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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 :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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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시현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 : 2018년 05월 18일
  • 쪽수 : 21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88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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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혼도, 별거도, 졸혼도 아닌 휴혼(休婚)
정서적인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삶의 공간만 분리하는
새로운 가족상의 실험


“거의 3주에 걸친 공방 끝에 내가 집에서 나가고, 시부모님이 남편과 합가하여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결정 났다. (……) 아이는 언제든 만나거나 데리고 있을 수 있으며, 이혼은 생각하지 말고 따로 살아볼 것. 각자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서로 이성 문제는 만들지 말 것. 떨어져 있는 동안 상대방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 이 합의가 이루어진 날, 남편과 나는 맥주를 마셨다.” ('결혼-=?' 중에서 / p.47)

배우자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지겹도록 부딪힌다면. 가부장제 가족상이 과연 현대에도 유효한 것인지 의심하는 시선들 속에, 정서적인 관계는 유지하되 생활만 분리하는 부부 관계에 대한 실험을 생생하게 담은 에세이 [나는 지금 휴혼 중입니다](은행나무 刊)가 출간되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네 살배기 아들의 양육을 전담하던 저자 박시현은 육아와 살림에 관한 기대치가 높은 남편과 갈등 끝에 결혼 5년차인 2017년 가을,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했다. 저자가 월세방을 얻어 나가 생활비를 직접 벌어 살고, 아이는 수요일 밤과 주말에 데려와 함께 보내는 식이다. 별거와 다른 점은 “이성 문제는 만들지 말”(/ p.47)고 “기능적, 정서적인 관계”(50쪽)를 유지한다는 데 있다. 즉 부부 간의 애정과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채 단순히 삶의 공간만 분리하는 것이다.
서구에서 LAT(Living Apart Together)라 불리는 생활양식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팀 버튼과 헬레나 보넘 카터와 같이 LAT의 사례로 손꼽히는 서구 커플들의 선택이 각자 단단한 경제적인 토대 아래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내린 ‘합리적’인 것이었다면, 저자 부부의 결정은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 양육을 전담하며 자연스레 ‘경력 단절 여성’이 되어야 했던 저자의 독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담한 도전이 된다.
‘남편’과 ‘아내’,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 속에서 서로를 또 스스로를 잊어가던 두 사람은 휴혼의 과정 속에서 사회에 무사히 복귀하고, 생활에 지쳐 잊어가던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연애 시절 매혹되었던 연인의 본모습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결혼 전 기대했던 바와 다른 현재에 지친 기혼자들에게 대리만족과 발칙한 상상을, 결혼 후의 관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미혼자들에게는 무엇이든 방법은 있으니 겁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안을 선사할 것이다.

“헤어지지 않기 위해 따로 살기로 했다”
더 나은 둘을 위한 단 한 번의 선택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결혼 형태를 엿보고, 사회의 기준 말고, 자신만의 결혼 형태에 대해 상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 p.16)

“영혼의 주파수가 맞는 남자”와 불같은 연애 끝에 결혼했음에도, 가부장제는 그 사랑을 건사하지 못했다. 남편은 가정에 충실한 만점짜리 남편이고 아들보다 며느리의 마음을 더 헤아려주는 시어머니도 만났지만, 그 ‘복’이 주부와 아내와 엄마의 전통적인 의무를 물리쳐주는 건 아니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정해진 ‘아빠’ ‘엄마’ ‘자식’ 역할을 수행하는 가정에서 자란 남편과, 청소년기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해 살아온 저자의 가족관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끼니는 배고플 때만 때우면 된다고 여기는 저자와 삼시 세끼를 제 시간에 챙겨야 하는 남편의 생활 패턴이 어긋날 수밖에 없듯이.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자, 연애 시절 남편이 귀담아 들어주던 미래와 꿈을 여전히 말하는 것이 가족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반역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미래와 꿈을 열망하는 ‘나’를 잃을 수는 없었다. 그 간극에서 나는 파열음은 경찰까지 출동하는 부부 싸움으로 치달았다.
아직 남편을 사랑했고, 네 살짜리 아들에게는 엄마와 아빠가 모두 필요했다. 하지만 오래전 예정된 모임에 대해 “남편이 출장 가는데 감히 여자가 술을 마시러 가?”(/ p.202)라던 남편의 외침처럼, ‘나’를 지킨다는 것은 전통적인 가족상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갈수록 과격해지는 부부 싸움을 울며 말리던 아이가 어느새 엄마와 아빠가 싸우건 말건 잠들 정도로 무뎌지고 만 모습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타개책이 필요했다.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 부부는 생활을 분리하는 ‘휴혼’을 결심했다. 재결합 이전의 휴혼인지 이혼 이전의 휴혼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부장제에 대한 불온한 도전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을 위해 고유의 가족 형태를 발명하다


싱글 시절에도 거들떠보지 않던 월세 25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아등바등 시작한 휴혼의 필수 조건은 ‘자립’이었다. 갑작스럽게 사회로 떠밀려나온 기분에, 결혼 전 커리어가 있었음에도 저자는 자신이 없어 “‘연탄 자살’을 검색”25쪽할 정도로 막막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막상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자 프리랜서로 일하던 강사 일을 더욱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들과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결혼 이전의 사회적인 이름을 돌려받은 듯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도 잊어가던 내면의 자신감은 가족의 울타리를 부수고 나왔을 때 조우한 타인의 인정을 통해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동시에 남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시간이 되었다. 평일을 떨어져 지내는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 배가되었음은 물론이다. 처음에는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힘들어진 관계를 악화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표면을 걷”(/ p.60)는 관계였지만,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느라 어쩔 수 없이 부딪히면서 서로의 상처와 요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남편이 담당하던 생계를 직접 꾸려나가면서 남편이 졌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편 또한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서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며, 연애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꿈 많은 ‘그녀’의 모습을 되새기게 된다.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나로서 가족과 마주하는 휴혼의 나날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의 기록


실시간으로 휴혼의 나날을 기록해가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휴혼을 권하는 책이 아니”(/ p.16)라고 했지만, 남편의 짐을 짐작하고 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모돼가던 자신과 서로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이내 “휴혼을 권한다”(/ p.204). 서로에게 지치는 싸움을 이어가거나 관계를 포기하는 대신 말이다. 휴혼이라는 공백은 저자에게도 남편에게도, 또 아들에게도 서로가 정말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깨닫고 서로의 관계와 입장, 가정에서의 내 자리를 곱씹어볼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저자 부부의 휴혼은 전통적인 ‘아빠-엄마-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상을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의 더께를 들춰보는 전복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휴혼 기간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편모 가정”(/ p.209) 혹은 ‘편부 가정’을 체험하면서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을 뒤집어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상이 있을 수 있음을 고민해보는 것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는 요즘 우리 사회와 이웃을 더욱 풍요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하한 급진성 덕에 이 책은 브런치(brunch.co.kr)를 통해 출간 전 연재를 하는 동안 이슈가 되며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같이 살 수도, 이혼할 수도 없는
- 2017년 9월 3일 D-24
- 내게 남은 건 34세, 기혼, 아기 엄마
- 반짝반짝 아침
- 보증금 100에 월세 28
- 결혼-=?
- 표면을 걷는다

2부 나는 남편과 휴혼하기로 했다
- 왼손 네 번째 손가락
- 당장 떠나도 이상할 것 없는
- 각자의 식탁
- 아이 마음
- 시어머니와의 조우

3부 휴혼 D+50 중간 점검
- 일에 관하여: 다시 사회인이 된다는 것
- 아이에 관하여: 아이 앞에서 나는 겸허해진다
- ‘결혼 학기제’에 대한 깔끔한 정리

4부 따로 또 같이, 이렇게 휴혼은 지속되고 있다
- 그라티아 숲
- WHO
- 사회생활 vs. 가정생활
- 한 부모 반 부모
- 삶으로 떠오르기
- 금요일의 배신
- 당신의 버튼은 안녕하십니까?
- 부부의 밤
- 옆 자리
- 푸른 사과
- 2017년 9월 2일 D-25, ‘그날’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아이 혼자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두고 남편은 “아이를 방치한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남편과 나 둘이서 무언가 할 때, 가령 밥을 먹으며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면 아이에게 스마트폰 주는 것에 대해선 ‘방치’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남편은 언제나 내가 아이에게 주는 식단이 부실하다고 생각했다. 밑반찬, 국 종류는 반찬 가게에서 사다 먹는다. (……) 엄마가 해주는 반찬보다, 사 먹는 반찬을 아이가 훨씬 잘 먹음에 아이가 밥 안 먹는 스트레스 역시 해소되었다. 동시에 엄마가 해주는 밥상이 아니라는 죄책감 역시 동반했다. 남편은 언제나 아이에게 “밥 먹었어?”라고 물어봤는데 그 질문은 마치 나 스스로 밥을 굶기는 엄마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또, 우리 부부가 외식을 하며 술 한잔할 때면 아이의 밥상은 그 여느 때보다 부실했지만, 평소의 남편 특유의 예민함은 부재했다. 이러한 기준 모호가 내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다가왔다.
('프롤로그' 중에서 / pp.8~9)

임신과 출산 내내 식사는 남편 전담이었다. 혹여나 굶을까 봐 퇴근을 하고 와서는 계란말이며, 생선 구이며, 밑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다. 출산을 한 후에는 한 달 내내 미역국을 끓여냈다. 아이가 가벼운 기침을 할 때면 머리맡에 양파를 썰어서 놔둔다거나, 계란 노른자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트리고 꿀을 타서 먹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신기한 광경이었는데, 이 같은 그의 자상함은 모두 어머님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오랜 기간 혼자 지내온 나는 결코 누려보지 못한 살뜰한 챙김. 그러나 그의 키워드인 ‘안정’, ‘보살핌’, ‘챙김’은 날이 갈수록 내게 ‘압박’, ‘구속’, ‘억압’이라는 오류로 입력되었다.
('2017월 9월 3일 D -24' 중에서 / p.20)

이 시대의 3040은 전통적인 어머니상과 사회 진출을 하는 여성상 사이에 끼인 세대이다. 대부분 대학 졸업을 한 후 직장 생활을 했으며,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 단절 여성이 된다. 학교에서는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진 시대’, ‘여성들도 제약 없이 사회 활동을 하는 시대’라고 배웠고, 그런 줄 알고 자랐다. 젠더 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세대인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모순적인 상황을 마주한다. 주도적인 여성, 적극적인 여성이 이 시대의 여성상이라 알고 있던 우리들은, ‘나’가 사라지는 결혼 생활에서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간극은 결혼 휴식으로 이어졌다.
('내게 남은 건 34세, 기혼, 아기 엄마' 중에서 / p.26)

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주장하는 이러한 결혼 형태는 비정상적이거나 유별난 것이 아닌, 또 다른 가족의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핵가족화’와 ‘대가족의 붕괴와 해체’를 배운 기억이 난다. 이제 이런 교육 내용은 구시대적인 산물이 되었다. 더 이상 부모와 자녀로만 이루어진 가정을 핵가족이라 구분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빼기’의 시대이다. 인생에서 결혼을 빼면 비혼족, 결혼에서 아이를 빼면 딩크족, 결혼에서 동거를 빼면 LAT족이니 말이다. “같이 살려고 결혼하는 거지, 그럴 거면 왜 결혼해?”라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개연성이 없는지 알기 위해선 “아이 낳으려고 결혼하는 거지, 그럴 거면 왜 결혼해?”라는 어른들 말씀을 꺼내보면 된다.
('결혼-=?' 중에서 / p.52~53)

“어머님, 죄송해요.” 어머님을 안았다. 어머님은 울먹거리신다. “시현아, 나는 네가 너무 불쌍해서……” 정말 뜻밖이었다. 어머님은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실 줄 알았다. 속사정이 어떻든 아들과 손자 놔두고 나간 며느린데, 저런 마음이 안 드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실지 모른다. 눈앞에서 며느리를 마주하니 정 많고 마음 약한 어머님의 천성이 드러난 것일 뿐. 며느리의 과오는 눈에 보이지 않으시고 여전히 사랑만으로 품으려 하시는구나. 나 혼자 지레 겁먹었구나. “어머님, 저 하나도 불쌍하지 않아요. 정말 잘 지내요.” 목소리에도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시어머니와의 조우' 중에서 / pp.96~97)

연이은 일정에 피곤했는지 평소에 눌리지 않는 가위까지 눌렸다. 그럼에도 요즘 나의 기분을 묻는다면 “최고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숨 막힐 정도로 갑갑할 때가 있고 체력적으로는 힘에 부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고 감사한 나날이다. 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류비에 혀를 내두른다는 것은 차가 있다는 뜻이고, 아침부터 시외버스를 탄다는 것은 일이 있다는 의미이다. 얼마간 백수 신세를 면하지 못하리라 예상했는데, 하루가 텅 비어 있지 않은 그 자체가 내겐 감사이다.
('일에 관하여: 다시 사회인이 된다는 것' 중에서 / pp.104~105)

이번 주는 아이 품이 특히나 그리웠던지라 끊임없이 아이를 만지고 닿이고 안는다. 저 혼자 이미 다 큰 것마냥 벌써부터 엄마 품을 벗어나려 한다. 저가 필요할 때만 안기고, 그 외엔 귀찮아하는 낌새에 서운하다. 동그랗게 눈 뜨고 있는 낮에는 원 없이 안을 수 없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밤에 한을 풀었다. 팔베개도 했다가 머리칼도 쓰다듬었다가 뽀뽀도 많이 했다. 자다가도 깨어 아이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이거 큰일이다. 조만간 아이 생각에 밤잠을 설치거나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도래할지 모르겠다. 결국 거주지를 대전에서 충북 음성으로 옮기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아이와 가까운 곳으로, 단 몇 시간이라도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는 집으로. 돈이야 다시 주워 담으면 되지만 애달픔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아이에 관하여: 아이 앞에서 나는 겸허해진다' 중에서 / pp.112~113)

예전에 ‘사회적 동물’이라는 단어는 있어도 ‘가정적 동물’이라는 단어는 왜 없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다. 내 의견이 반영되고 동료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함께 합작품을 만들어내는 사회생활은 피곤하지만 확실히 그만한 매력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그림자 같은 커리어처럼, 주부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일의 즐거움이리라. 사회에 지친 이들은 가정에서 쉬고 싶을 것이고, 가정에 지친 이들은 사회를 그리워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어둠을 알아야 빛을 안다. 그리고, 어둠 속에만 보이는 것도 있다. 낮과 밤을 합쳐 하루라고 하듯, 모든 경험은 통합된다.
('사회생활 vs. 가정생활' 중에서 / p.141)

‘감히’ 남편의 권위에 도전하고 남편의 출장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내 일을 우선시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엄청난 싸움을 벌였고, 그 결과 가정에서 뚝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만약 미묘한 차별이 있는 남녀 역할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좋은 엄마’ 밑에서 자란 아들은 또 다른 차별을 할 것이고, ‘좋은 엄마’ 밑에서 자란 딸은 똑같은 차별을 받을 것이다. 은근한 폭력인 줄 모른 채.
('2017년 9월 2일 D-25 ‘그날’' 중에서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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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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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글 쓰는 사람.
이번 생은 진득하니 눌러앉는 팔자는 못 되나 보다.
집도, 일도, 가족도, 삶 자체가 떠돌이 생활이다.
이미 떠돌고 있지만 더 격렬한 떠돌이를 기대하는 중.
현재 휴혼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삶의 흐름이 춤추는 대로]를 썼다.
brunch.co.kr/@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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