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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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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까지
‘한류의 역사’를 담아내다
“왜 사람들은 BTS와 <기생충>에 열광하는가?”


김 시스터즈는 미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었다. 미국 최고의 버라이어티쇼였던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악기를 20가지나 연주할 줄 아는 소녀들”로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어 25번이나 출연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 시스터즈는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해송과 이난영의 두 딸, 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이었다.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BTS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기생충>은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뜨겁게 발현되는 놀이 문화, 대중문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런 열정을 쏠림 현상으로 전화(轉化)시키는 한국 사회의 소용돌이 체제, 생존 본능으로 고착된 치열한 경쟁 문화 등으로 대변되는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이 한류를 만들어냈다. 세계 인구의 0.7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0.7퍼센트의 반란’ 또는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로 불리기도 한 한류 열풍은 ‘대중문화 공화국’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이 ‘대중문화 공화국’이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식민통치의 상처에 신음하는, 땅 좁고 자원 없는 나라가 살 길은 근면과 경쟁뿐이었다. 한국은 그냥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선진국이 되는 것을 국가 종교로 삼은 나라가 아닌가. 그래서 택한 게 바로 ‘삶의 전쟁화’였다. 전쟁하듯이 산다는 것이다. 서열 체제는 완강하고, 그래서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집단적으로 질주하는 1극 집중의 ‘소용돌이’ 문화는 수시로 온 사회를 뒤흔든다. 우리는 그것을 ‘역동성’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그런 전쟁과 역동성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대중문화였다.
『한류의 역사』는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 위에서 피어난 한류의 역사를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에 걸쳐 기록하고 탐구한다. K-pop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등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담았다. 한류의 출발점을 8․15해방으로 설정한 것은 비교적 실체가 있는 한류의 현대적 근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한류’의 역사인 동시에 ‘한류론’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류를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주요 평가들도 동시에 소개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시공간적 맥락을 살피면, 한국인들이 한류에 대해 느끼는 강한 자부심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경제 못지않은 ‘압축 성장’을 이루었기에, ‘춥고 배고프게’ 살았던 시절,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강대국들에 치이는 현실과 대비해 일부 한국인들의 자부심이 ‘오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세계와 세계인들을 열광시킨 ‘한류의 역사’를 여행해보자.

AFKN을 통해 들어온 미국의 대중문화

1945년 8·15해방 후 미군의 주둔과 함께 이른바 ‘양키이즘’이 유입되어 미군의 기지촌 문화는 사회 전반으로 파급되었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춤바람’이었다. 춤바람은 미군의 댄스파티에서 시작되었다. 1957년 9월 15일 AFKN-TV가 개국하면서 미국의 대중문화는 한국에 유입되었다. 그 후 40년 동안 AFKN은 사실상 한국 방송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AFKN 키드’를 양산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열 살 무렵부터 AFKN으로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봉준호의 ‘영화적 세포’의 원천은 AFKN이었다.
1960년대의 젊은이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사랑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할리우드 키드’였다. 일부 국산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1961년 서울 시내 남녀 고교 3학년 5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2.6퍼센트가 월 1~3회꼴로 영화를 보는데, 92.3퍼센트가 외화를 좋아하며 단 5.6퍼센트만이 한국 영화를 본다고 응답했다.
1970년대의 청년문화는 통블생, 즉 통기타, 블루진, 생맥주로 상징되었다. 양희은이 부른 <아침 이슬>을 비롯한 ‘포크 음악’이 큰 인기를 누렸으며, 라디오 DJ 프로그램은 포크 음악과 외국의 팝송 중심으로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1972년 10월 유신 독재 체제가 들어섰지만, ‘청년문화’마저 억누를 수는 없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통블생과 고고춤을 ‘퇴폐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옹호의 목소리도 있었다. 1972년 최고 인기 가요는 남진의 <님과 함께>였는데, 남진과 나훈아의 트로트 음악 대결 구도는 많은 팬을 불러 모았다.
1980년대의 가요계는 조용필의 시대였다. 1980년대를 통틀어 시종일관 대중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가수는 단연 조용필이었다. <창밖의 여자>, <정>,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담은 1집 음반은 당시로서는 150만 장의 판매고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가 낸 음반은 모두 히트했으며 가요계의 상이란 상은 거의 모두 휩쓸었다. 그게 미안했거나 아니면 성가셨던지 조용필은 1980년대 중·후반에는 아예 모든 가요상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사랑이 뭐길래>와 <질투>가 한류의 기원이다

1991년 11월 23일부터 1992년 5월 31일까지 방송된 MBC의 <사랑이 뭐길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평균 시청률 59.6퍼센트로 역대 1위, 최고 시청률 64.9퍼센트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작가 김수현의 체취를 물씬 풍기는 이 드라마에서 스토리나 구성은 별 의미가 없었다. 김수현 드라마의 생명이 ‘대사’에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대사는 ‘사고’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김수현의 언어는 상식과 사회통념마저 해부해 뒤집어버리는 해체의 성격이 강했다. 그간 방송 언어가 ‘위생 처리’된 ‘위선의 언어’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추상’을 끊임없이 ‘구체화’하는 김수현의 언어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건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1992년 6월 1일부터 7월 21일까지 MBC에서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인 <질투>가 방영되었다. 일부 일본 비평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채 젊은이들의 화려한 환상에만 몰두하는 이 새로운 장르를 “골빈 여자들의 허영심에 아부하는 쓰레기”라고까지 비난했지만, 스토리는 진부했지만 감각은 소비주의적 첨단이었다. 감각적인 소비문화를 긍정한 이 드라마에서는 갈등과 고민조차도 소비 지향적이었다. 갈등과 고민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느냐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느냐 하는 정도의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1997년 중국에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를 한류의 출발점으로 보지만,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로 통하는 <질투>가 훨씬 큰 영향력을 미쳤기에 ‘한류의 기원’을 <질투>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랑이 뭐길래>가 한류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비교적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류’라는 작명(作名)을 낳게 하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장르의 인기와 지속성으로 보더라도, <사랑이 뭐길래>보다는 <질투>가 훨씬 큰 영향력을 미쳤기에 ‘한류의 기원’이 <질투>라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보아가 대중음악계를 강타하다

1992년 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다. 세상이 그들을 알아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데뷔 한 달도 안 돼 10대들의 우상이 되었으며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훗날 서태지는 ‘현대 K-pop의 시조’라는 평가를 듣게 된다. 특히 2017년 9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에 BTS가 스페셜 게스트로 섰다. 서태지는 전체 27곡 중 BTS와 함께 8곡을 불렀다. 사람들은 이 공연을 ‘문화 대통령과 대세돌의 만남’이라고 불렀다.
1996년 9월 데뷔한 HOT는 강타, 문희준, 토니 안, 장우혁, 이재원 등 멤버 5명이 모두 남자 고등학생이었다. 이수만은 ‘춤, 노래, 외모를 갖춘 10대’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아이돌 댄스 그룹을 기획했는데, HOT․SES․신화를 연달아 성공시킨 뒤 1998년 HOT를 중국 시장에 진출시키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게 된다. 이수만이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의 HOT 성공에 자극받은 대성기획은 1997년 초 HOT와 동일한 콘셉트의 젝스키스를 기획해 성공시킴으로써 이후 대형 기획사의 전성시대를 열게 된다. 이른바 ‘1세대 아이돌 그룹’의 탄생이었다.
2000년 국내 무대에 데뷔, 2001년 1월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그 해 5월 일본에서 첫 싱글을 발매한 보아는 이듬해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고, 연말 가요 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 6년 연속 출전하며 K-pop 열풍을 이끄는 맹활약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자국의 ‘J-pop’에 대한 상대적 의미로 ‘K-pop’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도 바로 이즈음이었다. 또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pop’이라는 단어가 등재된 것은 2002년이었다. 2003년 6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당시 한일정상회담의 만찬회에 초청되어 민간 외교사절 구실도 톡톡히 했다. 전문가들은 보아의 성공 비밀을 철저한 시장조사에 의한 사전준비와 기획에서 찾았다. 4년간의 트레이닝, 일본어 습득을 위한 어학연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그것이다.

‘<겨울연가> 신드롬’과 ‘욘사마 경영학’

2003년 4월 3일 <겨울연가>가 NHK 위성방송 BS2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되기 시작했다. 판매 대금은 국내 드라마 수출 사상 최고가인 4억 4,000만 원이었다. <겨울연가>는 방송사 사정으로 여름 들어 3주간 송출되지 않았는데, NHK 측은 “방송이 일시 중단되자 40대와 50대의 여성층을 중심으로 하루 수천 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며 “이는 전에 없던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그 후 <겨울연가>의 인기가 지속되자 NHK는 2004년 4월부터 지상파를 통해 방송함으로써 이른바 ‘후유소나 신드롬’이라는 사회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20퍼센트를 넘어섰다.
11월 25일 일본 나리타공항에는 배용준을 반기느라 여성 팬 6,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일본 방송사인 TBS와 후지TV는 각각 헬기를 띄우고 총 20여 개 이상의 방송 카메라를 동원해 나리타공항 개항 이래 최대 인파가 몰린 이 진기한 장면을 생중계했다. 배용준이 ‘욘사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자 일본 기업들은 ‘배용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배용준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무려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23억 달러의 사나이’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중년 여성들은 배용준을 통해 여성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할 줄 아는 남성상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SBS의 <파리의 연인>은 니혼TV에 7억 원에 팔렸으며, MBC의 <슬픈 연가>는 완성 전에 48억 원에 일본 시장에 팔렸다. TV 드라마가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호황을 누린 건 한국인의 유별난 드라마 사랑을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2003~2004년 2년간 중국 TV에서 공식 방영된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총 359편이었는데, 이는 중국 전체에서 방영된 외국 영화와 드라마의 25.4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또한 <겨울연가>의 활약에 힘입어 드라마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이 3배로 커졌다. 전체 방송 콘텐츠 수출액의 91.8퍼센트를 차지한 드라마는 총 1만 4,265편에 5,253만 8,000달러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1,000만 신드롬’

한국 영화계에서 통용되는 ‘1,000만 신드롬’이 다시 200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와 2004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이게 다시 2006년에 재연된 것이다. 2006년 3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개봉 67일 만에 예전 기록인 관객 1,174만 명을 뛰어넘어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다. 8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최단 기간 기록을 자랑하며 개봉 21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후 2009년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 2012년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 이환경 감독의 <7번방의 선물> 등이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19년에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1,000만 신드롬’을 일으켰다.
‘1,000만 신드롬’은 한국 문화 특유의 ‘쏠림’ 현상이었다. 1,000만 관객이라지만, 영화계 쪽에서는 영화에 진짜 관심이 있어서 본 사람은 20퍼센트가 안 될 것으로 보았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어디가 음식을 잘한다고 일단 소문나면 우우 몰려가 줄을 서서라도 반드시 그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었다. 이런 쏠림은 인구의 사회문화적 동질성, 과도한 도시화와 1극 집중 체제로 인한 인구 밀집성, 남들의 언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타인 지향성의 산물이다. 이런 조건은 여론을 ‘획일화의 압력’의 산물로 보는 침묵의 나선 이론의 설명력을 높여준다. 우리는 어떤 의견과 행동 양식이 우세한지를 판단해 그에 따라 의견을 갖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중문화 소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소녀시대’ 전성시대

2010년 8월 25일 도쿄 하네다공항에는 소녀시대를 보기 위해 일본 열성 팬 800여 명이 공항 로비를 점거하다시피 했다. 그날 도쿄의 아리아케 콜로세움 공연장에는 2만 2,000여 명의 일본 팬이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일본 NHK는 9시 뉴스 톱기사로 5분간 한국 걸그룹을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을 ‘코리안 인베이전’으로 불렀다. 2010년 9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테이플스센터에서 4시간여 동안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공연에서도 소녀시대의 인기는 두드러졌다. 1,000만 명 이상 조회한 유튜브 동영상이 3편(<지> 2,255만 명, <오!> 1,950만 명, <런 데빌 런> 1,029만 명)이나 되었다.
『시사IN』은 인구 대비 소녀시대의 동영상 조회 비율을 환산함으로써 ‘소녀시대 지수’를 산정했다. 한국은 인구 100명당 9명, 싱가포르는 83명, 홍콩은 47명, 대만은 29명, 태국은 19명, 말레이시아는 15명, 캐나다와 필리핀과 베트남은 7명이었다.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주목할 만한 한국의 차세대 기업과 소녀시대의 공통점을 비교하기도 했다. 급기야 한국 경제계에는 ‘소녀시대 경영론’까지 등장했다. 오랜 연습을 통해 기량을 축적한 뒤, 당차고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소녀시대의 성공 비결을 국내 기업들도 본받자는 주장이었다.
기업들도 ‘소녀시대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KTB투자증권 대표 주원은 트위터 내 소녀시대 팬 모임인 ‘소시당’에 가입해 젊은 이용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는데, 회사 측은 “소시당의 영향 덕분인지 최근 젊은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투자 보고서에도 소녀시대 이름이 등장했다. 소녀시대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보고서에는 “소녀시대의 해외 진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는 증권사의 분석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제 곧 소녀시대의 자산 가치는 1조 원이 넘는다는 평가마저 나오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Mnet은 2009년 7월 24일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이후 수년간 한국 대중음악계를 ‘오디션 열풍’으로 몰아갔다. 특히 2010년 10월 <슈퍼스타K 시즌2>에는 지원자가 134만 830명이 몰렸고, 케이블·위성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마지막회 시청률 19퍼센트)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2년 8월에 시작된 <슈퍼스타K 시즌4>에는 208만 명이 참가했다. 여기저기 음악 학원에 “오디션 프로그램 대비 단기 속성 과외”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건 한국에선 당연한 일이었으며, 이런 희한한 ‘아이돌 고시 열풍’의 모태는 한국인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코리안 드림’이었다. <슈퍼스타K 시즌2>에서 수리공 출신 허각의 우승은 불평등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실력으로 평가하는 공정한 방법이 오디션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이를 감동시켰고, 사회적 반향도 대단했다.
<슈퍼스타K>의 성공이 부러웠던 것일까? 2011년 들어 MBC의 <위대한 탄생>, <일요일 일요일 밤에-신입사원>, SBS의 <기적의 오디션>,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 등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의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슈퍼스타K>의 성공을 꿈꾸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달려든 이유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탈락과 합격이 바로 결정되는 등 짧은 시간에 긴장감과 반전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허각처럼 평범한 사람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극적 감동을 연출하는 등 눈길 끌 만한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된 장르이기도 했다. 대중음악계의 오디션 열풍은 다소 변형된 서바이벌 형태로 힙합에도 들이닥쳤다. Mnet의 <쇼미더머니 시즌3>의 지원자는 3,000명이었지만 <쇼미더머니 시즌4>에는 약 7,000명, <쇼미더머니 시즌5>에는 9,000명, <쇼미더머니 시즌6>에는 1만 2,000명으로 증가했다. 거기에 여성판 <쇼미더머니>인 <언프리티 랩스타>도 시즌3까지 진행되었다.
그러나 2019년 11월 5일 Mnet의 <프로듀스 101> 생방송 투표수 조작이 발생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2016년 시작된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대형 연예기획사나 미디어의 개입 없이 오직 ‘국민 프로듀서’라 지칭된 시청자 투표를 통해서만 ‘데뷔조’가 결정된다는 공정성을 앞세워 신드롬적 인기를 얻었지만,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정황은 시리즈가 내세운 공정성이 결국 산업 내 고착화된 부조리를 감추기 위한 허울일 뿐이었다는 추악한 진실을 드러냈다.

한류의 그늘

한류가 국내 드라마 제작 구조를 왜곡시키는 문제들도 드러났다. 드라마 제작의 헤게모니가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로 상당 부분 옮겨가면서 빚어진 문제였다. 그러나 모든 외주제작사가 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주제작사들에도 빈부 격차가 있었으며, 이에 따른 ‘힘의 논리’가 작동했다.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관계에 있는 외주제작사들의 숨통을 쥐고 흔들었다. 이는 차라리 착취 구조의 일상화라고 하는 것이 적절했다. 급기야 외주제작사는 제작비를 벌충하기 위해 간접광고에 더욱더 의존하게 되고, 선정적·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계 역시 그런 착취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영화 제작 현장 스태프의 월평균 소득은 61만 8,000원에도 못 미치며 대부분이 부모나 배우자에게 의지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관련 아르바이트로 먹고사는 것도 여의치 않아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나서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특히 영화계에서도 스타·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스태프·영화제작가협회 사이에 스타 파워를 두고 갈등이 발생했는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영화 제작 현장의 스태프였다. 세계 최다 ‘영화과’ 보유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청년들이 젊음을 다할 때까지 대박 아니면 쪽박만이 있는 경박한 영화 시장과 싸워야만 했다.
2009년 3월 7일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탤런트 장자연이 소속 기획사가 자행한 술자리 접대와 성 상납 강요 등을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주었다. 연기자 1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9.1퍼센트인 35명이 ‘나 또는 동료가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가해자의 직업은 방송사 PD, 작가, 방송사 간부, 연예기획사 관계자, 정치인, 기업인 등이었다. 여성 연예인들의 술자리 접대는 주로 룸살롱에서 이루어졌기에 이는 ‘룸살롱 사건’이기도 했다.
한류를 위해 헌신했으면서도 독립PD 역시 갑질과 인권침해에 시달리거나 앵벌이를 강요당하기도 했다. 2017년 7월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멘터리 <야수의 방주> 촬영 중 박환성·김광일 두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두 독립PD들의 죽음 이면에 열악한 제작 현실과 방송사 ‘갑질’ 문제가 있었다. ‘사고사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8월 16일 한국독립PD협회가 개최한 ‘방송사 불공정 청산 결의 대회’에서 한 독립PD는 최근 작성된 외주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독립제작자의 권리에 대해 “방송사 권리를 제외한 나머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해놓고, 방송사 권리는 “모든 권리”라고 했다.

싸이, BTS, <기생충>

2012년 7월 15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공개되자마자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 사이트 정상을 휩쓸었고 일찌감치 빌보드 K-pop 차트 1위에 올랐다. 해외 팬이 많은 한류 스타도 아니었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어나갔다. 8월 3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1,158만 건을 넘어섰다. 8월 14일 미국 ABC 방송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는 중독적 음악이라고 보도했다. 9월 4일에는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국내 가수가 유튜브에서 단일 영상물로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었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성공은 싸이의 승리인 동시에 유튜브의 승리이기도 했다.
BTS는 데뷔하기 6개월 전인 2012년 말부터 블로그와 트위터를 개설해 SNS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제 곧 나타나게 될 ‘BTS 신드롬’의 진원지는 바로 소셜미디어였다. 이들은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꿈․삶․사랑을 주요 스토리로 담은 앨범에 걸맞게 팬들과의 실시간 1대 1 소통 방식을 택했으며, 이에 따라 충성도가 매우 높은 글로벌 다국적 팬덤 아미가 결성되어 ‘BTS 신드롬’의 동반 주역으로 맹활약하게 된다. 그러나 BTS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에 대한 ‘편견과 억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2016년 12월 BTS가 북미 투어를 앞둔 가운데 K-pop 공연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 기록을 세웠다. BTS는 미국, 브라질, 칠레 등 북남미 4개 도시에서 열리는 ‘2017 BTS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의 티켓 9만 5,000장을 전석 매진시켰다. 2017년 5월 21일 BTS는 미국의 『빌보드』가 주관하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BTS는 2018년 5월 27일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티어》가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빌보드 역사상 한국 가수가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었다. 2018년 9월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행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2019년 5월 25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2월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는 <기생충>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여했다. 또 토론토비평가협회에서도 작품상, 외국어상, 감독상을 수여했다. 『뉴욕타임스』 선임 평론가들은 <기생충>을 올해 최고의 영화 3위에 뽑았다. 2020년 1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2월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역사적인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다.

한류의 원동력은 대중문화다

한류를 성공시킨 키워드는 10가지다. 첫째, 뛰어난 혼종화·융합 역량과 체질, 둘째, 근대화 중간 단계의 이점과 ‘후발자의 이익’, 셋째, ‘한’과 ‘흥’의 문화적 역량, 넷째, ‘감정 발산 기질’과 ‘소용돌이 문화’, 다섯째, 해외 진출 욕구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 여섯째, ‘IT 강국’의 시너지 효과, 일곱째, 강한 성취 욕구와 평등 의식, 여덟째, 치열한 경쟁과 ‘코리안 드림’, 아홉째, 대중문화 인력의 우수성, 열째, 군사주의적 스파르타 훈련 등이다. 이 10가지 키워드는 ‘대중문화 공화국’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한류의 성공 배경을 설명할 수 있다.
한국인의 삶 자체가 드라마다.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할 때 ‘드라마틱하다’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바로 이 말에 ‘드라마 공화국’의 답이 있다. 한국은 문자 그대로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는데, 바로 그 파란만장의 동의어가 ‘드라마’인 셈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과 판타지, 고통과 시련의 눈물,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근거라 할 혈통주의, 그러면서 착하게 산 자신을 위로하는 권선징악의 메시지, 이것들을 담아내 매일 제공하는 게 바로 드라마다. 대중문화가 따로 존재하는가? 대중문화는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으며,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가 대중문화와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게다가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 위상이 재평가되면서 세계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목차

머리말 : 왜 한국은 ‘대중문화 공화국’인가? ․ 5

제1장 한류의 토대가 된 ‘후발자의 이익’
미군 댄스홀과 AFKN의 역할 ․ 21 | ‘미8군 쇼’는 ‘한국 대중문화의 모태’ ․ 24 | 5개 라디오 방송 체제와 ‘라디오 DJ’의 등장 ․ 27 | ‘비틀스 열풍’과 <쇼쇼쇼>의 활약 ․ 29 | ‘할리우드 키드’와 ‘세운상가 키드’ ․ 32 | ‘서울 공화국’ 체제와 TV의 대중화 ․ 35 |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 ․ 38 | 포크 음악, ‘통블생’, 이태원 ․ 40 | 대학가요제, 팝송, 미국 드라마의 인기 ․ 43 | ‘도둑 특별 경계령’을 발동시킨 일일연속극 ․ 45 | 컬러TV 방송이 몰고 온 ‘색의 혁명’ ․ 48 | 1,000만 구경꾼을 동원한 난장판 ․ 50 | ‘K-pop 열풍’을 잉태한 ‘MTV 혁명’ ․ 53 | <애마부인>과 ‘이산가족 찾기 방송’ ․ 56 | 1980년대 가요계의 슈퍼스타, 조용필 ․ 59 | 자동차 수출과 ‘86아시안게임’ ․ 62 | “한국이야말로 전화의 천국이다!” ․ 64 | ‘88서울올림픽’의 감격과 영향 ․ 66 | “FM 음악 방송과 미디어 제국주의” ․ 69 | “AFKN은 40년 동안 사실상 한국 방송” ․ 71 | ‘뱀 20마리와 암모니아 4통’이 동원된 영화계 투쟁 ․ 74 | 한류의 토대가 된 ‘후발자의 이익’ ․ 77 | ‘문화결정론’과 ‘경제결정론’을 넘어서 ․ 79

제2장 <쥬라기 공원>이 촉발시킨 ‘문화 전쟁’
“세계는 넓고 볼 것은 많다”는 위성방송의 침투 ․ 82 | ‘글로컬리제이션’의 탄생 ․ 85 | SBS는 한국 TV의 은인인가, 원흉인가? ․ 87 | MBC의 주말연속극 <사랑이 뭐길래> ․ 91 | ‘뉴 키즈 온 더 블록’ 태풍 ․ 94 | 10대의 ‘대중문화 장악’과 ‘오빠 신드롬’ ․ 97 |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 ․ 99 | 인구의 62퍼센트를 점한 ‘TV 세대’ ․ 102 |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 <질투> ․ 104 | <질투>가 ‘한류의 기원’이다 ․ 106 | <쥬라기 공원>이 촉발시킨 ‘문화 전쟁’ ․ 109 | 스필버그가 삼성 대신 제일제당을 택한 이유 ․ 113 | 진보 언론도 가세한 ‘문화 전쟁’ ․ 115 | WTO 출범, 세계화, 영어 열풍 ․ 117 | ‘케이블TV 시대’의 개막과 ‘인터넷 광풍’ ․ 120

제3장 한류의 최초 동력은 IMF 환란
음반·영화 사전 검열은 위헌이다 ․ 124 | HOT의 등장과 댄스 가수 붐 ․ 127 | MBC 드라마 <애인>과 ‘드라마 망국론’ ․ 130 | <사랑이 뭐길래>가 만들어낸 ‘한류’ 작명 ․ 133 | “IMF 환란이 없었다면 한류는 가능했을까?” ․ 136 | ‘높은 문화적 근접성’과 ‘낮은 문화적 할인’ ․ 139 | ‘일본 대중문화 개방’ 논란 ․ 141 | ‘스크린쿼터제’ 사수를 외친 영화인들의 삭발 투쟁 ․ 144 |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패싸움 ․ 146 | 문화적 권리를 박탈당한 청소년들의 팬덤 활동 ․ 149 | 한국 영화의 해외 영화제 진출 ․ 151 | <쉬리>가 선도한 영화 한류 ․ 153 | 비언어극 <난타>의 성공 비결은 ‘상업 공연’ ․ 156 | ‘문화 제국주의’를 대체한 ‘혼종성’ ․ 158

제4장 한국인의 열정과 위험 감수성
한국은 ‘노래방 공화국’ ․ 161 | “애들 일 갖고 무얼 그렇게 난리를 피우나” ․ 165 | 보아의 활약과 ‘K-pop’ 용어의 등장 ․ 167 | 톱가수 김수희의 1회 방송 출연료는 26만 원 ․ 170 | “오, 한류, 너 정말 문화 맞니?” ․ 173 | ‘한류 뒤집어 보기’와 ‘한류의 새로운 기획’ ․ 177 | 한국은 ‘신드롬 공화국’ ․ 180 | 국내의 ‘<겨울연가> 신드롬’ ․ 183 | 한류를 예고한 ‘2002 한일 월드컵 축구’ ․ 185 | 한국인의 유별난 열정과 위험 감수성 ․ 187 | 사상 최초의 방송 프로그램 수출입 흑자 ․ 190 | ‘MP3 혁명’과 업계의 재빠른 대응 ․ 192

제5장 한류 열풍의 진원지는 바로 한국
일본 NHK 위성방송을 탄 <겨울연가> ․ 196 | “보아, 일본을 삼키다” ․ 199 | 중국에서 외쳐진 “한국인 싫다, 가라!” ․ 202 | 그래도 HOT의 인기는 건재했다 ․ 204 | ‘친근감’을 앞세운 한류 마케팅 ․ 207 |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 수출 ․ 209 | 일본을 강타한 ‘<겨울연가> 신드롬’ ․ 211 | ‘현실 감각’과 ‘판타지’의 조화 ․ 214 | “일본은 한국에 미쳤다” ․ 217 | ‘한일 아줌마의 취향’ 차이 ․ 219 | ‘욘사마 경영학’ 논쟁 ․ 222 | 배용준은 ‘23억 달러의 사나이’ ․ 225 | ‘근대화 중간 단계’의 힘인가? ․ 227 | 한류 열풍의 진원지는 바로 한국 ․ 230 | “한류는 자본의 세계화 각축에서 겨우 따낸 상가 입주권” ․ 233 | 한류와 IT·자동차 산업 발전의 시너지 효과 ․ 236 | ‘대중문화 공화국’으로서의 ‘인터넷 강국’ ․ 240

제6장 한류 DNA의 비밀
“한류,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끝난다” ․ 244 | ‘K-pop’과 ‘일식한류’ ․ 247 | “한국 사람들이 좀 다르잖아요” ․ 249 | 한국인의 독특한 감정 발산 기질 ․ 251 | 찜질방은 ‘방의 디즈니랜드’ ․ 254 | 한류에 대한 일본의 열광과 반발 ․ 256 | “한류는 중국을 문화 노예로 만드는 것” ․ 259 | ‘스타 파워’와 ‘멜로드라마 과잉’ ․ 263 | 외주제작 시스템과 ‘착취 구조의 일상화’ ․ 266 |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화 조감독들 ․ 269 | 한류 문화 제국주의 논쟁 ․ 271 | ‘한류의 감격’과 ‘한류의 욕망’ ․ 274 | ‘미드 열풍’과 ‘브런치 열풍’ ․ 277 | 한류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사업 ․ 280 | 한국 영화의 ‘1,000만 신드롬’ ․ 283 | 한류에 기여한 지상파의 수직 통합 구조 ․ 287 | ‘신흥 종교’가 된 휴대전화 4,000만 시대 ․ 289

제7장 한류와 “디지털 문화 코드의 보편성”
‘이영애가 이란에 못 가는 이유’ ․ 292 | 한류는 ‘미국 문화의 보세 수출’인가? ․ 295 | JYP 박진영의 한류론 ․ 297 | “비보이는 단순히 날라리 춤꾼이 아니다” ․ 301 | “외국 문화 원형에 빨대 꽂고 버틸 수 있나” ․ 304 | 한국 언론의 한류 과장 보도 ․ 307 | “한류라는 것은 존재한 적이 없다” ․ 310 | 한류의 강점은 ‘디지털 문화 코드의 보편성’ ․ 313 |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 315 | <대장금>이 ‘최악의 드라마’ 1위? ․ 318 | “왜 중국 여자는 장동건, 일본 여자는 배용준에 죽는가?” ․ 321 | 한류의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 ․ 324 | ‘스타의, 스타에 의한, 스타를 위한’ 한류 ․ 327 | 기획사와 여행사의 ‘악덕 상혼’? ․ 330 | ‘인디 문화’는 ‘잠수함 속의 토끼’ ․ 332

제8장 “제2한류는 SNS가 한국에 준 선물”
‘21세기 동아시아의 대중문화 형성’ ․ 336 | 연예기획사의 연예계 성 상납 사건 ․ 340 | ‘핵심 문화 콘텐츠 집중 육성’ 논쟁 ․ 342 | “불합리한 저작권 소유 구조가 한류의 발목을 잡는다” ․ 345 | “한류는 2.0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 347 | 한류의 다변화와 성숙인가? ․ 350 | 드라마가 주춤하면 아이돌 그룹이 나선다 ․ 353 | “골빈 놈들이 있는 한 성전은 계속된다” ․ 357 | 소녀시대와 카라가 주도한 ‘코리안 인베이전’ ․ 359 | 연습생 기간 ‘3~6년’과 ‘6개월~1년’의 차이 ․ 362 | ‘소녀시대 지수’와 ‘소녀시대 경영론’ ․ 365 | “제2한류는 SNS가 한국에 준 선물” ․ 368 | 스토리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한다 ․ 371 | “한류 스타 너무 건방져요” ․ 374 | 오디션에 134만 명이 몰리는 ‘아이돌 고시 열풍’ ․ 377 | ‘한류 낭인’과 ‘아이돌 7년차 징크스’ ․ 380

제9장 “장기 계약이 K-pop의 성공 요인이다”
대만과 일본의 혐한류 ․ 382 | CJ E&M의 탄생과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 384 | <나는 가수다>는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 ․ 386 | <나는 가수다>의 폭발적 인기는 무엇을 말하나? ․ 389 | <뽀롱뽀롱 뽀로로>와 <로보카 폴리>의 활약 ․ 392 | 유럽까지 불어닥친 한류 열풍 ․ 395 | 이수만의 ‘문화기술 이론’과 ‘한류 3단계론’ ․ 399 | SM의 파리 공연과 SNS·유튜브 파워 ․ 402 | 유럽 언론이 보는 ‘K-pop의 그늘’ ․ 405 | “아이돌 육성 시스템 이대로 좋은가?” ․ 408 | “한국이 대중음악계를 구축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 409 | 이수만을 비웃었던 언론의 ‘과잉 뉘우침’인가? ․ 412 | 일본 후지TV 앞 ‘한류 반대 시위’ ․ 414 | 팬덤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 417 | “장기 계약이 K-pop의 성공 요인이다” ․ 419 | “공짜 티켓 요구 사라져야 한국서도 잡스 나온다” ․ 421 | 카카오톡 가입자 2,000만 돌파 ․ 424 | 현실적 영광을 위한 ‘가상 국가’ 체제의 삶 ․ 426 | SNS와 유튜브가 만든 ‘엔터테인먼트 국가’ ․ 428 | 1조 원을 넘어선 SM의 시가총액 ․ 431 |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 433 | ‘국적·국경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인터넷의 힘’ ․ 436 | <강남스타일>의 숨 가쁜 ‘신기록 행진’ ․ 439 | 문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 441

제10장 “문화적 상상력이 밥이다”
“문화적 상상력이 밥이다” ․ 445 | 한국인에겐 ‘게임 유전자’가 따로 있는가? ․ 448 | 한국은 ‘갈라파고스 신드롬’과는 상극인 나라 ․ 451 | K-pop의 원동력이 된 디지털 파워와 팬덤 파워 ․ 453 | K-pop의 정체성은 ‘집단적 도덕주의’ ․ 456 | 한류 콘텐츠와 한류 비즈니스의 결합 ․ 459 | 중국의 <별에서 온 그대> 열풍 ․ 462 | 중국 정부의 인터넷 콘텐츠 규제 ․ 466 | 예능 한류, 공동 제작, 드라마 PPL ․ 467 | “중국 배만 불리는 한류 두고만 볼 건가” ․ 470 | ‘후발자의 이익’을 둘러싼 경쟁 ․ 474 | 이영애, “민주화가 한류의 성공을 만들었다” ․ 476 | ‘1인 방송’ 시대의 개막 ․ 479

제11장 ‘한류의 중국화’와 K-pop의 세계화
‘차이나 머니’의 습격인가? ․ 482 | ‘한류 마케팅’과 ‘한류 스타 체험 상품’ ․ 485 | 빠순이는 ‘불가촉천민’인가? ․ 488 | 외주제작사 독립PD들에 대한 인권유린 ․ 490 | ‘슈퍼스타 이론’과 ‘고독한 영웅 이론’ ․ 492 | “아이돌 지망생 100만 명, 데뷔는 324명” ․ 495 | 서양인을 놀라게 만든 ‘한국 클래식 음악의 비밀’ ․ 498 | “서바이벌과 오디션이 아니면 안 되는가?” ․ 502 | “이수만과 양현석 위에 김태호가 있다” ․ 505 | 대형 연예기획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갑을관계 ․ 507 |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K-pop ․ 509 | ‘한류의 중국화’인가? ․ 511 | ‘쯔위 청천백일만지홍기 사건’의 경고 ․ 513 | ‘다국적 아이돌’ 시스템에 대한 의문 ․ 516 |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을 재현한 <태양의 후예> ․ 518 | “미디어 공룡 CJ E&M의 그늘” ․ 522 |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가 죽었으면 했어” ․ 525 | ‘K’를 지워가는 K-pop의 세계화 ․ 528 | 탈북 유도하는 ‘북한의 한류’ ․ 530

제12장 ‘한류의 새로운 문법’은 팬덤과 소통
“한류는 국가적 지원 때문에 가능했다”는 미신 ․ 534 | 독립PD에게 ‘앵벌이’를 강요하는 착취 ․ 538 | 중국의 ‘한한령’과 ‘팬덤 파워’ ․ 540 | BTS의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 수상 ․ 543 | 한국어를 알 필요는 없지만 배우고 싶다 ․ 545 | ‘한류의 새로운 문법’은 팬덤과 소통 ․ 547 | 이제 한류의 중심은 SNS의 상호성이다 ․ 549 | “문화를 ‘진흥’한다는 낡은 프레임”을 넘어서 ․ 552 | “‘빌보드 1위’ 이런 날도 오네” ․ 554 | “BTS는 K-pop 한류를 넘어섰다” ․ 557 | “20년 전엔 일본 베꼈지만 K-pop 일본 수출이 수입의 100배” ․ 561 | “한국은 세계 게임의 성지” ․ 563 | BTS가 혐한보다 강했다 ․ 566 |산업과 문화의 갈림길에서 ․ 570 | “한국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1위” ․ 573 | 유튜브·넷플릭스가 소환한 ‘미디어 제국주의’ ․ 575

제13장 BTS와 봉준호의 <기생충>
‘빠순이’ 비하에 대한 방시혁의 분노 ․ 578 | ‘버닝썬 게이트’와 ‘K-pop 산업의 미래’ ․ 581 | “한류의 원동력은 독창성보다는 왕성한 흡수력” ․ 583 | BTS는 ‘자기계발서’ 또는 ‘종교’다 ․ 587 | ‘K-pop 레이더’의 ‘K-pop 세계지도’ ․ 591 |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쟁 ․ 594 | 오디션 프로그램 생방송 투표수 조작 사건 ․ 596 | CJ E&M의 ‘갑질’과 K-pop 팬덤의 극단화 ․ 599 | “왜 그렇게 많은 여배우들이 자살하는지 알겠다” ․ 602 | 한국 웹툰 100개국 만화 앱 1위 ․ 605 |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의 <기생충> ․ 608 | 봉준호의 ‘영화적 세포’의 원천은 AFKN ․ 611 | <기생충>과 BTS가 일본에 준 충격 ․ 615 | ‘코로나19’ 사태와 ‘온라인 공연 비즈니스 모델’ ․ 618

맺는말 : 연꽃은 수렁에서 핀다
뛰어난 혼종화·융합 역량과 체질 ․ 622 | 근대화 중간 단계의 이점과 ‘후발자의 이익’ ․ 625 | ‘한’과 ‘흥’의 문화적 역량 ․ 627 | ‘감정 발산 기질’과 ‘소용돌이 문화’ ․ 629 | 해외 진출 욕구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 ․ 632 | ‘IT 강국’의 시너지 효과 ․ 634 | 강한 성취 욕구와 평등 의식 ․ 636 | 치열한 경쟁과 ‘코리안 드림’ ․ 639 | 대중문화 인력의 우수성 ․ 641 | 군사주의적 스파르타 훈련 ․ 644 | “영화 관람 세계 1위, 독서는 OECD 꼴찌” ․ 646 | ‘역지사지’를 잊지 않는 한류를 위하여 ․ 649

주 ․ 653

본문중에서

<쇼쇼쇼>는 미8군 쇼와 더불어 AFKN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에드설리번 쇼>의 영향도 받았다. 더욱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8군 무대 출신 가수들이 TV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1960년대 말부터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통기타 가수’들과 ‘그룹 사운드’들도 출연하기 시작했다. <쇼쇼쇼>는 40퍼센트 대의 높은 시청률을 누렸지만, 특히 대도시의 비교적 교육 수준이 높은 시청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1970년 이화여자대학교 법정대학 학장이자 변호사였던 이태영은 제작진에게 이런 편지를 써보낼 정도였다. 「제1장 한류의 토대가 된 ‘후발자의 이익’」
(/ p.30)

<사랑이 뭐길래>는 그런 요소가 충만했다. 이 드라마에서 ‘사랑의 철학’을 기대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 이 드라마는 사랑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대학원에 다니는 ‘여성해방론자’ 지은(하희라 분)이 만난 지 몇 개월 되었다는 ‘여필종부론자’ 대발(최민수 분)에게 밑도 끝도 없이 결혼을 요구하며 길바닥에서 무릎까지 꿇으려고 하는 걸 어떻게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드라마에서 사랑은 ‘국화빵’의 ‘국화’처럼 그저 모양이 그렇다는 의미일 뿐이었다. <사랑이 뭐길래>는 남녀 관계를 포함한 가족 관계와 더 나아가 중산층의 일상적 인간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내숭, 위선, 타자지형성(他者指向性), 허위의식 따위를 언어의 ‘비수’로 파고들되 언어의 ‘촉감’으로 유화시킨 코믹 풍자극에 가까웠다. 「제2장 <쥬라기 공원>이 촉발시킨 ‘문화 전쟁’」
(/ p.93)

강제규 감독은 <쉬리>를 내놓은 직후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쉬리>는 그해 4월 역대 최고액(130만 달러·15억 원)으로 일본에 수출되어 1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쉬리>는 홍콩에서 개봉한 지 10일 만에 372만 홍콩달러(약 5억 5,000만 원)를 벌어들였으며 이후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인도 등에 판매되어 한국 영화 수출의 활로를 열었다. <쉬리> 외에도 <거짓말>(장선우 감독, 1999)은 우리 영화 가운데 유럽 지역 수출 금액으로는 가장 큰 30만 달러를 받았다. 대만에서는 <텔미 썸딩>(장윤현 감독, 1999)이 20만 달러,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김문생·박선민 감독, 2003)가 30만 달러, <주유소 습격사건>(김상진 감독, 1999)이 12만 달러에 각각 팔렸다. 이어 2000년 최고 흥행작인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는 일본에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가격인 200만 달러에 수출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제3장 한류의 최초 동력은 IMF 환란」
(/ pp.154~155)

<겨울연가>의 부가가치 창출은 전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신인가수 류가 부른 <겨울연가>의 주제곡 <처음부터 지금까지>는 3월 16일 뮤직박스 가요 차트에서 6주간 정상을 지켰던 신승훈의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을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OST 음반은 종영 전에 이미 30여 만 장 판매되었으며, 휴대전화를 통해 <겨울연가> 벨소리, 캐릭터, 그림 메시지, 텍스트를 내려 받는 모바일 사업의 반응도 뜨거워졌다. 브로마이드, OST 악보 다운로드, ARS서비스, 폴라리스 목걸이, 촬영지 여행 상품 등과 더불어 <겨울연가> DVD, VCD, 소설 출간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002년 5~6월 <겨울연가>가 대만과 홍콩에서 방영되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방한 관광 상품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제4장 한국인의 열정과 위험 감수성」
(/ p.184)

HOT 출신의 강타는 2003년 11월에 열린 ‘중국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외 음반’(20만 장) 특별상을 받았다. 12월 13일 베이징공항에선 소녀 팬 수백 명이 ‘강타’를 외치며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안전요원으로 파견된 중국 공안들까지 경호는 뒷전이고 사인 받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런 장면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한류’에 몸을 실은 한국 가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보아, 강타, 문희준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경욱은 “중국 시장만 제대로 형성된다면 우리 가요 시장의 30배나 된다. 음반뿐 아니라 온라인, 모바일 유통 시장까지 열리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 시장이 펼쳐진다. 준비를 해야 한다. 앉아서 미국, 일본 등에 빼앗길 순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제5장 한류 열풍의 진원지는 바로 한국」
(/ pp.205~206)

한국 특유의 ‘발산의 문화’를 입증해 보이겠다는 듯, 2005년 찜질방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찜질방은 2004년부터 목욕탕 기능을 포함한 종합 놀이 공간으로 부상함으로써 전국 대중목욕탕의 숨통을 조이고 나섰다. 2004년 5월 1,600개를 넘어선 찜질방은 점점 대형화 추세를 보여 심지어 건평 1만 평 규모의 찜질방까지 등장했다. 지방도시까지 100억 원짜리 찜질방이 나타나기도 했다. 2004년 3월 문을 연 전북 전주시 우아동의 한 찜질방은 100억여 원을 투자했으며 고용 인원만 80명(3교대)이었다. 찜질방은 시대적 트렌드라 할 복합화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제6장 한류 DNA의 비밀」
(/ pp.254~255)

잘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뜻의 OSMU는 수년 전부터 ‘콘텐츠 강화 전략’에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되었다. ‘B급달궁’이라는 인터넷 만화작가의 <다세포 소녀>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전형적 예를 제공했다. 가상공간에서 발표된 <다세포 소녀>는 현실 공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소설로도 다시 만들어졌다. 이재용 감독에 의해 뮤지컬 스타일로 새롭게 영화화되었고 영화음악 앨범도 출시되었다. 또 케이블TV로도 제작되고 만화 속의 여주인공이 늘 갖고 다닌 ‘가난 인형’은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졌다. MBC 드라마 <대장금>이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허영만 원작 만화 『식객』과 『타짜』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좋은 예였다. 「제7장 한류와 “디지털 문화 코드의 보편성”」
(/ pp.326~327)

한류의 다변화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가 작동한 걸까? 도쿄 신주쿠에 있는 대형 음반 매장 HMV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2009년 동방신기의 일본 내 음반·DVD 판매액은 9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2009년까지만 해도 3층 월드뮤직 코너에 속해 있던 ‘K-pop’이 1층 베스트셀러 단독 코너로 내려왔다. 옆에는 동방신기 관련 상품 판매대도 마련되었다. 한류의 핵인 한국 드라마의 방송 편수도 꾸준히 늘어, 2008년 11월 총 27편에서 2009년 6월 42편이 되었다. 이 중 지상파 방영도 2편에서 6편으로 늘었다. DVD 대여에서도 총 매출의 8~10퍼센트를 차지했으며, 대여 회전율을 통한 수익률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최대 DVD·CD 대여 업체 쓰타야(TSUTAYA) 수익의 30퍼센트가 한국 드라마에서 나왔다. 「제8장 “제2한류는 SNS가 한국에 준 선물”」
(/ pp.350~351)

물론 SM이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국가’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선은 늘 존재했으며, 2012년 10월엔 미국의 권위 있는 문화 잡지 『뉴요커』가 그런 시선을 드러냈다.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존 시브룩(John Seabrook)은 「공장 소녀들(Factory Girls)」이라는 9쪽짜리 장문 기사를 통해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육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K-pop 스타 중에는 악기 연주가 가능한 뮤지션도 거의 없으며 이들은 공장과 같은 시스템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브룩은 균형 감각은 잃지 않았다. 그는 미국 팬과 음악 관계자들을 매료시킨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반복해서 보는 사이 자신도 그녀들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달았으며, 그것은 J-pop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9장 “장기 계약이 K-pop의 성공 요인이다”」
(/ pp.430~431)

2014년 초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박지은 극본, 정태유·오충환 연출) 열풍이 중국을 강타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로만 시청이 가능했음에도 드라마를 방영한 동영상 사이트 4곳은 누적 시청수가 25억 건에 이르렀다. 드라마 방영을 결정한 중국 측도 미처 예상을 하지 못한 뜨거운 인기였다. 드라마에 나온 갖가지 소품은 중국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첫눈이 내리면 치킨과 맥주를 먹겠다’는 여주인공 대사 덕분에 중국 전역은 ‘치맥’과 ‘도민준(김수현 분)’에 열광했다. 3월 5일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6위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베이징시 대표단의 정부 업무 보고 토론 과정에 참석해 “한국 드라마가 중국을 왜 점령했는가”라고 일갈했다. 「제10장 “문화적 상상력이 밥이다”」
(/ pp.462~463)

2016년 4월 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를 통해 중국에서 동시 방송된 KBS-2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중국 누적 조회수가 12회분 방영만에 20억 뷰를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월 24일부터 4월 14일까지 16부작으로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종영일 기준으로 중국 누적 조회수가 25억 뷰를 넘어섰으며, 한국에선 시청점유율 38.8퍼센트를 기록했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너무 높아 중국 공안이 웨이보에 ‘송중기 상사병’ 주의보를 내릴 정도였다.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의 인기가 너무 높아 부부싸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였다. 13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중국의 사전 심의 규제에 따른 사전 제작의 승리였다. 「제11장 ‘한류의 중국화’와 K-pop의 세계화」
(/ pp.519~520)

BTS는 2018년 5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017년에 이어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으며, 5월 27일엔 정규 3집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티어》가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역사상 한국 가수가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었다. 2009년 3월 보아가 발표한 앨범 《BoA》가 ‘빌보드 200’에서 127위를 기록하며 한국인 첫 빌보드 입성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10월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한국 최초로 싱글 차트인 ‘핫 100’ 기록(76위)을 세웠으며, 2012년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핫 100’ 2위에 올랐다. 「제12장 ‘한류의 새로운 문법’은 팬덤과 소통」
(/ p.554)

2020년 2월 9일(현지 시간) <기생충>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이 역사적인 ‘아카데미 4관왕’의 기록에 한국인은 모두 열광했다. MBC는 10일 밤 그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 6월 방송했던 편을 재방영했다. 그의 다음과 같은 고백은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의 과거 처지와 비슷해 묘한 울림을 주었다.……“영화 <괴물> 촬영 전에는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았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작업한 회사와 예산 때문에 결국 계약이 결렬됐다. 그때 자살하려고 했다. 자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이미 촬영 일정은 발표가 된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되니 나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제13장 BTS와 봉준호의 <기생충>」
(/ p.61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6.01.05~
출생지 전남 목포
출간도서 195종
판매수 50,071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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