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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슈트 스토리 : 단순한 아름다움이 재단한 남성복 400년의 역사

원제 : THE SUIT: Form, Function and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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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슈트, 단순함이 아름다움이 되기까지 400년의 역사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는 매력적인 ‘슈트 핏’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민복만 입던 김정은 위원장이 양복 차림을 보이자 온갖 평이 나돌았다. 세계 정상들의 회담장에서는 물론 면접장의 구직자에 이르기까지, 슈트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입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그런데 슈트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브루어드는 슈트에 봉합된 역사와 문화를 한 땀 한 땀 풀어내 보여준다. 17세기에 처음 등장한 슈트는 섬유 산업이 발달하면서 근대 남성 패션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서구 열강이 식민지를 확장하자 세계로, 특히 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퍼져나가 서구 문명의 아이콘이 되었다. 슈트는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지배 문화에 순응하는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한편으론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함의도 지닌다. 저자는 다양한 사진과 삽화를 곁들여 ‘단순한’ 슈트의 ‘복잡한’ 의미를 풀어냈다.
    슈트는 남성적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이다. 청바지를 비롯한 캐주얼이나 스포츠 웨어를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멋스럽게 재단된 고급스러운 슈트의 멋을 외면할 수는 없다. 슈트가 등장하고 변화해온 역사를 꼼꼼하고 흥미롭게 밝힌 이 책을 통해, 패션의 변천 과정은 물론 각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슈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바지, 재킷, 웨이스트코트의 3요소로 구성된 옷이 첫선을 보인 곳은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2세의 궁정에서였다. 많은 남성이 쓰리피스로 된 정복을 입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퇴역한 군인이 군복을 평상복으로 입자 군복이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19세기가 되자 오늘날의 정장과 거의 같은 형태의 슈트가 등장했다. 상류 계층에서 기다란 프록코트에 짧은 웨이스트코트, 검정에 회색 줄무늬 일자 모직 바지를 입고 높다란 실크해트를 쓰는 이른바 모닝드레스가 정장으로 정착됐다. 이들이 편안한 자리에서 입던, 짧은 재킷에 폭이 좁아지는 바지로 구성된 라운지 슈트가 일반 회사원 등에게 보급되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슈트가 되었다.

    전 세계로 퍼진 슈트
    영국을 중심으로 근대 서유럽에서 형성된 슈트는 근대 서구인(남성)의 고정된 의복 형식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영국에서는 신사의 이미지가 고착화되었고, 공공장소에서 이에 걸맞지 않는 의상을 입는 것이 금기시 되었다. 반면 식민지 원주민에게는 영국인의 정장이 정치적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간디가 영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간단한 옷만을 입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네루는 간디와 달리 파키스탄 지역의 무슬림 전통 복장을 개량한 형태의 옷을 입었다. 재미있게도 피에르 가르뎅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 옷에서 영감을 받아 소위 ‘네루 재킷’을 유행시켰다.
    중국에서는 20세기 초에 건국의 아버지 쑨원이 고안한 ‘인민복’이 등장했다. 프로이센의 군복과 만주족의 겉옷에서 영감을 받은 옷이다. 이 옷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든 사람은 마오쩌둥으로, 인민복은 서구에 ‘마오 슈트’로 알려졌다. 서구 문명을 빠르게 흡수해 단시간에 근대화를 이룬 일본에서는 슈트도 역시 매우 빨리 도입됐다. 메이지 유신 때는 모닝드레스를 각료의 공식 의복으로 규정했다. 또 모든 학생이 프로이센 군복 형태의 교복을 입도록 했다. 특히 일본 특유의 ‘이키’라고 하는 단순하고 절제된 멋을 추구하는 미학에 어울리는 옷으로 슈트는 각광을 받았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끔찍한 식민 정부로부터 독립한 콩고에서는 이른바 ‘사푀르’라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토속 음악과 춤, 유럽에서 돌아온 이민자들의 영향에 1930년대 혁명가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러 원색을 이용한 화려한 슈트를 입었다.

    남성 패션의 탄생
    슈트가 보편적인 남성복으로 단조로운 유니폼 같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슈트에 여러 변화를 주는 ‘남성 패션’이 탄생했다. 슈트의 원형이 등장한 17세기와 18세기는 유럽 귀족들의 몸치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대였다. ‘폽fop’이라고 불린, 몸치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성적 남성 캐릭터가 문학 작품에 등장했다. 이런 남성이 사회 현상으로 등장하게 된 시기는 19세기부터다. 소위 ‘댄디’라고 불리는 청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1940년대 미국에서는 ‘주트 슈트’라는 특이한 슈트가 등장했다. 주로 흑인이나 히스패닉 젊은이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젊은 시절의 말콤X는 주트 슈트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옷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뉴 에드워디언 스타일이 대세를 이루었다. 라운지 슈트에 볼러해트(중절모)를 쓰고 우산을 쥔 영국 신사의 이미지가 완성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탈리아가 남성 패션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다. 이탈리아 남부의 허름하고 거친 느낌에 북부의 세련된 멋이 어우러진, 재킷과 바지로만 구성된 이탈리안 룩이 완성됐다.
    한편, 고정된 남성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슈트의 기본 형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성 정체성에 관한 논란을 일으켰다. 20세기 초반부터 등장한 슈트를 입은 여성 이미지는 성적 도발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남성 중심의 문화에 도전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슈트를 입은 여성 이미지는 한동안 여성 레즈비언의 코드로만 인식됐다. 이를 뒤집은 것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활동한 이브 생 로랑이다. 이른바 ‘시크’한 현대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가장 드라마틱한 옷, 슈트
    문화학자 스튜어트 홀은, 슈트는 일종의 문화적 재현을 위한 캔버스로 쓰인다고 했다. 지난 세기, 미래주의나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슈트를 입은 남자를 묘사함으로써 성과 권력에 대한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대중문화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제임스 본드’ 역을 맡는 배우가 바뀌고 캐릭터 성격이 달라짐에 따라 ‘007’ 슈트의 스타일 역시 달라지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결국 슈트는 옷이 가진 기본 특성과 긴장, 즉 기능과 아름다움, 가리기와 드러내기, 개성과 전통 등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이는 슈트가 서구 문명의 일반(남성) 주체의 기본 정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종, 지역, 섹슈얼리티와 같은 첨예한 이슈 역시 교차하고 갈등하며 표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새로운 남성 이미지가 등장하는 한편, 중국을 비롯해 신흥 시장이 부상하면서 남성복이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었다. 그럼에도 ‘정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슈트의 매력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목차

    머리말: 테일러의 예술
    옷감이 슈트의 매력을 결정짓는다
    패션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 변하다
    남성 체형에 따라 마름질하는 수학적 기술
    미학적 특색을 획득한 남성 슈트

    1 마침맞은 옷, 슈트
    일상에 스며든 유니폼
    간소함과 단순함으로 지속되다
    어두운 슈트와 하얀 리넨의 ‘비즈니스 정장’
    영국 남성들이 군복과 종교의식의 지침을 따르다
    기성복 슈트, 스마트 캐주얼 복장

    2 다른 나라, 다른 슈트
    옷차림에 관한 영국의 고전적 취향
    비非영국적인 패턴, 형태, 스타일
    중국의 인민복 ‘마오 슈트’의 정치성
    ‘이키’의 개념을 재창조한 일본 디자이너들

    3 슈트, 유행의 첨단
    댄디의 우아한 검정 슈트
    댄디즘의 역설적인 본질을 드러내는 옷차림
    오스카 와일드의 댄디즘과 나르시시즘
    악명 높은 주트 슈트의 등장
    키치적 향수가 스며든 이탈리안 룩의 특성
    진정한 패션 포르노그래피, 베르사체
    여성들을 위한 샤프한 슈트

    4 슈트를 바라보는 시선
    현대의 슈트, 의복이 건축을 따르다
    아방가르드의 상상을 펼치는 캔버스, 슈트
    근대 패션에 관여한 예술가들
    영화감독들의 캔버스가 된 슈트
    물질적 슈트는 어떻게 자신의 암호가 되었을까?

    맺는말: 슈트의 미래

    감사의 글

    참고 문헌
    사진 및 그림 출처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맞춤옷이든 기성복이든 슈트는 기본적으로 투피스 또는 스리피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정교한 모직 옷감이나, 무명 또는 말총, 면화(또는 합성 면화)를 섞어 넣은 모직 혼방 옷감을 사용하여 제작된다. 그리고 형태 유지를 위해 심이 들어가고, 비단이나 비스코스 소재의 안감이 달려 있다. 옷감은 슈트의 매력을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하며, 슈트의 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p.15)

    영국 군대의 군복 가격은 병사의 봉급에서 일부 지불되었기 때문에 군인들은 전역할 때도 군장을 그대로 챙겨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군복이 일상복으로 퍼져나갔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로이센에서는 7년 전쟁 승리 이후 1760년대와 1770년대에 군복이 극성기에 이르러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프러시아 군복의 ‘몸에 딱 맞는 핏, 올곧은 자세 그리고 장식적인 부속물’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군복 스타일은 불가피하게 테일러들에 의해 재빨리 복제되거나, 자기표현의 한 양상으로서 남성복 일반에 반영되었다.
    (/ p.61)

    1880년대에 이르면 포가 말한 하급 사무원들의 말쑥한 복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오늘날 라운지 슈트라고 알려진, 전체가 한 문양의 옷감으로 된 기장이 짧은 재킷과 하이웨이스트코트에 아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바지를 입고 볼러해트를 쓰는 차림새가 완성되었다. 라운지 슈트는 좀 더 느슨해진 근대성이라는 의미를 통해 모닝 드레스보다 넓은 시장을 확보했으며, 더욱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내포하게 되었다.
    (/ p.72)

    1940년대와 50년대에 꾸준히 세련된 모습으로 개선된 ‘클로즈드 넥 코트’는 1900년대 초 캠브리지와 런던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당시의 네루에게 강요되었던 영국의 복식 규범을 거부하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중략) 네루 재킷이라는 이름으로 서구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 옷은 1960년대에 파리의 피에르 가르뎅, 런던의 마이클 피시와 두기 밀링스를 비롯해 당시 유행을 주도한 디자이너들에 의해 주류 패션에 다시 편입되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 p.131)

    영국의 슈트가 지닌 헤게모니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도전한 것은 아마도 혁명 당시 중국에서 착용을 촉구한 중국의 인민복 ‘마오 슈트’일 것이다. 원래 20세기 초에 등장하여 ‘중산좡中山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마오 슈트는 일반적으로 ‘현대 중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쑨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p.132)

    일본의 정치 엘리트 계층에서는 슈트의 도입을 군사적, 경제적, 윤리적 우월성을 차지하기 위한 냉혹한 경쟁에서의 기본 요소로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는 17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본의 미학적 전통과 당시 교양 있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이키いき에 대한 숭배가 크게 작용했다. (중략) 이들은 그 세계에 입문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멋과, 일찍이 유럽의 댄디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예시되었던 "덜 꾸밀수록 더 멋지다"라는 금언을 따랐다.
    (/ pp.142~143)

    18세기 초 풍자만화와 소설과 희곡에서는 ‘폽fop’이라 불리는, 최신 유행으로 격식을 차리고 호화로운 장신구로 절묘하게 꾸미고서 물의를 일으키는 인물을 등장시켜 위협적이지 않고 희화화된 방식으로 표현했다. 1703년에 발표된 토마스 베이커의 희곡 [턴브릿지 산책로]에서는 메이든이라는 멋쟁이가 등장해 "나는 절대 추잡한 술집에 다니면서 몽롱한 정신으로 지저분한 이야기나 하는 난봉꾼들과 어울리지 않고, 숙녀들을 방문해 차와 초콜릿을 마신다"고 공언한다.
    (/ p.162)

    인종차별 철폐의 혁명가인 말콤X의 경우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이미지는 과격한 댄디즘으로 규정되었는데,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기 20년 전 초기 단계에서 주트 슈트의 도발적인 긴 재킷을 자신의 차별적인 표지로 선택했다. "나는 가장 야성적인 슈트를 입고 뉴욕의 거리를 쓸고 다녔다. 때는 1943년 어느 날, 나는 배우처럼 차려입었다. 야성적인 주트 슈트를 입고 노란 놉토 슈즈를 신었다. 머리를 둥글게 말아서 붉은 덤불 같은 콩크를 완성했다.
    (/ p.186)

    1980년대와 90년대 내내 베르사체는 남성복과 여성복 모두에서 육감적인 대표 스타일을 개척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풍성한 직물을 사용했고, 옷감의 마름질과 표면의 재질을 통해 착용하는 사람의 성적 매력과 사회적 권력을 강조하고자 했다. 라스칼라의 총감독이자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에게 주문받은 오페라 및 발레 공연 의상을 제작하면서 베르사체는 선명한 연극적 요소와 특별한 상황을 포용했다. 그 덕분에 영화와 스포츠를 비롯해 전문 직업적인 책임 요소 때문에 대중들에게 노출되어야 하는 문화산업 분야에서 베르사체의 의상을 기꺼이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 p.209)

    남성 슈트를 입은 여성의 모습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기묘함이 있었다. 이는 주류 대중문화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오히려 급속히 소화되어 폭넓게 소비되었다. 1890년대와 1900년대 뮤직홀 무대에서는 남자를 흉내 내는 여성 배우들이 등장해 유행에 민감한 젊은 남자들의 허세뿐만 아니라 슈트의 수행적 가능성으로 유지되는 젠더의 환영幻影에 대하여 비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베스타 틸리는 의상에 관한 이 같은 물신주의를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서 상업적인 예술 형태로 만들어냈다.
    (/ p.222)

    남성 슈트는 보통 견고하다고 생각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불안정하다. 그래서 슈트는 그처럼 불꽃 튀는 발전 과정을 위한, 융통성 있는 도구를 제공해주었으며, 그 불꽃은 20세기 내내 꺼지지 않고 지속되었다. 슈트의 역설적인 매력은 1960년대에 여성의 육체에서 다시 한 번 표면화되었다. 아직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해 고정된 정체성을 폭파하고 댄디즘의 작용을 낡아빠진 것으로 만들기 이전에,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브러멜의 유령을 다시 한 번 세상에 풀어놓아 마지막으로 거닐게 했다.
    (/ p.225)

    미술, 음악, 영상에서 1980년대 비즈니스 정장의 특징이었던 넓은 어깨의 실루엣이 규칙적으로 등장했다. 1984년 미국의 아트 팝 밴드인 토킹 헤즈는 조너선 드미 감독과 작업한 콘서트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를 내놓았다. 이 영화에서 리드 싱어 데이비드 번이 [걸프렌드 이즈 베터]를 부를 때 입었던, 크게 부풀린 듯한 회색 슈트는 무척 유명해졌다. 번의 의상은 록 가수들의 전형적인 무대의상보다는 일본의 전통 가무극인 노能 공연이나 보이스의 갤러리 설치미술 작품들의 양식화된 몸짓에 더 가까웠다. 그것은 당대의 가식과 (당시는 여피yuppie 가 유세를 떨치던 시대였다) 괴물 같은 예술가의 자아에 대한 영리한 풍자였다.
    (/ p.260)

    상징적인 면에서나 사회적인 면에서나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이안 플레밍의 첩보 소설 시리즈를 각색하여 1962년 테렌스 영이 감독하고 숀 코너리가 주연한 [007 살인 번호]에서부터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가 입었던 슈트다. 에든버러 태생의 노동계층 출신인 코너리는 플레밍의 원작 소설 속 영웅보다 품행이 덜 세련되게 보이기는 했지만,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에 ‘보통 사람’의 매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매력은 영국 청년들의 육체와 슈트를 동시에 경쟁적으로 재규정하는 성과 계급에 관한 법칙 및 규칙의 개방에 대한 반향이었다.
    (/ pp.265~266)

    금융 위기와 환경문제 그리고 고급 품질에 익숙한 소비자 세대가 등장함으로써 좀 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 남성복이 번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여성 품목의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남성 품목 시장에 딱 맞는 고기능성 제품들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인도와 중국에서 새롭게 등장한 야심 찬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판촉 활동은 맞춤옷 및 명품 생산업체들을 오히려 강화시켰다. 그러는 사이에 스포츠로 단련하고 화장품으로 가꾼 이상적인 남성 육체의 대상화objectification는 자기도취적인 신남성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 p.279)

    슈트의 스타일과 미학에서 이루어진 진보는 기술혁신으로 더욱 향상되었다. (중략) 현재 시장에서는 바디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게 측정된 치수에 따라 제작되고 디지털 프린팅 기술로 생산된다. 얼룩이 묻지 않고 방수가 될 뿐 아니라, 비싼 드라이클리닝을 할 필요도 없게끔 공학적으로 고안된 슈트들이 상점 진열대에 이미 나와 있거나 원본 제작 단계에서 대량 보급할 준비를 마친 익숙한 품목이 되었다. (중략) 시간을 초월하는 적응력을 통해 슈트는 현대성의 아이콘이며 매개체로서 계속 살아남을 것이 분명하다.
    (/ p.285)

    저자소개

    크리스토퍼 브루어드(Christopher Brewar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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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저명한 문화사학자로 현재 에딘버러 아트 칼리지의 학장이다.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창조산업 및 공연예술 분야 부학장을 맡고 있고 문화사를 가르친다. 서구 패션의 역사와 패션 산업에서 런던을 포함한 여러 도시가 차지하는 위상, 의류 소비자로서의 남성, 섹슈얼리티, 근대성과 기억 등을 주제로 책을 출간하고 전시를 기획해왔다. 지은 책으로 《숨겨진 소비자The Hidden Consumer》, 《패션Fashion》, 《패션으로 빚어낸 런던Fashioning London》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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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국제대학원을 수료했다. 가톨릭교회의 수도자로 살면서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펍헙 번역 그룹의 번역자로 활동하며,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레비와 프티의 바이블 스토리》, 《IS의 전쟁》, 《20세기 이데올로기》, 《알렉상드르 뒤마의 프랑스사 산책》(공역), 《H.G. 웰스의 세계사 산책》(공역) 등이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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