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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품의 분류

책소개

영원한 자유와 구속의 기로에서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의 게임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안은 프랑스 가라테 주니어 챔피언 출신으로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지만 조부모의 극력 반대로 포기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조부모는 마리안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그녀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원했다. 세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마리안은 조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질책 탓에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따스한 사랑과 격려가 필요할 때 조부모의 잔소리와 핀잔을 견뎌야했던 그녀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고, 결국 가출을 시도한 끝에 남자친구와 더불어 절도 및 강도 행위를 벌이며 살아가는 비행소녀로 전락한다.
마리안은 코카인을 흡입하고 들어간 노부부 집에서 단지 위협을 가하기 위해 휘두른 주먹 한 방에 주인남자가 사망하는 바람에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거작전을 펼치던 길에서 남자친구 토마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정면 돌파를 시도하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마리안은 도주 중 경찰 2명과 대치하다 한 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한 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중범죄를 저지른다.
수사를 맡은 검사와 수사판사는 마리안에게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하는 한편 22년간 감형 불가라는 추가 조항을 삽입한다. 미결수로 수감되었던 교도소에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치지 않고 모범수로 지냈지만 정상참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형이 확정된 이후 R중앙형무소에서 복역을 시작한 마리안은 다시 동료수감자를 죽이고, 악덕 교도관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고를 저지르고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S교도소로 이감한다. 일곱 살 때부터 가라테와 유도를 배운 마리안은 웬만해서는 당해낼 사람이 없는 인간병기이다.
S교도소에서 특별 감시 대상이 된 마리안은 독방에 갇히는 한편 단 일보를 이동하더라도 수갑을 차야하고, 동료 수감자들과 일체 교류를 할 수 없다. 조부모와 의절한 까닭에 면회를 오는 사람도 없고, 영치금을 보내주는 사람도 없어 노역을 해야 담배를 비롯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가끔 사식을 사먹을 수 있는 형편인데 모든 활동이 금지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문제는 마리안이 담배와 마약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자라는 것이다. 수석교도관 다니엘은 마리안이 담배와 마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일종의 거래를 제안한다. 헤로인과 담배를 제공해주는 대신 매춘에 응해야한다는 제안이다. 마약이 없으면 금단증세에 시달려야하는 마리안의 입장으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마리안과 다니엘은 부적절한 거래를 시작하고, 교도소에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약육강식의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마리안은 먼저 건들지 않으면 일절 폭력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 반면 수감자의 우두머리 조반나는 마리안이 보스 자리를 유지하는데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쉴 새 없이 도발을 해오는데…….

출판사 서평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장편소설! 코냑추리소설대상 수상작!
17세의 무기수 마리안! 그녀가 다스리기에는 버거운 분노!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구속!

1. 17세의 무기수 마리안,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인간병기 그녀가 온다!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장편소설!

《그는 한때 천사였다》, 《빅 마운틴 스캔들》, 《그림자》, 《너는 모른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발표하며 국내 독자들과도 친숙한 카린 지에벨의 《독방1,2》이 출간되었다. 카린 지에벨은 2004년 등단 이후 현재까지 모두 합해 11권의 소설을 발표해오고 있는 작가로 코냑추리소설대상, 마르세유추리소설대상, SNCF추리소설대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느와르소설 페스티벌 대상 등 프랑스 최고 권위의 추리문학상을 다수 수상할 만큼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카린 지에벨이 ‘프랑스 스릴러의 여왕’,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한편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크게 각광받고 있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이제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카린 지에벨은 변호사, 프리랜서 기자, 국립공원관리인, 맥도날드 점원, 공무원 등으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린 지에벨이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몸소 겪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현장감 넘치는 소설, 설득력 있는 심리묘사,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선보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인간의 욕망, 불안, 집착, 죄의식, 피해의식, 열등감 등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을 추적하고 분석해가는 과정을 통해 등장인물들을 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릴러 혹은 미스터리소설에서 인물들을 선한 자와 악한 자로 양분하고, 양자 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카린 지에벨의 소설에서는 선과 악을 잣대로 인물을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한 인물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고뇌와 갈등, 대립과 충돌의 과정을 통해 어떤 결론이 내려지고, 어떤 행위로 귀결되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카인 지에벨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격을 단적으로 규정하기 어렵고 선한 자와 악한 자로 구분할 수 없다. 인간의 내면에는 항상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카린 지에벨이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더 객관적 진실에 닿아 있는 듯 보인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셜록 홈즈나 아르센 뤼팽 같은 영웅이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적인 결함을 가진 인물, 좌절과 상처로 고통 받는 인물, 고집스럽게 증오와 복수에 집착하는 인물,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냉혈한, 집요하게 약자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사이코패스 등이 자주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독방1, 2》은 17세의 나이에 종신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갇힌 마리안 드 그레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리안 역시 인간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인물이며 분노조절장애 성향이 있다. 마리안은 세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조부모와 살게 된다. 조부모는 완고하고 권위적이어서 마리안의 적성이나 취향보다는 가문의 명예와 집안의 체통만 내세우는 사람들이다. 늘 이미 답을 정해놓은 질문을 하고, 잠시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잔소리를 퍼붓고, 말끝마다 가문의 명예를 들먹이는 조부모의 양육방식은 어린 마리안을 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따스한 보살핌과 애정이 필요했던 마리안은 암울하고 절망적인 성장기를 보내다가 결국 조부모의 집을 나온다. 마리안은 남자친구와 강도 행위를 저지르며 생활비를 마련한다. 그러다가 우발적인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의 추격을 받던 중 경찰 2명에게 총격을 가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불구자가 되는 대형 범죄를 저지른다. 미리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살인이었지만 피해자들이 경찰이었기 때문에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을 선고받는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미래와 희망이 모두 사라지게 된 셈이었다.

2. 그녀가 다스리기에는 버거운 분노!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구속!
이 소설은 마리안이 무기징역형을 받은 지 4년 차가 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마리안은 교도소에서 4년을 지내는 동안 교도관 혹은 동료 수감자들과 자주 충돌을 빚게 되고, 그 결과 몇 건의 살인 및 상해 혐의가 추가된다. 마리안은 정신과전문의도 소견을 피력했듯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인물이지만 교도소의 제반여건이 그녀가 추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소설에서 교도소는 한 인간을 갱생의 길로 이끄는 교정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부조리한 양상이 극도의 폭력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매우 상세하게 보여준다. 교도관과 수감자 사이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관계, 불법 마약 거래, 수감자들 사이에서 자행되는 따돌림과 린치, 교도관들의 비리와 암투 등은 부조리한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교도관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정의롭거나 선하지 않고 딱히 사명감도 없다. 수감자를 괴롭히는 재미로 살아가는 교도관, 교정 업무보다는 승진과 자리보전에 더욱 신경 쓰는 교도소장, 위험한 수감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마약을 제공하는 교도관, 수감자가 대들 경우 집단적인 고문과 린치를 가하는 교도관 등이 대다수이다.
카린 지에벨은 묻는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우발적인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마리안에게 종신형은 과연 타당한가?
마리안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자주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지만 사실 그녀의 내면은 순수하고 선하다. 그녀는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질렀지만 단 한 번도 계획적이었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늘 죽은 자들에 대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속죄를 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응할 마음자세도 되어 있다. 카린 지에벨은 이 소설에서 법적인 처벌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야 마땅한 ‘속죄’의 문제를 제기한다.
마리안은 매일이다시피 죽은 자들이 등장하는 악몽을 꾸고, 비록 우발적인 실수이긴 하지만 자신이 왜 사람을 죽였는지 끊임없이 돌아보며 자책한다. 그런 한편 다시는 자유와 재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무기징역형 선고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도 크다. 카린 지에벨은 마리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범죄와 법적 처벌이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리안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판사는 보편적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만큼 정의롭고 균형 잡힌 판별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가? 판사는 마리안의 범죄사실과 더불어 그녀의 내면까지도 두루 꿰뚫어보는 혜안과 이해심을 갖추었을까?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가두고 새로운 길로 이끌기 위해 존재하는 교도소는 과연 고유의 교정 업무를 차질 없이 해내고 있는가?
카린 지에벨의 《독방1,2》은 교도소에서 자행되는 온갖 폭력과 비리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한편 범죄를 예방하기보다는 오히려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교도소의 적나라한 실상을 매우 상세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무사안일주의에 찌든 교도소장과 교도관들, 후진적인 복지, 수감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패권 다툼, 마약을 미끼로 한 매춘 유도 등을 볼 때 교도소는 교정시설이 아니라 범죄양성소 같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할 만큼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는 몇몇 교도관들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수감자들의 관계는 먹이사슬 형태를 취하고 있고, 최고의 정점에 포식자가 있다. 수감자들은 보스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이고 상대를 핍박한다. 일대일로 싸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마리안에게도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교도소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마리안은 현재 나이 21세, 복역기간 4년, 수감자 서열 1위이지만 미래와 희망이 없는 교도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마약과 담배에 의존하며 하루하루 연명해가던 그녀는 한줄기 빛 같은 제안을 받게 된다. 프랑크 총경을 비롯한 고위직 형사 3명이 마리안을 면회와 탈옥을 시켜주는 대신 그들이 지목하는 표적을 제거하고, 비밀서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한 번도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른 적 없는 마리안은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다가 끝내 수락한다. 마리안은 과연 그들이 요구하는 표적을 제거하고 영원한 자유와 미래를 얻을 수 있을까? 3명의 고위직 형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슨 목적을 위해 표적을 제거하려 하는가?
《독방1, 2》는 교도소 이야기로 이루어진 1권과 마리안이 킬러가 되어 작전에 투입되는 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중에서

마리안은 노인들을 싫어했다. 노인들을 볼 때마다 조부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엄마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조부모 집에서 자랐다.
조부모는 줄곧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어. 마치 나를 몹시 증오해 들들 볶아대는 사람들 같았지. 난 조부모에게 무엇을 해주길 바란 적도 없고, 돈을 요구한 적도 없어.
할아버지는 전직 해군 장교였고, 할머니는 하루에 두 번씩 식사를 준비하고 식기를 닦는 게 일과인 가정주부였다. 조부모는 완고한 사람들이었고, 질문을 받기도 전에 어떤 대답을 할지 미리 정해두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부모는 척추뿐만 아니라 뇌 역시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조부모를 보면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독선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노부부를 좀 더 살살 다뤘어야 했을까? 아무렴 어때. 그들은 부자니까 아마도 임플란트 시술을 잘 하는 치과의사를 알고 있을 거야.
마리안은 겨우 꺼림칙한 생각에서 벗어나며 차창을 내렸다. 제이 케이의 노랫소리가 외곽순환도로 위로 흩어졌다.
(/p.16)

“이 소리 들려?”
마리안이 소곤거렸다.
“무슨 소리?”
“기차 소리.”
정신을 집중하자 쥐스틴의 귀에도 멀리서 달리는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기차 소리가 그렇게 좋아?”
“언젠가 교도소를 나가게 되면 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어.”
“사고를 치지 않고 얌전히 지내면 나갈 수 있어.”
쥐스틴이 확신하듯 말했다.
“그때 나이가 예순 살쯤 되어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아 있지 않으면 어쩌지? 2045년쯤 될 테니까. 빌어먹을! 2045년이라고 하니까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시대 같잖아.”
“예순 살이 되기 전에 나갈 수 있어. 범죄경력을 더 이상 추가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야.”
“쉰 살쯤 나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쉰 살이면 충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어.”
두 사람은 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 달리는 기차는 TGV가 아니라 화물열차야.”
마리안이 중얼거렸다.
“소리만 듣고도 알아?”
쥐스틴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TGV랑 화물열차는 소리가 완전히 다르니까.”
“당신은 어쩌다가 기차를 좋아하게 되었어?”
“그냥 언제나 기차를 좋아했어.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어. 교도소에 온 이후로는 특히 더 그래. 어렸을 때 조부모 집에서 방학캠프에 가거나 친척집에 갈 때마다 기차를 이용했어. 처음 가출해서도 기차를 탔지. 적어도 기차에 관해서는 좋은 기억이 많아. 당신은 기차와 관련한 기억이 없어?”
(/pp.45~46)

라틴계 여자는 보스 자리를 빼앗기게 될까 봐 무척이나 경계하는 눈치였다.
“마리안 드 그레빌?”
“넌 누구지?”
옆에 있던 두 여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내가 누군지 몰라?”
“난 줄곧 독방에서 지냈기 때문에 아무도 몰라.”
“난 조반나야.”
“이름이 예쁘네.”
마리안이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담배 한 대만 줄래?”
이 경우에는 응해주지 않는 게 규칙이지.
“내가 왜?”
마리안이 짧게 대답했다.
조반나가 작은 칼날을 손가락에 끼었다.
“담배 없어?”
“난 그냥 주기 싫어.”
마침 델벡 부인이 근처를 지나갔다.
조반나가 얼른 칼을 숨겼다.
“듣자 하니 경찰을 골로 보냈다며?”
“멍청한 말 좀 그만해.”
“내가 만만해 보여?”
“이제 보니 바보는 아니네.”
(/p.103)

마리안이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수갑을 풀어준 다니엘이 그녀의 허리를 왼팔로 감아 안고 오른손 주먹으로 복부를 강타했다. 뒤이어 옆구리를 가격하자 그녀가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마리안은 몸을 비척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으며 그의 턱에 어퍼컷을 먹였다. 다니엘이 비틀거리다가 겨우 바로 서며 그녀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뒤이어 전기곤봉이 등을 가격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가격이었다. 생명에 지장 없는 부위만을 공격할 것, 병원으로 실려 가야 할 정도로 상처를 입히지 말 것, 바닥에 쓰러뜨리는 정도에서 끝낼 것.
마리안이 바닥에 널브러져 일어서지 못하자 다니엘은 공격을 멈추었다. 철책에 기대선 그는 아직도 얼얼한 턱을 어루만지고 나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리안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녀는 늘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였다.
다니엘이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 마리안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한 손으로 마리안의 양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를 벽면으로 몰아붙이고 나서 목을 힘껏 조였다.
“이제부터 조용히 지낼 수 있겠지?”
(/p.128)

후작 부인이 샤워장 대기실에 집합한 수감자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수감자들은 다 대답했지만 엠마뉘엘과 톱모델은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후작 부인이 단수 조치를 취하자 샤워장 안에서 낙망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직 거품을 씻어내지 않았어요.”
톱모델이 소리쳤다.
“그러게 서둘렀어야지.”
후작 부인이 실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엠마뉘엘이 마침내 옷을 다 갖춰 입고 나타났다. 원피스가 물에 젖는 바람에 뼈만 앙상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톱모델이 머리에 거품이 남은 상태로 나타나자 수감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사자갈기 같은 머리를 감방 세면대에서 헹구자면 꽤나 번거로울 듯했다.
“자, 이제 출발! 다른 화냥년들도 샤워를 해야 하니까.”
수감자들은 줄을 지어 샤워장을 나섰다.
혼혈이 교도관 앞을 가로막았다.
“아무리 교도관이라도 수감자들을 모욕할 권리는 없어요. 다른 교도관들은 절대로 막말을 하지 않아요.”
“당신, 오늘 아침 기분이 별로야? 생리 시작했어?”
“당신이 얼마나 모욕적인 언행을 했는지 대장에게 다 말할 거예요.”
“깜둥이 주제에 제법 무섭네.”
마리안은 벽에 몸을 기대고 두 여자의 다툼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후작 부인은 다른 수감자들을 째려보며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감히 아무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막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년은 너밖에 없어. 대장이 누구 말을 더 믿어줄까? 너 같은 화냥년 말을 누가 믿어주겠어?”
“저도 그 말을 들었습니다.”
엠마뉘엘이 말했다.
(/pp.168~169)

마리안은 천천히 옷을 입고 나서 거울 속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난 지금 왜 여기에 있을까?
대가를 치르는 중이야. 나 때문에 더 이상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다 빼앗긴 사람들을 위해. 나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과 살고 싶은 욕망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을 위해.
마리안은 둔중한 무게의 바위가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을 받으며 주먹으로 여러 번 벽을 때렸다.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기회를 주지 않았어. 나를 아예 세상의 지도에서 지워버렸지만 엄연히 아직 존재하고 있어. 내가 투쟁을 멈추면, 내가 무릎을 꿇으면 다들 기뻐하겠지. 난 그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싶지 않아. 난 앞으로도 그들이 계속 나를 두려워하게 만들 거야.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거야. 그들의 발에 박힌 가시,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한 골칫덩어리가 될 거야.
마리안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엠마뉘엘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안은 아침식사 식판 앞에 앉았다. 빵을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한편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싶었다.
(/pp.211~212)


마리안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비르지니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마리안을 말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마리안은 보강인력을 요청하려고 무전기를 켜고 있는 프랑수아즈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얼굴을 벽면에 찧어댔다.
“이제껏 받아온 수모를 돌려주겠어. 넌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여자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내가 매일이다시피 수감자들을 괴롭히는 재미로 살아가는 못된 버릇을 고쳐줄게.”
프랑수아즈의 머리와 얼굴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녀는 마리안의 발치에서 엉금엉금 기어 다닐 뿐 제대로 된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교도관 제복을 입고 곤봉을 손에 들고 다닐 때만 해도 자신의 힘이 막강하다고 믿었겠지만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자 변변한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했다.
마리안은 바닥을 기고 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 다음 벽면을 향해 밀어붙였다. 두개골이 우지직 소리를 내자 수감자들이 혹시 죽지는 않았는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수감자들은 내심 오래전부터 누군가 나서서 프랑수아즈를 끝장내주길 바라왔다.
마리안이 쓰러져 있는 프랑수아즈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얼굴을 집중적으로 가격했다. 마리안의 주먹이 날아갈 때마다 그녀의 턱뼈가 으스러지고, 치아가 달아났다.
교도관들이 달려 나오는 모습을 보았지만 마리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남은 임무를 마무리했다. 마리안이 주먹으로 프랑수아즈의 목덜미를 가격하자 이미 부러져 있던 뼛조각들이 골수 속으로 파고든 듯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힘없이 바닥으로 널브러지는 프랑수아즈를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pp.237~238)

저자소개

카린 지에벨(Karine Giebe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1~
출생지 프랑스 바르
출간도서 8종
판매수 2,157권

1971년 프랑스 동남부 해안도시 바르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주하고 있다. 연필을 쥘 수 있는 나이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법률 및 라이선스를 공부했다. 국립공원관리원, 영화 조감독, 프리랜서 사진작가, 변호사, 아동통학지도 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으며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자양분을 얻게 되었다. 데뷔작[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 Terminus Elicius]로 2005년 마르세유 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발표한 [속죄를 위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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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진정한 우정], [그는 한때 천사였다], [브루클린의 소녀], [침묵의 소리], [에곤 실레], [프랑스 대혁명], [내일], [미래의 물결], [잠수종과 나비] 등이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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