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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2 :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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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대 99% 사회’ 프레임은 어떻게 불평등을 은폐하는가?
“능력주의 사회는 빈부 격차에 둔감한 사회다”


‘강남 좌파’는 학력과 소득은 높으면서 정치적·이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을 띤 사람을 말한다. 서울의 강남은 ‘부(富)와 권력’의 상징적 의미로 쓰인다. 강남 좌파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도 비슷한 현상이 존재한다.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 프랑스의 ‘고슈 카비아’,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 독일의 ‘살롱 사회주의자’, 캐나다의 ‘구치 사회주의자’, 호주의 ‘샤르도네 사회주의자’ 등에 상응하는 게 바로 한국의 강남 좌파다.
강준만 교수는 2011년에 출간한 [강남 좌파: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라는 책을 통해 ‘강남 좌파’라는 용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 논의를 점화시켰다. 이는 강남 좌파 논란을 공론화한 첫 시도였다. 강준만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며, 강남 좌파를 강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극소수 정치인들에게만 국한해 사용하지 말고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 투쟁은 입시 전쟁이라는 점을 들어 “강남 좌파는 학벌 좌파”이며, 강남 우파도 ‘강남 좌파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강남 좌파 현상은 한국 정치의 핵심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강남 좌파’ 문제를 불거지게 만든 장본인인 조국은 법무부 장관 내정 66일, 법무부 장관 취임 35일 만인 10월 14일에 사퇴했지만, 이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계속될 한국 정치의 근본 문제이기도 하다. 강남 좌파 논쟁은 ‘가용성 편향’과 ‘도덕적 면허 효과’라는 2가지 문제의 해결이나 완화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남 좌파는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진보의 가치를 역설하는 데 능하지만, 서민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무관심하거나 무능할 가능성이 높다(가용성 편향). 또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는 386세대이면서 강남 좌파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제 자본과 학벌 자본은 이런 문제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도덕적 면허 효과).
유권자들은 정치를 좌우의 싸움도 아니고, 진보-보수의 싸움도 아니라고 본다. 기득권 엘리트가 더 나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다. 강남 좌파론은 정치가 출세와 입신양명의 도구로 기능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해하는 게 옳다. 강남 좌파를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의 용도로만 쓰는 것은 너무 비생산적이며, 강남 좌파론에 대한 심각한 오해다.
[강남 좌파 2]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라는 질문이다. 불평등의 완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일 것 같지만,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프레임은 상위 1% 계급에 문제가 있다는 ‘1% 대 99% 사회’ 프레임이지만, 이 책에서는 ‘상위 10%’나 ‘상위 20%’를 문제 삼는 ‘10% 대 90% 사회’ 프레임 또는 ‘20% 대 80% 사회’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파적 대결 구도를 넘어서 강남 좌파를 사회 전체의 불평등 유지 또는 악화와 연결시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다.
정치는 상위 20%가 지배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도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1% 개혁의 주체는 사실상 정책을 만들고 여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고위 관료와 각종 전문직 집단으로 대변되는 19%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전제로 만들어내는 1% 개혁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바로 여기서 ‘강남 좌파’가 문제가 된다. 상위 20%에 속하는 좌파는 강남 좌파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인과 관료 등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의 ‘다양성’ 가치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조국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이라고 하면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를 원흉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불평등의 해소나 완화를 목표로 삼으면서 생각하면 답은 오히려 정치적 불평등이라고 보는 게 진실에 가깝다. ‘조국 사태’는 그런 문제의식을 의제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정치권과 언론과 일반 국민들까지 ‘친조국이냐, 반조국이냐’ 하는 정파적 이전투구로 이 좋은 기회를 탕진하고 말았다.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는 ‘밥그릇 전쟁’으로 인한 ‘분열 구조’에 있는 것이지, 그 어떤 진영이 승리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어느 한 진영이 상대 진영을 완전히 압도해버린다면 ‘분열의 사회적 비용’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이상 그 어떤 정치와 개혁도 분열 비용을 넘어서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만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조국 수호’가 곧 ‘검찰 개혁’이고 ‘검찰 개혁’이 곧 ‘조국 수호’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검찰 개혁은 개혁 열망이 강하거나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선 당장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 개혁 법안만 하더라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중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정의당이 가세해도 의석수가 부족하다. 검찰 개혁을 위해 그 어떤 강력한 개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여야 간 조정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어야 한다.
문재인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런 논리라면 이미 수많은 공직 후보자 중 도덕적 문제나 의혹만으로도 사퇴한 ‘나쁜 선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결국 ‘조국 사태’는 ‘문재인 사태’였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문재인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소통하는 대통령’의 원칙에 충실했더라면, 이 사태는 지난 8월에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이 생각을 바꾸지 않자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사태’로 인식하고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희대의 ‘국론 분열 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조국 수호’를 외친 사람들의 상당수가 ‘문재인 수호’를 위해 나선 것이었다.

20대들이 ‘불평등’에 분노하는 이유

20대는 진영을 초월한 공정을 중시한다. 누군가가 공정하지 못한 사회구조에서 ‘절차적 공정’에 집착할 때 그것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 어떤 사회구조에서나 절차적 공정은 중요하며, 절차적 공정에 집착하는 것이 사회구조의 개혁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이 문제의 구조는 ‘절차적 공정’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며, 진보정치세력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다. 이것이 바로 20대가 갖고 있는 ‘공정’ 개념의 핵심이다. 이 공정에 대해 구조를 보지 못한 ‘미시적 공정’이라거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능력주의적 공정’이라는 비판이 적잖이 나왔지만, 이거야말로 적반하장이다. 누가 세상의 구조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그런 서열 구조를 심화시켜온 386세대에게 큰 책임이 있다.
“잘못된 구조를 만든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책임져야 한다. 그와 별개로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들인 노력 앞에 떳떳하다”는 것이 20대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에 대한 연대 책임에 단호히 반대한다. 이것을 ‘보수화’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기성세대, 특히 일부 진보적 정치인은 관성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생각이 20대를 마땅치 않게 보는 진보 정치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이들은 낡은 선악 이분법으로 20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20대의 공정 개념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조 개혁의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밑에서 위로’는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를 내포한 개념이다. 20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수가 되리라는 희망을 키워가는 게 이 지긋지긋한 이분법 세상을 끝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우리가 정녕 새로운 삶과 정치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20대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모든 사람은 다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가졌으며 성공은 각자 하기에 달린 것이라는 능력주의 신화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한다. 능력주의는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적 이동성의 문제로 둔갑시켜버리는 효과를 낸다. 능력주의 시스템에 의해 생산되는 불평등은 계층 이동성을 죽일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 능력주의 사회는 부자나 빈자에게 자기 정당화 효과를 발휘하게 되어 있다. 부자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고 할 것이고, 빈자도 자신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빈자가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능력주의 사회는 빈부 격차에 가장 둔감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능력주의 사회가 민주적일지는 몰라도 공정성에 위배된다. 다른 것은 다 제쳐놓더라도 출발 지점에서부터 계급 간 격차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공정할 수 있겠는가?
한국에서도 능력주의 사회의 허구성에 대한 많은 연구와 비판이 이루어져왔는데, 그런 비판을 압축시켜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20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수저론’이다. 하지만 이미 왜곡된 능력주의 사회 구조의 덫에 갇힌 개인으로서는 사회에서 인정되는 더 많은 ‘능력’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경쟁은 우선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에서 통용되는 “명문대에 입학하는 길은 우편번호에 달렸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니 우리 국민의 90%가 “특권 대물림 교육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 대 80% 사회’ 프레임이 필요하다

‘1% 대 99% 사회’ 프레임에서는 1%에 속하지 않는 강남 좌파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20% 대 80% 사회’ 프레임에서는 강남 좌파가 매우 중요해진다.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현실에서 그들이 과연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주장할 수 있을까? 20%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외치는 ‘1% 개혁’은 가능한 걸까?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나도 양보했는데, 왜 당신들은 양보하지 않으려는가”라는 당당하고 공평무사한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1% 개혁’도 가능한 게 아닐까? 1%를 불평등의 주범으로 몰아버리면, 나머지 99% 내부의 격차와 불평등은 비교적 작은 문제로 여겨지고, ‘1% 개혁’을 완수하는 날까지 대동단결해야 할 공동체가 된다. 하지만 20%의 중상류층은 다수 대중과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1% 개혁은 그 프레임 자체가 착각이나 위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도 없다. 오히려 20% 개혁이 1%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어떤 계층도 ‘양보’ 없이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19%가 스스로 양보하거나 양보를 강요당하는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1% 개혁도 가능해진다. 그래야 1% 개혁 정책도 시늉이나 제스처로 그치지 않고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보적 정치인들은 중·하층의 민생을 생각하는 것처럼 전투적인 말은 많이 하지만, 그것에 대해 직접 접촉하거나 생각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계급적 기반과 동질적인 동료 압력이나 교류로 인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여권의 정치적 실세인 운동권 386 출신의 그런 착각은 더욱 심해져 개혁적 정책을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에서만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정책을 주요 의제로 삼는다. 검찰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거는 게 그 좋은 예다. 이것이 과연 민생 의제일까? 민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법조 개혁을 하더라도 ‘유전무죄·무전유죄’부터 깨부수는 게 우선이 아니었을까?
왜 강남 좌파가 ‘1% 대 99%의 사회’를 외치는지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이들이 외치는 진보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경제적 기득권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진보 정책의 주요 ‘의제 설정’이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진영 논리도 작동한다. 자기 진영 내부에 긴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보다는 진영 논리에 충실한 ‘모범 답안’만 이야기하려는 안전의 욕구가 1% 비판만 하게 만든다. 자신도 포함되는 19%에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끼리끼리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1% 비판에 집중하는 것이 ‘진보 코스프레’의 정체다. 한국 정치도 그런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답은 ‘20% 대 80% 사회’에 있는데, 우리는 단지 편리하고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1% 대 99% 사회’ 프레임에 빠져 존재하지도 않는 답을 찾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목차

머리말 : 강남 좌파에 대한 오해

제1장 왜 ‘1% 대 99% 사회’ 프레임은 위험한가?: ‘진영 논리’와 ‘진보 코스프레’의 오류
‘불평등’은 언론인·학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주제
불평등을 은폐하는 ‘1% 대 99% 사회’ 프레임
“가만, 내가 성공했다고 욕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
“한국은 20%가 80%를, 50%가 50%를 착취하는 사회”
‘노동귀족’은 ‘수구꼴통’의 용어인가?
“높은 중산층 기준을 갖고 자학하는 한국인”
“고위 공직자 절반이 상위 5% 부자”
1% 비판에 집중하는 ‘진보 코스프레’
‘부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신화’
능력주의 사회는 빈부 격차에 가장 둔감한 사회
정파적 싸움으로 탕진한 ‘조국 사태’
‘진영 논리’가 ‘개혁과 불평등 해소’를 죽인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거부한 진보 진영
‘승자독식’ 체제하의 ‘밥그릇 전쟁’
‘조국 사태’에서 선악 이분법은 잔인하다

제2장 왜 정치는 중·하층의 민생을 외면하는가?: 개혁과 진보의 ‘의제 설정’ 오류
“검찰 개혁이 지나치게 과잉대표돼 있다”
동질적인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위험하다
개혁을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사고방식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1,449명인데도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
“아, 그거 『조선일보』가 하는 얘기야. 너 『조선일보』 보냐?”
‘『TV조선』’과 조중동은 ‘박근혜 탄핵’의 공로자였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제압하려 했는가?
‘조국 사태’는 ‘문재인 사태’였다
여권이 정말 검찰 개혁을 원하기는 했던 건가?
검찰 개혁과 정치 개혁을 분리할 수 있는가?
왜 1960년대 미국 신좌파를 흉내내는가?
‘진보적인 척’하는 게 ‘진보’는 아니다

제3장 왜 ‘도덕적 우월감’이 진보를 죽이는가?: ‘민생 개혁’과 ‘민주화 운동’ 동일시 오류
386세대의 고유한 사고방식
적이 선명한 ‘민주화 투쟁’과 민생의 차이
왜 ‘싸가지 없는 진보’는 계속되는가?
‘도덕적 면허 효과’로 인한 부도덕
팬덤형 정의파들의 ‘내 멋대로 정의’
‘보수 공격’이 진보라고 우기는 직업적 선동가들
진보와 보수는 도덕의 체계와 기준이 다르다
‘공정’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차이
‘미시적 공정’과 ‘거시적 공정’은 상충하는가?
20대에게 구조에 대한 연대 책임을 묻지 마라
‘대의론’과 ‘조직 보위론’은 아직도 건재하다
“우리 모두 위선을 좀 걷어내자”

맺는말 : ‘20% 대 80% 사회’ 프레임을 위하여
번지수를 잘못 찾은 한국 정치
“갈등이 깊어질수록 추상의 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공짜로 ‘도덕적 우월감’을 누릴 수는 없다
“성인이 아니면 입 닥쳐”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위선에 둔감한 진보의 고질병
‘열정의 비대칭성’과 ‘공공 지식인’의 소멸
‘필터 버블’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
진보의 의제 대전환이 필요하다

본문중에서

더욱 심각한 건 불로소득이다. 국세청의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자료를 보면, 부동산 양도차익과 금융소득 등 대표적인 불로소득이 135조 6,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112조 7,000억 원)보다 20%나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이런 불로소득은 거의 대부분 상위 10%의 몫이다. 개인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배당·이자소득(33조 4,000억 원)을 살펴보면, 상위 10%가 차지한 몫은 각각 93.9%와 90.8%에 달했다. 이는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1 대 99의 사회’가 아니라 ‘10 대 90의 사회’, 더 나아가 ‘20 대 80의 사회’를 기본 프레임으로 삼아 개혁에 임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2019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가계 동향 조사 소득 부문(가계소득 조사)’에 따르면, 상·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5.3배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니, 아예 ‘50 대 50의 사회’를 문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 '제1장 왜 ‘1% 대 99% 사회’ 프레임은 위험한가?' 중에서/ pp.29∼30)

언론에서 바람직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경향신문』의 ‘90년대생 불평등 보고서’ 연재가 좋은 예다. 2019년 9월 26일 1면 머리기사로 등장한 「부를 물려받지 못한 청년, ‘불평등’ 수렁에 빠지다」는 기사를 비롯해 좋은 기사가 많았다. 언론은 이런 방향의 기사에 좀더 많은 공을 들였어야 했다. 대부분이 다 동의할 수 있는 개혁을 제쳐놓고 그걸 향해 가는 과정에서 이견 차이에 집착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기존 정파적 이분법 구도, 즉 정파적 진영의 포로가 되기를 자청하는 ‘진영 논리’를 깨지 않고선 그 어떤 개혁과 불평등 해소도 기대하기 어렵다. 생각해보라. 진보 언론에서 노조의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가? 보수 언론에서 노조 탄압을 비판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거의 없을 게다. 진보는 ‘친노조’, 보수는 ‘반노조’라는 이분법은 완강하다. 물론 정치권과 지식인도 마찬가지다.
( '제1장 왜 ‘1% 대 99% 사회’ 프레임은 위험한가?' 중에서/ p.54)

전관예우는 ‘사회 신뢰 좀먹는 암 덩어리’임에도, 우리는 그 암 덩어리의 발호에 최소한의 분노마저 잃은 지 오래다. 당파 싸움엔 열을 올려도 당파를 초월해 작동하는 법칙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아니 정부는 오히려 전관예우의 브로커 역할까지 떠맡고 나선다. ‘공정거래’를 책임진다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10여 명을 대기업에 재취업시켜주면서 고시·비고시 출신을 나눠 ‘억대 연봉 지침’까지 기업에 정해주었다. ‘행정고시 출신 퇴직자’는 2억 5,000만 원 안팎, ‘비행정고시 출신 퇴직자’는 1억 5,000만 원 안팎이라는 억대 연봉 가이드라인까지 책정해준 것이다.『경향신문』 경제부장 오관철은 “공정위 고위직을 맡으려면 퇴직 후 로펌이나 대기업에 재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제도라도 만들어졌으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했지만, 전관예우를 방치하는 데엔 보수나 진보가 한통속이어서 이 문제엔 별관심이 없다.
( '제2장 왜 정치는 중․하층의 민생을 외면하는가?' 중에서/ pp.76∼77)

그 속내가 무엇이었건, 조중동은 자신들의 ‘이념적·정파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상식’을 택했고, 그래서 일부 보수세력에서 ‘한국 보수의 가장 큰 암적 존재’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누군가를 증오하다 보면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이는 조중동 반대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조중동은 바보가 아니다. 매우 영악하다! 그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보수와 더불어 중도세력의 민심까지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며, 그 과정에서 옳은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정파적 이슈에 대해 진보 언론보다 조중동이 옳은 말을 한 경우도 많다. 조중동의 ‘옳음’에 대한 과소평가와 조중동의 ‘그름’에 대한 과대평가 모두 지양하는 게 진정한 ‘안티 조중동’임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 '제2장 왜 정치는 중․하층의 민생을 외면하는가?' 중에서/ pp.87∼88)

운동권 386에 더욱 치명적인 건 남들은 일신의 영달을 꾀할 때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고 하는 자부심과 도덕적 우월감이다. 이건 존중하거나 예찬해야 할 것이지 비판할 게 전혀 못 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라는 게 묘한 동물이어서 그 어떤 미덕도 상황이 바뀌면 악덕이 되고 만다. 선명한 적이 있을 때에 온몸에 각인시킨 선악(善惡) 이분법은 민주화 투쟁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무기가 되었지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하에선 ‘적’과의 타협을 죄악시함으로써 정치의 정상적인 작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민주화 투쟁 시엔 ‘나 홀로’였지만,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해 가정을 갖게 되면서 학부형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이 지배하는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되어 있다. 정관계에 진출한 운동권 386은 대부분 막강한 학벌 자본을 자랑하는 사람들인지라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인맥의 혜택을 누리면서 강남 좌파로 변신하게 된다.
( '제3장 왜 ‘도덕적 우월감’이 진보를 죽이는가?' 중에서/ p.122)

평등을 추구하면서 중·하층의 삶을 가장 염려하는 진보주의자에게도 타협은 아름다운 단어이며 단어여야만 한다. 보수파가 나쁘고 사악하다는 걸 고발하는 일로 타협을 대체해선 안 된다. 더욱 나쁜 건 보수파에 대한 공격만이 진보의 본령인 것처럼 진보적 지지자들을 호도하고 선동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적 선동가들(polarization entrepreneurs)도 적지 않다. 정의와 공정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정의로워 보이고 공정하게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진보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면 아쉬운 쪽은 진보지 보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진보와 보수를 동일선상에 놓고 진보에만 많은 걸 요구하는 건 부당하거나 필패로 가는 길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많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 '제3장 왜 ‘도덕적 우월감’이 진보를 죽이는가?' 중에서/ p.13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6.01.05~
출생지 전남 목포
출간도서 195종
판매수 50,071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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