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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 시인의 맛 / 소설가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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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백석, 채만식
  • 출판사 : 가갸날
  • 발행 : 2019년 05월 20일
  • 쪽수 : 24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7949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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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문학의 맛’을 새로운 독법으로 탐색하는 미각 여행서. 우리 시단의 가장 높은 봉우리 중의 하나인 백석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음식이 등장한다. 그의 시는 음식이야말로 웅숭깊은 삶과 문화의 젖줄임을 웅변한다. 그가 토속 시어로 노래한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슬픔은 음식이란 장치를 통해 공동체 집단의 DNA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한다.
    백석 못지않게 음식에 탐닉한 사람이 있었다. 소설가 채만식이다. 290여 편에 이르는 소설, 희곡, 수필 등 채만식의 작품 속에는 도처에 음식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시인 백석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에서 태어났다. 평안북도 정주 여우가 나는 깊은 시골이 고향이다. 소설가 채만식은 한반도 남단의 곡창 호남평야가 고향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책은 우리 문학의 한복판에 자리하면서도 ‘문학의 맛’이라는 예외적 성취를 일구어낸 두 사람의 작가, 북녘 시인 백석(시인의 맛)과 남녘 소설가 채만식(소설가의 맛)의 문학세계를 대비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출판사 서평

    백석은 우리 현대 시가 이룬 가장 높은 봉우리의 하나다. 행간마다 숱한 이야기가 배어 있는 백석의 시에서는 모국어의 숭고함이 배어난다. 그래서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시인들은 과연 얼마나 이 고고한 시인에 육박할 수 있으며,또 능가할 수 있었더냐”([학풍])는 극찬도 등장했을 것이다.
    서울을 떠나 함경도 지방을 떠돌던 시기에 백석은 ‘함주시초’라는 연작시를 썼다. 함주시초 연작의 첫 작품인 [북관]에서 백석은 명태 창난젓에 고추무거리며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넣은 음식을 먹으며 ‘시큼한 배척한 비릿한 구릿한’ 냄새 속에서 여진의 살내음새와 신라 백성의 향수까지를 맛본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이 시는 통상적인 독법을 넘어 백석의 시를 이해하기 위한 징검다리다. 이름하여 ‘백석의 맛’이다. 백석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음식이 등장한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웅숭깊은 삶과 문화의 젖줄임을 웅변하는 장치다. 그리하여 그가 토속 시어로 노래한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슬픔은 같은 음식을 나누던 공동체 집단의 DNA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한다.
    백석처럼 음식에 천착한 시인은 없다. 그만큼 예외적 존재다. 백석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에서 태어났다. 평안북도 정주에서도 여우가 사는 깊은 산골이 고향이다. 놀랍게도 백석 못지않게 음식에 탐닉한 사람이 있었다. 소설가 채만식이다. 채만식의 고향은 곡창 호남평야의 한켠이라 할 수 있는 전라북도 군산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채만식은 식민지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적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냈다. 그는 290여 편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소설, 희곡, 수필 가리지 않고 도처에 음식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채만식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채만식의 고향 군산은 돈과 쌀이 넘쳐나면서도 주린 자들이 거리를 메우던 모순의 도시였다. 맑던 강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이 깨어지며 일순 ‘탁류’로 바뀌는 서사성이 곧 ‘채만식의 맛’이다.
    이 책은 우리 문학의 한복판에 자리하면서도 ‘문학의 맛’이라는 예외적 성취를 일구어낸 두 사람의 작가, 북녘 시인 백석(시인의 맛)과 남녘 소설가 채만식(소설가의 맛)의 문학세계를 대비하며 ‘문학의 맛’을 새로운 독법으로 탐색하는 미각 여행서이다.

    문학은 맛이 있다. 단맛, 쓴맛, 매운맛…. 그 맛의 원천은 해석의 다양성이다.
    이 책은 ‘문학의 맛’을 새로운 독법으로 탐색해보는 시도다. 다만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우리는 그 길을 제시할 뿐이니.
    우리 현대 시가 이룬 가장 높은 봉우리의 하나는 단연코 백석이다. 숱한 이야기가 행간마다 깃들어 있는 백석의 시에서는 모국어의 숭고함이 절로 배어난다. 그래서 해방 직후 백석의 시를 실은 [학풍]이란 잡지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시인들은 과연 얼마나 이 고고한 시인에 육박할 수 있으며,ᅟ또 능가할 수 있었더냐”고 극찬했을 것이다.
    서울을 떠나 함경도 지방을 떠돌던 시기에 백석은 ‘함주시초’라는 연작시를 썼다. 함주시초 연작의 첫 작품은 [북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북관]에서 백석은 명태 창난젓에 고추무거리며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넣은 음식을 먹으며 ‘시큼한 배척한 비릿한 구릿한’ 냄새 속에서 여진의 살내음새와 신라 백성의 향수까지를 맛본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이 시는 통상적인 독법을 넘어 백석의 시를 이해하기 위한 징검다리다. 이름하여 ‘백석의 맛’이다. 백석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음식이 등장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음식을 소재로 삼지 않은 시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들은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음식이야말로 웅숭깊은 삶과 문화의 젖줄임을 웅변한다. 그리하여 그가 토속 시어로 노래한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슬픔은 음식이란 장치를 통해 같은 음식을 나누던 공동체 집단의 DNA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한다.
    백석처럼 음식에 천착한 시인은 없다. 그만큼 예외적 존재다. 백석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에서 태어났다. 평안북도 정주에서도 여우가 사는 깊은 산골이 고향이다. 놀랍게도 백석 못지않게 음식에 탐닉한 사람이 있었다. 소설가 채만식이다. 채만식의 고향은 곡창 호남평야의 한켠이라 할 수 있는 전라북도 군산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채만식은 식민지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적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냈다. 그는 290여 편에 이르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소설, 희곡, 수필 가리지 않고 도처에 음식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채만식은 육식을 매우 즐겼다고 한다. 당시 문인들은 너나 할것없이 가난했다. 가난한 문인들은 ‘피 섞인 침을 뱉어가면서도’ 밥을 먹기 위해 글을 써야 했다. 그랬으니 고기반찬을 사랑하던 그의 고통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채만식의 최후 역시 비극성에서 그보다 앞서 요절한 다른 문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항시 양복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멋쟁이였는데, 폐병 말기에 ‘양복을 팔아 마이신을 맞을까’ 고심하면서도 끝내 양복을 팔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따라서 채만식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의미는 중의적일 수밖에 없다. 채만식의 고향 군산은 돈과 쌀이 넘쳐나면서도 주린 자들이 거리를 메우던 모순의 도시였다. 맑던 강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이 깨어지며 일순 ‘탁류’로 바뀌는 서사성이 곧 ‘채만식의 맛’이다.
    우리 문학의 한복판에 자리하면서도 ‘문학의 맛’이라는 예외적 성취를 일구어낸 두 사람의 작가, 북녘 시인 백석(시인의 맛)과 남녘 소설가 채만식(소설가의 맛)의 문학세계를 대비하는 즐거움을 독자 앞에 선사한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목차

    시인의 맛: 백석

    북관
    동해
    가재미·나귀
    국수
    여우난골족
    주막
    통영
    고야古夜

    주막
    가즈랑집
    고방
    가키사키枾崎의 바다
    여우난골
    여승
    통영
    노루
    선우사
    추야일경
    정주성
    멧새소리
    가무래기의 낙
    박각시 오는 저녁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흰 바람벽이 있어
    구장로球場路
    북신北新
    월림장
    목구木具
    귀농
    두보나 이백같이
    칠월백중
    편지
    무지개 뻗치듯 만세교

    소설가의 맛: 채만식

    산적
    향연
    냉동어
    명태
    애저찜
    산채
    오리식례, 술멕이
    추과도
    포도주
    세검정에서
    전원의 가을
    눈 내리는 황혼
    원두막에서 놀던 이야기
    6월의 아침
    상경 후
    농사
    밥이 사람을 먹다
    백마강의 뱃놀이
    인테리와 빈대떡
    생명의 유희
    빈貧·제일장 제이과

    본문중에서

    북관
    -함주시초1


    명태 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 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고추무거리: 고추를 빻아서 가루를 치고 남은 찌꺼기.

    동해

    동해여, 오늘밤은 이렇게 무더워 나는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거리를 거닙네.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거리 거닐면 어데서 닉닉한 비릿한 짠물 내음새 풍겨오는데, 동해여 아마 이것은 그대의 바윗등에 모래장변에 날미역이 한불 널린 탓인가 본데 미역 널린 곳엔 방게가 어성기는가, 도요가 씨양씨양 우는가, 안마을 처녀가 누구를 기다리고 섰는가, 또 나와 같이 이 밤이 무더워서 소주에 취한 사람이 기웃들이 누웠는가. 분명히 이것은 날미역의 내음새인데 오늘 낮 물기가 쳐서 물가에 미역이 많이 떠 들어온 것이겠지.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날미역 내음새 맡으면 동해여, 나는 그대의 조개가 되고 싶습네. 어려서는 꽃조개가, 자라서는 명주조개가, 늙어서는 강에지조개가. 기운이 나면 혀를 빼어물고 물속 십 리를 단숨에 날고 싶습네. 달이 밝은 밤엔 해정한 모래장변에서 달바라기를 하고 싶습네. 궂은비 부슬거리는 저녁엔 물 위에 떠서 애원성이나 부르고, 그리고 햇살이 간지럽게 따뜻한 아침엔 이남박* 같은 물바닥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놀고 싶습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정말 조개가 되고 싶은 것은 잔잔한 물 밑 보드라운 세모래 속에 누워서 나를 쑤시러 오는 어여쁜 처녀들의 발뒤꿈치나 쓰다듬고 손길이나 붙잡고 놀고 싶은 탓입네.
    동해여!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조개가 되고 싶어하는 심사를 알 친구란 꼭 하나 있는데, 이는 밤이면 그대의 작은 섬 ― 사람 없는 섬이나 또 어느 외진 바위판에 떼로 몰려 올라서는 눕고 앉았고 모두들 세상 이야기를 하고 지껄이고 잠이 들고 하는 물개들입네. 물에 살아도 숨은 물 밖에 대고 쉬는 양반이고 죽을 때엔 물 밑에 가라앉아 바윗돌을 붙들고 절개 있게 죽는 선비이고 또 때로는 갈매기를 따르며 노는 활량인데 나는 이 친구가 좋아서 칠월이 오기 바쁘게 그대한테로 가야 하겠습네.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친구를 생각하기는 그대의 언제나 자랑하는 털게에 청포채를 무친 맛나는 안주 탓인데, 나는 정말이지 그대도 잘 아는 함경도 함흥 만세교 다리 밑에 님이 오는 털게 맛에 해가우손이*를 치고 사는 사람입네. 하기야 또 내가 친하기로야 가재미가 빠질겝네. 회국수에 들어 일미이고 식해에 들어 절미지. 하기야 또 버들개 봉구이가 좀 좋은가. 횃대 생선 된장지짐이는 어떻고. 명태골국, 해삼탕, 도미회, 은어젓이 다 그대 자랑감이지. 그리고 한 가지 그대나 나밖에 모를 것이지만 공미리는 아랫주둥이가 길고 꽁치는 윗주둥이가 길지.
    이것은 크게 할말 아니지만 산뜻한 청삿자리 위에서 전복회를 놓고 함흥 소주잔을 거듭하는 맛은 신선 아니면 모를 일이지.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전복에 해삼을 생각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있습네. 칠팔월이면 으레히 오는 노랑 바탕에 까만 등을 단 제주濟州 배 말입네. 제주 배만 오면 그대네 물가엔 말이 많아지지. 제주 배 아즈맹이 몸집이 절구통 같다는 둥, 제주 배 아뱅인 조밥에 소금만 먹는다는 둥, 제주 배 아즈맹이 언제 어느 모롱고지 이슥한 바위 뒤에서 혼자 해삼을 따다가 무슨 일이 있었다는 둥…, 참 말이 많지. 제주 배 들면 그대네 마을이 반갑고 제주 배 나면 서운하지. 아이들은 제주 배를 물가를 돌아 따르고 나귀는 산등성에서 눈을 들어 따르지. 이번 칠월 그대한테로 가선 제주 배에 올라 제주 색시하고 살렵네.
    내가 이렇게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제주 색시를 생각해도 미역 내음새에 내 마음이 가는 곳이 있습네. 조개껍질이 나이금을 먹는 물살에 낱낱이 키가 자라는 처녀 하나가 나를 무척 생각하는 일과 그대 가까이 송진 내음새 나는 집에 아내를 잃고 슬피 사는 사람 하나가 있는 것과 그리고 그 영어를 잘하는 총명한 사년생 금琴이가 그대네 홍원군 홍원면 동상리에서 난 것도 생각하는 것입네.

    *이남박: 함지박의 하나.
    *해가우손이: 햇빛 가리개.
    (/ 본문 중에서)

    또 내가 친하기로야 가재미가 빠질겝네. 회국수에 들어 일미이고 식해에 들어 절미지. 하기야 또 버들개 봉구이가 좀 좋은가. 횃대 생선 된장지짐이는 어떻고. 명태골국, 해삼탕, 도미회, 은어젓이 다 그대 자랑감이지.
    (/ p.18)

    동해 가까운 거리로 와서 나는 가재미와 가장 친하다. 광어, 문어, 고등어, 평메, 횃대…. 생선이 많지만 모두 한두 끼에 나를 물리게 하고 만다. 그저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
    (/ p.20)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 p.24)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찰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 p.27)

    저녁밥 때 비가 들어서 바다엔 배와 사람이 흥성하다
    참대창에 바다보다 푸른 고기가 께우며 섬돌에 곱조개가 붙는 집의 복도에서는 배창에 고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즉하니 물기에 누굿이 젖은 왕구새자리에서 저녁상을 받은 가슴 앓는 사람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
    (/ p.39)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 p.52)

    종로 행랑 뒷골 어느 선술집이다. 바깥이 컴컴 어둡고 찬바람 끝이 귀때기를 꼬집어 떼는 듯이 추운 대신 술청 안은 불이 환하게 밝고 아늑한 게 뜨스하다. 드나드는 문 앞에서 보면 바로 왼편에 남대문만한 솥을 둘이나 건 아궁이가 있고, 그 다음으로 술아범이 재판소의 판사 영감처럼 목로 위에 높직이 앉아 연해 술을 치고, 그 옆에가 조금 사이를 두고 안주장이 벌어져 있다. 그리고 그리로 돌아서 마방간의 말죽 구유 같은(평평하니까 말죽 구유와는 좀 다를까) 선반, 도마가 있고, 그 위에가 식칼, 간장, 초장, 고추장, 소금 무엇무엇 담긴 주발이 죽 놓여 있다. 안주 굽는 화로는 목로에서 마주보이게 놓여 있다.
    (/ p.99)

    신천총 영감은 우선 앞에 놓인 접시에다가 이것저것 음식을 걷는다. 전유어, 편육, 생전복, 적, 민어회, 닭조림, 제육조림, 생선찜, 떡, 그밖에도 많다. 족편이 있나 하고 둘러보았으나 없다. 음식을 걷어다 놓고는 비로소 먹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걷어온 놈이 아니고 원접시엣치다. 달게 먹는다. 맛있는 음식인데 시장했겠다, 한데 노인이니 달지 않을 수가 없다. 전유어는 연해서 좋고, 제육조림은 진건해서 좋고, 닭조림은 뼈는 성가시어도 훗입맛이 감칠맛이 있어 좋다.
    (/ p.111)

    명천明川 태가太哥가 비로소 잡아 팔았대서 왈 명태明太요, 본명은 북어北魚요, 혹 입이 험한 사람은 원산元山말뚝이라고도 칭한다. 빼빼 마르고 기다란 몸瘦軀長身, 피골이 상접, 한 3년 벽곡辟穀이라도 하고 온 친구의 형용이다. 배를 따고 내장을 싹싹 긁어내어 싸리로 목줄띠를 꿰어 쇳소리가 나도록 바싹 말랐다. 눈을 모조리 빼었다. 천하에 이에서 더한 악형惡刑도 있을까. 모름지기 명태 신세는 되지 말 일이다.
    (/ p.119)

    찾아간 친구의 점심 대접이 극진하다. 희다 못하여 푸른 기가 돋는 서리쌀(풋쌀)에 푸른 콩을 놓은 밥, 된장찌개에서 나는 솔버섯의 향내, 연한 풋배추를 다홍고추로 이겨 담은 김치, 그리고 삶은 영계에 코를 쏘는 소주. 뜰 앞에 가을 국화순이 우북이 자랐고, 빨랫줄에 제비가 한쌍 심란스레 앉아 지저귀지도 아니한다.
    (/ p.14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12.07.01~1995
    출생지 평북 정주
    출간도서 79종
    판매수 88,202권

    본명 백기행白夔行.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오산고보와 일본의 아오야마靑山학원을 졸업하고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했다. 1930년 조선일보 현상문예에 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었고,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定州城]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으며, 1936년 시집 [사슴]을 간행했다. 해방 후 고향에 머물다 1996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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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02.06.17~1950.06.11
    출생지 전북 옥구
    출간도서 125종
    판매수 41,282권

    전라북도 임피군의 부농 가정에서 출생했다. 1922년 중앙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에 은선흥殷善興과 결혼한 후 일본 와세다 대학 문과에 들어갔다가 간토 대지진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귀국했으며 그 후 장기결석으로 퇴학당했다.
    1924년부터 1936년까지 동아일보, 개벽,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면서 창작 활동을 병행했다.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카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희곡 [인형의 집을 나와서] 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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