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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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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백가흠
  • 출판사 : 난다
  • 발행 : 2017년 07월 05일
  • 쪽수 : 22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6075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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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냥 좋았고, 마냥 편했고, 저냥 살고 싶었던, 그곳 그리스!
백가흠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난다의 걸어본다 열네번째 이야기는 백가흠 작가가 짧은 소설로 그려낸 [그리스는 달랐다]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개월가량 머문 그리스에서의 나날들이 얼마나 다채로웠는지, 작가는 이에 서사라는 뼈대를 세우고 이야기라는 살점들을 갖다 붙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간 에세이 형식으로 쓰였던 걸어본다 시리즈에 이 책이 소설의 형태로 자리매김을 한 데는 그리스 사람도 아니면서 그리스 사람처럼 그리스를 살아낸 작가만의 독특한 머무름의 방식에 기인한 까닭도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그냥 좋았고 마냥 편했고 저냥 살고 싶었다는 그곳 그리스. 이유를 설명할 길 없는 친연은, 그 끌림은 이렇듯 스물한 편의 짧은 소설을 각양각색으로 토해놓기에 이르렀다지요. 물론 기저에 '자유'가 담보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지요.

출판사 서평

이 책에 담긴 스물한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의 그리스 정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해서 그냥 스쳐 보냈을 일들이 그리스 사람이 아니기에 너무도 낯설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 채 붙들고 풀어낸 사연들 참 구구절절 많습니다. 뭐랄까요, 그래서 참 묘합니다. 그리스의 낯선 지명에 발음하기 힘든 그리스 사람들 이름이 연거푸 튀어나와도 다 우리 사는 데 같고 다 우리 옆집 사람들 이름 같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정서적 친밀도 뒤에는 우리와 그리스가 처한 환경의 유사성 또한 한몫을 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빼닮은 것은 아니지만 악화된 경제 상황이라든가 가족의 붕괴 현실이라든가 고용 시장의 불안 등등의 문제는 비단 그리스만이 겪고 있는 오늘이 아니라서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오버랩되어 읽히기도 하는 까닭입니다. 짤막한 에피소드로 가볍게 쓰인 것 같지만 읽는 내내 뭔가의 답답함으로 찜찜함으로 한숨이 나온다면 이는 일순 치환된 나의 이야기를 맞닥뜨리게도 되어서일 겁니다.

이 책의 정 가운데 2부는 백가흠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골라 채웠습니다. 제법 수가 많을 수 있는 사진들을 넉넉히 고른 데는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풍성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단순히 빼어난 풍광을 자랑해서 우리를 보고 즐기게 하는 사진들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은 덜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자랑해서 우리를 보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들이라는 계산에서였습니다. 2부를 채운 그리스 앨범의 제목을 '그리스 여행은 한국에 돌아오고 시작됐다'라고 지은 것 또한 그러한 연유에서였습니다. 여행지에 있을 때 우리는 여행이다 체감하기보다 여행지를 떠나오고 난 뒤에 그 여행을 떠올리는 데서 다시금 여행을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5년 전의 아테네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국가부도사태와 2차 구제금융의 여파가 굉장했다. 시내는 주말마다 파업과 시위로 들끓었고 매캐한 최루가스가 도시를 뒤덮었다. 곳곳에서 일어난 방화로 불에 탄 은행 건물과 정부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로 서 있었다. 그럼에도 아테네에 대한 인상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지녀야 할 어떤 기본적 권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그리고 5년 후 결국, 올여름에 나는 그리스로 돌아왔다. 경제적인 상황은 그리 나아졌다고 볼 수 없을 테지만 국민들은 현명하고 슬기롭게 현재의 고난을 건너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그리스는 모계 중심의 사회이다. 그리스는 어머니가 삶의 중심이다. 유산 같은 것도 딸에게 물려주는 게 일반적이고, 결혼 후 남자가 여자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 또한 많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IMF 구제금융으로 촉발된 경제난으로 급격한 가족의 붕괴를 겪은 것과 달리, 그리스는 우리보다 더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평온한 이유가 그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그 어떤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내가 걸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마무리하며' 중에서)

다시금 소설을 생각합니다. 작가가 말하고픈 그리스의 다름은 무엇일까, 이를 유추해봅니다. "떠나왔지만 돌아왔다, 돌아왔지만 떠날 것이다" 내내 생각하며 5년을 주기로 두 차례에 걸쳐 방문했던 그리스의 다름은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할 어떤 '태도'에 대해 '정신'에 대해 빗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였습니다. 물론 이는 우리가 잃고 사는, 그래서 간절히 지금이라도 챙겨야만 하는 참으로 중요한 덕목이라 하겠지요. 그리하여 걷는다는 일의 귀함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다시금 재확인하는 바입니다. 걷지 않으면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 만나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이야기들, 머리가 복잡하면 나가 좀 걷다 오렴, 심사가 답답하면 나가 좀 걷다 오렴…… 왜들 그렇게 충고해왔는지 알게도 하는 소설 같습니다.

작가의 말
내가 아테네에 온 것은 두번째이다. 5년 전, 꼭 아테네에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어서 아테네 여행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그것은 어떤 기대감도 없었다는 말이다. 당시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두 달 넘게 숙소에 틀어박혀 미처 마치지 못한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아테네의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장편소설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곳, 처박혀서 소설만 쓸 수 있는 곳을 찾았던 것이고, 그곳이 아테네였던 것뿐이다. 한국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곳에서 나는 내 고향 근처를 배경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5년 전의 아테네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국가부도사태와 2차 구제금융의 여파가 굉장했다. 시내는 주말마다 파업과 시위로 들끓었고 매캐한 최루가스가 도시를 뒤덮었다. 곳곳에서 일어난 방화로 불에 탄 은행 건물과 정부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로 서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받은 아테네에 대한 인상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지녀야 할 어떤 기본적 권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이방인에게 관대했다. 겨울이라 관광객들은 적었고 그마저도 불안정하다는 인식으로 발길이 끊겨 아테네는 휑했다. 그리스 여행은 아침이나 해질녘 아테네의 오래된 거리를 산책하는 게 전부였다. 숙소는 제우스 신전 바로 앞이었는데 아크로폴리스를 향해 걷거나 국립정원을 산책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 나는 그렇게 아주 단출하고 일상적인 두 달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스 여행은 막상 한국에 돌아가고 시작됐다. 지난 5년간 나는 항상 그리스에 마치 뭔가를 두고 온 것처럼 그곳을 그리워했다. 5년 전의 그리스는 나에게 완전히 잊힌 존재였지만 언젠가부터 눈감으면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스틸 사진처럼 재생되었다. 다시 그곳을 찾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데까지 5년이 걸렸다. 나는 그사이, 데뷔하고 처음 소설을 쓰던 시절로 돌아갔다. 막막하고 막연해졌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데뷔하고 15년 동안의 여정 한가운데 그리스가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한 주에 7개씩 강의를 하던 시간강사직을 그만두고 오로지 소설에게만 절실하겠다, 마음먹었지만 막연함과 불안함은 더 커졌다. 오히려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올여름에 나는 그리스로 돌아왔다. 그리웠던 그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테네는 그 겨울의 모습과는 달랐다. 수많은 관광객과 여름휴가로 들뜬 현지인들로 도시는 들썩였다. 한적함은 덜했지만 흥분과 들뜬 열기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경제적인 상황은 그리 나아졌다고 볼 수 없을 테지만 국민들은 현명하고 슬기롭게 현재의 고난을 건너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시는 정비되고 있었고 불안정했던 요소들도 사그라지고 있었다. 넘쳐나던 난민들도 잘 관리되고 있는 듯 보였다.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더 큰 가치가 맞을 것이다.
숙소는 시내의 근대 올림픽경기장 근처에 얻었다. 맞은편에는 국립정원이 있고 정부 공관과 관료들의 집, 대통령궁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하늘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숲을 걸으며 나는 그간 이상한 곳을 헤매다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떠나왔지만 돌아왔다, 돌아왔지만 떠날 것이다, 나는 걸으면서 생각하곤 했다. 도심 한가운데의 울창한 숲을 지나면 리카비토스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그 언덕은 고대 귀족들이 살던 동네였다. 수천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부촌으로 언덕 밑에는 명품 숍과 카페, 분위기 좋은 식당이 언덕을 받치며 늘어서 있다. 그 언덕과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마주보고 서 있다. 언덕과 언덕 사이에 고대의 시간이 놓여 있다. 그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천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세상이 바뀌고 바뀌었어도, 그 안의 사람들의 마음이나 본성은 그리 큰 변화가 없는 듯 고대의 시간이 지금도 여전히 흐른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고대의 도시에 여전하다.
그리스는 모계 중심의 사회이다. 우리가 아버지 중심의 가부장제에 가깝다면 그리스는 어머니가 삶의 중심이다. 유산 같은 것도 딸에게 물려주는 게 일반적이고, 결혼 후 남자가 여자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곳에서 알게 된 한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1층엔 친정어머니가, 2층엔 여동생 가족이, 3층엔 맏이인 딸 가족이 사는 식이다. 이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IMF 구제금융으로 촉발된 경제난으로 급격한 가족의 붕괴를 겪은 것과 달리, 그리스는 우리보다 더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평온한 이유가 그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어떤 고대의 길을 걸으며 우리가 성급히 떨쳐버린 가장 중요한 무엇을 본 느낌이 들었다.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그 어떤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내가 걸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사

카잔차키스는 크레타에 대해 군더더기 수식어가 없는 은근한 문장, 최대한 절제하여 표현한, 잘 쓴 산문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경박한 것도 인위적인 구석도 없이 표현해야 할 것은 위엄 있게, 엄격한 행간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감성과 애정이 풍겨나온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리스를 다녀보면 그것이 크레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스 어딜 가든 자연스럽고 은근한, 산문 같은 풍경과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거리나 식당, 어디서든 춤을 춘다. 음악에 맞춰 서로 어깨를 걸고 돌아가며 군무를 추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늘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렇게 좋은 일은 함께 즐기고 슬픈 일은 노래에 실어 흘려보내는, 지중해의 진짜 삶을 보고 싶다면 그리스로 가라.
- 천명관 / 소설가

목차

시작하며

1부

하늘에 매달린 도시
그리스에서 가장 그리스적인
메초보Μ τσοβο는 우연히 나타난다
세상의 끝에 깊고 깊은 물빛
절벽 위에 선 포세이돈
국립미술관은 공사중이었다
그곳엔 없고 그곳엔 있는
요즘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취업을 시켜드립니다
한국 식당이 막고 있다
블랙곰 식당

2부
그리스 여행은 한국에 돌아오고 시작됐다

3부
여권은 돌려주세요
요르고스의 아버지인 테오도로스의 아버지,
키코스의 아버지였던 니코스 아이케
두 사람은 함께 신타그마 광장에서 바람개비를 팔았다
아나스타샤의 첫 직장
청혼
해변의 난민 가족
태양으로 날아간 풍선
켄트로의 유물
숨이 가라앉자 숲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가족들은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마무리하며

본문중에서

“어때, 나와 이 일을 해보는 게 말이야.”
제임스는 신타그마 광장에서 야광 바람개비를 팔았다. 하늘 높이 던지면 불빛을 내며 날았다가 아름다운 불빛을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내가 상점에 부탁하면 아마 물품을 조금 내어줄 수 있을 거야. 돈을 주고 산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 우리에게 그런 것을 빌려줄 리가 있을까?”
“그 사람도 우리 사정을 알고 있어. 어차피 갈 곳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 대신 양은 많지 않겠지. 아마 당분간은 물건을 파는 대로 돈을 갚아야만 신용을 쌓을 수 있을 거야.”
다음날부터 두 사람은 함께 신타그마 광장에서 바람개비를 팔았다. 야광 바람개비를 팔기 위해 밤이 되길 기다렸다. 돈이 조금 모인다면 낮에 할 수 있는 무슨 일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 장남감 같은 바람개비를 사는 어른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가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호기심보다는 그들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긴 적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일도 경쟁이 너무 심해서 둘은 호기롭게 바람개비를 하늘 위로 힘껏 던질 수도 없었다.
“하나를 팔면 우리에게 10센트가 남는 거야. 열 개를 팔면 1유로가 되고, 그 돈으로 끌루리를 사 먹을 수 있을 거야.”
브라엘은 하늘 높이 바람개비를 던졌다. 그것은 화려한 불빛을 내며 솟아올랐다가 떨어졌다. 한 번, 두 번, 그는 쉬지 않고 바람개비를 날리고 떨어진 그것을 주웠다. 하루에 수백 번 야광 바람개비를 하늘로 날렸지만 몇 개를 팔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형제와 다름없는 제임스가 곁에 있어서 위안이 컸다. 그렇게 자신이 여전히 살아서 광장에 서 있고 하늘 높이 야광 바람개비를 날리며 죽음과 비껴선 땅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신타그마 광장에서 바람개비를 팔았다'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4~
출생지 전북 익산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2,932권

197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창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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