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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지식인의 개화세상 유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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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무엇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라는 연대는 우리에게는 근대의 길목으로 여겨지는 시기다. 나라 안팎에 걸쳐 급격한 정치변화가 있었고 그 결과는 머지 않아 조선왕조의 몰락과 일제의 조선 영토 식민지배로 귀착한다. 봉건체제의 해체와 국가 위기 속에서 민권확보와 근대 국가 체제 수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당면과제가 되었다. 여기에 실린 네 사람의 글은 약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구래의 틀을 벗고 새로운 문물과 제도로 민족적 당면과제를 해결하려는 공통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볼 때 당대 개화 담론의 내용은 정확히 서구의 신문물과 제도의 소개, 또는 이들에 관한 표상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새로운 사물과 제도를 안다는 것, 본다는 것이 곧 개화의 실천이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과 국가의 결핍을 자각하는 것이 개화적 인식에 다름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네 편의 글이 표상하고 있는 근대 공원, 학교 제도, 기선과 철도, 대포, 미국인의 가정생활, 유럽의 근대사 등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유학은 새로운 사물과 제도에 전면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관물지리觀物知理’ ‘관감흥기觀感興起’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었다 하겠다.

김원극과 현상윤의 글은 발표 연도로는 5년, 실제 유학 시기로도 6~7년 차이밖에 안 나지만 글의 성격은 무척 다르다. 문체의 차이와도 연관되겠지만 김원극에 비해 현상윤의 글이 한결 경쾌하게 읽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차이야말로 둘을 동일한 개화 담론에 묶어 놓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김원극의 글이 무거운 것은 자신이 목격한 사물과 제도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유학 이념에 근거한 전고들을 동원해 맥락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물을 바라보는 김원극 개인의 시선은 유학의 전통 아래 국가-군왕-신하로 일체화된 이데올로기 체계 뒤로 사라지고 만다. 이에 비해 현상윤의 시선은 명백히 청년 유학생 현상윤 개인의 것이다. 현상윤은 유학생으로 ‘생활’하는 현상윤이며, 그의 글은 이 생활 속의 현상윤을 구체화하는 세부를 촘촘하게 그려보인다. 그것은 ‘자기’에 대한 근대적 인식의 형성과정으로 보아 무방하다.

이러한 양상은 노정일의 글에서 한결 분명해진다. 노정일의 글은 들머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격앙된 어조로 노래하는 시도 시려니와 유학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본문 도입부는 그의 노정이 결국 자기 찾기에 다름아닌 것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글 속에서 노정일은 구래의 유학 전통에 ‘진저리’를 내고 ‘자기의 운명’에 관한 ‘신전망’을 찾아 몸부림친다. 이러한 자기 모색의 방편으로 선택된 것이 일본, 미국 유학임은 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유학의 전과정이 ‘분투’라는 서술어 하나로 온통 갈무리되는 것 또한, 실제생활이 그러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자기 발견을 위한 자의식이 얼마나 강렬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박승철의 글에서는 노정일에게서 보였던 강렬한 자기의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박승철의 전공과 연관된 것일 수도 있지만, 박승철의 유럽 여행기는 방문 국가의 생활수준을 상호 비교하거나 유럽 각국의 근대사를 되짚어보는 데 글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이런 현상은 박승철이 유럽 여러 나라는 물론 일본과 조선까지 포함해 발전의 수준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을 지니고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이 책에 실린 글은 근대의 여명기에 운 좋게 유학의 기회를 잡은 사람들의 한가한 유람기 정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이 의도했건 안 했건, 글 안에는 역사적 질곡의 흔적과 개인적 경탄·부러움·분노·슬픔·낭만·고뇌와 같은 복잡한 정서의 궤적들이 배어 있다. 이러한 흔적들이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의 삶과 내밀하게 이어진 한 시기를 오롯이 재구성해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또한 근대 기행문이 지닌 양식적 특성에 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지닌다. 우리는 이 시기 기행문을 소설이라는 근대적 서사 양식이 미처 자리잡기 전에 개인의 사적 경험을 공적 발화의 방식으로 동시대인들의 삶 속에 교직해 넣고자 했던 유력한 산문양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들의 글이야말로 우리의 근대 소설이 드러낼 인식의 편린을 앞질러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송남松南, 춘몽春夢, 춘몽자春夢子 등의 필명으로 1908년부터 태극학보, 서북학회원보에 한시와 산문을 게재하였으며, 1908년부터는 태극학보의 주필로 활동한 적이 있다.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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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진남포 출생으로, 일본 청산학원 중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의 웨슬리언대학을 졸업, 이어 뉴욕으로 가 콜럼비아대학 문과에 들어가 문학학사를 받았다. 이 밖에도 유니언대학과 드루신학교에서 신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귀국하여 연희전문학교 교수를 지내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1931년 중앙일보의 사장에 취임.

생년월일 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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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당(幾堂) 현상윤은 1893년 평안북도 정주군 남면에서 출생했다. 기당의 부친은 한학자로서 성균관 전적과 승정원 주서를 지냈다고 한다. 기당의 별호인 소성(小星)은 대학생 때 지은 것으로 어린 시절 학문을 통해 접한 진암 현상준과 의암 유인석의 호국정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2세 때 조혼한 기당은 16세 때 평양 대성학교를 거쳐 1912년 보성중학교를 다니고 1914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한다.
현상윤은 유학생활 중에 잡지 [학지광]을 편집하고 스스로 필자로 활약했으며 육당 최남선이 경영한 [청춘]에도 수많은 소설과 수필, 시, 논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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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출생으로, 일본 와세다대학 사학과를 졸업, 학지광에 추봉 秋峰이라는 필명으로, 논문과 평론을 집필, 1921년 독일 유학, 베를린대학에서 사학과 사회학을 공부 유럽 전역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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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음. 저서에 한국근대문학사연구, 한국근대 리얼리즘문학사연구 등이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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