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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씨 [반양장]

원제 : Monsieur Te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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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 폴 발레리가 탄생시킨 결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가장 새롭고 독창적인 인물
“어떠한 과오로도 얼룩지지 않은 가공할 괴물, 실제의 시간 속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존재, ‘나’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일체를 목격하는 자, 가장 불가능한 두뇌 에드몽 테스트”
정신의 법칙들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명료한 인식에 도달하려 했던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 폴 발레리. [테스트 씨]는 발레리가 스물세 살에 쓴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 단편을 쓴 이후 돌연 절필하고 오랫동안 아무런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내면의 정신 활동을 연구하며 침잠했다. 그러다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문단에 나타나 테스트 씨에 대한 새로운 글들을 발표하였고, 이후 평생에 걸쳐 테스트 씨 연작을 고치고 다듬었다. 이 책은 그 결실로서 발레리가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시절 고민했던 정신의 탐구에 대한 초기 사상부터 수십 년 뒤 당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인이자 시인, 산문가로서 우뚝 서기까지의 발레리 최대의 사유의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보르헤스는 [테스트 씨] 연작의 첫 단편인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을 가리켜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소설”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어떠한 모호함도 발설하지 않는 자

화자는 어느 날 우연히 카페에서 테스트 씨라는 사십 대 무렵의 기묘한 남자를 알게 된다. 증권가에서 잔챙이 매매를 하면서 살고 비비엔 거리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그와 밤에 함께 극장에 가게 되면서, 화자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그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테스트 씨는 눈짓과 손짓이 분명치 않으며 누가 인사를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웃지도 않는다. 마치 모든 인간적인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기억이나 통찰, 의식과 관련해서는 그 누구와도 다른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테스트 씨를 관찰하던 화자는 그가 ‘정신의 법칙’을 발견한, 자기 생각의 주인이라고 결론 내리게 된다.

“나는 진짜 내 것인 것들로 소급하고자 했다”
발레리 초기 사상의 집약


“나는 문학만이 아니라 철학마저 거의 다 내가 그토록 진심으로 거부하던 모호한 것과 불순한 것 사이로 내던져버렸다.” - 서문 중에서

발레리는 ‘지적 희생’이 따르는 문학적 글쓰기에 회의심을 품고 자신의 글에 극단적 언어의 정확성을, “언어의 능력 바깥에 있는 완벽과 순수”를 담으려 했다. 에드몽 테스트는 발레리가 ‘정확성’의 문학적 구현이라는 가능할 법하지 않은 시도로서 창조한 독창적인 인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과 정신 현상의 분석에만 몰두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이러한 독특한 등장인물은 인식의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하던 젊은 발레리가 기존의 문학과 철학을 비판하며 스스로 내놓은 해답이었다. 발레리는 정신의 법칙들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명료한 인식에 도달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했다. 그가 젊은 날에 극심한 짝사랑의 고통 속에 겪은 감정적 파국이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오던 것을 무너뜨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무너뜨렸기 때문일 것이다.

테스트 씨는 목격자다. Conscious ―?Teste, Testis. - 본문 중에서

‘테스트’라는 이름은 ‘머리’를 의미하는 중세불어 teste와 ‘관찰자’를 의미하는 라틴어 testis를 어원으로 한다. 즉, 테스트 씨는 정신 현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하나의 ‘두뇌’이자 자기 자신의 변화를 명료하게 포착하는 관찰자, 또는 목격자다. 작품을 집필하던 시기에 발레리는 하나하나의 개성이며 그 개성이 작동하는 체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좀 더 임의적이고, 그러므로 보편적인, 한 작업의 체계보다는 그 작업을 가능케 하는 방법에 집중했다. 테스트 씨는 발레리가 그렇게 제 정신의 역학원리를 탐구한 결과 탄생한, 어떠한 과오로도 얼룩지지 않은 가공할 괴물, 실제의 시간 속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존재, ‘나’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일체를 목격하는 인물이다. 인간성을 완전히 탈피한 순수한 의식의 산물인 것이다.

철학은 좀체 신용을 얻지 못하고 언어는 언제나 규탄의 대상이 되는 이 별난 두뇌 속에서, 임시적이라는 자각이 따르지 않는 사상은 거의 없다. 규정된 활동에 대한 기다림과 실행 말고는 남은 게 거의 없다. 짧고 굵은 그의 삶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의 관계를 설정 · 조직하는 역학원리(m?canisme)를 감시하는 것으로 그 소용을 다한다.
(서문 중에서)

발레리는 최초의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에 이어 1926년에 '에밀리 테스트 부인의 편지', '한 친구의 편지', '테스트 씨의 항해일지 발췌'를 한데 묶어 테스트 씨 연작을 발표했으며, 잡지에 새롭게 수록될 때마다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을 조금씩 개정하면서 작품을 완성해나갔다. 그는 죽기 전까지도 테스트 씨 연작을 새롭게 묶기 위해 작품을 집필하고 순서를 고심하였고, 결국 발레리의 유지를 받들어 기존 테스트 씨 연작에 새로운 작품들을 더해 1946년에 이르러 지금의 [테스트 씨]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테스트라는 불가능한 괴물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개인이 필요하다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은 등장인물과 서사적 줄거리를 가진 소설의 형태이지만, 그 후에 발표된 작품들은 점점 소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에밀리 테스트 부인의 편지'와 '한 친구의 편지'까지는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빌어 테스트 씨를 묘사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다른 장들을 살펴보면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고, 개연성 있는 스토리보다는 독백과 짧은 단상들로 채워져 있다. 이 작품은 수십 년에 걸쳐 집필되었고, 하나로 체계로 보려는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정신현상의 작동 원리를 이처럼 다양한 등장인물의 관점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테스트 씨가 열어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의 안목을 넓히고 ‘지성’과 ‘정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준다. 옮긴이는 이 난해한 텍스트를 읽기 위해서 일반적인 논리로 자신을 무장한 채 책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 안전을 도모하지 말고, 매 순간 자신의 감각과 의미에서 발생된 논리를 의심하면서 읽을 것을 당부한다.

목차

서문

테스트 씨와 함께한 저녁
에밀리 테스트 부인의
테스트 씨 항해일지
한 친구의 편지
테스트 씨와 함께한 산책
대화
테스트 씨의 초상
테스트 씨의 몇몇 생각
테스트 씨의 끝

해제, 또는 역자의 변

본문중에서

최선이든 최악이든, 이 중에 내가 간직하려던 것은 없다. 남을 수 있는 것이 남았을 뿐.
(/ p.15)

종종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나는, 어느 고통스러운 정황을 샅샅이 들춰내 밝혀내기가 두려운 나머지 온 힘을 다해 나를 끝맺으려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타인들이 제 생각을 표현한 것에 견주어 우리가 너무도 많이 우리 고유의 생각을 가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후 귓가를 울리는 수십 억 마디 말이나 그에 담긴 의도에 나는 동요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남에게 내뱉은 모든 말이 언제나 내 생각과 구별됨을 느꼈다. 더는 변하지 못할 말들이기에.
(/ p.16)

내가 보는 바가 나를 눈멀게 한다. 내가 듣는 바가 나를 귀먹게 한다. 내가 아는 바가 나를 무지하게 한다. 나는 아는 만큼, 아는 만치 무지하다. 내 앞을 밝히는 이러한 빛은 일종의 가림막으로, 밤과 빛을 뒤덮는 더욱… 더욱 어떠하단 말인가? 기이한 전복으로 이곳의 원이 닫힌다. 하여 앎은 존재에 걸친 구름이고, 반짝이는 세계란 각막을 덮은 백반이며, 명료하지 못함이다.
여기 내가 보는 모든 것을 거두어 가소서.
(/ p.59)

저자소개

폴 발레리(Ambroise Paul Toussaint Jules Valer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71∼1945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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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세트에서 태어나 몽펠리에 대학을 졸업했다. 처음에는 법률을 공부하였으나 그의 관심은 문학과 더불어 건축, 미술, 수학 등으로 흘러갔다.
1890년 몽펠리에 대학 개교 기념 축제에서 피에르 루이스를 우연히 만났으며, 이후 그를 통해 앙드레 지드, 이어 말라르메와도 교류하게 된다. 대학 졸업 뒤 파리로 이주하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법 서설] 등의 평론집을 집필하며 활동하던 중 절필한다. 1900년 결혼한 이후로는 국방부의 문안을 작성하거나 아바스 통신사 사장의 개인 비서로 일하였다. 20여 년간 문학 활동을 하지 않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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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국문학을, 파리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베를린과 뮌헨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랑스어와 독일어와 스페인어 및 해당 언어권의 문학을 가르치거나 옮기며 살고 있다. 프랑스어권에서는 폴 발레리의 《테스트 씨》, 에드몽 자베스의 《예상 밖의 전복의 서》 등을, 독일어권에서는 릴케의 《두이노 비가》 등을 옮겼으며, 스페인어권에서는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Rayuela : 팔방치기》를 작업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www.monvasistas.com)에서 번역과 수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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