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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집 지은 이야기만은 아니랍니다 : 중국 목조건축의 문화사[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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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홍콩 출신의 저술가이자 디자이너인 자오광차오가 읽어주는 중국 목조건축의 역사와 중국 문화 이야기

저술가이자 디자이너인 자오광차오가 읽어주는 중국 목조건축의 역사와 중국의 문화 이야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중국의 전통 건축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재미난 생각들을 진솔하고도 시정 가득한 어투에 담아 전한다. 집을 세우는 것의 의미, 나무를 택한 이유와 그에 얽힌 사연, 부재와 구조 및 형식의 특징, 그러한 공간 속의 삶이 이끌어낸 문화의 정취를 다채로운 이미지와 함께 짚어준다. 마치 독자의 손을 잡고 나무로 지은 중국 전통 건축 안으로 들어가 대문 안의 풍경을 소개하는 듯하다. 건축 전공자는 물론, 나무로 만든 집과 사람의 숨은 역사가 궁금한 사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서평

시적 정취가 넘치는 문장과 다채로운 이미지로 전하는 중국 목조건축 이야기
사소하면서도 영원한 사람과 집, 나무와 세계의 이음새를 돌아보다

홍콩 출신의 저술가이자 디자이너인 자오광차오(趙廣超)가 중국 목조건축의 역사와 중국의 문화 이야기를 전한다. 자오광차오는 2001년에 홍콩에 설립된 ‘디자인·문화연구 작업실(Design and Cultural Studies Workshop)’의 디렉터로서 동양과 서양, 옛것과 동시대의 것을 포용하여 이미지와 문장을 한데 아우르는 특유의 방식으로 중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해왔다. 『나무로 집 지은 이야기만은 아니랍니다: 중국 목조건축의 문화사』에서 그는 어김없이 진솔하고 시정 넘치는 말투로 독자의 손을 잡고는 중국 전통 목조건축의 대문 안을 들어서서 역사의 풍경 이모저모를 돌아본다.
원시 시대에 사람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고, 잡아먹기 위해 짐승을 뒤?으며 달리고 숨고 또 달리면서 숨가쁘게 살아야 했다. 그런 인류가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볕 좋은 계곡이나 들판에서 한 조각의 땅을 찾아내고는 덮개와 지지대 그리고 둘러싸는 구조 안에서 생활하게 된 순간부터, 집과 사람은 서로를 길들이고 또 서로에 길들여지면서 무수한 시간을 함께 지내왔다. 흙과 나무, 돌멩이는 집을 위한 좋은 재료가 되어주었고, 특히 중국에서 옛사람들은 연약하며 자라기까지 오래 걸리지만 다루기 쉽고 적응력이 좋은 나무를 택하여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꾸려왔다. 자오광차오는 어째서 나무였는지 그리고 이러한 선택이 중국인의 생활과 거주문화의 측면에서 어떤 특성을 이끌어냈는지를 세심히 정리해간다. 그는 한 그루씩의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나무를 잘라 집과 가구를 지으며, 나무로 된 종이 위에 민족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나무와 더불어 살고 나무로 짠 관에 몸을 뉘어온 중국인의 삶을 되돌아본다.
실행의 측면에서는 표준을 정하고, 맞춤과 이음을 통해 부재를 짜 맞추고, 가장 무거운 구성 요소인 지붕을 지탱하는 몸체와 벽을 쌓아가며 각종 장식들을 고안해 집을 보기 좋게 꾸미기까지의 기예와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중국인들은 예와 이치에 따라 질서를 정하고 규율에 맞추어 집을 지었으며, 그러한 집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생각하면서 유려한 전통문화를 일구어왔다. 하지만 질서를 따랐다고 해서 그저 인위적인 것은 아니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의탁하여 산다는 생각을 지운 적 없던 중국 옛사람들은 자를 대고 나무를 자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계수대로 구부러진 것의 쓰임을 찾고, 자르고 남은 자투리는 모퉁이나 작은 틈새에 맞추어 다듬었으며, 그렇게 꾸미는 것을 개개인의 생활과 연결하여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과 자손이 한 그루의 나무처럼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랐으며, 계단을 하나씩 오르내리듯이 순리에 맞추어 살기를 기원했다. 사람들은 주위 환경에 따라 집의 구조를 고안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힘을 합해 한 채의 건물을 세우면서 함께 일하는 노동의 이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붕 아래 나란히 앉아서 온기를 나누고 서로 대화하면서 한 채의 건물을 하나의 가정으로 일구었다. 그들이 마당에 서서 잎새에 이는 바람과 머리 위의 달을 바라보며 종이에 시정을 담아내자 한 편의 시가 완성되었고, 새하얀 벽체에 그림을 그리자 한 편의 수묵화가 생겨났다. 건축 요소요소의 서로 다른 이름을 정리하면 한 권의 사전이 탄생했고, 누구나 따를 수 있게 치수의 표준을 정하자 시간이 가도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으며 건물을 보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자오광차오에게 집은 그저 머무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중국인의 삶과 문화를 규정하고 또 읽어내게 하는 하나의 창문, 하나의 기호로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말마따나 가구는 조그맣게 축소한 집이며, 배는 물위에 뜬 한 채의 집이다. 붓끝으로 획을 그어가며 새겨가는 서예의 한 글자 한 글자들도 구조나 공간의 특성에선 집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마음을 다독이듯이 나무와 집을 다듬었고, 겹겹이 서 있는 벽과 문 너머로 자신 밖의 세계를 가늠했다. 그리고 이 책의 책장을 펼친 독자들, 특히 중국 밖 세계의 독자들은 문턱을 넘어서듯 중국 목조건축의 세계로 들어서서 자신들의 전통 건축이 중국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얼핏 복잡할 수도 있는 중국 목조건축의 역사가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 특유의 정감어린 솜씨 덕분이다. 그는 사람과 나무, 집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시종일관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마치 목재 부재가 맞춰지고 이어지며 하나의 구조를 일구어내듯이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추천의 말을 쓴 주촨롱(朱傳榮) 선생의 말처럼, 저자는 이야기를 전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마음속 가득히 드리워지는 생각들을 시냇물처럼 흘려보낸다. 그는 동서고금의 기록들을 꺼내고, 고전 문장에 숨은 뜻을 헤아리며, 필요한 이미지를 찾거나 직접 그려서 선보이기도 한다. 또 숲속 저 깊은 곳이나 대양 건너에 자리한 유수 건축물을 답사하고 자세히 관찰하여 얻은 사실과 느낌까지 살뜰히 전달한다. 이야기의 면면이 어찌나 생생한지 마치 저자의 발걸음 소리, 맞잡은 손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책의 목차만 살피더라도 한 채의 집이 세워지는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렇게 그가 문을 열어두었으니, 독자는 그저 살며시 들어서기만 하면 된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 그저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 속으로 이어서]
종이를 바른 창 역시 소박하지만 일상생활의 멋으로 충만합니다. “흰 종이 바른 창, 하나하나 구멍에 모든 격자의 살이 밝네(個個孔明諸格亮)”라는 말은 바로 창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때로는 눈과 같이 하얀 종이를 바른 창호가 중국인들의 수묵화를 심오한 경지로 이끈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청나라 때의 저명한 화가 정판교(鄭板橋, 본명 鄭燮, 1693-1765)는 달빛이 창호지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화선지 가득히 대나무를 일필휘지로 그렸습니다. 중국화의 직사각형 화면은 정신세계로 향하여 열린 창입니다. 생활은 입체적이고 예술 역시 그러합니다. 고관대작의 집에 “발라서 엿볼 수 없는 망사(嵌不窺絲)”로 된 정교한 창이 있었다면, 일반 백성의 집에서는 종이를 오려 문양을 만들고 창에 발라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과 희망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시인과 묵객이 달 밝은 밤, 흰 창호지를 감상할 줄 모른다면 그 예술적 정취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창(?)은 ‘밝을 총(聰)’과 같으니, 안에서 밖을 엿보는 것을 ‘총명(聰明)’이라 합니다(외부세계와 소통함으로써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총명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창을 많이 내야겠지요. - 제11장. 몸체를 다지다

전통적으로 중국 건축의 정중앙 부분에는 관례에 따라 방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방에는 관습적으로 주인이 살지 않습니다. 건물이 없는 중앙 부분은 정(庭)이고,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방은 당(堂)입니다. 당 안에서는 역대 조상의 신위를 모시고 가문의 명성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당은 기념의 공간이자 일종의 시간 주머니이기도 합니다. 정에는 하늘과 땅이 유유히 있고 당에선 향불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에서는 상하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당에서는 고금(古今)이 일체화됩니다. 정과 당 사이에 놓인 계단 하나하나에는 가족 전체의 종교와 역사가 묻어 나오고 향불 하나하나에선 집안 전체의 희망이 은은히 피어오릅니다. - 제13장. 사합원을 둘러보다

《원야園冶》는 전문적으로 정원을 다룬 제일의 서적으로서 그 견해가 독창적입니다. 저자인 계성은 정원을 만들 때 계절의 특성을 살릴 것을 말하고 ‘차경’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차경, 차경 또 차경입니다. “먼 경관을 빌리고(遠借) 가까운 경관을 빌리며(?借), 고개 들어 보는 경관을 빌리고(仰借) 고개 숙여 보는 경관을 빌린다(俯借). 때에 맞추어 빌린다”고 하였지요. 정원에 “봄에는 백화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달이 있으며,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고 겨울에는 눈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빌리는 것은 일종의 건의 혹은 견해입니다. 계성은 정원에서 사계절을 어떻게 체험할 수 있는지 알려준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봄 내내 그네를 타거나 제비를 보는 것밖에 할 수 없고, 겨울 내내 매화를 보며 향기에 취할 뿐이겠지요. 바로 여기서 관람자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 바람과 달은 끝이 없으니, 정원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도 정원 주인이 마음먹기 나름이랍니다.
- 제15장. 정원을 거닐다

[이 책의 독자 ]
중국 건축을 알고 싶은 사람, 중국 건축이나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 사물의 기원을 다룬 책이나 문화사 관련서의 애독자

목차

추천의 말(한국어판). 중국 역사 속 집 짓는 이야기
추천의 말.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머리말
높고 큰 나무에 의지합니다

제1장. 집을 세우다
제2장. 나무를 베다
제3장. 문자로 통하다
제4장. 대를 높이 쌓다
제5장. 표준을 정하다
제6장. 구조를 짜 맞추다
제7장. 두공을 배치하다
제8장. 기단을 쌓고, 계단을 놓고, 난간을 세우다
제9장. 지붕을 씌우다
제10장. 몸체를 다지다
제11장. 공간을 경험하다
제12장. 저택을 여행하다
제13장. 사합원을 둘러보다
제14장. 풍수를 생각하다
제15장. 정원을 거닐다
제16장. 장식하다

후기. 불광사를 기억하며
부록. 형이 보내온 글 ∥ 성당 시대를 생각하며(초판 후기)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옛사람들은 세상 물정을 알았고, 편안한 생활(安)이 어떠한지도 잘 알았습니다. 자, 저 지붕(?) 아래에 집안의 일을 도맡아 살림을 꾸려가는 여성(女)이 보이지요. ‘가정을 꾸린다(安家)’라는 말은 안정되고 따뜻하며 끝없이 배려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리고 형태상 건물(屋)이라는 글자는 흙 위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을 나타내지요. 가정을 꾸린다는 건 자립하는 것과 같습니다. 옛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집에서 찾았으며, 집을 세우고 가정을 꾸림으로써 진일보한 고급의 인류문화를 생각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밖에서 두 발로 선 채로 ‘안착(安着)’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서 언제까지나 걸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 제1장. 집을 세우다

농부가 집을 짓기까지는 더 많은 인내심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 알의 씨앗이 기꺼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지요. 묘목을 선택한 후에도 농민은 농한기의 짬을 내서 긴 시간을 들입니다. 그는 아침 햇살과 황혼을 등에 지고 강가의 모래톱으로 가서는, 멜대를 이용해 터를 돋는 데 쓸 돌들을 고르고 땅을 평평하게 다집니다. ‘터를 다지는 일(基業)’은 어떤 일에서든지 중요한 법입니다. 농민은 바쁜 가운데도 여유를 잃지 않고 천천히 가장 좋은 돌을 골라냅니다. 서까래용 묘목이라면 최소 5년은 길러야 하고, 일반 도리나 기둥에 쓰려면 10년쯤 기다려야 하죠. 꽤 좋은 품종은 20년은 되어야 목재로 자랍니다. 이처럼 목재를 모으는 과정에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해서 현대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랍니다. 다행히 많은 경우에 아버지 세대가 일찌감치 자식과 손자를 대신해서 좋은 나무를 심어두지요. 아버지들은 소중한 경험까지도 후대에 남겨 대대로 전해줍니다. “벌목이란 스스로 근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이다”(《국어國語》 진어晋語 편)라는 말이 있지요. 근본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전수되어갑니다.
- 제2장. 나무를 베다

중국 서예를 접해본 사람 누구나 한자의 구조에 입체 ‘공간(空間)’의 의미와 정서가 담겨 있음을 경험했을 겁니다. 또 ‘선과 선 사이’의 움직임과 매력 그리고 그 기품이야말로 서예가 추구하는 공간의 본질이라는 어느 서예가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신비로운 매력은 중국인에게 결코 생소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전통 목조건축 역시 이 서예가의 말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나무기둥을 세우고, 하나의 들보를 얹고, 창방·도리·서까래를 걸치는 것은 종횡으로 필획을 더해가며 때로는 흩뿌리고 때로는 누르면서 ‘공중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본래 우아한 글자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제3장. 문자로 통하다

한나라 때 쓰인 《회남자淮南子》에는 “요즘은 거목을 들어 올릴 때 앞에서 ‘사허(邪許)’라 외치면 뒤에서 따라한다. 이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의 노래이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邪許(사허)’란 발음이 ‘Yeah-Uh’에 가까운, 함께 지르는 함성소리로 추측됩니다. 집은 나무를 심듯이 짓고, 높은 누대는 함께 노래하며 세우는 것입니다. (…) 무릇 영웅이라 칭하는 사람들 중에는 호기 부리기를 자제하는 자가 드문데, 그중에 가장 독보적인 인물이 진시황입니다. 그는 하늘을 나는 기러기(?)를 활로 사냥하겠다고 자그마치 40장 높이의 홍대(?臺)를 지었다고 합니다(《삼보황도三輔黃圖》). 그의 아방궁(阿房宮)은 더욱 대단해서 일단계로 건설된 전전(前殿)에만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하니, 실로 그 규모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 제4장. 대를 높이 쌓다

송나라 인종(仁宗) 시기에는 개선전(開先殿)의 한 기둥에 구조적 문제가 생겨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당시 국가 재정의 한 해 세수를 다 써도 겨우 기둥 1천 개를 살 정도였으니, 부패의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 이 시기는 《수호전水滸傳》에서 “어쩔 수 없이 양산으로 쫓겨왔다”던 포청천(包靑天)과 탐관오리들이 서로 다투던 때였습니다. 유명한 개혁가인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은 재상으로 임명되자 국가의 재정이 매번 “법도를 알지 못하여(규정 없이 재정을 지출하여)” 곤경에 처하고 마는 문제에 눈을 돌렸습니다. 당나라 말기에 전란의 피해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재의 대량 소진으로 국가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는 국가 공사를 재정 관리대상에 포함시켜 엄격하게 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조법식營造法式》은 이런 배경에서 출현한 건축공사 종합 지침서입니다. 이 책은 송나라의 국가 공사를 총괄하는 벼슬인 장작감(將作監) 자리에 있던 이계(李誡, 1065-1110)가 편수했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완벽한 중국 고대의 건축 서적으로 평가됩니다. - 제5장. 표준을 정하다

맞춤과 이음은 마치 두 개의 나무 조각에 숨겨진 영혼의 속성 같습니다. 고대 장인들이 여분을 깎아내자 이 두 나무 조각은 서로를 꼭 잡고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론상으로 한 방향의 맞춤과 이음 조합은 잡고 물리는 부분에 아무런 방해가 없어도 10년(어쩌면 1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장의 끌림에 의해 자연스럽게 느슨해져서 이탈하게 마련입니다. 이는 목재가 함유하고 있는 수분이 인장력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지요. 아침저녁 밀물과 썰물의 이치와 같습니다. 그러나 맞춤과 이음 조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여럿 형성되면 팽팽함과 느슨함의 작용력이 상쇄됩니다. 무수한 맞춤과 이음 조합들이 한곳에 모이면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균형이 나타납니다. - 제6장. 구조를 짜 맞추다

단이란 홀로 있는 기단입니다. 푸른 하늘을 커다란 글귀로 보고 그 뜻을 읽으려고 오르는 단이 곧 천문대(天文臺)입니다. 백성을 내려다보게 만든 곳은 열대(閱臺)라고 합니다. 이와 달리, 아주 공손히 푸른 하늘을 보는 곳이 단입니다. ‘건축물’ 없는 건축이지요. (…) 기단은 수평으로 펼쳐지는 중국 건축에서 평면 공간과 직선이 만드는 답답함을 타파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합니다. 낮은 평지 하나를 비교적 높은 평지로 바꾸어서 단조로운 수평면에 운율을 불어넣는 셈이지요. 한 평지에서 다른 평지로 가는 과정에서 의존하게 되는 것이 곧 계단입니다. (…) 봄가을에 계단 앞에 서니 빈 방을 대하기가 쓸쓸합니다. 시인의 붓 끝에 있는 계단은 모두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래서 “하늘 계단의 밤빛은 물처럼 차갑구나”라거나, “대나무 그림자는 계단의 먼지를 쓸어내고도 움직이지 않는구나”하고 읊어봅니다. 낮에는 대나무 그림자가 스치고 밤에는 달빛이 스며듭니다. 서리가 진하고 이슬이 심한 이때,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손잡이가 되어 받쳐주는 것이 바로 난간입니다. - 제9장. 기단을 쌓고, 계단을 놓고, 난간을 세우다

시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지붕은 옛 모습 그대로 굽이굽이 온 땅에 있습니다. “발돋움하여 날개를 편 듯하고, 활이나 창과도 같으며, 새가 날개를 활짝 편 것과 같고, 훨훨 날아가는 듯하니, 군자가 오를 바로다.”(《시경詩經》 소아小雅·사간斯干 편) 덕 있는 사람은 기거하는 집이 자신과 같이 바르게 서
고 화살처럼 곧게 뻗으며, 처마지붕은 마치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날아가는 것과 같기를 바랐습니다. 군자인 공자의 집 역시 이런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경》에서 읊은 이 노래는 한때 불리다가 사라진 수많은 다른 노래들처럼 민간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그렇게 사라져버렸다면 일찍이 지붕이 춘추 시대의 하늘에도 매력적인 곡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오늘날 우리가 알 수 없었겠지요.
- 제10장. 지붕을 씌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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