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신용카드 청구할인
카카오페이 3,000원
(카카오페이 결제 시 최대할인 3천원 / 5만원 이상 결제, 기간 중 1회)
PAYCO(페이코) 최대 5,000원 할인
(페이코 신규 회원 및 90일 휴면 회원 한정)
북피니언 롯데카드 30% (8,70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EBS 롯데카드 20% (9,94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인터파크 NEW 우리V카드 10% (11,18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인터파크 현대카드 7% (11,56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Close

육식주의자 클럽

소득공제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판매지수 257
?
판매지수란?
사이트의 판매량에 기반하여 판매량 추이를 반영한 인터파크 도서에서의 독립적인 판매 지수입니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상품에 가중치를 두었기 때문에 실제 누적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판매량 외에도 다양한 가중치로 구성되어 최근의 이슈도서 확인시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수는 매일 갱신됩니다.
Close
공유하기
정가

13,800원

  • 12,420 (10%할인)

    690P (5%적립)

할인혜택
적립혜택
  • I-Point 적립은 출고완료 후 14일 이내 마이페이지에서 적립받기한 경우만 적립됩니다.
  • 추가혜택
    배송정보
    •  당일배송을 원하실 경우 주문시 당일배송을 선택해주세요.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512변경
    • 배송지연보상 안내
    • 무료배송
    • 해외배송가능
    주문수량
    감소 증가
    • 북카트 담기
    • 바로구매
    • 매장픽업
    • 이벤트/기획전

    • 연관도서

    • 사은품(2)

    책소개

    신간 알림만으로도 독자들을 설레게 만드는 여덟 명의 이야기꾼
    임성순, 한현영, 김이환, 정명섭, 강지영, 전건우, 배상민, 문지혁


    이름 석 자만으로도 독자들을 열광케 하는 여덟 명의 소설가가 다시 한 번 우리를 매혹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들은 〈계절의 끝〉, 〈관음종자〉,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 〈스팀워커〉, 〈용서〉, 〈육식주의자 클럽〉, 〈탐정 애랑〉, 〈폭수〉 등 여덟 편의 소설에, 거역할 수 없는 숙명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각각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 가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우리 주변 또는 우리의 상상 너머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이야기들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독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는 상술 가득한 카피는 생략한다!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걸고, 그간 혼신의 힘을 다해 소설 쓰기에 천착한 여덟 명의 작가들이 자신 있게 내보이는 이 소설을 읽는 순간, 당신은 작가들이 정교하게 설계한 가상의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출판사 서평

    계절의 끝_임성순
    감마레이버스트가 지구 반대편을 직격하면서 순식간에 종말로 치닫는 지구의 운명 앞에 내던져진 주인공. 이 재앙을 예측하고, 이 현상의 유일한 연구자인 남자친구는 정부의 요청을 받아 지구 반대편으로 조사를 하러 떠난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은 종말의 끝에서 떠나기 전 남자친구가 남긴 마지막 희망을 찾아 모험을 감행한다.

    관음종자_한현영
    벽과 벽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옆집 남녀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듣던 주인공은, 옆집의 두 남녀가 거친 말다툼을 한 이후로 여자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남자를 의심한다. 의심에 의심이 꼬리를 물어, 결국 남자가 여자를 살해했을 거라고 결론을 내린 주인공은 옆집 어딘가에 감금되었을 여자를 구하기 위해 본격적인 침투 계획을 세우는데…….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_김이환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춘 채 산중 도적 떼가 갈취한 귀족의 소지품을 가로챌 목적으로 기회를 노리던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는 결국 도적 떼에 붙잡혀 갖은 고초를 당한 후 산짐승의 먹이로 버려진다. 죽음을 앞둔 그의 앞에 도적 떼의 일원인 절름발이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절름발이의 도움으로 도적 떼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던 사나이는 예상치 못한 절름발이의 말에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하는데…….

    스팀워커_정명섭
    대원군의 손자 신화군을 내세운 한반도 남쪽의 조선공화국은 고종을 내세운 북쪽의 대한제국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신형 무기인 ‘스팀워커’ 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군부의 회의론에 막혀 실용화가 어려워지고, 결국 유럽에서 한창인 1차 세계대전에 스팀워커로 구성된 ‘광화부대’를 투입해 검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부대의 장으로 함윤성 중위가 투입되고, 그와 부대원들은 스팀워커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목숨을 건 전장에 시험 배치된다.

    용서_강지영
    62세 국어교사인 박혁필은 사망 후, ‘룸’이라는 이름의 갓난아이로 환생한다. 그 집에는 ‘아나’라는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고양이 역시 환생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젊은 부부의 보살핌 속에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던 룸은 환생한 고양이 아나의 때문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전생에서의 참혹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육식주의자 클럽_전건우
    남다른 고기 애호가인 영식은 대학 시절 자신 못지않게 고기를 좋아하던 선배 민수 소개로 ‘육식주의자 클럽’이라는 기묘한 모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지금껏 절대 맛보지 못했던 진귀한 고기를 마음껏, 그것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다. 규칙은 단 하나. 그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는 절대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것.

    탐정 애랑_배상민
    제주 경찰 애랑은 자신이 목격한 리조트 사업 관련 비리를 법원에서 증언해 달라는 환경단체 간사의 부탁으로 법정에 선다. 하지만 리조트 회사 측에 회유된 환경단체 간사의 배신으로 오히려 고발을 당하고, 거액의 소송비만 떠안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경찰에서 쫓겨난 애랑은 생계를 위해 물질을 하게 되고, 할머니가 절대 가지 말라는 손가락바위까지 헤엄쳐 갔다가 거대한 물살에 휘말린다. 해변으로 떠밀려 와 겨우 목숨을 건진 애랑은 자신이 조선시대로 떠내려 왔다는 사실에 경악하는데…….

    폭수_문지혁
    기약 없는 석사유학 생활을 하며 모교 잡지 인터뷰 일을 맡아 하고 있는 주인공은 마지막 인터뷰이이자, 천재 수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오상택 교수를 만난다. 이번 달에만 세 번째 인터뷰라고 말하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 교수는 인터뷰를 하러 온 주인공에게 좀 더 특별한 인터뷰를 제안하는데…….

    목차

    계절의 끝_임성순
    관음종자_한현영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_김이환
    스팀워커_정명섭
    용서_강지영
    육식주의자 클럽_전건우
    탐정 애랑_배상민
    폭수_문지혁

    본문중에서

    당신은 이 클럽의 아홉 번째 회원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신은 ‘육식주의자 클럽’이라 쓰인 네온간판 아래 지하로 향하는 계단참의 문을 열었습니다. 계단 아래에는 허름한 건물 외관과는 달리 제법 그럴듯한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는 오래된 유럽의 성 안에 놓여 있을 것 같은 기다란 식탁과 아홉 개의 의자가 있습니다. 그중 여덟 개의 의자에는 오랜 여행 끝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와 어젯밤 옆집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본 후 불안으로 밤을 지새운 웹툰 작가가 앉아 있습니다. 천재 수학자와의 마지막 인터뷰를 앞둔 대학원생도,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무거운 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로봇을 타고 온 군인도 있습니다. 식탁에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지하를 빠져나가지 못한 음식 냄새를 쫓다 소식 없는 연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탐험가도 있습니다. 조선의 탐라에서 지금의 제주를 거쳐 오느라 옛날 복식인 탐정과 자신이 예순두 살의 국어 교사라고 우기는 갓난아이는 서로를 믿지 못해 의심의 눈길이 가득합니다.
    당신은 계단을 내려와 이 기묘한 레스토랑으로 들어섭니다. 마지막 회원의 도착을 확인한 클럽 회장은 식탁에 놓인 유리잔을 들어 포크로 영롱한 소리를 냅니다. 당신을 포함한 여덟 명의 회원은 그 소리에 주목합니다.
    회장은 당신을 포함한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을 찬찬히 읽습니다. 그간 자신을 포함한 여덟 명의 회원이 차례로 가져온 음식을 떠올리는 듯 입술을 훔치는 혀의 놀림이 제법 군침을 돌게 합니다. 이제 당신을 포함한 여덟 명의 회원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앞에 놓인 유리잔을 포크로 두드리며 회장을 재촉합니다.
    “지금부터 육식주의자 클럽의 아홉 번째 정기 시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그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음식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상상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경험을 근거로 하는 것이기에, 지금부터 맛볼 요리는 절대 상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할 겁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규칙은 있습니다. 이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지금부터 매우 만족스러운 요리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육식주의자 클럽의 규칙에 따라 이 시간 이후로 들은 이야기는 모두 비밀에 부칠 것을 제안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서문 중에서)

    “왜? 왜 당신이야? 왜 당신이 가야 하냐고.”
    “논문을 쓴 적 있거든. 대멸종과 GRB의 관련성에 대해서. 아마 우리나라에선 그런 주제의 논문을 쓴 학자는 내가 유일할 거야.”
    “그게 말이 돼? 논문을 쓴 적이 있다고 가야 한다고?”
    “그러게. 사실 나도 내가 가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정말 GRB인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는 것보단 낫겠지.”
    “그 GRB라는 게 뭔데?”
    “감마레이버스트.”
    “그게 뭐길래? 좀 알아듣게 설명하라고!”
    “우주에서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폭발해 갑자기 엄청나게 강력한 감마선 폭풍이 몰아치는 거야. 감마선이란 핵폭탄이 터지면 나오는 죽음의 광선인데, 그게 뜬금없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거지.”
    저는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황혼이 물들기 시작한 하늘은 지평선 끝이 조금 밝은 것 빼면 별다를 것 없어 보였습니다.
    “갑자기? 그게 말이 돼?”
    “갑자기는 아니고, 거리에 따라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 전, 몇 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일 수도 있어. 다만 지금 지구에 그 광선이 도착한 거지.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 직격했던 거 같아. 만일 그렇다면 그쪽 사람들은 모두 즉사했을 거야. 전자장비는 다 타버렸을 거고, 생명체들은 크고 작은 것 가리지 않고 세균까지 죽어버렸을 거야. 감마선을 맞으면 세포를 이루는 분자들이나 DNA가 이온화되니까.”
    ('계절의 끝' 중에서/ pp.34~35)

    “야, 담배 피우지 마.”
    “뭐 어때.”
    중저음에 가까운 남자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잠 때문에 조금씩 멍해지는 순간,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찔렀다.
    “콜록콜록!”
    나는 놀라 내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나에게 담배 냄새를 맡으면 기침을 하는 버릇이 있다는 걸 깜빡했다. 저쪽 방에서도 선명하게 내 기침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옆방에서 당혹스러운 기색이 느껴졌다.
    “뭐야? 옆집 기침 소리가 왜 이리 가깝게 들려?”
    “방음이 잘 안 되나 보지.”
    “오피스텔이 이렇게 방음이 안 된다고? 이상한데.”
    저벅저벅, 옆방의 남자가 내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인영이 구멍 너머로 아스라하게 보였다.
    “알고 보면 옆방에서 다 듣고 있는 거 아니야?”
    그는 내가 앉아 있는 벽 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그 틈새를 발견할 수 있을 위치였다. 구멍에 눈만 가져다 대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입을 막은 채로 숨도 쉬지 못하고 앉은 자세 그대로였으므로. 얼른 피했어야 했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등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남자가 막 내가 보이는 벽의 틈새를 향해 몸을 숙이려고 했을 때였다.
    ('관음종자' 중에서/ pp.49~50)

    “제 가족들도 산적들이 죽였습니다.”
    “그래? 그런데 당신은 산적이 됐어?”
    “레드 트리 마을은 이웃의 마족 왕국이 몰락하면서 같이 가난해졌습니다. 때마침 가뭄이 오면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거나 남아서 굶어 죽었습니다. 부모님도 굶어 죽었고, 저도 병을 얻어 다리를 못 쓰게 됐죠. 지나가던 마족들이 거둬서 돌봐주지 않았으면 저도 죽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산적의 습격을 받았죠. 그때는 가뭄이다 보니 산적들이 지금보다 더 포악했거든요. 산적들은 마족을 다 죽이고, 저는 잡아다가 노예로 부렸습니
    다. 제가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저도 더 이상 노예가 아닌 산적의 일원이 됐죠.”
    “안됐군.”
    “알몸으로 산적에게 붙잡힌 사람에게 위로까지 듣고 싶진 않군요.”
    절름발이는 그를 돌아보면서 웃었지만, 농담 같은 말투와는 달리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사나이는 웃지 않고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내 이름은 스탄이야.”
    “저는 그냥 절름발이입니다.”
    “이름이 ‘그냥 절름발이’인 사람은 없어.”
    “이전에는 이름이 있었지만 산적으로 살면서 그냥 절름발이가 됐습니다. 스탄이라니, 마족의 이름은 아니군요.”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 중에서/ p.92)

    관측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함윤성 중위는 루이스 경기관총 방아쇠 위에 붙은 붉은색 나무 핸들을 천천히 돌렸다. 루이스 경기관총과 함께 부착된 화염방사기가 아래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참호를 겨냥했다. 핸들을 고정시킨 다음 성냥을 꺼낸 함윤성 중위는 핸들 옆에 있는 심지에 불을 붙였다. 잠시 후, 화염방사기 입구에서 주황색 불길이 앞으로 던져졌다. 사실 스팀워커에 장착된 무기들은 제대로 조준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상대방의 고개를 참호 속으로 숙이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는 참호 안에 쏟아지는 화염은 얘기가 달랐다. 실제로 화염방사기에서 나온 불길을 본 독일군 상당수가 참호 밖으로 나와서 후방참호로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억세게 운이 없거나 용감한 몇 명은 화염을 뒤집어쓴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주참호에 접근한 다른 스팀워커들도 화염을 뿜어내는지 참호 곳곳에 불길이 흘러가는 게 보였다.
    각도를 조정해 가면서 골고루 화염을 뿌리는 사이 스팀워커가 불바다가 된 참호를 건너갔다. 압력게이지를 비롯한 계기판을 체크한 함윤성 중위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강력한 충격이 덮쳐왔다. 하마터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던 그는 충격에 잠시 얼떨떨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백준 준위가 외쳤다.
    “총류탄이나 스피곳 박격포(발사봉식 박격포)에 직격당한 거 같습니다.”
    ('스팀워커' 중에서/ pp.122~123)

    며칠의 고민 끝에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 뼈와 가죽뿐인 낡고 누추한 몸은 사라지고 보드랍고 따뜻한 새 몸이 생긴 것이다. 부부는 나를 깨몽이라 불렀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그리 지어 불렀다는데 어쩐지 경망스럽게 느껴졌다.
    박혁필이라는 남자다운 내 이름을 다시 들을 기회는 없게 되었다는 게 아쉽기는 했다. 어쨌든 나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두세 시간에 한 번씩 ‘간호사!’라고 부르듯 목청을 돋워 울음을 터트리면 여자가 부리나케 뛰어와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내가 누운 요는 항상 보송했고, 알코올 냄새 대신 아기 파우더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를 감쌌다. 밤이면 따끈한 물에 목욕을 시켜주었고 달콤한 향기가 나는 로션을 온몸에 발라주었다. 그 사이 내겐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이룸, 남자의 성씨가 이씨(李氏)인 모양이었다.
    죽기 전 나는 36년간 국어 교사였다. 졸업생 중에 드물게 나를 찾아와 갓 태어난 자식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녀석들도 있었다.
    작명가에게 가보라고 권했지만 그들은 굳이 내게 자식의 평생 호를 부탁했다. 그때마다 골머리를 썩었던 생각을 하면, 제 자식의 이름을 스스로 지어낸 내 부모가 대견했다. 박혁필이라는 이름도 괜찮았지만 요즘 세상을 살기엔 이룸이라는 이름도 꽤 그럴듯했다. 여전히 개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말 못 하는 갓난아이가 어쩌겠는가. 나중에 크면 꼭 개명 신청을 해야겠다.
    ('용서' 중에서/ pp.142~143)

    “그럼 이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박수의 여운이 촛불 사이를 유령처럼 떠돌다 사라지고 난 후 회장이 다시 한 번 말했다. 무슨 이야기를 듣는다는 걸까? 의문을 채 품기도 전에 유강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한 후 우리 모두에게 시선을 맞췄다.
    “우리 육식주의자 클럽의 규칙에 따라 이 시간 이후로 들은 이야기는 모두 비밀에 부칠 것을 제안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유강호가 말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대답이 쏟아졌다. 잘 먹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의아했지만 마음에 걸렸던 비밀 엄수라는 규칙이 불시에 튀어나와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민수 선배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제야 동의한다고 말하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의합니다.”
    네, 동의하고말고요. 동의하지 않았다가는 코끼리고기를 토해 내라고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손까지 들며 동의를 외치고 말았다.
    “좋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희의 혀와 저희의 위와 저희의 머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이 고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육식주의자 클럽' 중에서/ p.186)

    ‘굶어 죽으나, 해류에 휘말려 죽으나…….’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다.
    막상 손가락바위에 도착하고 보니 그 근처의 물살은 생각보다 잔잔했다. 할머니의 경고가 괜한 엄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애랑은 튜브 역할을 하는 테왁을 붙들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난 다음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바다는 그리 깊지 않았다. 손가락바위를 떠받치고 있는 단단한 암반층이 넓게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전복이나 소라 따위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오염은 여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애랑은 혹시나 싶어 손가락바위 반대편으로 돌아 들어갔다. 누군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수십 미터짜리 거대한 바위 하나가 드러났다. 모양은 별다를 게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가운데가 터널처럼 동그랗게 뚫려 있었다. 터널의 반대편은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막혀 있는 게 아니라 뚫려 있는 것이 확실했다.
    멀리 웃자란 해초들이 너울거리는 게 보였다. 터널 입구에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오분자기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애랑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쪽으로 헤엄쳐 갔다. 해류가 조금 빨라지는 것 같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랑이 오분자기에 막 손을 뻗으려는 순간 갑자기 몸이 터널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황한 그녀는 뭐라도 붙잡으려 했지만 몸은 속절없이 해류에 휘말렸다. 곧 정신이 아득해졌다.
    ('탐정 애랑' 중에서/ pp.222~223)

    “이제까지 선생님께서 하신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방어적으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체념했다. 이젠 인터뷰까지 망치게 되는구나. 되는 일이 없어도 어쩌면 이렇게 없을까. 지도교수 말대로 유종의 미를 거두긴 거두는 셈이었다. 정반대 방향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오 교수가 말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그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나는 이제까지 제가 했던 인터뷰대로 진행하는 겁니다. 강 선생님이 준비해 온 질문을 던지고, 제가 대답합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삼사십 분이면 충분할 겁니다. 아니, 어쩌면 질문 자체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도 이미 익숙한 질문들일 테니까요. 제가 쭉 대답만 하는 식으로 진행한다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인터뷰 자동재생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다른 하나는요”
    내가 묻자 희미하던 오 교수의 미소가 분명해졌다.
    “제가 질문을 하는 겁니다.”
    ('폭수' 중에서/ p.30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6~
    출생지 전북 익산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5,049권

    2010년 장편소설 《컨설턴트》로 세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문근영은 위험해》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극해》 《자기개발의 정석》 《우로보로스》와 에세이 《잉여롭게, 쓸데없게》를 출간했다. 단편소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로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실험적이면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쓰고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4년부터 지금까지 《양말 줍는 소년》, 《절망의 구》, 《디저트 월드》, 《초인은 지금》 등 열네 편의 장편소설과 여섯 편의 공동단편집을 출간했다. 2009년 멀티문학상, 2011년 젊은작가상 우수상, 2017년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단편 〈너의 변신〉이 잡지 《Koreana》를 통해 9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었으며, 장편소설 《절망의 구》와 《초인은 지금》은 일본에서 만화로 각색되어 출간을 준비 중이다. 평소 좋아하는 판타지, SF, 동화, 추리, 미스터리, 문단 문학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재조합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 독립영화를

    펼쳐보기

    생년월일 1973~
    출생지 서울특별시
    출간도서 71종
    판매수 7,061권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거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사라진 조우관] [쓰시마에서 온 소녀] [직지를 찍는 아이, 아로] [어쩌다 고양이 탐정] [명탐정의 탄생] [남산골 두 기자] [미스 손탁] [어린 만세꾼] 등이 있습니다.

    저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생년월일 1978
    출생지 파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파주에서 태어나 줄곧 파주에 살고 있다. 단편집 《굿바이 파라다이스》, 《개들이 식사할 시간》과 장편소설 《심여사는 킬러》, 《엘자의 하인》, 《프랑켄슈타인 가족》,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하품은 맛있다》 등을 발표했다. 지금은 숭의여자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가르치며 오래전 나를 닮은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생년월일 1979~
    출생지 -
    출간도서 19종
    판매수 2,071권

    <전설의 고향>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했다. <13일의 금요일>에서 위로를 받았으며 《링》을 읽으면서는 미래를 설계했다. 신춘문예로 등단해야 소설가가 되는 줄 알았지만,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은 온통 호러뿐. 지금도 머릿속으로 호러를 생각하며 낄낄거리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호러광이자 호러를 전하는 호러꾼, 즉 공포소설가다.
    지은 책으로는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한밤중에 나 홀로》 등이 있다.

    저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9년 계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단편집 《조공원정대》와 장편소설 《콩고콩고》, 《페이크픽션》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1,185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단편소설 〈체이서〉가 2010년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선정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단편집 《사자와의 이틀 밤》, 장편소설 《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여행에세이 《뉴욕》과 《홋카이도》가 있고, 옮긴 책으로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등이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글쓰기와 소설

    펼쳐보기

    이 책과 내용이 비슷한 책 ? 내용 유사도란? 이 도서가 가진 내용을 분석하여 기준 도서와 얼마나 많이 유사한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비율입니다.

      리뷰

      0.0 (총 0건)

      기대평

      작성시 유의사항

      평점
      0/200자
      등록하기

      기대평

      0.0

      교환/환불

      교환/환불 방법

      ‘마이페이지 > 취소/반품/교환/환불’ 에서 신청함, 1:1 문의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1577-2555) 이용 가능

      교환/환불 가능 기간

      고객변심은 출고완료 다음날부터 14일 까지만 교환/환불이 가능함

      교환/환불 비용

      고객변심 또는 구매착오의 경우에만 2,500원 택배비를 고객님이 부담함

      교환/환불 불가사유

      반품접수 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보낼 경우 상품 확인이 어려워 환불이 불가할 수 있음
      배송된 상품의 분실, 상품포장이 훼손된 경우, 비닐랩핑된 상품의 비닐 개봉시 교환/반품이 불가능함

      소비자 피해보상

      소비자 피해보상의 분쟁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비해 보상 받을 수 있음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도매상 및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절판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음(이 경우 인터파크도서에서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함)

      배송안내

      • 인터파크 도서 상품은 택배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 출고가능 시간이 서로 다른 상품을 함께 주문할 경우 출고가능 시간이 가장 긴 상품을 기준으로 배송됩니다.

      • 군부대, 교도소 등 특정기관은 우체국 택배만 배송가능하여, 인터파크 외 타업체 배송상품인 경우 발송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배송비

      도서(중고도서 포함)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음반/DVD/잡지/만화 구매

      2,000원 (2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와 음반/DVD/잡지/만화/
      중고직배송상품을 함께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업체직접배송상품 구매

      업체별 상이한 배송비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