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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시 :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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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비성년’의 시간과 시의 탄생에 관해
    열두명의 시인들이 쓴 테마 시×산문집


    열두 명의 시인들이 십대 시절과 지금에 대해, 시와 산문을 겹쳐 쓴 이상한 테마 시×산문집 『교실의 시』가 출간되었다. 십대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끊임없이 소환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을 향한 의문이 일상이 된 2019년, 시인이 세계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존재라면, 이들은 이러한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 책은 ‘교실’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감각․감정,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비성년의 시간을 담아낸 열두 편의 시, ‘다른 어른’과 시의 탄생에 대해 전하는 열두 편의 산문을 엮었다.

    출판사 서평

    시의 탄생, 산문의 맛
    떨림, 기대, 우울, 슬픔, 자기혐오, 사라지고 싶은 충동, 외로움, 질투, 갈망, 답답함, 폭력, 치기, 우정, 첫사랑, 상실, 알 수 없는 미열…. 우리가 교실에서 보냈던 시간이 있다. 지금, 우리는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을까? 교실 창가 쪽 세 번째 줄에 앉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사랑하는 열두 명의 시인들(김승일, 김행숙, 김현, 배수연, 서윤후, 서효인, 신철규, 신해욱, 오은, 유진목, 임솔아, 황인찬)이 그 시절과 지금, 시와 산문을 겹쳐 쓴 이상한 테마 시×산문집 『교실의 시』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교실’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감각․감정,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해 들려준다. 비성년의 시간을 담아낸 열두 편의 시, 시를 구체화하며 다른 어른과 시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열두 편의 산문을 엮었다. 또한 예술비평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 양효실의 비평에세이를 발문으로 덧붙여, 문학평론과는 조금 다른 관점과 맥락에서 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는 법을 안내한다.
    『교실의 시』는 교실과 십대 시절, 비성년의 시간에 관해 시를 쓴 시인들에게 기존에 썼던 시 한 편을 고르고, 그 시가 자아내는 정서나 감각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산문 형식으로 자유롭게 써달라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시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해야 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 또는 감각이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때 생각하던 어른과 세상은 어떤 것이었고,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나요? 또는 어른이 되지 못했나요/않았나요? 스무 살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대입니다. 우리가 십대 시절과 비성년의 시간, 그러니까 ‘어른’의 경계나 바깥에서 삶을 더 잘 꾸릴 수 있는 감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시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시인들이 시와 산문을 엮어 들려주는 사려 깊은 대답에서, 우리는 먼저, 시인들이 왜 이 시를 썼는지, 시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어떤 마음들이 시가 되는지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 삶과 시의 언어가 서로 어떻게 스며드는지에 관해, 가장 접근하기 쉬울 이야기를 듣는다. 한편, “산문은 시를 보충하도록, 암시적인 시를 이해 가능하게 만들 임무가 있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시와 산문은 보충적이라기보다는 병렬적이다. 굳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산문은 따로 읽을 만한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양효실, 「발문」) 실제로, 이 책에 참여한 시인들은 대부분 탁월한 산문가이거나 소설가이거나 평론가이다. 자전적이고 담백한 글부터 단편소설처럼 읽히는 글, 산문시 같은 글, 비평에세이,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뒤섞은 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고유한 스타일을 선보여 독자들은 다양한 산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테마나 결을 가진 글들을 네 개의 부로 묶었는데, 1부에는 시인들이 십대 시절과 현재를 교차시키며 시 쓰기와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들을, 2부에는 죽음과 삶, 세월호, 상징적 죽음에 관한 글들을, 3부에는 몽환적이고 부조리한 기억을 담아낸 글들을, 4부에는 여러 시간들, 또는 여럿의 ‘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말하는 글들을 실었다.

    교실의 의미, 다른 어른의 탄생?
    교실은 칠판과 교탁, 책상과 의자, 사물함,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교사가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이다. 또한 우리가 학교와 가정에 속해 있어야 했던 십대 시절, 즉 어른의 바깥에 존재하는 시간인 동시에, 아이가 처음 접하는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교실’이라고 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2014년 세월호의 아이들과 단원고의 교실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이 집단기억과 ‘집단적 외상’으로 인해 이 책에는 세월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두 편의 시와 산문이 실려 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배움, 훈육과 폭력, 권력관계, 우정, 사랑, 그리고 온갖 감정과 상처들을 경험하면서, 또 그것을 긍정하거나 부정·단절하면서 ‘어른’ 또는 ‘비성년’, 아니 ‘나’가 되어간다. 교실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 어떤 감성과 태도의 원형·기원이 존재하는 곳이다. 『교실의 시』가 주목하는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책은 시인들의 예민한 감각과 언어를 통해, 그때의 교실과 지금 우리 삶을 겹쳐 다른 풍경을 발견해내고자 했다. 어른과 성장과 성숙에 관해, ‘어른’의 타자로 여겨지는 ‘아이’, 그리고 그 시절의 감성과 경험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고 다른 어른을 상상하고자 했다. 우리는 어떻게 지금-여기까지 왔을까? 진부한 어른이 되지 않고 어떻게 다르게 잘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시인들의 대답은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일관된 흐름을 발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황인찬은 “그 모든 미숙함과 흉함과 어리석음의 시간”을, 서윤후는 “나도 모르게 부모에게 흠집이 되어선 안 된다고 다짐했던 애어른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황인찬은 “여전히 학창 시절의 나에게 사로잡혀 있으며,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고, 서윤후는 “그것이 내 것이 아닐 수 없다는 절망감을 순순히 껴안”는다. 배수연은 “내가 가진 고통이 부끄러워 스스로를 은폐하지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 일”이 “더 이상 몸이 자라지 않는 사람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성장”이라고 쓴다.
    그러므로 김현은 “어른이란 어디서든 울음을 터뜨릴 줄 아는 이”이자 “어디서든 웃음을 터뜨릴 줄 아는 이”이며, “타인의 얼굴에서 시간을, 시간에 힘입어온 기쁨과 슬픔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어른’을 다르게 정의한다. 신철규는 학교 교육이 어른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임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슬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오래 생각”한 후, 다른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유진목 역시 “나는 나대로 내가 정한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십대 시절에 함께했던 어른들과 멀어져 “내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한편, 임솔아와 김승일은 산문에서도 비성년 화자를 불러내 마음의 원형을 드러내고, 그것이 어떻게 시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임솔아는 아이가 동네와 학교와 운동장을 떠돌게 하고, 김승일은 여러 장소와 시간과 목소리들을 겹쳐놓는다. 서효인은 기억에서 거의 다 지웠던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며, 그 교실의 흔적이 “이제 사회 곳곳으로 나아가 밥벌이하”고 사는 동년배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그들은 “혐오가 혐오인지 모르고,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는 무뢰배”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수많은 기억 및 목소리들과 함께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오은은 “나는 무수한 척을 거쳐 어른이 되었”고, “보이는 나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진짜 나는 상대적으로 희미해질 수밖에 없”지만, ‘척하는 일’이 진짜 나와 완전히 괴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신해욱은 “다 큰 사람이 되었는데도 나를 의탁할 수 있는 ‘어른’을 간절히 원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진정한 어른’ 같은 것은 평생 될 수 없”지만, “누가 나를 지켜주거나 가만히 지켜봐주는 듯한 기분”으로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닐”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김행숙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슬픔에 관한 기억을 끄집어내고, ‘왜 울었을까?’라고 오랫동안 남아 있던 물음에 대해 대답한다. 그러면서 ‘투명인간’조차 되지 못하고 “불편하게 자꾸 거슬리는 존재”, 즉 ‘소수자’였던 그 아이를 발견해낸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 속을 헤매며, 시와 함께 “내 슬픔에 대해 충분히 응대하고 항의하고 끌어안으려고 하는 사람이 되”(서윤후)면서, 무수한 ‘나’를 만나면서 기존의 어른이라는 관념 자체를 무용하게 만드는 이들이 탄생하는 중일까?

    공통의 마음 풍경, 시인들의 시간 제조법
    시인들의 십대 시절과 교실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교실의 시』는 여전히 그 시기를 떠나지 못하는, 또는 그 시기를 서서히 잊어가는 사람들을 가슴 시린 교실로 초대한다. 201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대부분 1980년대생인 시인들은 이 산문들을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써내려갔으며, 한때 나였을 아이와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인 개인의 내밀한 마음 풍경인 동시에, 우리가 통과했고 통과 중인 바로 그 시간에 관한 낯설지 않은 이야기, 2010년대를 지나는 이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마음 풍경이기도 하다.
    이때, 과거를 쉽사리 낭만화하지 않으며 노스탤지어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것은 “한때 아이였거나 계속 아이인 사람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수인으로, 약자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존재로 살아”가며,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견디면서 지금-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기적이거나 악몽”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 속 교실은 빛보다 어둠이 더 짙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이 “그때를 지금으로 감각하는 시인들, 그때를 떠나지 못하는 시인들의 지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중첩되고 각자의 논리적 자리에 상호 간섭하는 시와 산문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나간 것은 단 한 번도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 계속 돌아오는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살을 부여하는 일의 무의미한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양효실, 「발문」) 이 책은 그때와 지금, 그리고 여러 시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꿈같은 기억들, 기억 속의 타인들, 내 안의 어른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여기서 시간을 끌어안는 시인들의 용감한 태도, 또는 세심한 윤리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진부한 어른이 아닌 다른 존재의 탄생을 본다. 또한 시와 산문에서 과거와 현재를 겹치며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시인들의 시간 제조법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체험이 될 것이다.

    목차

    1부 성장
    교실 미수 _황인찬
    아직, 비둘기신가요 _배수연
    그래서 너는 무엇이 되었니 _서윤후

    2부 흔적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_김현
    돌아갈 수 없는 교실 _신철규
    내 엄마의 죽음 _유진목

    3부 꿈
    매일 밤 운동장 _임솔아
    내가 쓰지 않는 것들 _김승일
    1996, 그들이 교실을 지배했을 때 _서효인

    4부 나
    척 보면 척 _오은
    도플갱어의 도플갱어 _신해욱
    내 이름은 빨강 _김행숙

    발문 그때-거기라는 지금-여기, 아니 지금-여기라는 그때-거기 _양효실

    지은이 소개

    본문중에서

    인간의 성장이란 참 이상하다. 그저 사랑받고 싶고, 기쁘고 싶고, 즐겁고 싶을 뿐이던 어린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호르몬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심각하고 우울하고 우스꽝스러운 인간이 되어버린다. 중학생 시절이란 그렇게 갑자기 성장하게 되어버린 웃기고 슬픈 나날들이다. (불행하게도) 두뇌가 발달해버리는 바람에, 내가 ‘나’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가는 그 시절, 내가 ‘나’라서 자꾸 겪게 되는 그 무수한 시행착오들.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누구든 당장 땅속 깊숙이 머리를 박고 싶어지리라.
    ('황인찬, 「교실 미수' 중에서/ pp.14~15)

    어른은 그저 나이를 먹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의 얼굴은 나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의 얼굴은 상상해보게 한다. 그의 삶을. 그의 삶을 토대로 한 나의 삶을. 우리의 과거를. 우리가 한 교실에 있었더라면. 우리가 함께 죽음을 넘었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어른은 타인의 얼굴에서 시간을, 시간에 힘입어온 기쁨과 슬픔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김현,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중에서/ p.70)

    제일 좋아하는 것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예고편. 예고편이 너무 좋아서 영화는 보지 않았다. 나중에 극장에 걸리면 보려고 참았다. 거기 나오는 주인공이 너랑 같은 헤드폰 쓰고 있어. 불법 다운로드로 미리 본 친구가 알려줬다. 나는 극장에서 볼 거야. 그런 시를 쓸 거야. 그런 시? 릴리 슈슈 같은 시. 넌 보지도 않았잖아. 들판에 고등학생이 서서 음악 듣는 시를 쓸 거야. (…) 계속 쓸 거야. 들판에서 음악 듣는 고딩 얘기를. 서울에서 창원까지 걸어가다 본 도로들을, 지각하고 언덕 밑에서 만난 골목을, 평생 그런 것들만 묘사하다 죽을 거야. 의미 있는 것들. 무슨 의미인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 담을 타고 몰래 들어간 한밤중의 초등학교 운동장, 거기 누워서 생각한 것들. 무슨 생각을 했더라. 나도 모르지. 기억나지 않는 생각들. 사실은 하지도 않은 생각들. 내가 이런 걸 봤다고 아무리 자랑해도, 잘난 척이 아닌 것들. 누구의 부러움도 사지 않고, 누구의 판단도 사지 않고,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구나.
    ('김승일, 「내가 쓰지 않는 것들' 중에서/ pp.132~133)

    나는 다 큰 사람이 되었는데도 나를 의탁할 수 있는 ‘어른’을 간절히 원했다. 서른이라니, 갑자기 노숙한 느낌이 들어 착잡하면서도 어려운 기로에 설 때면 누가 길을 알려주고 힌트를 던져주기를 바랐다. 다만 바깥에서 들어오는 조언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있었을 따름이다. 바깥으로 열린 귀는 늘 지나치게 얇거나 두껍다. 말은 귓바퀴에서 겉돌거나 한쪽 귀로 들어와 한쪽 귀로 빠져나간다. 바깥이 아닌 바깥, 타자가 아닌 타자, 내가 아닌 내가 어딘가에 있다면. 있을 수 있다면. 그 생각이 허파에 산소를 꽉 채웠다. 청소년기를 돌아보려고 궁리한 설정이었지만, 사실 도플갱어에 대한 판타지는 이미 지나간 시간을 향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15년 후의 시선이 현재의 나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기를. 동시에 현재의 내가 15년 후의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신해욱, 「도플갱어의 도플갱어' 중에서/ p.188)

    소녀는 자라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 30년이 흘렀고 자연히 내게서 그 소녀의 얼굴이 사라지고 더불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고 바뀌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영혼은 나를 떠나지 못했다. 내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와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들을 나는 느낄 수 있다. 느끼고 싶지 않지만 느낌이란 것도 참아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 아이들이 스스로를 밀어 떨어뜨리는 절벽 옆에 나는 얼마나 바보처럼 서 있느냐. 이따금 파수꾼의 긴장이 참을 수 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김행숙, 「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pp.198~199)

    한때 아이였거나 계속 아이인 사람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수인으로, 약자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존재로 살아간다. 집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교를 갔다 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책의 시인들처럼 혼자 연기하는 골목이나 죽어라 담배를 피울 옥상이나 돌로 쳐 죽일 두꺼비나 챙겨오지 않은 체육복이나 사투리를 쓰지 않고도 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견디면서 지금-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기적이거나 악몽이다. 물론 지금-여기의 악몽은 그때의 악몽과 다르지 않기에, 대신에 그때의 악몽 속 자신을 바라보는 지금-여기의 자신의 무력함, 한낱 시인밖에 못 된 자신의 취약함과 맞닥뜨리지만, 시라는 겨우 덮을 만한 방법, 부끄러움이나 자의식이나 위장이나 거짓말 같은 말을 획득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상처를 안 보이게 하고 부끄러움을 안 들키는 방법은 배워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뒤’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이, 시가, 가난한 말이, 나아가는 대신에 돌아가는 말이 따라간다.
    ('양효실, 「그때-거기라는 지금-여기, 아니 지금-여기라는 그때-거기' 중에서/ pp.210~21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7~
    출생지 경기도 과천
    출간도서 6종
    판매수 620권

    1987년 경기도 과천에서 태어나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에듀케이션』이 있다. 2016년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http://completecollection.org/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2,918권

    시인. 시집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 『1914년』이 있다.

    생년월일 1980 ~
    출생지 강원도 철원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917권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등을 썼다. 2015년 김준성문학상, 2018년 신동엽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종
    판매수 156권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2013년 [시인수첩]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인. 199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쭉 자랐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2016년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출간했다.
    충무로, 남가좌동, 북가좌동, 부천 중동을 거쳐 지금은 서울 고척동에 살고 있다. 어쩌면 서울살이가 첫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제자리로 돌아와 잘 살고 싶어서 자꾸 여행을 떠나는데, 번번이 다짐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자주 떠날 궁리를 한다. 현재는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첫 시집을 내고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의 마음과 문장

    펼쳐보기

    생년월일 1981~
    출생지 광주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1,985권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여러 책을 만나고 붙들고 꿰어서 내보내는 삶을 살고 있다.

    생년월일 1980
    출생지 경상남도 거창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0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생년월일 1974~
    출생지 강원도 춘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인 신해욱은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나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산문집 『비성년열전』 『일인용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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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1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들어가 7년 동안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고, 졸업 후에는 출판사에 다니며 책 만드는 법을 배웠다. 2009년 '목년사'를 만들어 단편 극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했고, 2015년까지 영화 현장에 있으면서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일곱 작품에 참여하였다. 2016년 시집 《연애의 책》이 출간된 뒤로는 글을 쓰는 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산문집 《디스옥타비아》를, 2018년 시집 《식물원》을 썼다. 부산 영도에서 서점 '손목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생년월일 1987~
    출생지 대전
    출간도서 7종
    판매수 1,366권

    1987년 대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재학중.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YAF 우수작가로 선정.

    생년월일 1988~
    출생지 대한민국 경기도 안양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1,830권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창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제31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가 있다. 현재 ‘는’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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