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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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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식식
  • 출판사 : 책밥
  • 발행 : 2019년 10월 02일
  • 쪽수 : 248
  • ISBN : 979118692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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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새 계절에는 옷장 대신 내 마음부터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감정에 체한 밤』 식식 작가의 신작
어수선한 마음을 가만가만 헤아려 주는 공감과 위로의 에세이

바람의 결이 달라지면 나무는 꽃을 피워 내거나 낙엽을 떨구며 낯선 온도를 한껏 반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다가오는 계절을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고 어느 계절의 끝자락에 서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되는 순간들, 모든 게 버거워 자신을 보살피지 못했던 지난날에 미안함이 남는다. 『감정에 체한 밤』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 식식 작가는 매년 새 계절이 찾아오듯 우리에게도 다음이 있다고, 충분히 아쉬워했으니 괜찮다며 우리의 마음을 담담히 헤아려 준다. 도톰한 옷들로 옷장 속 서랍을 채우고 정리해 나가듯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상념도 서랍 속에 알맞게 칸칸이 나눠 담아 보면 어떨까. 어제를 한결 안녕히 보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오늘의 감정은 오늘의 서랍 속으로
이번 계절에는 내 마음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불편한 구두를 신은 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신을 벗어던지고 발을 쉬게 한다. 비를 맞고 돌아온 날이면 젖은 외투가 잘 마르게 널어놓기도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기도 한다. 나의 일부가 되어 함께한 것들을 살뜰히 살피는 것이다. 저자는 옷을 정리하는 일에서 나아가 자신의 마음도 돌아보며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마음이지만 결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보자고 말이다. 목적에 따라 서랍의 칸을 나누어 쓰듯 내 감정도 뭉뚱그려진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고 나만의 서랍으로 넣을 수도 있다. 먼저 저자는 습기부터 제거하자고 한다. 나와 가족, 내가 선택할 수 없던 관계를 돌아보며 깊은 수심에 빠져도 스스로를 건져 올려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들은 각자 지나온 시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다. 그것은 눅눅함으로 남거나 특유의 냄새로 남아, 내가 이런 일들을 겪어 왔노라고 티를 낸다. 때로 그것은 어떤 외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귀를 틀어막으면 당장의 외면은 가능하겠지만 나의 일부를 고스란히 썩히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_p13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려도 혹시나 싶어 남은 짝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는 이들을 잊지 않는 것. 빛바래고 오래된 남루한 옷에는 안녕을 고하듯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인연은 미련 없이 놓아 주는 것. 바로 저자만의 처방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감정에 체한 밤』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간결한 울림을 준 저자는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에서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 나간다. 어쩐지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글들은 분명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습기 제거하기

2장 양말 짝 맞추기

3장 철 지난 옷 버리기

본문중에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문득 컵 안에 띠 가 한 줄씩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느리게 낮아지던 작은 수면이 새긴 흔적이리라. 어쩐지 눈을 뗄 수 없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 기분이 천천히 가라앉을 때도 속에 띠 한 줄씩을 그렸을까 상상해 본다. - p.47

내가 쓸데없이 뭘 자꾸 먹으려고 하면 엄마는 무슨 일이 있느냐고, 속이 허하냐고 묻고는 “사랑받고 싶어서 그래”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난 그 말을 웃어넘길 때가 더 많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바람이 드나드는 일 같은 건가 보다 하 며 조용히 이해했다. - p.52

‘인간이 서른 정도까지만 살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럼 내가 더 성숙해지지 못해도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었어” 같은 얼빠진 소리를 유언으로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 p.83

나는 헤매지 않을 줄 알았지. 헤매더라도 이렇게 헤맬 줄은 몰랐지.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흘러갈 줄 알았지. 어딘가에 고이더라도 잠시뿐일 줄 알았지. 내게 맞는 물살을 찾아 몸을 실을 줄 알았지. 흐름 따라가다 보면 예정된 곳에 도착할 줄 알았지. 이렇게 정처 없을 줄은, 정말 몰랐지. - p.124

물놀이가 즐거웠다면 갯벌이 드러난 모습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껏 신이 났던 발자국들은 흔적도 없고, 아쉬움에 푹푹 패인 것들만 남아 있어도 말이다. 찰랑이며 몸을 가볍게 띄우던 물결과 밑바닥의 진득함 모두 바다란 걸 잊지 않아야 한다. - p.135

홀로 남은 짝을 아무리 들고 서 있어 봐야 어디선가 남은 한 짝이 제 발로 걸어 나오는 일은 없다. 때론 그럴만하지 않은 곳에서 등장하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에만 목을 매달고 있기엔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다. 현재를 정리하기 위해 건조대 앞을 떠난다. 비우는 것으로 되찾는 안정. 차곡차곡 놓인 일정한 물결을 한편에 담고, 미련 없이 서랍을 닫는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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