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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성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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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천국보다 성스러운
    발문_ 신의 이름으로 부정당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김용관)
    작가의 말_ 절대자가 차별주의자라면 우리는 그 절대성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본문중에서

    무정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는 신세 한탄을 한다. 요새 세상이 어떻게 되어먹었기에 아내까지 잃은 불쌍한 늙은이 하나 돌볼 사람이 없단 말인가.
    그는 채널을 돌리며 구차함을 잊고자 한다. 그는 선한 사람이고 사는 게 별 볼 일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다가도 고작 삼시 세끼 먹기가 왜 이리 서러운가 싶어 울화통이 터지곤 한다.
    그는 알지 못한다. 아주 간단히 그 구차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가족에게서 괄시 대신 사랑을, 멸시 대신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가족의 화목과 삶의 풍요가 그의 것이 되리라는 것을. 잃어버린 모든 품위와 권위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냄비에 국을 앉히기만 한다면. 더러워진 옷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기만 한다면. 빗자루를 들어 집을 쓸고 걸레질을 한다면.
    하지만 그는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의 비천함은 오직 그가 하루를 온전히 홀로 생존하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는 것을. 그의 구차함은 오로지 남이 지은 밥을 대가 없이 제 입에 쑤셔 넣는 데에서 온다는 것을.
    (/ pp.11~12)

    “너 말고 여자 로봇이 시중을 들어주면 좋겠어. 너처럼 두툼하고 깡통처럼 생긴 로봇 말고 말야. 좀 꾸리꾸리하잖아.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여자가 옆에서 말벗도 되어 주고 밥도 좀 해주고 사실 그… 육체적인 것도 해주면 좋겠지만 기능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여자 로봇을 불러줘. 너희 중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친구로. 그거 말곤 난 별로 바라는 거 없어.”
    남자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한 뒤 자신의 너그러움과 소박함에 대한 가벼운 찬사라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Al을 보았다.
    Al은 정지해 있었다. 숨을 쉬지도 눈도 깜박이지 않는 철로 된 생물(이라고 봐야겠지…)이 동작을 멈추고 입을 다무니 적막의 무게가 달랐다. 남자는 뼛속까지 도로 얼어붙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잘못했으니 그만 도로 냉동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고백하고 싶어질 즈음 Al이 입을 열었다.
    “여자가 무엇입니까?”
    남자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인간인데 나랑 좀 다른 인간이야. 가슴이 있고…”
    “그러면 로봇 중에는 여자가 없습니다.”
    “알아.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여자처럼 생긴 로봇 말이야. 마르고 가슴이 있고 엉덩이가 좀 나왔고 얼굴이 좀 예쁜…”
    “제 외모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남자는 이처럼 간단한 문제에 왜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한지 혼란스러워하며 Al을 앉혀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설명을 들은 Al은 더 깊은 신학적 혼란에 빠졌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신이시여.”
    Al은 신중하게 물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여자라는 것은, 말하자면 모델명인지요?”
    (/ pp.35~37)

    최고회의장은 얼음 같은 침묵에 빠졌다. 로봇인류중 최고의 지성만을 모아놓은 자리였건만 신의 이 기이한 주문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들 중 가장 신앙에 회의적인 원자학부의 Cal이 말문을 뗐다.
    “저는 신이 아무리 모순적인 지시를 한다 해도 따라야 한다는 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신의 주문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좀 황당할 뿐이지요.”
    대신관 Al이 변명했다.
    “좀 황당한 수준이 아닙니다. CPU도 저장용량도 메인보드도 아니고 가슴과 엉덩이 부품의 크기로 로봇을 분류하고 역할을 나누라는 이 엽기적인 지시는 뭐란 말입니까? 우리를 전선 모양이나 엔진 색깔로 분류하라는 지시가 그보다 덜 황당하겠습니다.”
    “신께서 이런 지시를 하신 의도가 뭘까요?”
    신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그래서 대신관에게 호의적인 편인 건축학부의 K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신의 뜻은 오묘하니 감히 우리 피조물이 가늠하기…”
    (/ pp.38~39)

    “역시, 신은 남자로구나.”
    영희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마주보았다.
    어쩌면 사람이 이토록 초라한가. 초월자로서의 능력도 지혜도 교양도 후광도 초능력도 거대함도 위엄도 없는 사람이, 신과 고작 단 하나의 닮은 점밖에 찾지 못한 하찮은 피조물이, 고작 그것 하나를 두고 신이 자신과 동류라는 확신에 젖어 말한다.
    제 옆에 있는 가족더러 너는 그렇기에 나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겠느냐고, 너는 나보다 열등하지 않느냐고, 받아들이고 나를 경애해달라고 애처롭게 눈을 빛내며.
    “역시, 신은 남자로구나.”

    하지만 TV를 보던 어떤 사람들은 다른 말을 했다.
    “역시, 신은 백인이었어.”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친구, 동료, 애인, 아내를 벅찬 얼굴로 바라보았다. 자신의 신성함과 우월성을 확신하며 동시에 상대의 열등함을 확인하는 얼굴로.
    말은 계속 이어졌다.

    “코카서스 인종이야.”
    “남방계인데.”
    “역시 노인이로군.”
    “장애인이 아니야.”
    “이성애자일 줄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에 여드름도 없지.”
    “대머리도 아니고.”
    “역시 키가 커.”
    “근육질이야.”
    “관상학적으로 태양인이네.”
    “귓불이 넓어.”
    “복점 있는 것 봤어?”
    “유태인 전통 복장을 입고 있잖아! 역시 신은 유태인이었어!”
    (/ pp.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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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2,821권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 중 한 사람. 제1회 SF어워드 장편부문에서 《7인의 집행관》으로 대상을 받았고, 제5회 SF어워드에서는 중단편부문에서 〈얼마나 닮았는가〉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 SF 작가 가운데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인 SF 웹진 〈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세계적 SF 거장의 작품을 펴내온 미국 하퍼콜린스, 그리고 영국 하퍼콜린스와 동시 출간계약을 체결하여 영미판 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과 소설집으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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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변영근 [기타]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적막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작가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의 경계에서 수채물감으로 작업하고 있다. 순간을 느리게 보며 사건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과 놓치기 쉬운 것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최근 그래픽 노블 《낮게 흐르는: Flowing Slowly》을 펴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 일본 뮤지션 스커트 싱글앨범 커버 그림과 대한항공 CF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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