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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 장래이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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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나갈 미래형 인류, 3세대.
마침내 탄생한 그들이 바야흐로 활동을 개시한다.

오염된 지구에서 몸을 포기하고
데이터 세상에서 영생을 얻을 것을 주장하는 3세대 인류 박범재와,
그에 맞서는 동생 박재희의 인류 명운을 건 대결!

“2072년 미래 세대. 과학자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아냈다. 죽은 사람의 뇌를 복제해서, 그야말로 시냅스 하나하나의 연결까지도 전부 재현해내는 방식으로 죽은 사람의 의식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연구 성과 전체를 놓고 보면 초기적인 발견에 불과했다. 이미 사람들은 2세대를, 그리고 3세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간은 이제 섹스가 아닌 정교한 수공예의 결과물이었다.”

연방 정부의 비호 아래 미래인류연구소에서 매 해 정확히 20명씩만 생산되고 있는 3세대들은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타고난 감각과 무한에 가까운 신체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3세대는 인간이 발명한 어떤 컴퓨터보다도 연산능력이 뛰어나며, 그들에게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3세대 인류 박범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연구소로 배송되어 오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래인류연구소는 비상이 걸린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박범재가 인간의 몸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몸을 포기했다는 것.

“죽지 않는 몸, 파괴적이지 않은 문명, 행복한 사람들. 이곳에서는 누구나 그것을 누릴 수 있어. 재희야, 가장 완전한 몸은 튼튼한 몸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몸이야. 나는 그렇게 결론 내린 거야.”

최적의 몸으로, 원하는 세상에서, 불멸의 생을 살아가기 위해 박범재는
가상 현실 플랫폼 ‘홀린’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의 여동생이자 또 다른 3세대 인류 박재희는 그에 맞서기로 하는데…….

출판사 서평

환경을 고칠 수 없다면, 인간이여, 몸을 고쳐라
인류 문명은 스스로에게 제동을 거는 데 실패한다. 환경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고, 인공 지능의 지적 능력은 인류의 평균을 능가했다.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실패한 인간들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섹스를 통해 태어난 자연 그대로의 인간은 1세대, 생명 공학의 수혜를 입고 몸을 업그레이드 한 사람들은 2세대이다. 그리고 2045년, 연방 정부의 비호 아래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마침내 새로운 인간이 탄생한다.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산 능력과 무한에 가까운 신체 재생력. 그들은 지구에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나갈 미래형 인류, 바로 3세대이다. 환경오염과 멸종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출하기 위해 성인이 된 3세대들이 바야흐로 활동을 개시한다.

그래, 너랑 같이 있을게
미래인류연구소 입소 3년차, 박재희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3세대의 몸으로 영생을 약속 받은 자신과 달리, 연인 강은성의 기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1세대들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강은성에게 죽음이란 기피 대상이 아니다. 충실하게 살고 미련 없이 죽는 것이 그의 인생관인 바, 이별은 필연적인 줄로만 알았다. 은성이 죽기 바로 직전까지는.
임종을 맞으며 은성은 “너랑 같이 있겠다”는 예기치 못한 유언을 남긴다. 갑작스런 허락에, 재희는 해킹을 감행하면서까지 은성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생체 데이터들을 끌어 모은다. 연구소에는 은성의 평생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 단 한 조각, 은성이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죽음 직전의 데이터만을 제외하고는….
생체 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소프트웨어로 재탄생한 은성은 제일 먼저,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재희에게 쓰라린 비난을 퍼붓는다.

당신들의 미래는 데이터 세상에 있다
가상현실 플랫폼 ‘홀린’을 운영 중인 재희의 오빠 박범재는 은성의 사망과 비슷한 시기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연구소로 배송되어 온다. 무한한 재생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3세대에게 죽음이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사건. 미래인류연구소는 비상이 걸린다. 한편 재희는 오빠가 운영하던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몸을 내던지고 데이터 세상에서 영생을 얻으라’는 알쏭달쏭한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 이후로 1세대 인류의 자살률이 급증하면서 인간 사회는 충격에 휩싸이는데…. 재희는 과연 되살아난 은성을 설득하고, 범재와 홀린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을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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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그들은 어쩌면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재희는 다짐하듯이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은성이 떠나간 이후로 재희에게는 조금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자신이 걷는 걸음걸이를 수시로 헤아려보는 것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세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걸음을 세는 방식에는 정확한 리듬이 깃들어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재희는 틈만 나면 그 묘하게 지연되면서 떠밀리는 듯한 박자를 읊조렸고, 그러다가 정신이 들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기묘한 감각을 떨쳐내곤 했다.
실험을 하다가도, 회의를 하다가도, 심지어 이렇게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나서도 그녀의 뇌는 기습적인 트랜스 상태에 빠져들었다.
도망치듯 컴퓨터실에서 빠져나와 먼동이 밝아오는 로비를 거닐던 중, 재희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서 재희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녀가 지난 일주일 동안 되새김질하던 것은 자신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은 은성의 발걸음이었다.
-20쪽

“왜인지 아니? 생존을 위한 모든 고려와 계산이, 그 순간에는 멈추어버리기 때문이야.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임종은 이미 생에서 제외되어 있는 순간이란다. 그러니 해당 기간은 우리 연구에서도 제거되어야 하지.”
재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박민경은 자리에서 사뿐히 일어났다.
“그동안 인간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죽었어. 그러나 너희 때부터는 그렇지 않아. 죽음은 사고일 뿐이고, 얼마든지 번복 가능한 사건이 되었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 사다리에 올라타는 데 실패한 인간들을 우리는 분석해보려는 거야. 지구가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들은 우주선에 올라탈 수명이 부족해서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아 도태되겠지. 죽음을 맞닥뜨리고 나서 그들이 무슨 후회를 하든, 또 무슨 감정을 느끼든 우리가 알 바는 아니란다. 그 순간은 이미 아무런 효력도 없으니까.”
-33쪽

동굴처럼 새카만 두 눈이 재희를 쳐다보았다.
“네 내면 깊숙이 꿈틀거리는 욕망을 잘 들여다봐. 그들은 결코 알려고 들지 않는 네 진짜 마음을. 규칙을 어기게 만들고, 처벌도 불사하도록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그것이 너를 계속해서 인간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박재희 씨, 저들은 네가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한지에 대해서밖에 관심이 없어. 조금의 탈선만으로도…….”
그녀는 맨 마지막 줄의 의자 헤드를 톡톡 쳤다.
“너는 퇴출당할 거야. 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접촉을 감지한 의자에 램프 신호가 들어왔다. 접촉 불량을 알리는 붉은 램프였다.
“이 지독한 독재로부터, 범재는 우리 모두를 구해주려는 거야.”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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