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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원제 : The Person You Mean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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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묻기 전엔 몰랐다, 나도 당신도

몇 년 전 ‘콩고 왕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콩고 출신 라비 욤비와 그의 동생들을 인터뷰한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카메라 뒤편에서 PD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흑형이라는 말 있잖아. 그 말은 별로 안 좋은 느낌이야?”
그러자 중학생 조나단 욤비가 바로 답한다.
“어~, 약간. 약간 조센징?”

당시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케이블 방송 등에서 ‘흑형’이라는 단어가 유머러스하게 소비되고 있었다. 흑인에게 나름 호감과 친근함을 표현하려는 뜻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 듯했다. 그런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흑인 청소년은 그 말이 한국 사람이 ‘조센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답에 충격을 받았다.

선한 사람들의 심리, 우리의 맹점

“역시 여자분이 하니까 일 처리가 꼼꼼하네요.”
“아무래도 남자라 그런지 힘이 좋네.”
“달리기는 흑인이 최고지. 근육이 다르잖아.”

살다 보면 흔하게 듣게 되는 이런 말들을 심리학자들은 ‘온정적 차별’이라고 부른다. 대놓고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보다 실제 상황에서 지적하기가 더 어렵다. 발화자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특정 정체성에 고정된 배역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이다.

부적절한 단어 사용이든 온정적 차별이든 ‘좋은 사람’들도 때로 실수를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다. 그런 말은 사석에서든 농담으로든 오가는 순간 사회적 차별을 강화한다.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그럴듯한 변명보다는 ‘그렇게 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과학

돌리 추그는 선한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사회 과학자다. 어느 날 그는 뉴욕대학에서 제자들이 주최한 ‘지지자 주간’에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편견에 대한 연구들을 읽고 있었다. 더 나은 지지자가 되는 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살펴보니 유용하고 놀랍고 의미 있는 연구가 학술지 안에 얼마나 많이 묻혀 있는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 너무 부족했다는 사실을.
살을 빼고 싶거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위해 증거 중심의 연구로 무장한 책은 무수히 많았다. 반면 소외 집단을 향한 편견에 맞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증거 중심의 연구를 소개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추그는 자신이 찾아낸 자료들과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으면 사람들이 더 능숙하게 신념을 구축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를 집필했다.

‘빌리버’에서 ‘빌더’로, 성장 4스텝

총 4부 11장으로 구성된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는 라즐로 복의 추천사로 시작된다. Humu의 공동설립자이자 CEO인 그는 [구글의 아침은 자유로 시작된다]의 저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경영인이다. 그는 한 콘퍼런스에서 추그의 강연을 듣고 자신이 얼마나 놀라고 또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는지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준 추그와 함께라면 우리가 좋은 가치를 ‘그저 믿는 사람(빌리버)에서 사회에 구축하는 사람(빌더)’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1부 구축하는 사람은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동한다

추그는 편견에 맞서 싸우는 첫 번째 방법으로 성장형 사고방식을 뽑는다. ‘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될 때를 예로 들며, ‘내가 틀렸다’가 아니라 ‘과거와 지금의 내 행동이 틀렸더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1장 ‘누구나 비틀거린다’에서는 그런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프로젝트 그린라이트] 제작자와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능은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결국에는 또다시 백인 남성의 우승으로 끝난 4시즌에 대해 스태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 가장 곤란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상황에서 성장형 사고방식을 발휘하여 얻게 되는 이득을 밝힌다. 2장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성평등을 지향하는 한 백인 남성이 자신이 바랐던 삶과 실제 삶과 차이를 극명하게 깨닫게 된 사건을 통해 선한 개인의 무의식적 편견이 불러오는 폐해를 알린다. 3장에서는 고단한 삶 효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풍과 역풍, 자수성가 서사와 선택적 애국심 등을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능력주의가 강화되는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개인의 편견에서 시작한 논의를 시스템에 감춰진 집단적 특권까지로 넓혀서 전개한다.

2부 구축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상적 특권을 바로 보고 활용한다

2부에서는 익숙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상적 특권’이라는 개념이 주요 키워드다. 일상적 특권이란 피부가 하얗거나 이성애자이거나 남자라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평생 누리게 되는 좋은 대우를 말한다. 이는 생활 전반에 평생토록 영향을 끼치지만 특권을 누리는 본인은 깨닫기 어려운 힘이다. 4장 ‘보이지 않을 때도 아는 법’에서는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여성 임원들의 모임에서 완전하게 무시당한 한 여성의 예시를 들며 우리가 애써 의식하지 않으면 평생 보지 못할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제한된 인식과 이미 아는 이야기만 울리는 메아리 방에서 벗어나 더 많이, 정중하게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5장에서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일상적 특권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 그것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와 이야기를 통해 증명하고, 우리가 일터와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차별에 맞설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3부 구축하는 사람은 의도적 인식을 택한다

3부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의도적 인식’은 ‘의도적 무지’의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다. 의도적 무지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때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보는 모르는 척하겠다는 개인의 선택을 뜻하는 법률 용어에서 비롯되었다. 일상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해지는 정보를 모르는 척하는 개인의 선택을 뜻한다. 6장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 조디가 스스로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생각이 너무나 편협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의도적 인식을 택하며 겪게 되는 변화를 볼 수 있다. ‘어쨌든 눈을 크게 떠라’라는 장 제목처럼 시작점은 모두 다르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눈을 감아선 안 된다고, 그 부단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추그는 말한다. 7장에서는 선의로 하는 행동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결과를 불러오는 네 가지를 경고하는데 구원자 유형, 연민 유형, 다름 외면 유형, 배역 고정화 유형이 그것이다.

4부 구축하는 사람은 관여한다

4부는 제임스 볼드윈의 말을 빌려 시작한다. “당신이 하지 않았고, 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는 사람이고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8장에서는 추그 자신이 직접 경험한 포용의 모습을 예로 들며 진정한 포용이 어떤 모습인지, 삶의 순간순간에서 어떤 태도로 타인을 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9장에서는 매체 선택, 양육 방식, 사회 모임, 소셜 미디어, 직장 등에서 드러나는 서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얼마나 많은 규정을 만들어내는지 짚는다. 그러면서 우리가 매일 관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의 순간들을 재조명한다. 10장 ‘나만의 방식으로 맞서라’는 기꺼이, 그리고 부지런히 개입하되 개입의 방식은 반드시 한 가지 방법은 아님을 강조한다. 또한 꼭 정면에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님을,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되 스스로에게 위협이 될 상황은 피하는 요령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11장에서는 변화를 위해 가장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지지를 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지자로서 묻고 배우되 앞에 선 이들에게 강박을 주지 말기를 당부하고,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한 만큼 그들에겐 우리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한다. 지지자로서 우리가 하는 행동의 의미, 평생 지지자로 살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COVID-19 펜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집단과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분열된 사회에 살고 있다. 확실해 보였던 것들이 불확실해졌고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 순식간에 휘청거리는 사회에서 내가 놓쳐 버린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촛불을 경험했다. 포기하지 않고 맞선다면 연대할 수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책은 더 나아지고자 노력해 온 모두에 대한 증거이자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실용적인 참고서다. 세상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지고, 콘퍼런스가 열리며, 매일같이 작지만 중요한 개인적인 도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듣다 보면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또한 “배움과 자기 성장이 얼마나 첨예한 정치적인 이슈”인지 그리고 세상의 분열을 만드는 편견과 차별을 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배울 수 있다.

추천사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야기와 과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책은 당신이 생각하도록, 더 나아가 행동하도록 이끈다.
- 앤절라 더크워스 / 캐릭터랩 설립자&CEO, [그릿] 저자

이 책의 주제는 ‘가장 올바르게 살기’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 사실을 인정하는 윤리적 능력을 강조한다. 겸손의 연대가 일상의 위로가 됨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무엇보다, 배움과 자기 성장이 얼마나 첨예한 정치적인 이슈인가에 대한 온전한 논증이다.
- 정희진 / 여성학 연구자, [아주 친밀한 폭력] 저자

이 책은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인 우리가 조금 더 완전하고 모순도 많지 않은 사람, 주변 세계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을 제시한다.
- 라즐로 복 / Humu 공동설립자&CEO,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저자

오늘날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혐오표현, 차별, 증오범죄의 근간에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편견이야말로 문제의 근원이며, 편견을 깨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법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 책은 한편으로 바로 이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를 분석하고, 다른 한편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 심리학의 학문적 근거에 기반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가능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들을 제공한다는 점에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 개인들의 구체적인 실천 없이 유의미한 변화는 불가능하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의 보다 좋은 삶을 위해 우리는 편견과 차별을 깨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 책은 그 행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한 유용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 홍성수 /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마침내, 편견에 맞서 싸우고 다양성과 포용을 옹호하며, 권력과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지지하는 법에 대해 증거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면서 마음까지 사로잡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지지자가 된다고 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해 보인다. 지지자가 되는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는 것이다.
- 애덤 그랜트 / [Give and Take] [오리지널스] 저자, [옵션 B] 공저자

돌리 추그는 평등과 포용을 실천하는 성장형 사고방식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등과 포용은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덕목이다.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 캐럴 드웩 / [마인드셋] 저자

지금껏 우리 자신의 맹점을, 선의의 부정적 단면을 이렇게 쉽게 풀어쓴 작가는 없었다. 돌리 추그는 일상적 특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선명한 렌즈를 통해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 자신이 바라는 도덕적이고 포용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안내한다.
- 리즈 와이즈먼 / [멀티플라이어] 저자

돌리 추그는 우리가 ‘특권이라는 연단’을 인식하도록 돕고, 이 특권을 비롯한 다른 도구를 사용해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법을 안내한다. 강점은 강조하고 약점은 관리하도록 격려하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더 나아지고 더 강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력히 권한다.
- 빌리 진 킹 / 사회 정의 개척자, 테니스 챔피언

편견을 줄이는 법과 관련해 지금껏 읽은 책 중에 가장 중요하고 당장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편견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강력하고 영구적인 사실을 활용하여 우리가 되고자 하는 자신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인간성에 숨은 함정을 감지해 헤쳐 나가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 데이비드 토머스 / 모어하우스대학 총장, [형평성을 이끌어라(Leading for Equity)] 저자

사회 심리학자 돌리 추그는 포용이라는 이상을 우러러보며 사는 ‘믿는 사람’이, 포용이라는 이상에 걸맞게 살아가는 ‘구축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에 대해 권위 있고 이해하기 쉬운 글로 소개한다. 이 책은 안내서이자 선물이다.
- 켄지 요시노 / [커버링], [지금 말하라(Speak Now)] 저자

목차

추천의 글_라즐로 복 007
머리글 021

들어가며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043

1부 구축하는 사람은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동한다

1장 누구나 비틀거린다 079
2장 선한 개인의 무의식적 편견 112
3장 시스템에 감춰진 집단적 특권 134

2부 구축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상적 특권을 바로 보고 활용한다

4장 보이지 않을 때도 아는 법 175
5장 일상적 특권을 활용하는 법 212

3부 구축하는 사람은 의도적 인식을 택한다

6장 어쨌든 눈을 크게 떠라 239
7장 네 가지 선의를 조심하라 262

4부 구축하는 사람은 관여한다

8장 적극적으로 포용하라 299
9장 대화를 이끌어라 322
10장 나만의 방식으로 맞서라 356
11장 의미 있는 지지를 보내라 388

감사의 글 417
주 429

본문중에서

“그래, 좀 더 다양해 보이네. 이렇게 말하기는 정말 쉽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브리트니가 의문했다.
브리트니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일례로 나는 에드워드 창과 캐서린 밀크먼, 모듀프 아키놀라와 함께 기업 이사회의 성비 균형을 조사한 바 있다. 기업 이사회는 젠더 다양성을 높이라는 압박과 감시를 받는데, 분석 결과 놀랄 것도 없이 대다수 이사회에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공교롭게도 여성이 정확히 두 명씩 있는 이사회가 꽤 많았다는 것이다.
몇 번의 조사 끝에 이사회에서 형식적으로 여성을 한 명만 두던 관습이 이제 여성을 두 명씩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업 이사회는 실제 성비 균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규범이라는 렌즈를 통해 젠더 다양성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이사회에 전과 달리 여성 두 명을 두는 것이 사회 규범과 어울리는 셈이다. 브리트니가 짐작했듯 ‘다양해 보인다’고 해서 다양성을 이루었다는 뜻은 아니다.
(/ pp.103~104)

안타깝지만 무의식적 편견을 손쉽게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나의 경우, 편견을 고치기 위해 수업 시간에 남학생들을 연이어 시키지 않기로 했다. 가끔 학생들에게 누가 손을 계속 들고 있었는데 내가 못 보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묻는다. 내가 그렇게 지나친 학생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직장과 세계에 속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적 편견이 자신의 믿음과 반대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영속시키는지 살펴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무의식적 편견은 우리가 속한 문화와 법, 역사, 조직 안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난다. 흔히 우리는 시스템이 자기 자신보다 크며, 자신과 분리된 개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지 몰라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적 편견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어떻게 문제의 일부가 되는지 살펴보면서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넘어가 보자.
(/ pp.132~133)

데비 어빙은 시스템 전반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집단적 차별을 흔히 아는 역풍과 순풍에 비유한다. 역풍은 크거나 작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시련으로, 모든 사람이 아닌 일부의 삶을 힘들게 한다. 역풍을 맞으며 달리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더욱 힘껏 앞으로 내달려야 한다. 역풍은 느낄 수 있다. 반면 순풍을 맞으면 앞으로 나아갈 더 큰 힘을 얻는다. 순풍은 중대한 역할을 하지만 인지하기 힘들거나 쉽게 잊힌다. 실제로 순풍을 맞으며 달리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될 텐데, 모두 자신의 기량으로 이룬 것인 마냥 득의양양해질 것이다. 순풍을 맞고 있는 사람은 반대로 역풍을 맞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역풍을 맞는 사람은 순풍을 맞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들보다 더 열심히 달리겠지만 훨씬 더 느리고 게으른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러다 지쳐서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은 자기 파괴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고 말 것이다.
순풍과 역풍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역풍을 맞은 사람만 비난을 받기 쉽다.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역풍을 맞은 집단이 가장 부정적인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와 동료들은 광범위한 선입견을 분석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다. 선입견은 온기와 능력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분류되며, 이 두 범주는 다시 각각 낮은 능력과 높은 능력, 낮은 온기와 높은 온기로 나뉜다. 경쟁적이고 위협적으로 비춰지는 사람은 온기가 낮고, 공동체 생활에 능한 것으로 비춰지는 사람은 온기가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은 능력이 낮고,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은 능력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낮은 능력이나 낮은 온기에 해당하는 집단은 다른 집단에게 무시되거나 공격받기 쉽다. 피스크와 동료들은 흑인과 노숙자, 마약 중독자 등에 대한 선입견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범주에 속한 집단에게 사람들은 흔히 혐오감을 드러낸다. 시스템적 역풍과 순풍을 바로 보지 못한 탓에 역풍을 맞은 이들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는 평등과 공평을 혼동하게 된다. 평등은 역풍을 맞든 순풍을 맞든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공평은 역풍을 맞는 사람들을 고려해 그들이 타인과 동등한 기회와 접근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일부 집단을 차등을 두어 대우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능력주의를 목격하게 된다.
(/ pp.142~144)

작은 편견으로도 혜택의 차이가 막대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드러났다. 심리학자 리처드 마텔과 데이비드 레인, 신시아 엠릭은 직원 500명으로 구성된 조직을 설정하고 인사 고과 점수로 직원의 승진이 결정되는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서 직원의 절반은 인사 고과 점수를 1점부터 100점까지, 나머지 절반은 1점부터 101점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절반에게 단 1점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작은 편견이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승진에 20가지 경우의 수를 적용해 20년 뒤의 상황을 추정했다. 그 결과 미묘한 혜택이 엄청난 차이로 불어났다. 고위급 간부 중에 1점부터 100점까지 받은 집단 출신은 35퍼센트에 그쳤고 나머지 65퍼센트가 1점부터 101점까지 받은 집단에서 나왔다. 이처럼 티끌만큼의 편견이 작용한 ‘능력주의’는 현실에서 특정 집단 전체에 불이익을 미친 시스템의 영향력과 흡사한 힘을 발휘했다. 티끌만큼의 편견으로 이렇게 엄청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면 수백 년에 걸쳐 시스템에 널리 퍼진 편견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상상해 보라.
(/ pp.161~162)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에서 저명한 학자 제임스 로웬은 가장 많이 쓰이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18권(각각 약 1000페이지에 달한다)을 대대적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그는 제대군인원호법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인종 차별 문제 등 교과서의 서술 관점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종 차별이나 그와 유사한 용어를 색인에 달아 둔 교과서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중에서 인종 차별의 원인에 대해 서술한 교과서는 단 세 권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다수 교과서에서는 “노예제에 대해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을 상대로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사실상 아무 원인 없이 일어난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어째선지 미국에는 노예 400만 명만 있을 뿐 노예 소유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식의 설명이 교과서에 비일비재했다. 미국 역사에서 나쁜 일은 익명으로 일어났다”.
(/ p.165)

팬트수트 네이션은 순식간에 많은 회원을 끌어들이며 세를 확장했지만 내부에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유색 인종 여성들이 자신은 백인 여성들과 전혀 다른 현실을 경험한다는 글을 올리면 예외 없이 싸늘한 반응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 펠리시아는 ‘겁에 질렸다’(나 역시 그랬다)고 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백인 여성들이 꼭 있었어요. ‘왜 분열을 조장하는 거죠? 지금은 모두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이죠.” ‘단결’하자는 것도 진정한 단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이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배우려 하지 않고 사실상 침묵을 강요했다. 유색 인종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을 알리려 한 것뿐인데 다수에게 이의를 제기한다는 이유로 침묵을 강요받고 수치심을 느낀 뒤 움츠러들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분열’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썼어요.” 펠리시아가 그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 책을 쓰면서 만난 많은 이들도 분열이라는 단어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색인종 여성들은 그저 자신의 경험을 알리려 했다가 분열을 초래한다는 비난을 들었고, 그제야 ‘분열’이라는 단어의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그에 따른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다수가 ‘분열’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이들을 부정하고 있었다.
펠리시아는 무엇이 진정으로 분열을 초래하는지 되묻고 싶었다. 당신은 햇빛 아래에 있고 나는 빗속에 있다는 차이를 밝히려는 것인데 왜 분열을 초래한다고 하는가? 진정으로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빗속에 서 있는 사람에게 비가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앞서 이 책에서 제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시민권 운동 역시 분열을 초래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여기서 분열이라는 말은 침묵을 강요하기 위해 쓰인다. 펠리시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분열이라는 말을 쓰는 한 우리는 누군가의 경험을 지우고 있는 거예요.”
(/ pp.201~203)

일상적 특권이 영향력을 부여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일례로 데이비드 헤크먼과 스테퍼니 존슨, 모-더 푸, 웨이 양은 직장에서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보았다. 첫 연구에서 그들은 관리자 350명이 다양성을 가치 있게 생각하며 추구하는지 조사했다. 그런 다음 이들 관리자가 상사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파악하여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행동과 상사에게 받는 실적·능력 평가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시 말해 직장 상사의 눈에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아보려 한 것이다.
그 결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 및 비백인 관리자 중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사에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남성 및 백인 중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그리 다른 평가를 받지 않았다. 직원 채용을 결정할 때에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 드러났다. 백인 남성 관리자가 자신과 같은(혹은 다른) 직원을 고용하면 능력 및 실적 평가에서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반면 비백인 남성 관리자가 자신과 같은 비백인 직원을 고용하면 부정적으로 비춰졌다. 오직 백인 남성 관리자만이 자신과 같은 백인 남성을 고용하면서 어떤 타격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 pp.216~217)

자크와 피츠는 자신의 일상적 특권을 바로 보고 활용하기로 결심하면서 다양성이 다름 아닌 백인 남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다양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들어 봤죠. 그런데 전에는 이 문제에 본능적으로 깊이 관여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다양성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그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죠.” 피츠와 자크는 인종이나 민족 다양성보다는 성별 다양성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것처럼 보이는)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데일 밀러와 동료들이 말하듯 ‘심리적 입장(psychological standing)’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입장은 어떤 일에 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누군가가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을 보고 격분하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없거나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 정도 위험은 기꺼이 무릅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크와 피츠는 물론 모든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 보이면, 믿는 사람에서 구축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매우 현실적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문제는 분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심리적 입장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른다.
(/ pp.2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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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돌리 추그(Dolly Chug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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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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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사회 과학자. 선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연구한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다.
하버드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다수의 상을 수상한 사회 심리학자인 추그는 2014년 [에티스피어 매거진]이 선정하는 비즈니스 윤리에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었고, 2015년 뉴욕대학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2018 TED Talk는 첫 달 동안에만 150만 번 이상 조회되었으며, 그해 가장 인기 있는 TED Talk 25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되고자 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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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침묵의 책≫, ≪나는 세계일주로 돈을 보았다≫,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 기술≫, ≪중국의 슈퍼컨슈머≫, ≪무엇이 탁월한 삶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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