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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 뉴 노멀과 언택트, 연결과 밀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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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기,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무수한 담론 속에서 정확하고 정직한 정보와 날카롭고도 살뜰한 논의를 힘껏 붙잡는 책이 출간되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서 분투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와 뾰족하고 집요한 취재로 대중에게 분명한 정보를 제시해온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가 의기투합했다. 추천사를 쓴 작가 김혼비의 말을 빌리면, 이 책에는 “‘확진자’와 그 숫자를 단지 코로나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단서로서 코드화하지 않고 고통받는 개인으로서, 막지 못해 참담한 사건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깃들었다.

책은 감염병의 한복판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하며,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전망한다. 이재갑 교수는 1부에서 정책 자문에 힘쓰며 전국의 치료 현장을 누볐던 100일간의 숨 가빴던 기록을 들려준다. 2부와 3부에서는 총 8장에 걸쳐 두 저자의 심도 있는 대담이 이어진다. ‘바이러스’, ‘질병관리본부’, ‘공공의료’, ‘역학조사관’, ‘숨겨진 그늘’, ‘혐오’, ‘방역과 정치’, ‘뉴 노멀과 언택트’ 등 각각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일상 속 연결과 밀도에 관한 고민과 사유가 독자 안에서도 움트고 확장될 것이다.

★★★★★★

바이러스가 침투한 곳곳의 깊숙한 면면을
섬세하고 뾰족하게 들여다보는 시도


어쩔 수 없이 2020년을 바이러스와 살아왔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등 당장 21세기 들어서만도 우리 삶에 쓰라린 흉터를 남긴 여러 바이러스가 있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와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그때마다 현장에서, 각자의 영역에서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맞섰다. 모든 바이러스는 혹독하고 뼈아팠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 사회를 위한 분석과 모색을 건져내야만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는 맥락을 살피고 나니, 두 사람은 마음이 급해졌다. 지구 가열이 초래하는 기후 위기,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을 대량 사육하는 축산업 그리고 끊임없는 생태계 파괴 등이 바이러스 유행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된 까닭이었다. 그리고 2019년 12월 31일, 신종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생했다”고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한 것이다.
여기,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무수한 담론 속에서 정확하고 정직한 정보와 날카롭고도 살뜰한 논의를 힘껏 붙잡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이러스가 침투한 곳곳의 깊숙한 면면을 섬세하고 뾰족하게 들여다보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한 당시, 머리를 맞대고 신종 바이러스의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성찰했던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가 다시금 의기투합했다. 이재갑 교수는 이번 정국에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며 때로는 눈물 젖은 호소로, 때로는 강하고 단호한 의견 제시로 지치고 힘든 국민들을 다독이며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강양구 기자는 특유의 뾰족하고 집요한 취재로 대중에게 분명하고 명료한 정보를 제시하며, 과학전문 기자로서 안갯속에서 불안함을 걷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두 저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감염병의 한복판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분석하고, 진단하며, 우리 사회는 대관절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전망한다. 이어서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가운데 똑바로 직시하고 구축해야 할 모든 장소와 의식에 관한 정교하고도 귀중한 논의를 주고받는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바이러스와 인간, 자연과 사회, 정치와 연대를 넘나들며 이 땅의 건강과 안녕을 모색하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다.

코로나 100일, 숨 가빴던 시간들
한국 사회의 생생한 순간을 복기하다


이재갑 교수는 1부에서 정책 자문에 힘쓰며 전국의 치료 현장을 누볐던 100일간의 숨 가빴던 기록을 들려준다. 때로는 ‘전문가’로, 때로는 ‘자문역’으로 밤낮없이 동분서주하며 움직였던 나날과 한국 사회의 생생한 순간을 한 톨도 놓치지 않고 끌어모았다. 2019년 12월 마지막 날, 이재갑 교수는 중국 정부의 소식을 듣자마자 2015년 한국에서 유행했던 메르스를 떠올린다. ‘또 신종 바이러스인가?’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1월 7일 질병관리본부는 이재갑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한에 다녀왔고”,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그리고 1월 9일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때부터 이재갑 교수의 시간은 긴박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훗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복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게 될 몇몇 회의”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1월 10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민간감염병전문가 자문회의’부터 1월 27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탄생한 대량 검사 시스템, 1월 말부터 터져 나온 ‘중국인 입국 금지’ 논쟁, 2월 18일 대구에서 발생한 31번 환자, 새벽녘 단체채팅방에서 만들어진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 2월 말 청도대남병원 사태, 3월 초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등 초기 100일간 있었던 중요한 많은 대목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겼다. 이재갑 교수가 틈이 날 때마다 페이스북 등에 짤막한 메모를 남겨둔 것이 지난 시간을 더듬는 과정에서 긴요하게 쓰였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한 문장 한 문장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적어 마음속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고 실낱같은 희망이 솟았다.”
('1부 ‘코로나19, 100일의 기록' 중에서/ p.39)

안타깝게도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현시점(8월 말 기준)에서 지난 100일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두 저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의 다급했던 순간부터 바로 얼마 전에 이르기까지 TV, 라디오, 신문, SNS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언제건 올 수 있음”을 꾸준히 알려왔다. 그러나 다행히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긴장의 끈이 서서히 느슨해지면서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 속에서 흩어지고, 문제 제기는 휘발되었다. 두 저자가 스스로를 가리키는 표현이 ‘양치기 소년’ 혹은 ‘카산드라’인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다. 다시 한번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야 하는 지금, 의학과 과학과 행정이 만나 절박하게 움직였던 그때 그 현장을 뜨겁고도 담담하게 풀어낸 책의 1부는 우리에게 무겁고도 유효하게 다가온다.

감염내과 의사와 과학전문 기자가 쏟아내는
특별하고 또 절실한 말과 말


2부와 3부에서는 총 8장에 걸쳐 두 저자의 심도 있는 대담이 이어진다.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시작으로, 신천지, 요양시설, 콜센터 등 우리 사회에 숨겨져 있는 그늘부터 혐오와 편견에 관한 지점까지 바이러스가 똬리를 튼 곳곳을 긴 호흡으로 차분히 되짚어본다. 나아가 질병관리본부와 공공의료를 둘러싼 방역 체계를 점검 및 진단하고, 뉴 노멀 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가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지만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를 치밀하게 톺아본다. 각각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일상 속 연결과 밀도에 관한 고민과 사유가 독자 안에서도 움트고 확장될 것이다.

각자 이런저런 일로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만나면 우리의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방송이나 지면은 정해진 한계가 있기에 늘 못다 한 말이 있었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그런 아쉬움 없이, 그야말로 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프롤로그 ‘할 이야기가 넘쳐난다' 중에서/ p.9)

1장 ‘바이러스’에서는 바이러스 유행의 환경적인 맥락에서부터, 바이러스에 날개를 달아준 ‘진짜 사정’을 살펴본다. 2장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우리나라 관료주의의 특성이 방역 행정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서 3장 ‘공공의료’에서는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이 가진 한계와 이후 공공의료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한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지만 숫자도 시스템도 모두 부족한 ‘역학조사관’과 관련된 주제는 4장에서 다룬다.
5장 ‘숨겨진 그늘’에서는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가며 드러낸,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약한 고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신천지, 노인 요양시설, 콜센터와 택배 물류센터 등 한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바이러스에게도 취약한 곳이었음을 역설한다. 6장에서는 ‘혐오’가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이론을 소개하며, 그럼에도 “바이러스만큼이나, 아니 더 위험하다”(203쪽)고 목소리 높인다. 7장 ‘방역과 정치’에서는 대한민국은 그리고 다른 나라는 어떠하였는지 돌아보고, 바이러스와 민주주의에 관해 논한다. 8장 ‘뉴 노멀과 언택트’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육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취약한 구조와의 진지한 대면을 제안한다. 두 저자는 뉴 노멀에 맞게끔 사회 구조를 바꾸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여겨지던 여러 요소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또한 대담 중간중간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숱한 이슈와 논란과 관련하여,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가 합의한 ‘진실과 거짓’을 Q&A 형식으로 다루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이야기가
공허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각각 부단한 연구와 취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해온 두 저자인 만큼, 이들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살갗에 아플 만치 생생하게 와닿는다. 이재갑 교수는 2015년 1월 에볼라가 확산한 서아프리카에 바이러스병 대응 긴급구호대 팀장으로 파견되어 ‘에볼라 파이터’로서 치료 현장을 지킨 바 있고, 같은 해 5월에는 국내에 유행한 메르스에 맞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강양구 기자는 2003년, 2009년, 2015년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유행 사태를 끈질기게 취재해왔다.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온갖 정보와 전망들로 혼란스러울 때면, 언제나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의 글부터 찾아 읽곤 했다. 그들을 신뢰하는 이유—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진단과 시야를 넓혀주는 분석, 무엇보다 ‘확진자’와 그 숫자를 단지 코로나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단서로서 코드화하지 않고 고통받는 개인으로서, 막지 못해 참담한 사건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깃든 이 책 역시 코로나를 둘러싼 가장 유효한 쟁점들을 세밀하게 다룬다. 그 세밀한 시선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명제인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를 넘어서 ‘돌아가서는 안 되는 과거’가 무엇인지에까지 가닿아 있고, 그 중심엔 그동안 외면하고 방치해왔지만 바이러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회의 취약한 고리들이 있다.
-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저자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숱한 예측과 분석 속에 잠겨 있다. 소위 뉴 노멀과 언택트로 대표되는 새로운 일상에 관한 전망은 분야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하나의 아포리즘처럼 우리 삶을 포장하는 용도로 쓰인다. 책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경계를 잊지 않는다.

이재갑: 바이러스가 취약한 곳을 골라서 일부러 침범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바이러스는 그 사회 전체를 공격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곳은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반면, 취약한 곳은 막아내기는커녕 그것이 똬리를 틀고 번식할 기회를 제공하죠. 답답한 일입니다.

강양구: 결국 그런 약한 고리를 어떻게 강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서 비대면 이른바 언택트 사회를 둘러싼 이야기가 공허해지지 않겠죠. 그런데 정작 그런 부분보다는 “언택트, 언택트” 하면서 유행만 좇는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5월 6일부터 시작한 생활 방역을 둘러싼 논의도 마찬가지고요.
('3부 ‘바이러스와 사회’ 중에서/ p.178)

책은 소위 ‘K-방역’이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서도 다룬다. 두 저자는 그것이 “임기응변과 피와 땀”이었다고 말한다. “그때그때의 임기응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의료진을 비롯한 다수의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긴 희생들”(171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정말로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전 세계가 동경하던 유럽과 미국 사회는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공격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졌다. 각각의 사회 공동체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는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 또한 또렷했다. 이것이 코로나19와 마주한 2020년 우리의 모습이다.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가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당신과 함께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점검해보려 한다. 두 저자의 뜨겁고도 치열한 고민과 사유를 이 책에 꾹꾹 눌러 담아, 우리 사회와 나의 일상이 코로나19로 어떻게 바뀌었고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 단서를 찾기 원하는 모든 독자에게 건넨다.
바이러스와 살아가는 이 경험을 어떻게 성찰하고 또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삼느냐에 따라서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재갑 교수와 함께 작업한 이 책이 그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만드는 데 낮은 목소리의 발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 당신이 목소리를 들려줄 차례다.
('에필로그 ‘어떻게 바이러스와 살아갈까?’ 중에서/ p.250)

추천사

코로나19에 관해 쏟아지는 온갖 정보와 전망들로 혼란스러울 때면, 언제나 이재갑 교수와 강양구 기자의 글부터 찾아 읽곤 했다. 그들을 신뢰하는 이유—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진단과 시야를 넓혀주는 분석, 무엇보다 ‘확진자’와 그 숫자를 단지 코로나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단서로서 코드화하지 않고 고통받는 개인으로서, 막지 못해 참담한 사건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깃든 이 책 역시 코로나를 둘러싼 가장 유효한 쟁점들을 세밀하게 다룬다. 그 세밀한 시선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명제인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를 넘어서 ‘돌아가서는 안 되는 과거’가 무엇인지에까지 가닿아 있고, 그 중심엔 그동안 외면하고 방치해왔지만 바이러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회의 취약한 고리들이 있다.
몸과 몸의 경계가 허물어져 개인의 몸이 공동체의 집합적 몸의 일부가 된 시대에 이 약한 고리는 더 이상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제라도 모두가 함께 고쳐나가야 하며 그것이 바이러스가 그나마 허락한 짧은 반격의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이 사무치게 다가왔다. 우리가 모색해야 하는 건 결국 함께 살아나가는 길이다. 타인들과 그리고 바이러스와도.
- 김혼비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저자

목차

프롤로그∥할 이야기가 넘쳐난다_이재갑

1부 코로나 19, 100일의 기록
2009년 12월 31일-모든 일이 시작됐다 | 2020년 1월 10일-첫 회의 | 1월 26일- 3번 확진 환자: 바이러스가 정체를 드러내다 | 1월 27일-서울역에서 탄생한 검사 시스템 | 1월 30일-‘중국인 입국 금지’ 논쟁 | 2월 초-아슬아슬, 조용조용 | 2월 18일-대구: 대유행의 시작 | 2월 20일-최악의 상황에서 마련된 ‘K -방역’ | 2월 23일-청도대남병원의 비극 | 3월 2일-행동 백신: 사회적 거리 두기 | 3월 초-서서히 잡히는 불길

2부 바이러스와 시스템
1장 바이러스
바이러스와의 접촉, 이렇게 시작된다 | 모든 바이러스는 언제건 터질 수 있다
Q&A 1, 2

2장 질병관리본부
메르스에서 코로나19까지, 질본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야기 | 무늬만 차관, 권한은 없는 질병관리본부장 | 질병관리본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관료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 코로나19 정국에서 단연 눈에 띈 한 사람, 정은경 본부장
Q&A 3, 4

3장 공공의료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 |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Q&A 5

4장 역학조사관
숫자도 시스템도 모두 부족하다 | 최전선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방법은 없을까?
Q&A 6

3부 바이러스와 사회
5장 숨겨진 그늘
신천지 | 정신병원, 요양시설 | 장밋빛 제2의 인생?: 고령사회의 민낯 | K -방역이란 무엇인가 | 콜센터, 택배 물류센터: “아파도 꾸역꾸역” | “취약한 곳은 재난 후에도 취약하다”: 큰 물음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
Q&A 7, 8

6장 혐오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 | 코로나19와 중국 혐오 | 그다음은 신천지 신도 | 이태원발 집단감염 |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Q&A 9, 10

7장 방역과 정치
대한민국은 달랐다 | 다른 나라는 어떠하였는가? | 바이러스와 민주주의
Q&A 11, 12

8장 뉴 노멀과 언택트
한국 사회와 교육 | 취약한 구조와의 진지한 대면 | 새로운 시대의 변화: 작지만, 훨씬 큰 감동을

에필로그∥어떻게 바이러스와 살아갈까?_강양구

본문중에서

코로나19와 함께 이렇게 7개월을 지냈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시간을 1년은 더 보내야 할 듯하다. 지칠 수밖에 없지만 지치면 안 되는 나날이 계속된다. 지금도 코로나19 환자의 격리병실 근처 당직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바이러스와 살아가는 일이 숙명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잘 겪어내고야 말리라는 각오를 다시금 해본다.
('프롤로그' 중에서/ p.8)

아니나 다를까 1월 25일, 우한에서 입국한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그와 함께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밥을 먹었던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1월 30일). 6번 환자의 가족 두 명(10번과 11번)도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1월 31일).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 나는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세 글자를 간신히 참았다. 아니, 어쩌면 나도 모르게 뱉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망했다.”
한국의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2015년 한국을 덮쳤던 메르스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1부 코로나19, 100일의 기록' 중에서/ p.22)

하지만 그렇게 국경을 막고서 방심한 탓에 미국은 초기 방역에 실패했고, 뉴욕을 비롯한 동부 지역의 의료 체계가 붕괴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8월 현재 미국 서부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여전히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발 입국 금지를 시행했던 미국의 실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지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다. 그리고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전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한국은 결국 유일하게 문을 열어놓은 나라가 되었다. 입국 금지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감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서도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의 ‘국제 협력’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1부 코로나19, 100일의 기록' 중에서/ p.32)

그래서 다음 순서로 김건엽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김영애 대구시 국장과 함께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러 갔다. 밤 열한 시 반이었다.
우선 환자를 빨리 진단해야 격리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 진단 체계를 시급히 갖추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앞서 소개한 대규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도 말했다. 그러나 권영진 시장은 생각이 달랐다. 그런 식으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 지나가는 시민이 보고 불안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30분가량 이야기를 나누어도 설득이 되지 않자,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다음 주에 1,000명이 발생하건 500명이 발생하건 알아서 하십시오.”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정치인에게 치미는 화를 못 참고, 돌이켜보면 가시 돋친 말도 건넸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실무진들을 생각하니 슬프고 분했다. 이후 대구시 차원에서는 대규모 선별진료소가 바로 설치되지 않았다. 우리가 제안한 대규모 선별진료소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선별진료소라는 새로운 형태로 민간에서 먼저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1부 코로나19, 100일의 기록' 중에서/ p.45)

이재갑: 바이러스에 진짜(!) 날개를 달아준 사정도 있습니다. 21세기 들어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이유를 따져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전에도 인수공통 감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왔던 적은 있었습니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독감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돼지를 거쳐서 사람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까요. 사실 스페인독감 외에도 이런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전 세계의 인적·물적 교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설사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왔다고 하더라도 인간 사회에 자리를 잡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혹은 자리를 잡더라도 아주 제한된 지역의 풍토병으로 남는 수준이었습니다.
강양구: 맞습니다. 그러다 20세기 후반부터 지구화가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죠. 배, 기차, 비행기 등으로 세계가 갈수록 압축되면서 바이러스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습니다. 운만 좋다면 2003년의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비행기를 수없이 환승하면서 지구를 불과 6주 만에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었죠. 정말 바이러스가 날개를 단 격이에요.
('1장 바이러스' 중에서/ p.70)

강양구: 실제로 교수님은 정은경 본부장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보셨을 텐데요. 그때도 굉장히 전문성이 돋보이죠?
이재갑: 저는 두 가지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말씀하신 대로 전문성이 돋보이는 부분이 있고요. 관료 입장에서 가끔 잘못한 게 있으면, 아무래도 두루뭉술한 태도를 취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정은경 본부장은 그렇지 않으세요. 특히 지난번에 3번 환자 역학조사가 잘못돼서 여섯 시간 앞당겼을 때도 그랬고요.
('2장 질병관리본부' 중에서/ p.104)

이재갑: 우리가 2015년 메르스 유행을 겪고 나서 음압격리병실을 확충해야 한다고 난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반발이 심했어요. 왜냐하면 병원 입장에서 음압격리병실을 확충하고 유지할 만한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거든요. 만약 정부가 음압격리병실 시설비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유지 비용까지 어떤 식으로든 지원했더라면 결과는 나았겠죠.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수가를 지급했으면 민간병원의 음압격리병실 설치는 훨씬 더 쉽게 진행되었을 거고요. 지금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잘 사용했을 거예요.
('3장 공공의료' 중에서/ p.123)

강양구: 저는 역학조사관도 가급, 나급, 다급으로 나누지 말고 차라리 아예 다른 명칭이 어떨까 싶어요. 이를테면 ‘역학조사요원’이랄까요? 그리고 나급이나 다급 역학조사관은 아예 특정직 공무원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역학조사관이 특정직 공무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력과 함께 승진도 되도록 만들어야죠.
('4장 역학조사관' 중에서/ p.133)

이재갑: 3월에 구로구 콜센터에서 처음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창피했어요. 부끄러웠습니다. 매일 요양병원 같은 노인 요양시설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곳을 떠올리지 못했으니까요. 택배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밀집 시설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말을 수없이 했으면서도, 정작 어떤 일터가 그런 곳일지는 감을 못 잡았거든요.
‘나도 말만 전문가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창피하더라고요. 전문가라면 마땅히 “콜센터 같은 곳이 위험합니다”, “택배 물류센터 같은 곳이 위험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지금도 우리 사회의 어떤 곳이 취약한지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만, 바이러스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을 공격하더군요.
('5장 숨겨진 그늘' 중에서/ p.174)

강양구: 사실 신천지 교회도 그렇고 성 소수자도 그렇고 혐오가 방역에 도움이 안 되잖아요.
공동체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의심 환자가 자신 있게 “나 감염된 것 같아요!” 하고 손을 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방역 당국이 재빠르게 조치해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격리해서 치료할 수 있죠. 그런데 감염자를 낙인찍고, 질책하고, 혐오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분위기에서 의심 환자는 손을 드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그렇게 주저하는 의심 환자가 많을수록 방역은 어려워지고 공동체는 위험에 빠집니다. 나와 가족 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상상황에서 쉽게 우리를 지배하는 혐오 감정과 싸워야 합니다. 혐오는 바이러스만큼이나, 아니 더 위험하죠.
('6장 혐오' 중에서/ p.202)

강양구: 그런 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만 칭찬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 가지 짚자면, 대한민국은 마지막까지 문을 닫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국가였어요. 이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재갑: 나중에 그것만으로도 분명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치적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리라 확신합니다. 바이러스가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개방의 가치를 지킨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나중에 바이러스 확산이 잡히고 나서, 다시 세계 각국이 교류할 때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거예요.
('7장 방역과 정치' 중에서/ p.213)

강양구: 저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의 약한 고리를 이곳저곳 살펴봤어요. 그런 약한 고리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당연시하면서 외면해왔던 것들을 이 기회에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는지를 살피자는 거예요.
덧붙이면, 이런 것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언택트 사회를 말하면, 꼭 사람은 만나야 한다고 눈을 치켜뜨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굳이 꼭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몰라요. 언택트 사회는 정말로 꼭 만나야 하는 사람, 곁에 둘 소중한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런 세상입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저자 김혼비 작가님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분과 오랜만에 만났어요. 요즘 사람을 보는 일이 줄어서, 한 달 만의 외부 만남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요즘 같은 때에 자기가 사람을 만나는 기준이 이렇대요. 바이러스가 옮는다고 하더라도 원망스럽기는커녕 그 사람이 걱정될 그런 관계만 본다고요.
당연히 기분이 좋았죠. 그러고 나서, 이런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언택트 사회라고 해서 모두와 관계를 끊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일수록 꼭 만나고 싶은 사람,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망은 더 강해질 거예요. 그러면서 인간관계의 결속도 훨씬 더 강해지고 깊어지고 충만해질 테고요.
('8장 뉴 노멀과 언택트' 중에서/ p.243)

그러다 이재갑 교수와 나누었던 경험과 고민을 좀 더 많은 시민과 함께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수에게 처음 책 집필을 권하고, 이렇게 같은 책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이유다. 어쩔 수 없이 2020년을 바이러스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당신과 함께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점검해보고 싶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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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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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2004년 고려대의료원 내과 전공의를 수료했고, 2007년까지 3년간 카자흐스탄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했다. 2015년 1월 에볼라가 확산한 서아프리카에 바이러스병 대응 긴급구호대 팀장으로 파견되어, ‘에볼라 파이터’로서 치료 현장을 지켰다. 같은 해 5월에는 국내에 유행한 메르스에 맞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6년 고려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이자 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생년월일 1977~
출생지 목포
출간도서 30종
판매수 27,927권

미디어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저널리스트이자 지식 큐레이터로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 언론상, 녹색 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과학의 품격』,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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