 그 믿음 118
백태 119
예술병 120
컴퍼스와 각도기 121
문득 너를 떠올려봤어 122
모든 것은 아름다워 126

이별의 불안정화 (p. 15 고통 part)

동남아에서 이글루를 지었다
겉은 녹아내린다고들 하는데
가닥가닥 고드름 서린 머리칼은 어쩌나

사람들 성화에 이글루를 부수었다
겉에 내놓은 맨살이 뜨겁기는 하다만
안 뵈는 곳곳 한기는 어찌하나

수면양말을 무릎까지 치켜세우고
겨울 내복을 아래위로 겹쳐 입은 후
거리를 활보했다

병명이 없었다

나는 나를 택할 테다 (p.54 표출 part)

처음부터
다시 살게 해준다면
나는 나를 택할 테다

로애怒哀 그 질끈 길을
다시 걸어야만 하더라도
나는 맨발로 질흙을 마구 밟을 테다

희락喜樂 그것을 더 크게
가슴에 각인시킬 아름다운 계기
나는 심연을 더욱 뿜어 터트릴 테다

더는 볼 수 없는 사람들과 사랑들을
더 좋은 기운으로 수그려 보내드릴 테다

허름한 마음과 너절한 풋솜씨를
거센 망치질과 서글픈 무도회를
쓸쓸한 가로등 빛과
미숙한 당신의 서늘한 낯빛

그 모든 것들을 품에 보듬어 안으려
기꺼이 나는 나를 택할 테다

켜진 모니터 (p.88 치유 part)

누르지 못했던 전원 버튼 하나,

하체를 기다랗게 늘어트리다
감각 없던 종아리 부근이 아려온다
너희, 살아는 있었구나

발을 주무르다
굴러다니는 알약을 주워 약봉지에 넣는다
벌어진 틈새가 나를 야유한다
밤새 앓다 넘기지 못하고 곯아떨어졌나

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약 없는 수면

요에서 홀아비 냄새가 진동했다
귀를 훑다 기름 잔뜩 낀 콧방울을 쓸자
몇 주간 감지 않은 머릿내가 맡아졌다

언제 연건지 모를 노트북은 먼지가 굳어
폐기물 처분만을 기다리는 듯

물어뜯긴 새카만 손톱으로 타자를 주시하다
노파심에 눌러 본다,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