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눈 속의 에튀드 

원제 : Etuden im Schnee

저 : 다와다 요코(多和田葉子)역 : 최윤영출판사 : 현대문학발행일 : 2020년 09월01일 | 종이책 발행일 : 2020년 06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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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TOP



‘21세기 카프카’ 다와다 요코의 새로운 대표작
환상과 실제의 경계를 유랑하는 북극곰 삼대의 연대기

★ 2011년 제64회 노마문예상 수상작
★ 2016년 클라이스트상 수상작
★ 2017년 여성을 위한 워릭상 번역부문 수상작


인간 사회에 동화되어 살았고 인간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스타 북극곰 삼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동물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며 삶을 향한 굳은 의지, 사랑과 예술에 대한 강한 욕망을 드러낸다.

언어와 언어 사이를 줄타기하며 인식의 세계를 항상 낯설게 하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눈 속의 에튀드Etuden im Schnee』(2014)가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한 다와다는 일본어와 독일어 2개 언어를 사용하여 일본 문학과 독일 문학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혹은 어디에든 속하는 초국적이고 혼종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 소설은 일본어로 쓰였다가(2012년 『눈의 연습생』) 독일어로 쓰였는데(2014년 『눈 속의 에튀드』), 다와다 요코를 한국에 최초로 소개했던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가 독일어 판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누이트의 전통과 그리스 신화의 ‘칼리스토’, 단군신화의 ‘웅녀’에서 『아타 트롤』, 「곰 세 마리」, 『곰돌이 푸』, 『내 이름은 패딩턴』, 테디 베어에 이르기까지 곰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왔다. 다와다는 이 새로운 소설 『눈 속의 에튀드』에서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인 곰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전 세계적으로 ‘크누트 마니아 현상’을 일으켰던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유명한 아기 북극곰 크누트(2006~2011)로부터 실마리를 얻어, 여기에 그녀 특유의 상상력을 더하여 북극곰 삼대의 연대기를 탄생시켰다.

각각 익명의 북극곰-딸 곰 토스카-손자 곰 크누트의 이야기 세 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장마다 화자가 교체되고 그에 따라 어조가 바뀌는 다양한 서술 층위를 가지고 있다. 제1장의 북극곰은 냉전 시대 소련에서 서커스단의 곡예사로 일하다가 자서전을 쓰게 되는 인물(동물)이다. 당시 소련의 많은 작가들이 그러했듯 이 북극곰 또한 망명의 길을 걷는다. 제2장에 등장하는 곰 토스카는 앞 장의 북극곰의 딸로, 발레리나의 꿈이 좌절되어 서커스단으로 옮겼다가 세계 순회공연까지 하게 된다.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서커스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인물(동물)이다. 제3장의 곰 크누트는 토스카의 아들로, 인간들로부터 모성애를 강요받던 토스카에게 버림받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인간들 사이에서 스타덤에 오르는 인물(동물)이다. 인간 사회 안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곰은 동물원으로 내몰리고, 시대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라는 새로운 역할을 곰에게 떠맡긴다.
『눈 속의 에튀드』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동물 이야기라고 하면 으레 우화와 같이 인간 사회의 은유로 여기게 마련인데, 다와다는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는 것이다. 즉 동물의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이 응당 그러하리라 짐작했던 바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에서 직접 항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삶을 자술하는 동물의 기록은 독특한 문학적 장치로서 기능하게 된다.

[…] 작가의 진정 새로운 착상은 곰에게 자서전을 쓰도록 하는 데 있으며 이로써 ‘곰 이야기를 쓴다’는 ...

출판사서평 TOP

제1장 할머니의 진화론
나는 ‘손잡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다, 나는 내 운명을 조종할 수 있는 손잡이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내 자서전을 계속 써야 한다. 내 자전거는 바로 내 언어다. 지나간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일어날 모든 것에 대해 쓸 것이다. 내 삶은 내가 글로 고정시킨 그대로 흘러갈 것이다.
소련의 서커스단에서 곡예 단원으로 활동하던 북극곰은 라틴댄스를 연습하다가 부상을 입는다. 다행히 총살되지 않고 행정직원으로 전직하게 된 그녀는 서커스단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하거나 하면서 인간 사회에 깊이 동화되어 간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휩쓸려 자서전을 집필하기 시작하고, 이 자서전 [내 눈물에 대한 박수갈채]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녀는 시베리아 강제 노동 수용소에 보내질 위기에 처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서독으로 망명을 당한다. 작가로 대우받으며 자서전을 계속해서 쓰도록 강요받던 북극곰은 결국 캐나다로 망명하게 되고,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동독으로 망명한다.

제2장 죽음의 키스
바바라가 내 앞에 서면 그 몸은 언제나 완전히 긴장한 상태였다. 오로지 혀만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웠다. 그녀가 내게 모든 것을 다 주듯 혀를 내밀었을 때 말이다. 첫 번째 키스 이후에 바바라의 인간 영혼이 한 조각 한 조각 내 몸 안에 녹아들어 왔다. 내가 상상했던 만큼 인간의 영혼이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영혼은 대부분 언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일상의 이해 가능한 언어뿐 아니라 많은 망가진 언어 조각들, 그리고 언어의 그림자들과 아직 단어가 되지 않은 이미지들이었다.
무명 북극곰의 딸 토스카는 동독에서 발레리나를 꿈꾸지만, 힘센 암곰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아무 역할도 맡지 못한다. 우연찮게 조련사 바바라의 눈에 띈 토스카는 바바라의 서커스단에 합류하여 그녀와 팀을 이루게 되고, 이 이색적인 콤비는 세계 서커스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온다. 그러나 엄마와 달리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토스카에게는 꿈속에서 바바라와 몽롱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유일한 교감의 순간이다. 엄마의 자서전에 붙들려 있는 토스카를 위해 바바라는 토스카의 전기를 써서 엄마의 자서전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세월이 흘러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서커스는 쇠락한다.

제3장 북극의 추념
나를 키운 것은 남자 호모 사피엔스다. 그런 일이 잘되기는 드물고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 기적이 나의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마티아스는 진정한 포유동물이다, 그의 종족 이상으로. 왜냐하면 그는 나에게 우유와 그의 시간이라는 젖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포유류의 자랑감이었다.
베를린 동물원의 크누트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토스카에게 버림받고 인큐베이터에 잠시 머물다가 사육사 마티아스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자란다. 크누트의 삶은 자의식이 강했던 할머니와 엄마의 삶과는 전혀 달랐는데, 동물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간의 도움을 받으며 갇혀 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보다 훨씬 행복했다. 그는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 주는 마티어스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북극곰이라는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동물 스타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심벌로서도 명성을 떨친다. 그러나 아기 곰이 아기 곰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크누트는 또다시 엄마와 이별하고 만다.

후일담
● <서울신문> 2015년 6월 24일 자 '크누트를 아시나요?…북극곰 母子의 비극'
● KBS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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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속의 에튀드]는 음악에서의 ‘에튀드(연습곡)’처럼 전조轉調되는 소설, ‘에튀드(연구)’란 단어의 본래 의미처럼 세 북극곰의 시각에서 문화사와 시대사를 연구하는―E. T. A. 호프만의 ‘수고양이 무어’나 카프카의 ‘빨간 페터’가 자신들의 전기傳記를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소설이다. 기독교 신화에서 곰은 가장假裝 예술가이자 변장한 악마이며 그런 점에서 곰의 언어는 거짓의 언어이다. 그러나 다와다가 우리 앞에 풀어놓는 곰들은 친근한 동물이고, 변신 후에도 인간을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애쓴다. 한편 다와다는 실제 사실에 기반하여 크누트의 혈통에 대해 들려주는데, 세대 소설, 이민자 소설, 시대소설, 동물 소설이라는 만화경에 반사된 나머지 부분은 그녀의 어마어마한 상상력에 힘입은 것이며, 이는 때때로 초현실주의와 마술적 사실주의를 연상시키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상상력이다.
- 귄터 블람베르거 / 2016년 11월 20일 다와다 요코 클라이스트상 시상 연설에서

● 다와다 요코는 불안정한 우주를 써 내려간다. 윙윙대는 파리는 이마에 부딪치는 문장이 되고, 귀앓이는 임신이 된다. 그것은 외국어로 의미를 더듬거나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는 것 같은 해리解離를 초래한다.
- 애심토트 저널

● 다와다 요코의 텍스트에서는 꿈의 영역과 현실이 유쾌하게 겹쳐진다. 세부 요소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명해 보였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준다. [눈 속의 에튀드]는 시대사로도,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프리즘으로도 읽을 수 있다. 아니면 단순히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혹은 이민 문학에 대한 패스티시로도 읽을 수 있다.
-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 줄거리와 구성의 경이로운 하모니에도 불구하고 [눈 속의 에튀드]에서 진정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책장에서 뛰쳐나와 실제로 노래하는 다와다의 글 자체다.
- NPR(미국공영라디오방송)

● 이 소설은 다와다 요코가 처음에는 일본어로 썼고, 그다음에 그것을 독일어로 직접 번역했다는 의미에서 ‘이중으로 번역’되었다. 심지어 번역의 추가 층도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책의 제1장은 러시아어 화자인 곰에 의해 서술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고립에 대한 힘 있는 이야기 속에서 줄거리 자체는 세계를 누비는 북극곰 삼대를 따라간다.
- 페이스트 매거진

● [눈 속의 에튀드]는 몽환적인 환상과 실제에 근거한 현실의 몹시도 생경한 혼합물이다. 인간과 비인간, 자아와 타자 사이의 투과성에 대한 카프카적인 탐구인 다와다 요코의 황홀한 소설은 또한 이주, 시민권, 기후변화와 같은 시의적절한 문제를 다룬다.
- 내셔널(스코틀랜드 일간지)

● 다와다는 카프카의 위대한 제자다.
- 뉴욕 타임스

● 다와다의 통찰력 있는 아이러니와 덤덤한 초현실주의는 집(가정-고향-고국)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마모시키고, 틀로부터 자유로운 또 다른 이야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결합한다. 매혹적인 정신에서 나온 흡인력 있는 작품.
- 커커스 리뷰

● 소설의 첫 번째 곰은 글쓰기를 ‘위험한 곡예’로 묘사한다. [눈 속의 에튀드]에서 다와다는 노련한 서커스 출연자의 힘들이지 않은 우아함으로 이 곡예를 성공시켜 보인다.
- WWB(국경 없는 말들)

● 인간의 손에 자란 곰의 내면의 목소리를, 작가 다와다는 ‘북극곰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신중하게 대변하고 있다. 동물 바보도 소설 애호가도 다 같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갖춘, 이것은 북극곰 삼대의 걸작 연대기다.
- 도요자키 유미 / 평론가, [나미] 2011년 2월 호

● [눈 속의 에튀드] 속 동물 캐릭터들은 자연상태를 미화 ...

목차 TOP

[눈 속의 에튀드]에 부쳐

눈 속의 에튀드
 제1장 할머니의 진화론
 제2장 죽음의 키스
 제3장 북극의 추념

작품 해설
다와다 요코 작품 목록

본문중에서 TOP

얼어붙은 땅이 녹고 질척거리며 징징거린다. 간지러운 콧구멍에서 콧물이 벌거벗은 달팽이처럼 기어 나온다. 눈물이 눈 주위의 부어오른 점막 피부에서 흘러나온다. 한마디로 말해서 봄은 슬픔의 계절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봄이 그들을 더 젊게 만들어 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더 젊어지는 사람은 유년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것은 그를 아프게 만든다. 그 회의에서 의견을 첫 번째로 말한 존재가 나라는 것이 자랑스러워 한동안은 기분이 최상이었다. 나는 내가 어떤 연유로 이렇게 손을 빨리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지식에 대한 갈증이 없었다. 지식이라는 이미 엎질러진 우유를 잔에 다시 담고 싶지도 않았다. 아주 달콤한 우유 향내가 식탁보에서 풍겨 나왔고 나는 나의 봄에 대해서 울어 버렸다. 유년 시절이, 쓴 꿀맛이 내 혀를 찔렀다. 내게 음식을 장만해 준 사람은 언제나 이반이었다. 나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엄마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 '제1장 할머니의 진화론' 중에서/ pp23~24)

이반이 불쑥 내 옆에 서서 내가 쓴 글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이반, 요즘 어떻게 지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나는 ...

저자소개 TOP

다와다 요코 [저]

독일 베를린에 살면서 독일어와 일본어, 두 나라 말로 글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2년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이주했다. 1990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 대학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2000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건너갔던 열아홉 살의 경험은 삶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기나긴 기차 여행 동안 물을 갈아 마시며 서서히 낯선 세계에 가까워진 그녀는 독일에 도착하여 전혀 알지 못했던 언어를 새로 익히면서 그때까지 알았던 세상과 사물을 송두리째 다시 보는 전율적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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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역]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일 사실주의 소설, 현대 소설, 이민 문학과 비교 문학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 [사실주의 소설의 침묵하는 주인공들], [한국 문화를 쓴다], [서양문화를 쓴다], [카프카 유대인 몸]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에다](공역), [개인의 발견], [목욕탕], [영혼 없는 작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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