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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에 온 편지 : 김래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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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누군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사람.
7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서른아홉 외할머니.
그녀가 남긴 기록과 비밀이, 2020년을 살아가는 손녀에게 전해진다.

“돈이 궁하면 사람은 멋진 애인도, 좋은 친구도, 쿨한 인간도 될 수 없다. 효도 또한 너무나 먼 일이다. 어쩌면 거의 모든 ‘좋은 인간으로서의 기준’은 ‘돈 씀씀이’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돈을 모자라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게 적재적소에 쓰는 것.”

잘나가는 청년 CEO로서 누구보다 빠른 성공을 이룬 것에 자신만만했지만, 떨어지는 속도는 그보다 더 빨라서, 그야말로 한순간에 쫄딱 망해버린 청년 사업가 봉수아. 빚더미 위에 오른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외할머니의 육필 원고를 전달 받는다. 그것도 3선 국회의원인 임성혜 전 의원으로부터! 수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존재하는 분이었다. 수십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까지도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서 외할머니는 공공의 적이었다. 누구 할 것 없이 어르신들의 입에서 험한 욕이 딸려 나왔다. 집 나간 년, 도둑년, 성질 개 같은 년……. 그런데…… 집안의 골칫덩이인 외할머니가 이토록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니! 인생의 막다른 길에 놓인, 이 시대 젊은 청년 봉수아가 외할머니의 편지를 통해 자신을 치유해가는 이야기! 외할머니가 적어나갔던 평범한 날들의 기록이 수아에게 전해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어느새 할머니 은옥에게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이 시대 젊은 청년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얘. 사는 게 죽을 만큼 힘들 땐, 누구도 위하려 들지 말고, 누구에게도 약해지지 마라. 너만 생각하고 너만을 위해 움직이렴. 그래야 그 힘든 순간으로부터 너를 지켜낼 수가 있단다.”

성공한 청년 CEO에서 망한 청년 사업가로
3D 피규어 제작업체 대표 봉수아. 그녀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성공한 청년 CEO’라는 수식어에 자부심을 느끼는 열정 가득한 오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가 이룬 성공에도 못 미더운 시선을 보낸다. 평범한 집안, 평범한 외모, SKY 출신은커녕 ‘IN서울’ 안에도 들지 못한 학벌에, 나이마저 스물일곱인 스펙. 그래서 뛰어난 능력 앞에서도 인정보단 의심을 받았다. 그런데 잘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업이 어느 날부턴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그야말로 한순간에 쫄딱 망해버린다. 이제 그녀의 자리는 오너가 아니라 빚더미 위다.

어느 날 받아든 외할머니의 육필 원고
직원들의 마지막 월급을 주기 위해 성공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우디 A6을 팔고 나오는 날, 수아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의 주인공은 3선 국회의원인 임성혜 의원. 임 의원은 수아에게 외할머니와의 친분을 이야기 하며, 외할머니의 육필 원고를 전한다. 이른바 할머니의 자서전인 원고. 그 원고가 오랜 시간이 지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수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빛바랜 사진 속에서만 존재할 뿐, 함께한 추억 하나 없는 분인데….

1970년 봄날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집 나간 년, 동생 월사금 가지고 튄 도둑 년, 성질머리 더러운 년, 밖에서 애나 낳아온 년. 이 모든 말은 집안 어른들이 외할머니 은옥을 가리켜 내뱉는 말이다. 수아는 소위 개망나니 같은 할머니 인생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족이라 원고를 버리기도 애매하고, 불면의 밤 수면제가 될까 싶어 조금씩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원고 속에서 뜻밖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한 여성과 만난다. 알지만 몰랐던 사람. 집안의 골칫덩이인 외할머니가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일 줄이야!
외할머니의 고군분투기가 그 어떤 자기 계발서나 힐링 서적보다 신선한 치유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원고 속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비밀을 발견한다! 이 비밀을 조용히 안고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세상 밖으로 꺼내놓아야 하는 걸까?

목차

환절기의 법칙1 환절기엔 바람이 먼저 분다
환절기의 법칙2 왜 갑자기 약속이 늘어날까?
환절기의 법칙3 길어지는 불면의 시간
환절기의 법칙4 발 딛고 선 땅이 더 낮아 보일 때
환절기의 법칙5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환절기의 법칙6 경계선이 흐릿해 보여
환절기의 법칙7 상처가 덧나기 쉬운 계절
환절기의 법칙8 나를 안아주고 싶은데
환절기의 법칙9 내 곁에 누워줄 사람이 있다면
환절기의 법칙10 지난 시간의 나를 이해하게 돼
환절기의 법칙11 다시 시작하기엔 애매한
환절기의 법칙12 더 솔직하게 낮아지더라도
환절기의 법칙13 그동안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환절기의 법칙14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렴
환절기의 법칙15 환절기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본문중에서

예전에 수아의 전진은 차분했고, 가끔 빨랐다. 그러나 지금의 후진은 단 한 번의 쉼 없이 초고속 진행 중이었다. 이 무서운 속도의 후진에 어떻게든 제동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제동을 걸고 핸들을 바꿔서 다시 전진한다는 거지?
수아의 머릿속은 아직 한낮처럼 쨍쨍했다.
정신 차려, 봉수아. 지금은 한밤중이야. 수아는 스스로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렇게 계속 그늘도 없는 한낮의 쨍쨍함 속에 있다간 타죽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어쨌거나 지금은 잔뜩 지치고 힘든 날인데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의 한가운데였다. 이 노트를 덮어버리지 않을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52쪽

“……내가 사는 세상은 너무 험한가 봐. 늘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고, 사람들에게선 몰랐던 면을 발견하는데, 그 의외성이 전혀 재밌지 않네. 좀 무섭고 많이 서글퍼.”
수아는 다시 앞서 걸었다. 걷지 않으면 주저앉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안 건지 수아의 팔에 연주의 팔짱이 척, 자석처럼 끼워졌다.
“술 한잔합시다, 선배.”
연주가 수아를 선배라고 불렀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었다.
갑자기 지금 왜 선배인 거냐고 물어야 했지만,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연주의 옆모습이 수아 자신보단 훨씬 단단하고 건강해 보여서, 오늘의 남은 시간은 연주가 하잔 대로 하고 싶었다. 이 순간엔 선배가 아니라 후배라도 좋을 것 같았다.
-205쪽

편지를 받아들기 전, 수아는 자신이 환절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가 있는 곳과 몸이 머무는 곳의 극심한 온도차. 수아는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큰 온도차에 지독한 감기가 걸려 끙끙 앓고 난 뒤에야 완연한 봄이 되든, 깊은 가을이 되든 하는 시기, 환절기.
그 길목에서 수아는 할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수면제가 되기를 기대하며 읽어 내려간 그 편지는, 수아의 해열제였고, 진통제였다. 그 정성 어린 약 덕분에 수아는 그 길목에서 주저앉지 않고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
이제 수아는 완연한 봄이며, 깊은 가을이었다.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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