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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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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양가감정,
여성 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분노와 애정”, 증오와 사랑, 무기력과 충만함. (꼭 이 모든 요소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이 뒤섞이며 생겨나는 엄마됨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의 생명을 자신의 몸속에서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은 그 자체로 너무나 대단한 일이기에 자연스레 고통과 행복의 양가감정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유사 이래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치·사회 체제에서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여성의 지위는 ‘엄마됨’이라는 것을 더욱 혼란스럽고 어려운, 때로는 그 자체를 부정해야 할 부당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됨’이 갖는 거대하고 매혹적인 힘을 무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복잡한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이를 헤쳐 나간 여성들의 기록은 소중하다.
이 책은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사진작가 모이라 데이비가 서른여덟에 첫 아이를 낳고 “위기에 봉착했던” 시기 자신의 “생명줄”이자 멘토가 되어준 여성 작가들의 글을 다른 수많은 엄마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만들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 영미 페미니즘 시의 선구자 에이드리언 리치, 3대 SF 작가로 불리는 어슐러 르 귄, 《컬러 퍼플》의 앨리스 워커, 거장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등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낸 이들이 ‘엄마됨’에 맞닥뜨리며 느낀 진솔한 목소리와 양가감정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잠깐의 깨달음만이 허락되는” 환경을 살아낸 여성이자 엄마이자 작가 들이 들려주는 “나”와 우리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다. 사회가 강요하는 선악, 승패, 우열, ‘좋은 엄마’ 신화를 훌쩍 뛰어넘은 영역에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한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귀중하고 중요한 이 이야기들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하기에, 그 누가 아니라 ‘엄마’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 받은 이들, 즉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출판사 서평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말해지지 않았던 모든 이야기의 시작

이 책은 사진작가 모이라 데이비가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절 ‘구원’이 되었던 여성 작가들의 글을 모아 엮은 [Mother Reader: Essential Writings on Motherhood]에서 발췌하여 번역한 것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여러 여성 작가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쓰인 글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엄마”가 주인공이자 화자, 즉 “나”라는 점이다. 남편, 가족, 아이의 입장에서 서술된 엄마는 어디에든 있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나’는 여전히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책의 여성 작가들은 자기 스스로 엄마를 규정하고 엄마의 삶을 이야기한다.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엄마됨(motherhood)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일들은 엄마에게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격렬한 분노와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애정, 둘 중 하나만 있다면 (아마도) 거짓말일 것 같은 이 감정은 애인, 아이, 가족, 세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향한다. 이 격렬하고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은 일방적인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쉽사리 표현되지 못했다. 그리고 엄마들은 이러한 환경을 끝끝내 살아냈다.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도전해왔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삶을 조금씩 만들고 넓혔다. [분노와 애정]에 담긴 16개의 글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이다. 여성, 엄마, 작가인 이들이 자신의 삶과 감정, 생각을 솔직하게 직시하고 드러내면서 지금 이곳의 엄마들에게 따뜻하게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며 연대의 손을 내민다.

페미니즘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엄마됨’

작품들은 쓰인 연도 순서로 실려 있다. 다양한 처지에서, 때로는 서로 상충될 수 있는 관점도 있지만, 여성 작가들 스스로 세상과 부딪치며 치열하게 쓴 문장들이라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엄마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은 ‘어린 엄마’였던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로디지아에서 젊은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가도 티타임에 다른 여성이 낳은 갓난아이를 보면 안고 싶어 ‘안달을 냈던’ 자신과 자신의 티타임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묘사했다.
엘리자베스 스마트와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에는 연애와 출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아주 솔직하게 담겨 있다. 실비아 플라스는 말한다. “그때까지 아이는 낳지 않겠다(1957년)”, “중요한 건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1959년)”.
마거릿 미드는 손주의 탄생으로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고 갓 태어난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연결”되는 할머니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나아가 인류의 삶에 대해 고민한다.
수전 그리핀은 글이 쓰인 1970년대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뭔가 꺼림칙하게 여겨지는 분노와 좌절을 당당하게 밝힌다. 바로 자신의 아이가 “귀찮고”, 삶에 “방해가 된다”고 느낄 때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분노를 부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고난을 긍정하는 것이고 퇴행적인 것으로 받아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엄마와 아이를 통해 “미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흑인 남편과 결혼한 유대인으로 대학 기숙사 아파트에서 생활한 (당시로서는)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제인 라자르는 “누군가의 엄마, 또는 누군가의 아내로 사는 게 지긋지긋한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 ‘엄마도 아이도 모두 문제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누구나 좋은 엄마’라는 것을 확인한다.
페미니즘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은 엄마됨의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한다. “쓰라린 분노와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더없는 행복에 대한 감사와 애정 사이를 죽을 듯이 오간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통해 문화적으로 왜곡된 것과는 다른 “여성의 생명 활동에 내제된 힘을 묻는 새로운 탐구”에 나선다.
이 책의 작가들이 번갈아 언급하는 틸리 올슨은 케테 콜비츠를 떠올리며 소망한다. “만약 필요한 시간과 힘이 축복, 인간이 마땅히 살아야 하는 삶과 함께 동시에 주어졌더라면. 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그럴 수 있듯이.”
앨리스 워커는 자신의 삶을 돌이키며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 내의 인종차별을 짚고 흑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긍정하는 여성운동과 지구적인 차원의 ‘허스토리(herstory)’를 주창한다. 그녀는 ‘소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진보가 아니라 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혁명’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나의 아이”라고 말한다.
앨리샤 오스트리커는 말한다. “섹스, 낭만, 전쟁이 차지해온 자리에 출산과 엄마 노릇이 들어선 문화에서 산다는 것이 남성과 여성에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해볼 수 있다.”
‘어스시 시리즈’의 SF 거장 어슐러 르 귄의 글은 그녀가 발표한 수많은 소설과 다소 결이 다른 희귀한 에세이다.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 조 마치와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에 대한 비교를 시작으로 당시까지의 인정받은 여성은 ‘여성인 남성’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작가와 엄마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다. 자기 자신과 또다른 작가인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려본 후, 가부장제 속의 여성은 이미 “슈퍼우먼”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자신 또한 몸을 담그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애쓸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사라 러딕은 침묵과 말하기를 반복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곧 변화하는 엄마들 자신의 것임을 지적하면서 ‘모성적 사유’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낸시 휴스턴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 비평을 통해 엄마됨과 예술가가 모순 없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말한다.
엘런 맥마흔은 자신의 10대 시절 경험과 육아 경험을 비교하며 “엄마됨은 무언가를 계속 놓아주는 것이고 상실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조이 윌리엄스는 1990년대 소위 제1세계(미국과 유럽)의 ‘아기’와 ‘출산’에 대한 집착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메리 겟스킬은 “여성이 갖는 충만한 어머니의 자질”은 출산에 국한될 수 없으며, ‘엄마됨’ 역시 출산과 육아에 국한되어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엄마’의 삶에 영향 받은,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이야기

지금 우리 앞에 도착한 [분노와 애정]은 단순히 ‘엄마’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동안 제대로 말해지지 못했던 엄마됨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엄마를 위한 것이고, 엄마라는 삶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한 것이며, 또한 엄마의 삶에 영향 받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어떤 의미로든, 엄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살아온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16명의 여성 작가가 치열하게 주체적으로 살아낸 기록인 이 책이 강렬하고 대담하고 따뜻하게 두드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양심과 지성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양가감정에 귀 기울일 때다. 함께 아파하고 화내며 공감할 때, 말해지지 못했던 “이등 시민”의 언어는 비로소 강렬한 생명력으로 “세상을 다시 쓴다”.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자신의 자리를 갖는다. 우리 모두가 [분노와 애정]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추천사

저출산이 문제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 엄마의 존재와 노동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면, 자녀 교육이 걱정이라면, 평생 빈둥거리며 책만 읽고 싶다면, 모성과 지성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외로울 때 전화할 곳이 없다면, 우리 집 식구들이 다 싫다면, 엄마와 ‘아줌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혹은 이 주제들이 모두 골치 아픈 이들에게 권한다. 풍성하고 절실하고 치열한 문장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 정희진 / 여성학 연구자, [낯선 시선] 저자

[쇼킹 패밀리]를 만든 감독 경순은 모성애 없는 엄마들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었다. 경순은 극소수 여성의 부탁을 뒤로하고 더 긴급한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고, 이제 우리에게는 작가-엄마들, ‘엄마됨’을 징글징글한 현실에서 몸으로 겪고 쓴 작가들의 문장이 도착했다. 강렬하고 대담하고 잔혹하고 통쾌하고 따듯하다. 수십 년 된 체증이 내려간다. 그 모든 죄의식이 씻겨나간다. 고맙다. 먼저 늙은 내 엄마에게 선물하련다.
- 양효실 / 미학자, [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 저자

사랑, 두려움, 분노. 여성 작가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 쓴 에세이 모음집인 [분노와 애정]을 관통하는 정서다. 모든 단어에, 문장에 이야기를 들어야 할 사람이 귀 기울이지 않는 데서 오는 익숙한 체념이 배어 있다. 화가 끓는다. 신화화된 모성의 세계에서, 상처투성이에 성취도 영광도 없는 어머니됨을 말한다. 고통을 느끼며 읽는다. 눈을 뗄 수가 없다.
- 이다혜 / 작가,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저자

목차

모이라 데이비 _ 감사의 말 & 들어가는 글

도리스 레싱 _ 나의 속마음
엘리자베스 스마트 _ 천사들의 편에서
실비아 플라스 _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마거릿 미드 _ 할머니가 되어
수전 그리핀 _ 페미니즘과 엄마됨
제인 라자르 _ 나쁜 엄마 모임
에이드리언 리치 _ 분노와 애정
틸리 올슨 _ 작가이자 엄마
앨리스 워커 _ 나의 아이
앨리샤 오스트리커 _ 거친 추측
어슐러 르 귄 _ 지금 이모랑 낚시하러 가도 돼?
사라 러딕 _ ‘엄마들’에 대해 말하기
낸시 휴스턴 _ 소설과 배꼽
엘런 맥마흔 _ 작은 상실
조이 윌리엄스 _ 아기에 반대한다
메리 겟스킬 _ 여성의 특권

본문중에서

[분노와 애정]에 실린 글들은 주로 자서전과 전기, 소설에서 발췌했다. 짧은 기록들은 일기에서, 에세이와 단편소설은 모음집과 선집, 정기 간행물에서 가져왔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엄마됨에 대해 “마음이 잘 맞는” 글들을 모아 요약서 또는 견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독자들이, 특히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엄마들이 이 한 권을 통해 엄마됨에 관한 최고의 문학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또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읽으면 좋을지 알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단호하고, 날카롭고, 감동적이다. 큰 대가를 감수한 결과다. 엄마들뿐만 아니라 엄마로서의 경험에 관심이 있고 그 경험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p.10)

이제 와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때면 우리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건 중요한 문제다. 1920년대, 즉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과음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리하고 현명하기까지 한 행동이었으며, 유행이었다. 이 모든 것이 소설과 전기, 당시의 역사에 들어 있다. 외국인 거주지에서만 모두 과음을 하는 건 아니었다. 남로디지아는 술 마시는 문화를 빼면 남는 것이 없었다. 지금 우리는 모두 음식에 집착하며, 음식을 먹고, 음식에 관한 글을 읽고,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그러다 여러 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기도 한다. 당시 우리는 술을 마셨다가, 금주를 했다가, 증류주를 끊고 맥주만 마셨다가, 맥주를 끊고 증류주만 마셨다가, 오후 여섯 시나 해질 무렵까지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곤 했다. 이 술친구들을 어디론가 보내서 술을 끊게 만들어야 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영원히 술을 “끊기로” 하고 베란다에서 청량음료를 마시더라도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술독에 빠지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스포츠클럽은 나에게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장소가 되어갔지만 프랭크는 나와 함께 클럽에 가기를 원했고, 자기 아들도 데려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노력했다.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내 삶에서 그보다 더 피곤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피곤함을 견디는 건 내 계획에 없었다. 내가 왜 피곤해야 하는가?
(/ p.27)

조지는 내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조지를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조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나의 희망을 줄곧 깨부순다. 이번에는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 매번 믿지만 언제나 같은 실망과 좌절만이 찾아온다. 조지는 오겠다고 말한 때에 절대 오지 않는다. 조지는 자기가 돌아오겠다고 말한 때보다 두세 배는 늦게 돌아온다. 조지는 언제나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나는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조지가 올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제발 조지, 내가 좌절과 고독의 반복일 뿐인 이런 삶을 참지 못한다는 걸 모르겠어? 어느 날 갑자기 부서지고 무너져 내려 사라지게 될 거라고.
(/ p.44)

D 간호사는 굳은 내 손가락을 살살 폈다. 그 포악한 힘은 부지불식간에 점점 커졌다. 나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힘이 나를 통제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울부짖었다. 아니면 겨우 내뱉었거나. 그때 갑작스러운 힘의 폭발이 세 번 있었다. 그 포악한 것이 내 안에서 돌진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때마다 새된 비명이 끌려나왔다. 오, 오, 오. 물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나왔어요!” 테드의 말이 들렸다. 끝이 난 것이다. 곧 거대한 것이 빠져나간 게 느껴졌다.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마치 공기처럼, 마치 하늘을 떠다닐 수 있을 것처럼. 정신도 말짱해졌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몸이 찢어졌나요?” 그 강력한 힘이 나를 뚫고 나왔으니 내 몸은 분명 뜯겨져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 같았다. D 간호사가 말했다. “긁힌 데조차 없는 걸요.” 믿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내 첫째 아들, 니컬러스 패러 휴즈를 바라보았다. 내게서 한 발짝 정도 떨어진 침대 위에 파랗고 번들거리는 아기가 있었다. 잔뜩 젖은 채로, X자로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는, 이상하게 푹 꺼져 화가 난 듯한 이마를 하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 사이가 쭈글쭈글했고 마치 원주민들이 숭배하는 상에 조각해놓은 것마냥 파란 음낭과 역시 파랗고 큰 페니스가 있었다. 테드가 젖은 침대보를 걷었고 D 간호사가 아기와 함께 쏟아진 어마어마한 양의 액체를 걸레로 훔쳤다.
(/ p.59)

신입 할머니가 된 나는 내 딸아이의 유아 시절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니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생명체에서 자기만의 기질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바니는 목수들이 집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내는 소음은 무시할 줄 알았지만 인간 목소리의 변화에는 몹시 예민했기 때문에 아이 엄마는 누군가가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가 변하는 걸 감추기 위해 언제나 배경 음악을 잔잔히 틀어놔야 했다. 나는 바니가 화사한 꽃무늬 천의 패턴과 모빌에 반응하는 방식을 알아차렸다. 캐서린의 탄생과 유아 시절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캐서린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엄마 아기보다 내 아기가 더 발랄하고 예쁘고 생기 넘치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그동안 조부모가 마땅히 느껴야 한다고 들어왔던 책임으로부터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실 도움을 제공할 의무는 있지만 간섭은 하면 안 되는 상황은 자기 자식한테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큼 힘이 든다.
(/ p.66)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훼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나는 불쾌하지 않았다. 그 평화롭고, 주름 없는, 젊은 마돈나의 얼굴이 영영 사라지기를, 아니면 적어도 금이라도 가기를 어느 정도 바랐다. 그렇게 그녀가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흔적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엄마의 삶은 가난하지 않다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나 아이들은 엄청난 양의 시간과 보살핌, 엄마의 삶 대부분을 필요로 한다. 우리 문화에서의 엄마됨의 정의에 따르면, 엄마는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엄마는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그녀 자신은 사라져버린다. 아이가 엄마 삶의 중심이 된다. 아이의 필요는 엄마의 필요보다 앞선다. 그러다가 엄마는 아이 안에서, 아이를 통해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정신을 아이의 신체에 둔다. 그렇게 엄마의 자아와 아이의 자아는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
(/ p.82)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진과 친밀함을 나눈 그날 이후, 나는 진에게 엄마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은 전국으로 퍼진 여성운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여성 의식 고양 모임에 참여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진은 모임에 참여해본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고 했다. 진은 자기 아이를 증오해본 적이 있나? 예스. 꼭 엄마가 되어야 했었는지 자문해본 적이 있나? 예스. 우리는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직접 모임을 주최하기로 결정하고 다음과 같은 전단을 만들어 모든 억압받는 여성을 모집했다.
(/ p.114)

아이들은 내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격렬한 고통을 안겨준다. 양가감정이라는 고통이다. 나는 쓰라린 분노와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더없는 행복에 대한 감사와 애정 사이를 죽을 듯이 오간다. 가끔 내가 작고 죄 없는 아이들에게 느끼는 감정에서 이기적이고 속 좁은 괴물을 본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내 신경을 건드린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요구, 무엇보다도 우직함과 인내에 대한 요구는 나의 부족함에 절망케 하고 내게 어울리지 않는 운명에 절망케 한다. 분노를 억누르면 나약해진다. 가끔은 오직 죽음만이 우리를 서로에게서 자유롭게 하리라 생각한다. 가끔은 불임 여성이 부럽다. 아이 없는 여성은 낙담이라는 사치와 사생활, 자유를 누릴 수 있으므로.
(/ p.136)

케테 콜비츠, 마흔세 살, 극히 드문, 훌륭한 예술가이자 엄마. 누군가는 시간이 “지독하게 부족했던” 그때 우리가 어떤 작품을 잃었는지, 어떤 작품이 미완으로 남았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녀 최고의 작품은 아직 완성 전이었다. 하지만 그때 힘이 “지독하게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필요한 시간과 힘이 “축복”, “인간이 마땅히 살아야 하는 삶”과 함께 동시에 주어졌더라면…(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그럴 수 있듯이).
(/ p.178)

저 또한 일하는 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특히 작가로서, 아이 낳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를 낳는 경험이 제 삶을 압도하지는 않는다 해도 균열을 낼 것 같아 무서웠어요. 엄마가 되면 제 글의 수준이 크게 떨어질 거라고, 아이를 낳아서 제 글이 좋아질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첫 번째 실수는 “아이 한 명”이 아닌 “아이들”을 고려한 것입니다. 제 두 번째 실수는 포악한 자본주의 사회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아닌 내 아이를 저의 적으로 여긴 것입니다. 제 세 번째 실수는 아이를 낳아서 제 글이 좋아질 일이 절대 없으리라 믿은 것입니다. 사실 저는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성차별적 명령을 믿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불알이 있어야 한다는(남자여야 한다는) 명령이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 아이를 낳는 것은 불알이 있는 것과 맞먹습니다. 사실 맞먹는 것 이상이지요. 아이 낳는 것은 불알을 능가합니다.
(/ p.182)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임신과 출산은, 예를 들면 섹스보다도 훨씬 심각하게 금기시되는 주제다. 누구도 성별이 섞여 있는 집단에서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건 당황스럽고 위협적인 일이었다. 임신과 출산이 금기인 것은 남자들이 우리를 시기하면서 자기들이 시기한다는 걸 몰랐기에 우리가 그 지식으로부터 남성들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이 위협적인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가 죽음을 흠모하고 삶을 역겨운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 p.216)

관습을 뒤엎을 때조차 나는 스스로를 속였다. 내가 공상 과학, 판타지, 청소년 소설이라는 괄시받는 변두리 장르를 선택한 것은 이 장르들이 비평과 학계, 규범의 감시에서 배제되어 예술가를 자유롭게 놔두기 때문임을 깨닫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이 장르들이 “문학”에서 배제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정당화될 수도 없으며 이건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재치와 배짱을 기르는 데까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주제 선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중반까지 나는 영웅의 모험담과 첨단 기술을 가진 미래, 권력의 중심에 있는 남성에 관한 소설을 썼다. 소설 속에서 중심인물은 남성이었고, 여성은 주변적이고 부차적이었다. 왜 여성에 관한 소설은 쓰지 않니? 엄마가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서요. 멍청하지만 정직한 대답이었다. 나는 여성에 관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몰랐다(당시에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남성이 여성에 관해 쓴 것이 진실이라고, 그것이 여성에 관해 글을 쓰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 p.263)

엄마 노릇이란 참 말하기 어려운 주제다. 우리는 카드에 적을 법한 감상적 문구에 압도되어 엄마들의 일이 가진 평범한/기이한 즐거움과 고통을 포착할 현실적 언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전쟁과 가난, 인종차별은 엄마들이 행하는 최선의 노력을 왜곡한다. 전쟁과 가난, 인종차별은 잘못된 엄마 노릇이 초래한 슬픔이 아니다. 사회가 초래한 것이며, 정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회악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할 때 엄마들에게 그 악을 예방할 힘이 전혀 없는데도, 엄마 노릇은 고통스럽고 혹독하다.
(/ p.271)

역사상 엄마들이 지적이거나 창조적인 사람으로 묘사된 경우는 극히 드문데, 아이를 낳는 것은 죽음을 낳는 것과 양립할 수 없으리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마음을 정해야 한다. 당신은 소설가가 되고 싶은가, 엄마가 되고 싶은가? 배꼽이라는 단어에는 매개라는 뜻도 있다. 모든 인간은 유일무이한 새로운 시작이지만, 탯줄은 인간의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과정의 증거다. 소설이라는 단어에는 새롭다는 뜻도 있다. 모든 소설은 문학적 선대에 존재를 빚지고 있지만, 언제나 독창적이고 마치 무에서 창조된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 모든 소설은 무장한 채 자기 아버지의 머리를 들고 도약하는 수많은 아테나들이 이렇게 선포하는 것과 같다. “나는 엄마 없는 자식이다. 그러므로 불멸한다.” 모든 소설들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 봐요. 배꼽이 없어요.”
(/ p.300)

나는 매일 작은 상실을 경험한다. 마침내 밝혀졌듯, 엄마됨은 상실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이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한 나의 광적인 방어 기질을 서서히 놓아주는 순탄치 않은 과정에 훌륭한 촉매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내가 아이들의 곁에 더 많이 머물고 작품 활동에 필요한 정신적 공간을 넓힐 수 있게 해주었다.
(/ p.324)

서구 국가들은 부유하고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인구 위기를 부채질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물론 틀렸다. 프랑스는프랑스인을 더 많이 생산하는 프랑스인에게 엄청난 보조금과 특전을 제공하는 국가 정책을 통해 출산을 장려한다. 미국은 다른 18개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의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인 커플이 애 둘을 낳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동인도 커플이 애 66명을 낳지 않는 것과 같으며 에티오피아 커플이 애 1,000명을 낳지 않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린 계속 새끼를 낳으며 바글거린다.
(/ p.339)

나는 한 번도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적이 없다. 어렸을 때도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은 조금도 내게 흥미롭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언젠간 생각이 바뀔 거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아니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당시 여덟 살이었던 내 목소리가 너무 단호해서 할머니는 놀라셨던 것 같다. 내가 그 순간을 똑똑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저 말이, 어떤 면에서는 당시 내가 이해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깊이 있었던,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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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라 데이비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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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라 데이비는 사진작가다. 작품의 주제는 가려진 디테일 또는 흐름에서 드러나는 돈의 역사와 심리학,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는 뉴욕의 신문 가판대, 자신의 책상에 쌓여 있는 먼지다. [하퍼스], [그랜드스트리트], [도큐먼츠], [뉴욕타임스]에 작품이 실렸다. 뉴욕에 있는 아메리칸 파인아트 갤러리에서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제이슨 시몬, 아들 바니와 함께 뉴욕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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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번역 및 출판 기획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여성 셰프 분투기》, 《결혼 시장》,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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