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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리커버 에디션) : 박준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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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에세이

  • 저 : 박준
  • 출판사 : 난다
  • 발행 : 2017년 07월 01일
  • 쪽수 : 19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607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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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박준 시인이 그간 제 시를 함께 읽어주고 함께 느껴주고 함께 되새겨준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한 권의 답서이자 연서이다. ´시인 박준´이라는 ´사람´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총 4부로 나뉘어 있지만, 그런 나눔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살살 넘겨봐도 또 아무 대목이나 슬슬 읽어봐도 그 이야기의 편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글이다. 드러낼 작정 없이 절로 드러난 이야기의 어린 손들을 우리들은 읽어가는 내내 잡기 바쁜데 불쑥 잡은 그 어린 손들이 우리들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으로 적어주는 말들을 읽자면 그 이름에 가난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유연한 결합체임을 증명해 보인다.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히고 또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산문으로 읽힌다. 특히나 이번 산문집에서는 박준 시인만의 세심하면서도 집요한 관찰력이 소환해낸 추억의 장면들이 우리를 자주 눈물짓게 한다.

출판사 서평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2017년은 가히 박준 시인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2년 12월에 출간한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2017년 7월에 출간한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동시에 10만 부 판매를 넘긴 것.
물론 어떤 수치에 그의 문학성을 전적으로 기대는 마음이었다면 서두부터 진즉에 이런 얘길 꺼내지도 않았으리라. 그만큼 많은 독자들이 박준 시인의 글 틈에 스며주셨다는 사실, 그 스밈 가운데 사랑으로 번져주셨다는 사실, 덕분에 시와 산문 어디에도 기울지 않고 팽팽히 두 장르의 문학에 균형을 잡고 있는 시인에 대한 우리들의 안도와 기대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는 사실, 반면에 그만큼 부담으로 어깨가 굽고 고개가 절로 숙여진 시인의 그늘은 속속들이 깊어졌다는 사실……
하여 뭔가 환기의 적기가 이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가을과 겨울과 봄을 통과하여 다시 여름을 마주하기까지의 1년, 유난히 계절성을 담보로 하는 작품들을 많이 써내는 박준 시인에게 사계절을 처음으로 살아낸 제 산문집의 한해살이에 대해 혹여 물으니 글쎄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쩌죠? 이 책 곁에 시를 껴주고 싶어졌어요. ……욕심일까요?”
새로 쓴 시라 했다. 그가 아끼는 시라 했다.

선잠 2
-박준


그해 여름 당신에게는 까닭 없이 손끝이 상하는 날이 이어졌다. 책장을 넘기다 손을 베인 당신은 아픈데 가렵다고 말했고 나는 가렵고 아프겠다고 말했다. 여름빛에 소홀했으므로 우리들의 얼굴이 검어지고 있었다. 어렵게 새벽이 오면 내어주지 않던 서로의 곁을 비집고 들어가 쪽잠에 들기도 했다.

읽었다. 읽으니까 어떻게든 이 산문집에 이 시가 머물 거처를 마련해줘야겠다는 마음밖에는 안 먹어졌다. 새롭게 표지 디자인에 착수한 것도 다 이 시에서 비롯함이었다. 더부살이처럼은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지의 변화가 우선순위였다.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순간 이 시의 뉘앙스를 그대로 머금은 듯한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시인 박준의 시에서 뚜벅뚜벅 걸어나왔을 것만 같은 여인, 그의 뒷모습.
이 그림 또한 원래의 책 표지를 장식해준 이스라엘 출신이자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기드론 루빈의 작품이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그에게 이런 답장이 왔다.

“벌써 1년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네요. 제 표지를 담은 책이 사랑을 받았다니 저도 정말 기뻐요. 자랑스러운 마음입니다. 다시 봐도 책은 정말 아름다워요. 제가 읽을 수 있었다면 더 사랑스러웠겠지만요. 우리 만날 때 저에게 조금 번역해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리커버 산문집에 제 새 이미지를 쓰시는 것도 물론 기쁜 마음으로 허락할게요.”

이러한 과정 속에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2018년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을 선보이게 되었다. 책에 새 그림과 새 시로 여름용 새 옷을 지어 입었으니 이 여름이 가기까지 그리 누추하거나 남루하지는 않을 터…… 너무도 뜨거운 이 여름, 바라건대 이 책이 그 무슨 용도로든 여러분들의 작은 나무 그늘로 틈틈 가 놓였으면 하는 간절함이다. 펼치면 서늘하니까, 그게 책이니까!

목차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 인천
그해 경주
두 얼굴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문재 시인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편지
그해 여수
아침밥
환절기

그해 협재
희고 마른 빛
벽제행
울음과 숨
꿈방
몸과 병
다시 지금은
고독과 외로움
여행과 생활

2부
내가 좋아지는 시간
그해 화암
그해 묵호
낮술
마음의 폐허
기억의 들판
해남에서 온 편지
울음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소설가 김선생님
그해 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 시대

3부
봄 마중
작은 일과 큰일
다시 떠나는 꽃
그해 행신
알맞은 시절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광장의 한때
극약과 극독
첫사랑
우산과 비

취향의 탄생
그해 삼척

4부
일과 가난
불친절한 노동
어른이 된다는 것
고아
초간장
그만 울고, 아버지
손을 흔들며
축! 박주헌 첫돌
중앙의원
순대와 혁명
죽음과 유서
내 마음의 나이


나아가며-그해 연화리

본문중에서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두 얼굴' 중에서/ p.17)

소금기 진한 바람은 식당의 빛바랜 간판을 바꾸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모네 식당’은 ‘모네 식당’이 되었습니다. 곰치국의 간이 조금 진해졌지만 여전히 수련睡蓮 같은 고명들이 가득 들어간 일이나 한해살이풀이 죽은 자리에 같은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일, 어제 자리한 곳에 오늘의 빛이 찾아 비치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그리 큰일도 아니었습니다.
('그해 삼척' 중에서/ p.133)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중에서/ p.19)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들은 너무나 다양하며 그래서 모두 틀리기도 모두 맞기도 하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언제나 참일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여전히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사랑의 시대' 중에서/ p.95)

이 글을 쓰면서 그 시기의 일기장을 펴보았는데 내가 화장터에 간 날은 2000년 4월 5일이었다. “만약 다시 벽제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최대한 아주 먼 미래였으면 한다”라는 문장이 있었고 “그래도 사람의 마지막이 크고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관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라는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희망과는 달리 나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벽제로 가야 했다. 슬프지만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어느 깊은 숲에서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슬픔 속에 우리들의 끝이 놓인다는 사실은 여전히 다행스럽기만 하다.
('벽제행' 중에서/ p.38)

증상과 통증은 이제 미병이 끝나고 우리 몸에 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들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위통이 시작된 후에야 위가 여기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아픈 곳은 허리인데 손발이 먼저 저려올 때 온몸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에서도 다시 사람의 인연을 생각한다.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몸과 병' 중에서/ pp.44~45)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9종
판매수 17,528권

시인.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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