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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옷을 벗어라 : 법정스님 원적 10주기 추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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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미출간 원고 68편 수록

  • 저 : 법정
  • 출판사 : 불교신문사
  • 발행 : 2019년 11월 10일
  • 쪽수 : 31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914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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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법정스님 원적 10주기 추모집
    ‘낡은 옷을 벗어라’ 출간

    1963∼1977년 불교신문에 게재한
    시 설화 논단 서평 등 68편 담겨
    냉철한 판단력 담긴 글 ‘주목’
    수익금은 포교와 장학금 활용


    ‘무소유’의 가르침으로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 했던 우리시대의 큰 스승이었던 법정스님(1932∼2010)의 원고 68편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원적 10주기 추모집으로 출간됐다.

    불교신문사(사장 정호스님)는 11월 10일 ‘법정스님 원적 10주기 추모집’으로 『낡은 옷을 벗어라』를 출간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법정스님이 1963년부터 1977년까지 불교신문에 게재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그동안 스님 명의로 출간된 바가 없어 사상적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법정스님은 이 당시 불교신문 주필과 논설위원을 맡으며 불교포교를 위해 다양한 글들을 실어왔었다. 스님은 법정스님이라는 이름 이외에도 ‘소소산인’ ‘청안’이라는 필명으로도 다양한 글들을 실어왔다. 법정스님의 유명한 저서 『무소유』를 비롯해 『영혼의 모음』 『서있는 사람들』 등 초기 저작에도 불교신문에 게재했던 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에 발간된 『낡은 옷을 벗어라』는 불교신문이 지난 2010년 법정스님이 원적한 뒤 1년 후 스님의 가르침을 조명하기 위해 당시 전략기획부가 불교신문 영인본을 조사하며 찾아낸 원고다. 원래 법정스님의 유지에 따라 절판하려 했으나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는 차원에서 (사)맑고 향기롭게의 협조를 받아 출간하게 됐다.

    『낡은 옷을 벗어라』는 68편의 원고를 성격으로 분류해 11개 영역으로 나누어 신문에 실린 제목을 그대로 실었고, 일부는 새로 제목을 달았으며 원고 끝에 게재 일을 표기해 글을 쓸 때 당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일부는 시기가 오래된 원고여서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일부 원고는 전체 맥락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극히 최소한 문장을 수정했고, 어법 또한 현대문법에 맞췄다. 활자판 인쇄로 한자가 누락된 부분은 유추하여 앞뒤 문맥에 맞도록 수정했다.

    『낡은 옷을 벗어라』에는 법정스님이 출가한 후 사상적 흐름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출가 초기 시절 역경사업을 하며 쓴 설화를 비롯해 문학적 감수성이 넘치는 시,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으로 불교의 낡고, 해묵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칼날같이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논단과 칼럼이 수두룩하다.

    총 11개 영역으로 분류해 엮어 낸 『낡은 옷을 벗어라』에는 스님이 출가한 초기인 1960년대 초기에는 역경사업에 매진했던 글들이 13편의 설화형태로 나타나 있다. ‘어진 사슴’, ‘조용한 사람들’, ‘겁쟁이들’, ‘저승의 선물’ 등으로 쓰여진 설화에는 경전에 근거한 비유를 인용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글들이 들어 있다. ‘구도자’라는 설화는 스님이 창작한 설화로 중국 선종사 초조인 달마스님과 혜가스님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연둣빛 미소’라는 설화는 죽은 물고기를 통해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는 법정스님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1960년대 중반부터는 법정스님의 시 12편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법정스님은 자연친화적인 산문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시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이 이번 원고를 통해 알 수 있다. ‘병상에서’라는 시는 수행자가 몸져누워 있으면서 겪는 인간적인 외로운 마음을 노래하고 있고 ‘내 그림자는’라는 시는 법정스님이 서울에서 생활하며 산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보이며 자신을 안스러워 하는 감정을 엿보게 한다.

    스님은 역경과 문학에 관심을 두면서도 불교신문과 인연을 맺으면서 논리정연하고 불교의 발전을 염원하는 다양한 칼럼과 논문과 서평 등이 게재돼 있다.

    “졸속주의가 낳기 마련인 부실과 단명短命을 이제 우리가 할 신성한 불사에만은 제발 되풀이하지 말자는 말이다. 만약 오늘 이 땅에 부처님이 출현해서 말씀을 하신다면 어떠한 말씀을 어떻게 하실까? 한말식(韓末式) 사고로써 그 시절에 쓰던 한어식(韓語式)으로 말씀을 하실까? 아니면 지금의 우리 귀에 익은 우리말을 쓰실까? 철 지난 옷을 언제까지고 걸치고 있으려는 고집은 이제 웃음거리밖에 낳을 것이 없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철이 온다는 이 엄연한 우주질서를 이제는 더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새로운 계절 앞에서 그만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려는가?”
    (/ pp.135∼136)

    강남 봉은사의 부지가 팔리는 사안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결기 넘치는 스님의 마음을 담은 글도 보인다.

    “불교회관 건립은 몇 해 전부터 논의된 우리 종단의 염원이다. 그 회관을 세우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봉은사 같은 도량을 팔아서까지 회관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만큼 시급한 일인가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봉은사는 잘 알다시피 한국불교사상 영구히 기억될 도량이다. 불교가 말할 수 없이 박해를 받던 이조시절 허응(虛應) 보우(普雨) 스님에 의해 중흥의 터전이 구축된 데가 이곳이며, 서산·사명 같은 걸승의 요람이 된 곳도 바로 이 봉은사인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거나 또는 불교 중흥의 도량이라는 과거를 무시하고라도, 한수이남(漢水以南)에 자리 잡은 그 입지적인 여건으로 보아 앞으로 우리 종단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도량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침묵은 범죄다-봉은사가 팔린다’ 중에서/ p.35)

    불교신문사 사장 정호스님은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맑고 향기롭게’의 승인 하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며 “책에 대한 수익금은 불교포교와 (사)맑고 향기롭게의 장학기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낡은 옷을 벗어라』에는 어떤 글들이 들어 있나…

    - 설화 ‘연둣빛 미소’

    비록 겉모양은 물고기나 짐승들이 우리들과 서로 다르지만, 모든 생물의 근원인 그 생명에 있어서는 조금도 다를 수가 없다. 아기 자라와 어미 자라의 눈물겨운 정리(定離)가 우리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런데도 우리는 나를 살찌게 하기 위해서 단 하나뿐인 남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고 있으니, 이러고도 만물 가운데 영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식탁이 기름질 때, 그것은 곧 도마 위에서 원통하게 죽은 고기들에 의해서 된 것임을 안다면, 부모와 형제 자녀 그리고 이웃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감히 목에 넘길 수 있겠는가!
    ○ 1964년 7월 19일

    - 논단 ‘부처님 전 상서’

    부처님!
    극락행 여권을 발급하고 있는 데가 있다면 세상에서는 무슨 잠꼬대냐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 암흑의 계절 중세가 아니라, 오늘 당장 이 자리에 있는 일입니다. 그것도 푸닥거리나 일삼는 ‘무당절’에서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도 손꼽는 대찰(大刹)들에서 버젓이 백주에 거래되고 있으니 어떻겠습니까? ‘다라니’라는 것을 찍어서 돈을 받고 팔고 있습니다. 야시장도 아닌데 이런 넋두리까지 걸쳐서 “극락으로 가는 차표를 사가시오.” 하고 말입니다.
    ○ 1964년 10월 18일

    - 시 ‘병상에서’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 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 수가 없는데…
    지난밤에는 열기(熱氣)에 떠
    줄곧 헛소리를 친 듯한데
    무슨 말을 했을까
    앓을 때에야 새삼스레
    혼자임을 느끼는가
    성할 때에도 늘 혼자인 것을

    열이 오르네
    사지(四肢)에는 보오얗게
    토우(土雨)가 내리고
    가슴은 마냥 가파른 고갯길
    이러다가 육신은
    죽어가는 것이겠지…
    바흐를 듣고 싶다
    그중에도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장엄한 낙조(落照) 속에 묻히고 싶어
    어둠은 싫다
    초침 소리에 짓눌리는 어둠은-
    불이라도 환히 켜둘 것을
    누구를 부를까
    가까이는 부를 만한 이웃이 없고
    멀리 있는 벗은 올 수가 없는데…
    ○ 1965년 4월 4일

    - 시 ‘내 그림자는’

    너를 돌아다보면
    울컥, 목이 매이더라
    잎이 지는 해질녘
    귀로(歸路)에서는
    앉을자리가 마땅치 않아
    늘 서성거리는
    서투른 서투른 나그네
    산에서 내려올 땐
    생기(生氣) 파아랗더니
    도심의 티끌에 빛이 바랬는가?
    ‘피곤하지 않니?’
    ‘아아니 괜찮아…’
    하지만 21번 합승과
    4번 버스 안에서
    너는 곧잘 졸고 있더라
    철가신 네 맥고모처럼
    오늘도 너는 나를 따라
    산과
    시정(市井)의 기로에서
    수척해졌구나
    맑은 눈매에는 안개가 서리고…
    ‘스님, 서울 중 되지 마이소’
    그래 어서어서 산으로 데려가야지
    목이 가는 너를 돌아다보면
    통곡이라도 하고 싶어
    안스러운 안스러운 그림자야 -
    ○ 1965년 10월 17일

    - 칼럼 ‘메아리 없는 독백’

    친애하는 베토벤 씨!
    지금 제게는 혼자서 높은 산정(山頂)에 올라 주위를 둘러 볼 때 오는 그러한 허허로움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럴 때 저는 지금 살아 있는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찾고 싶습니다. 영혼을 울리는 당신의 그 인간적인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당신의 의지와 신념의 바다에 잠기고 싶은 것입니다.

    베토벤 씨!
    당신의 멜로디를 들으면, 그 ‘고뇌를 넘어선 환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저는 제가 할 일이 무엇이라는 걸 절감합니다. 온통 저의 심장은 고동합니다. “나는 인생을 몇 천 번이고 되풀이해서 살고 싶다… 나는 고요한 생활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은 아니다.”잎이 저버린 숲에서는 탁목조(啄木鳥)의 나무 쪼는 소리가 빈 골짝을 울리고 있군요. 고독한 구도자 스피노자의 의지를 거듭 되새기면서 이 ‘메아리 없는 독백’을 멈추어야겠습니다.
    ‘아무리 내일로 세계의 종말이 명백하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
    베토벤 씨! 고뇌하던 우리 베토벤 씨!
    ○ 1966년 1월 16일

    - 칼럼 ‘성탄聖誕이냐? 속탄俗誕이냐?’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 절 주지 스님의 생일이라고 했다. 그 스님을 따르는 신도들이 장꾼처럼 모여서 웅성거렸다. 이날을 위해 충성스런 신도들은 백일 전부터 기도를 붙였다는 것이다. 주지께서는 새로 만들어온 값진 옷을 입고 치맛자락에 둘러싸여 희희낙락(喜喜樂樂) 화기 띤 얼굴로 비단 방석 위에 앉아 계셨다.

    4월 초파일! 이날은 부처님이 탄생한 날이 아니다. 실달태자(悉達太子)가 자기 엄마한테서 나온, 그러니까 한낱 속인(俗人)의 생일이다. 부처님에게도 굳이 생일이 있어야 한다면, 그날은 성도(成道)한 날이어야 할 것이다. 8만4천 번뇌를 말끔히 털어버리고 ‘지혜의 눈’을 뜨면 바로 그날이라고. 섣달 초여드레! 겨우 ‘마지’나 한 불기 올리는 것으로 소홀히 해치우는 그 성도절成道節을 우리는 해마다 보아오고 있다. 사문보다는 왕자의 쪽이 부러워서일까? 아니면 그때는 등이 팔리지 않아서일까?

    5월의 훈풍(薰風)을 타고 경향 각지의 사원에서는 바야흐로 축제 기분으로 일색(一色). 얼마짜리 등이 생산코스트와는 상관도 없이 활발히 거래되는 호경기 속에서 ‘빈자(貧者)의 일등(一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얼마짜리 등에 따라 신념이 척도된다면 이보다 더한 착각은 없으리라. 거액을 들여 거리거리에 아치를 세우는 등 예년보다 더 호화로운 행사를 하리라고 야단이다. 아직도 승단은 길을 잃은 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데, 오늘도 사원의 문전에는 헐벗고 굶주리는 이웃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부처님은 자비의 화신. 자비 대상은 물론 중생. 이런 불협화음 속에서 부처님은 과연 탄생할 것인가, 질식할 것인가?
    ○ 1966년 5월 29일

    - 칼럼 ‘불교 경전, 제대로 번역하자’

    앞으로 나올 우리말 대장경이 한역장경의 사생아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불경의 원전이 곧 한자로 되었다고 착각할 사람을 없을 줄 안다. 우리들이 원전의 언어인 범어나 팔리어를 해득할 수가 없기 때문에, 또 원전들은 많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에 부득이 한역 경전을 그 대본으로 삼지 않을 수 없는 불투명한 입장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네의 언어구조와는 그 궤가 다른 한어체(漢語體) 문장을 그대로 본 따를 수는 없다. 소위 ‘원문(대본)에 의거한 직역’이라고 할 때 까딱하면 그런 사생아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다.

    그 한 예로 지금 역경원에서 하고 있는 고유명사의 표기를 보면 정말 질서 이전의 카오스다. 한역 경전에 나열지(羅閱祗)라는 고유명사가 나오는데 불경을 어지간히 읽은 사람이라도 이를 선뜻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범어 ‘라자그리하rajagriha’를 한음(漢音)으로 옮긴 것으로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왕사성을 가리킨 말이다. 원전도 아닌 한역경전에 나열지(羅閱祗)라고 음역(音譯)되었다고 해서 우리말 번역에도 나열지로 표기하자고 한다. 필자는 이에 즉석에서 반대했었다. 그 까닭은 원어를 능히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자음을 표준삼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그 번역된 시대와 역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음으로 표기된 것을 오늘날 우리들까지 그대로 한자음을 낱낱이 따르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
    ○ 1965년 2월 21일

    - 칼럼 ‘낡은 옷을 벗어라’

    졸속주의가 낳기 마련인 부실과 단명短命을 이제 우리가 할 신성한 불사에만은 제발 되풀이하지 말자는 말이다. 만약 오늘 이 땅에 부처님이 출현해서 말씀을 하신다면 어떠한 말씀을 어떻게 하실까? 한말식(韓末式) 사고로써 그 시절에 쓰던 한어식(韓語式)으로 말씀을 하실까? 아니면 지금의 우리 귀에 익은 우리말을 쓰실까? 철 지난 옷을 언제까지고 걸치고 있으려는 고집은 이제 웃음거리밖에 낳을 것이 없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철이 온다는 이 엄연한 우주질서를 이제는 더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새로운 계절 앞에서 그만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려는가?
    ○ 1965년 2월 28일

    - 칼럼 ‘사문(沙門)은 병들고’

    필자의 청진기로는 지금 승단이 앓고 있는 질병을 제발 오진(誤診)이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 10대와 20대는 ‘학교병(學校病)’에 들고, 30대는 ‘주지병(住持病)’ 4·50대에는 ‘안일병(安逸病)’에 걸려 있다고. 출가해서 오래지 않는 어린 승려들이 세속의 학교병에 걸렸다는 것은 할 말로 해서 승단에 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재래식 강당 공부에 적응되기에는 그들의 머리에 ‘상투’가 없다. 그들은 현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차 말한 바 있지만, 승단교육의 과감한 개혁 없이 한국불교의 내일은 없다. 30대의 사문이라면 한창 수도에 여념이 없을 연륜이다. 그리고 구도자로서의 서슬이 가장 시퍼럴 때이다. 그런데 사문의 본분인 면벽관심(面壁觀心)이나 간경(看經)의 업은 내팽개치고 체격에 어울리지도 않은 주지 벼슬을 하여, 본업에 기울여야 할 정력을 고작 시정(市井)의 관청 출입이나 하는 데 낭비한다는 것은 너무나 애석한 일이다. 30대간에 흔히 거래되는 인사가 “어디 하나 맡았소?”인 것이다. 주지병은 4·50대의 사문들이 본연의 자세로 귀환할 때 한국불교의 내일은 환히 트일 수도 있다. 4·50대는 세간에서 치더라도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일할 때이다. 그런데 우리 승단에서는 벌써 현역에서 물러앉아 ‘뒷방 노장(老長)’으로서 안일을 탐하면서 조로(早老)하고 있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 구도의 길에서 안일처럼 무서운 질병은 또 없으리라. 안일은 도정정지(道程停止)뿐 아니라 부패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그 독소는 개체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에까지 오염될 성질을 띠고 있는 것이다. …(중략)…사문이 구도의 길에서 벗어나 엉뚱한 곁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이다.
    ○ 1965년 12월 26일

    - 논단 ‘불교대학의 사명 1’

    우리 종단이나 대학 주변에서는 곧잘 인재가 없다고 개탄은 하면서도 그 인재를 등용해서 쓸 줄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기껏 길러놓은 사람을 써주지 않을 때에는 기른 의미는 절반쯤 감소되고 만다. 교계나 학계에서처럼 ‘신진대사’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도 드문 실정이니까. 불교대를 졸업한 사람들의 진로는 학교와 종단이 공동으로 책임지고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 놓고 공부하고 보답하게 될 것이다. 그 길은 적지 않다. 포교사, 교법사, 일반교사를 비롯해서 군승의 길도 있고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면 대학원이나 해외유학의 길도 터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원에 따라 입산수도의 길로도 이끌어 주고. 어쨌든 불교대를 나온 사람은 거저 노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 1968년 12월 8일

    - 논단 ‘사문(沙門)의 옷을 벗기지 말라’
    - 종비생 교복착용 찬반론 / 반론

    최근 여러분들 중에서 승복대신 속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종단 안에서는 적잖은 물의가 일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하는 제멋에 겨워 짧은 스커트를 입는 경우라면 우리는 여러분의 사생활에 참견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승복을 벗고 속복 -그것이 교복이라 할지라도-을 입는다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을 넘어, 전체 승단의 질서에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관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여러분은 승단에 적을 둔 사문입니다. 종비생(宗費生)이기 이전에 출가한 사문이란 말입니다. 사문의 외형은 우선 ‘삭발염의’로써 나타납니다. 종단에서 여러분들을 종비생으로서 기르고 있는 것은 시대의 사문으로서 그 사명을 보다 알차게 구현하기 위한 뜻에서이지 식후 소화제 삼아 없는 재정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략)…속복을 입겠다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일반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라고 하는데 그것은 본질적인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옷 모양이나 빛깔에서보다도 그 인품에 달린 것입니다. 사문은 어디까지가 사문의 처지에서 어울리면 되는 것입니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사문의 복색(服色)을 그릇된 선입관과 이해 이전의 눈으로 보면 아니꼽고 거슬릴지 모르지만 여러분들에게 있어서는 그곳은 사원이나 다름없는 도량입니다. 종비(宗費)의 취지가 그렇고 불교대학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스님이 양복 값과 구두 값을 구하려고 다니는 것을 보니 한심스럽더라’고 어떤 청신사(淸信士)는 말합니다. 속복을 하고 외형적으로 행동반경이 확대된다고 해서 학승의 생활이 윤택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도자의 시선은 바깥 모양보다는 내면의 세계로 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1968년 11월 3일

    - 칼럼 ‘침묵은 범죄다-봉은사가 팔린다’

    불교회관 건립은 몇 해 전부터 논의된 우리 종단의 염원이다. 그 회관을 세우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봉은사 같은 도량을 팔아서까지 회관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만큼 시급한 일인가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봉은사는 잘 알다시피 한국불교사상 영구히 기억될 도량이다. 불교가 말할 수 없이 박해를 받던 이조시절 허응(虛應) 보우(普雨) 스님에 의해 중흥의 터전이 구축된 데가 이곳이며, 서산·사명 같은 걸승의 요람이 된 곳도 바로 이 봉은사인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거나 또는 불교 중흥의 도량이라는 과거를 무시하고라도, 한수이남(漢水以南)에 자리 잡은 그 입지적인 여건으로 보아 앞으로 우리 종단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도량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 1970년 2월 8일

    목차

    010 — 일러두기

    천수천안
    012 — 볼륨을 낮춥시다
    017 — 너는 성장하고 있다
    021 — 대비원력
    026 — 아리랑 소나타
    029 — 행자교육

    우울한 독백
    034 — 침묵은 범죄다
    041 — 봄한테는 미안하지만
    046 — 세간법에 의탁하지 않는 자중(自重)을


    마음의 소리 / 시
    052 — 봄밤에
    054 — 쾌청(快晴)
    056 — 어떤 나무의 분노
    059 — 정물(靜物)
    060 — 미소(微笑)
    062 — 먼 강물 소리
    064 — 병상에서
    066 — 식탁 유감
    068 — 내 그림자는
    070 — 입석자(立席者)
    072 — 초가을
    074 — 다래헌(茶來軒) 일지

    숲으로 돌아가리로다
    078 — 성탄(聖誕)이냐? 속탄(俗誕)이냐?
    080 — 돌아가리로다
    082 — 동작동(銅雀洞)의 젊음들은…
    084 — 망우리 유감
    086 — 가사상태(假死狀態)
    088 — 적정처(寂靜處)

    부처님 전 상서
    092 — 부처님, 이 제자의 목소리를…
    101 — 정화이념을 결자(結字)하는 노력이 있어야
    109 — 이 혼탁(混濁)과 부끄러움을…
    116 — 모든 인간 가족 앞에 참회를

    낡은 옷을 벗어라
    122 — 대중성을 띤 역경이 시급하다
    128 — 불교 경전, 제대로 번역하자
    133 — 낡은 옷을 벗어라

    역경, 찬란한 여정
    138 — 경전 결집과 그 잔영(殘影)
    145 — 한역장경의 형성 1
    150 — 한역장경의 형성 2
    156 — 우이독경(牛耳讀經)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166 — 다시 계절 앞에
    168 — 기도하는 신심들
    174 — 사문(沙門)은 병들고
    178 — 방하착(放下着)
    180 — 사원 찾는 관광객, 그들은 불청객인가?
    183 — 사원에 목욕탕 시설이 없다
    185 — 깎이는 임야
    187 — 어서 수도장(修道場)을
    190 — 메아리 없는 독백(獨白)

    재미있는 경전 이야기 / 불교설화
    194 — 어진 사슴
    198 — 조용한 사람들
    202 — 겁쟁이들
    206 — 저승의 선물
    209 — 그림자
    213 — 장수왕
    221 — 봄길에서
    226 — 봄 안개 같은
    231 — 모래성
    234 — 연둣빛 미소
    241 — 어떤 도둑
    245 — 땅거미[薄暮]
    250 — 구도자

    논리를 펴다
    256 — 64년도 역경, 그 주변
    263 — ‘제2경제’의 갈 길
    271 — 불교대학의 사명 1
    278 — 불교대학의 사명 2
    283 — 불교대학의 사명 3
    289 — 사문(沙門)의 옷을 벗기지 말라

    자취를 남기다
    296 — 대담 / 세속과 열반의 의미_ 법정스님·이기영 박사
    304 — 전시평 / 불교와 예술
    208 — 서평 / 인간 석가의 참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명저
    _ 『크나큰 미소, 석가』

    310 — 법정스님 행장

    본문중에서

    “‘볼륨’을 낮춥시다. 우리들의 청정한 도량에서 불협화음을 몰아내야겠습니다. 처마 끝에서 그윽한 풍경소리가 되살아나도록 해야겠습니다. 법당에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고요 속에 여물어 가도록 해야겠습니다. 하여 문명의 소음에 지치고 해진 넋을 자연의 목소리로 포근하게 안아주어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주제넘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도 ‘바흐’나 ‘베토벤’을 들을 때면 의식적으로 ‘볼륨’을 높이는 전과자입니다. 이제 우리 함께 ‘볼륨’을 낮춥시다.”
    ('볼륨을 낮춥시다’ 중에서/ p.16)

    “입시에서의 실패! 단순히 이것만이라면,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실패를 가지고 자기 인생을 어떻게 개발시켰던가에 문제는 있는 것입니다. ‘롤랑’은 뒷날 그의 회상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는 그 일로 해서 조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보다 성숙하여 입학했으니까.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위고’로 인해서 놓쳐버린 시기를 나는 내 인생을 위해 벌었던 것이다….’”
    ('너는 성장하고 있다’ 중에서/ p.19)

    “불교회관 건립은 몇 해 전부터 논의된 우리 종단의 염원이다. 그 회관을 세우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봉은사 같은 도량을 팔아서까지 회관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만큼 시급한 일인가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봉은사는 잘 알다시피 한국불교사상 영구히 기억될 도량이다. 불교가 말할 수 없이 박해를 받던 이조시절 허응(虛應) 보우(普雨) 스님에 의해 중흥의 터전이 구축된 데가 이곳이며, 서산·사명 같은 걸승의 요람이 된 곳도 바로 이 봉은사인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거나 또는 불교 중흥의 도량이라는 과거를 무시하고라도, 한수이남(漢水以南)에 자리 잡은 그 입지적인 여건으로 보아 앞으로 우리 종단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도량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침묵은 범죄다-봉은사가 팔린다’ 중에서/ p.35)

    “졸속주의가 낳기 마련인 부실과 단명短命을 이제 우리가 할 신성한 불사에만은 제발 되풀이하지 말자는 말이다. 만약 오늘 이 땅에 부처님이 출현해서 말씀을 하신다면 어떠한 말씀을 어떻게 하실까? 한말식(韓末式) 사고로써 그 시절에 쓰던 한어식(韓語式)으로 말씀을 하실까? 아니면 지금의 우리 귀에 익은 우리말을 쓰실까? 철 지난 옷을 언제까지고 걸치고 있으려는 고집은 이제 웃음거리밖에 낳을 것이 없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철이 온다는 이 엄연한 우주질서를 이제는 더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새로운 계절 앞에서 그만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려는가?”
    ('낡은 옷을 벗어라’ 중에서/ pp.135~136)

    “불교에 있어서 기복의 요소는 어디까지나 종교의 부수 현상일 뿐이지 종교의 본질은 아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부수 현상이 본질에 앞설 때 그것은 사이비종교이며 미신 사교인 것이다. 불교는 본래 지혜의 종교로서 그 최고 이상인 보리[覺]는 일체지(一切智)이며 정변지(正?智)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르는 도피안(到彼岸)의 수단도 또한 반야(般若), 지혜인 것이다. 불교의 초기교단 형태를 살펴보면 번뇌를 없애고 해탈에 이르기 위해 주로 계율을 지키고 선정과 참회에 힘썼다.”
    ('기도하는 신심들’ 중에서/ p.169)

    저자소개

    법정 [저] 베스트작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2.10.08~2010.03.11
    출생지 전남 해남
    출간도서 35종
    판매수 306,428권

    (속명 박재철)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 3년을 수료하고, 1956년 당대의 고승 효봉을 은사로 출가하여 같은 해 사미계를 받고 1959년에 비구계를 받았다. 치열한 수행을 거쳐 교단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1975년부터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1976년 출간한 수필집 [무소유]가 입소문을 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이후 펴낸 책들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수필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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