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집을 위한 인문학 :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저 : 노은주, 임형남출판사 : 인물과사상사발행일 : 2020년 05월29일 | 종이책 발행일 : 2019년 1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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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집에 대해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집은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다”


어떤 집이 좋은 집일까? 우리는 교통이 편리한 집, 위치가 좋은 집, 전망이 좋은 집, 비싼 집 혹은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은 집, 설비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편리한 집, 새로 지은 집을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의식이 강해 생활의 공간이나 사는 곳이라는 개념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의 일상과 정신이 담긴 곳이자, 우리의 삶을 담는 아주 소중한 곳인데 말이다. 다시 말해 집은 개인이나 집단이 담고 공유한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다.
집이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낮에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사람들하고 부대끼고 피곤했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집이란 거친 세상에서 가족을 보호해주는 안온한 덮개다. 집은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처럼 헐렁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 들어 있는 집, 기억이 묻어 있는 집,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 가족의 생활이 담기는 집, 일상복처럼 편안한 집이 정말 좋은 집이 아닐까? 집은 사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 맞게 손보고 고치며 다듬어가는 공간이다. 집은 사람이 사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민족이나 문화적인 공동체가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이야기가 완성된다.
집은 콘크리트로 짓고 나무로 짓고 철과 유리로도 짓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대해 어떤 재료로 내부와 외부를 덮을까, 가구를 어떻게 놓을까, 방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만들까 하는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집은 그런 물리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집 구석구석에 배어든 사는 사람의 생각과 온기다. 집은 물리적인 재료와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정신으로 세우고 쌓는 정신의 집적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공간이 절대적으로 좋은 게 아니고, 그 안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느낌이 있었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곳에서 만들었던 추억과 분위기가 집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준다. 인간이 담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고 흔적이고, 그것이 인문학이다. 그 흔적은 명확하게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늘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길을 잃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진다.
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와 생활의 흔적과 집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긴다. 사람들이 집을 떠나거나 그 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생각은 그대로 남게 된다. 그렇게 집은 생명력을 얻고 영원히 기억된다.
[집을 위한 인문학]은 노은주·임형남 부부가 그동안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다. 제1장은 가족을 품은 집, 제2장은 사람을 품은 집, 제3장은 자연을 품은 집, 제4장은 이야기를 품은 집으로 구성되었다. 집은 가족과 사람과 자연을 품으면서 이야기가 완성된다.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는 “나를 품어주었던 집, 내가 자라났던 집은 그 후 내 속에 있고 나와 더불어 세월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추억과 온기가 있는 집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기억되고, 우리의 인생과 함께 살아간다.

가족을 품다

전남 구례에 지은 집은 부부와 아이와 외할머니, 즉 3대가 사는 전통적인 가족을 위한 집 ...

목차 TOP

책머리에

제1장 가족을 품은 집

행복의 향기가 있다
산을 즐기고 물을 즐기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다
즐거운 작당을 꾸미다

손때와 추억이 묻어 있다
살아보고 싶은 집에서 사는 것
집도 나이가 든다
아내의 뜰과 남편의 마당

가족의 삶을 담아내다
완전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변화하는 가족과 집의 풍경

삶의 여백을 즐기다
우리는 왜 불안해하는가?
권위를 벗어놓고 여백을 즐기다
생활이 비대해지고 욕망에 휩쓸리고

평온한 아름다움을 간직하다
집은 일상복처럼 편안해야 한다
가장 오래된 살림집
엄숙함과 평 ...

본문중에서 TOP

이 집 역시 한창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주택을 마련하기로 한 전형적인 4인 가족을 위한 집이다. 조용하지만 무척 결단력이 있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아빠와 늘 웃는 얼굴을 한 명랑한 성격의 착한 엄마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두 아이가 살 집이었다. 핵가족이라 부르는 두 세대가 사는 집이며, 엄마·아빠·딸·아들 네 식구가 사는 집. 무언가 가장 표준의 집을 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화수분처럼 집의 재산을 늘려줄 것이라고 기댈 언덕으로 여겨왔던 아파트에서 가족이 구상하고 가족이 정주하는 집을 짓는다는 것은 좀 달라야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행복의 향기가 있다' 중에서/ p.27)

내부는 단절된 듯 통한다. 1층에는 거실과 손님방, 주방이 있으며 한 단 아래 바닥 높이에 변화를 준 거실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갈 때 사용하는 보이는 계단과 숨겨진 계단 두 개가 있는데, 다락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가장 오랜 시간 집에 머무는 아내를 위해 만든 작은 다실 겸 공부방 뒤에 숨겨놓았다. 그 계단을 오르면 2층 아들 방으로 통하는 다락방이 나오고, 아들 방을 통하면 집은 다시 부부의 방 ...

저자소개 TOP

노은주, 임형남 [저]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건축가 부부.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 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만들어진다.
2011년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2012년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 멘토 건축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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