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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죽은 그녀

원제 : Bella era bella, morta era mo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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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볍고 유쾌하고 엉뚱한, 한 편의 연극 같은 소설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연극인인 로사 몰리아소의 [아름답고 죽은 그녀]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2009년 [살인자는 무엇인가를 두고 간다]로 데뷔한 후 다수의 소설을 발표하였고 토리노 바레티 극장의 큐레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아름답고 죽은 그녀]는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몰리아소의 경력 덕분인지, 한 편의 짧은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으로 부담도 거의 없다.

소설의 첫머리에 의문의 시체 ― 그것도 매우 아름다운 시체 ― 가 등장하면서 막이 오른다. 명품 매장의 판매 직원, 수업을 빼먹은 고등학생 커플, 고함을 지르는 노숙자, 동성애자 기 치료사까지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차례로 무대에 나타난다. 가볍고 유머러스한 터치로 그려 낸 등장인물들은 시체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뻔뻔한 사람들이고, 때로는 과장된 말투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이다. 몰리아소는 이런 인물들을 통해 현대 사회와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담아냈다.
또한 이 소설은 아름답고 죽은 <그녀>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일종의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가서야 독자들은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뒤통수를 맞은 독자들이 황당해하고 있는 동안, 이 짧은 연극의 막이 내려갈 것이다.

시체 하나, 발견한 사람은 다섯 명!

이탈리아 북부의 한 도시. 강가에서 아마도 살해당한 듯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우아한 옷차림, 유달리 눈에 띄는 새빨간 구두. 확실히 아름답지만 확실히 죽은 그녀. 그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다.

첫 번째는 모델로 일하다가 지금은 에르메스 매장에서 판매 직원으로 일하는 카를로타. 그녀는 명문가의 아들이자 부유한 변호사인 레나토와 약혼 중이며,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다 시체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고등학생 커플인 발렌티나와 야코포. 그들은 학교 수업을 자주 빼먹고 함께 대마초를 피우는데, 그날도 인적이 드문 곳에서 대마초를 피우려다가 시체를 발견한다. 그러나 이들도 경찰과 얽히지 않기 위해 신고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이 주변에서 노숙자로 지내는 한 남자. 그는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거나 자신이 찾아낸 보물들을 구덩이 안에 숨겨 놓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다. 그는 죽은 여자가 전날 광장에서 자신에게 점퍼를 건네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추억하기 위해 그녀의 핸드백과 구두를 간직하기로 한다. 정신이 좀 이상한 그 역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다섯 번째는 안마사이자 기 치료사인 알폰소. 그는 죽은 여자의 영혼이 <광명 속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려고 하지만, 동성 연인인 루이지를 떠올리고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자리를 뜬다.

그렇게 해서, 시체를 발견한 사람들 모두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의문이 그들을 괴롭힌다. 죽은 그녀는 대체 누구일까? 누가 그녀를 죽였을까? 경찰에 신고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이라도 다시 가보는 게 좋을까? 이런 고민과 함께 그들의 일상이 꼬여 가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서평

[아름답고 죽은 그녀]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나는 내내 그때 길에 누워 있던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그뿐만 아니라 순간의 선택이 인생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데, 그때 나의 선택으로 내 삶의 흐름도 과연 바뀌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

목차

1 예쁜 것만큼이나 죽은 게 확실한 여자
2 항상 제일 괜찮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나간다
3 흰 바탕에 튄 누런 오줌 방울
4 말은 아무 소용 없다
5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6 초콜릿 빵, 크림 빵
7 바코드여 안녕
8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다
9 최소한의 교육적 역할
10 그의 치졸한 면
11 유리 상자 안에 간직할 것
12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할 것
13 전시(戰時)엔 전시에 맞게
14 무슨 일이 있어도 후회란 없다
15 복수란 얌전한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즐거움
16 오직 너만이 그럴 수 있을 만큼 근사해
17 상징적인 선택
18 슬라이딩 도어즈
19 상대와의 접촉
20 일이 재미있어진다
21 다음번
22 논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그녀는 예쁜 것만큼이나 죽은 게 확실했다. 차분한 베이지를 주조 색 삼아 여러 뉘앙스로 변화를 준 튀지 않는 우아함이 돋보였다. 다분히 상대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의도는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나대지는 않는 분위기랄까. 다만 신고 있는 구두만이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눈길을 끌었다. 새빨간 색에 너무 높은 굽, 뾰족하게 모아지는 앞코의, 이른바 킬 힐. 신발에서 살짝 빠져나와 살코기로 된 부채처럼 활짝 펴진 발가락 끝 발톱엔 구두 빛깔과 같은 새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되는 문제란 의외로 간단했다. 이 시체를 못 본 척 무시하고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강아지를 불러 가던 길을 계속 간 다음 관련 소식은 신문에서 읽느냐, 아니면 113에 전화를 걸어 신고한 연후에 경찰서 한구석에서 하루, 그러니까 이미 운수 나쁘게 시작한 이 하루의 상당 부분을 보내느냐, 둘 중 하나일 테니까.
(/pp.9~10)

[얼른 일어나. 당장 여기서 튀어야 해.] 사내아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대마초로 꽉 찬 가방을 메고 있는 상태로 웬 여자 시체 옆에서 붙잡힐 순 없거든. 오늘 배달해야 할 물량이 가방 안에 잔뜩 들어 있어.]
[하지만……?] 여자아이는 상대의 마음을 돌려 보고자 운을 뗐다.
[빨리 서두르라니까, 빌어먹을!]
[이 여자는…….]
[그래, 이 여자는 죽었어. 누군가 이 여자를 발견할 테지, 하지만 우린 아니야. 얼른 튀자니까. 무슨 소리가 들려, 누가 오나 봐.]
여자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새로 장만한 아디다스 빈티지 운동화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분홍색, 흰색, 금색의 무늬엔 진흙이 덮여 있었다. 이 아디다스를 신고서 조금 전 시체를 짓밟았다니, 아니 엄밀히 말해서 짓밟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그와 비슷했다.
(/pp.18~19)

집으로 돌아온 알폰소에게 후회가 밀려왔다. 그 여자는 분명 죽어 있었고, 거기에 관해서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그가 죽은 여자의 영혼이 광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동행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산문적으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완전히 시민 윤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는 경찰에 알렸어야 마땅했다. 이를테면 그저 간단한 신고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루이지가 수감된 상태인 만큼, 잠자코 납작 엎드려 있는 편이 나았다. 비록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들만 골라서 죽이는 연쇄 살인범이 자유롭게 시내를 활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p.61)

아무도 그가 하는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만 겁을 먹을 뿐, 그 외엔 그야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 그의 말을 들을 시늉도 하지 않았다.
각설하고, 그를 다소나마 존중해 주고 사람으로 대접해 주었던 유일한 인물마저 죽어 버린 지금, 과연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는 걸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 역시 죽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왜 아니겠어?
하지만 그러기 전에 이 핸드백과 구두를 숨겨야지.
그래, 그런 다음에, 죽을 수 있지.
그렇지만, 우선 강가에 누워 있는 시체가 1백 퍼센트 그 여인의 시체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점이 그다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굉장히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었다.
(/p.109)

귀족의 피를 타고났습니까? 전혀.
보유한 동산과 부동산이 있습니까? 전혀.
석사나 박사 학위가 있습니까? 전혀.
구사하는 외국어는 있습니까? 아, 그거라면 있어요. 영어와 프랑스어 독해와 작문이 가능하고, 특히 회화가…… 꺼져, 이 개자식들아.
여자는 절대로 그들에게 반지를 돌려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갑자기 전의가 불끈 솟아난 여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씩씩한 걸음으로 강을 향해 걸었다. 복수 계획을 확정 짓기에 앞서 여자는 죽은 여자가 여전히 그곳에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113에 신고도 해야 할 터였다. 교훈을 터득했으니까, 암, 그렇고말고! 죽은 자들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죽은 자는 절대적으로 우선권을 갖는다.
(/p.134)

저자소개

로사 몰리아소(Rosa Mogliasso)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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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화사와 영화 평론을 전공했고, 작가이자 토리노 바레티 극장의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살인자는 무엇인가를 두고 간다](2009)로 데뷔한 후 [사랑은 사랑을 먹고 산다](2011), [행복은 수의근](2012), [키스하는 자와 키스받는 자](2014)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아름답고 죽은 그녀]는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몰리아소의 경력 덕분인지, 한 편의 짧은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의문의 시체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인 동시에 현대인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풍자소설이기도 하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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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진정한 우정], [그는 한때 천사였다], [브루클린의 소녀], [침묵의 소리], [에곤 실레], [프랑스 대혁명], [내일], [미래의 물결], [잠수종과 나비] 등이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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