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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보다 무거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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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흔여덟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리얼리스트 100] 시선집 [구름보다 무거운 말]이 출간되었다. 42명의 시인, 작가들의 최근작과 대표작이 엄선돼 실렸다. 이번 시선집은 [리얼리스트 100]이 처음 묶는 공동작품집으로 한국문단의 리얼리즘 현주소와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진보문학, 노동문학의 문제적 시인들이 망라돼 있고 이들을 통해 허약한 한국문학의 강인한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 42명이 내놓은 시는 리얼리즘 시의 전형성을 뛰어넘어 다양한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평등, 평화,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은 2008년 출범 이래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인간 존엄이 회복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문화, 문학 운동의 토대를 만들려는 작가, 창작자들이 모여 진보적 가치를 담은 문학작품의 생산과 소통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용산참사와 세월호참극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이 땅 곳곳의 노동현장에서 [리얼리스트 100]의 날카로운 펜이 전위에 있었다.

김은경, 김인호, 김진수, 서수찬, 이명윤, 정세훈, 정하선의 시는 꿈을 꾸고, 깊어지고, 꽃을 피우며, 향기를 담고, 생명의 일관성을 깨닫고, 슬픔을 견디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희정, 라윤영, 박승민, 박시우, 유현아, 이설야의 시는 환상처리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일환으로 전위적이며 풍자적이다. 권혁소, 김용만, 김응교, 남상규, 박일환, 이한걸, 조광태, 조영옥, 조혜영, 최용탁의 시는 핍진한 현실 속 삶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고영서, 김일영, 박경희, 신경숙, 이명희, 이민호, 이언빈, 함순례의 시는 개인적 이미지가 언제 사회현실과 만날 수 있을까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그 안에 사회를 안고 있다. 김요아킴, 문동만, 박순호, 유종의 시는 견인하고, 접고, 거부하며, 닦는 행위로 구체화된 저항을 맛볼 수 있다. 김해자, 김정원, 백무산, 송경동, 임성용, 정우영, 표성배의 시는 리얼리즘의 아포리즘을 선언한다.
이 시선집의 구름보다 무거운 시어는 역사의 침묵을 뚫고 나와 다시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촛불에서 횃불로 이어지는 광장에서.

목차

고영서
됴화(桃花)
마두금
기타 치는 女子

권혁소
어떤 자존심
길꽃
경첩 각성

김요아킴
실험의 추억
두 꽃잎을 묻다, 왼쪽 자리에
불꽃

김용만
전지(剪枝)
가을길
연필을 깎는다

김은경
서툰 사람들
시월
다르질링에서 쓰는 엽서

김응교

재미없고 힘들 때
사랑의 순간

김인호
구례 사람들 눈빛은
섬진강으로의 초대
구례장날

김일영
퇴적층
부표의 집


김정원
우물 밖의 하느님 보기
무지개기
민들레 씨앗에게

김진수
좌광우도
겨울밥상
시클라멘

김해자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모른다
종이 새

김희정
친절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의 입을 봉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혀
나쓰메 소세키의 귀

남상규
허물어지는 것
그러나
의자노인

라윤영
어떤 입술
푸른 여자
서쪽

문동만
웃는 종이
브라더 미싱
변검

박경희
참 좋은 날
어느 날 문득
리어카의 무게

박순호
전구를 갈아 끼우면서
상가주택 수난사
안전 불감증

박승민
흑매 지다
몽유행성도
은빛여우

박시우
호우주의보
2월
아흔두 번째 가을

박일환
왕국을 위하여
비포 앤 애프터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던 날

백무산
도마
사막의 소년병사
차가운 포르노

서수찬
시금치 학교
이사
모과나무

송경동
국가, 결격사유서
여덟 발자국
당가

신경숙
기차역에서
황금비늘
그날

유종
소통(疏通)
세차


유현아
질문들
대문이 자라는 계절
뼈에 대한 예의

이명윤
그 국밥집의 손
공중전화 도둑
충렬반점 최통장

이명희
4월의 조조할인
구름 클라우드
말 껍질을 벗기며

이민호
생활의 방편
나프탈렌
백 한 살 할머니 수색 출동 보고서

이설야
어떤 대화 2
물고기여자
동일방직에 다니던 그 애는

이언빈
소나기에 기대어
어느 문학시간에
어달리를 위하여

이한걸
구기자
땅의 여자
눈길

임성용
그라인더는 나의 손
트럭
유리

정세훈
저항

정월보름달

정우영

흰, 신
통쾌한 민주주의가 유유히

정하선
가을마당의 이불 홑청처럼
문수사
갈 수 없는 나라

조광태
조선파
골프장에서
한탄강 6

조영옥
북정동 사람들
일만 칠천 원
바람만이 아는 대답

조혜영

풍경 1
제삿날

최용탁
대추를 털며
단식일기
묵호항에서

표성배
희망퇴직을 앞둔 선배가 쓰던 기계를 물려받으며
겨울 속에서
태산보다 무거운 손

함순례
고비
전봇대
수컷을 다루는 법

이민호
발문 - 아우게이아스의 축사(畜舍)를 떠나는 일

참여 시인 약력

본문중에서

리얼리스트 100 시인들은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식탁 앞에서 음식(시)를 탐하지 않아도 된다. 대화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음식보다 소통이 맛나다. 각자 혼자 시를 쓰고 일어서는 자리에 경쟁과 싸움만이 어지럽게 남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시선집에 실린 상차림은 함께 나누기 위해 차렸다.
(/ '13집을 내며' 중에서)

누가 훔쳐갔을까,

부산으로 달려가는 안부에 빙그레 웃고 광주에서 흘러온 고백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다가 때론 속초에서 뻗어온 고구마줄기 같은 목소리에 그만 눈가에 이슬 맺혔을, 별보다 더 짤랑거렸을 수많은 밤을 누가 끙끙 어깨에 메고 사라졌을까,

몇 톤 트럭에도 다 실을 수 없는 구름보다 무거운 말, 돌보다 단단한 말, 단풍잎보다 붉은 말들, 어떤 가난이 그 무거운 말들을 통째로 들고 갈 수 있었을까

허기진 달빛만 환하게 비추는 도시의 밤,
동전 한 움큼으로 저 달의 눈을 가리려던 어리석은 도둑을 생각하네, 아무리 쿵쿵 두드려도 좀처럼 열리지 않을 빗장을 떠올리네, 어쩌면 순박한 가장이었을지도 모를 도둑의 저녁은

누가 훔쳐갔을까,

휴대폰 하나면 온 세상이 열리고 인공지능 로봇이 달콤한 미래를 속삭이는 창조경제의 시대에 왜 가난은 진화하지 못했는지, 한밤 중 영문도 모른 채 뜯겨져 나간 공중전화여, 미련한 도둑이여, 별이 빛나는 밤을 기억하는 모든 가난한 눈빛들이여, 응답하라.
(/ '공중전화 도둑' 중에서)

'혼밥'이 유행이다. 혼자 먹는 밥이 얼마나 든든할까. 1인 가구가 느는 실태를 보여주고 있고 해체된 가정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이 자리를 비집고 자본논리는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겨냥해 상품을 쏟아놓고 있다. 더불어 드라마와 광고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럴듯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원래 인간은 혼자이지 않는가. 실존의 문제에 견주어 보니 그럴듯하다. 하물며 대통령도 혼자 밥 먹기를 즐기고 있다니 A급 인생의 전형처럼 보여 따라쟁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도 같다.
혹시, '혼시(詩)'가 있다면, 아무도 모르게 다들 혼자 시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발터 벤야민은 "혼자 하는 식사는 삶을 힘겹고 거칠게 만들어 버린다([일방통행로]에서)."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혼자 시 쓰기를 즐기는 시인들은 신비주의에 빠지거나 원시주의에 집착한다. 이러한 시 쓰기는 때론 '순수(검소)'하다는 인상을 주며 '예술(엄격)적'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실상은 '힘겹고 거칠' 따름이다. 이러한 시성은 폐쇄적이며 완고하다. 쉽게 곁을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면에서 허우적댈 뿐이다.
벤야민은 "음식은 더불어 먹어야 제격"이라고 재차 말한다. 나누는 음식이 무엇이든 식탁에 함께 앉은 거지가 식사시간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하니 시의 식탁을 풍요롭게 초대한 사람은 누구여야 하는가. 왜 거지(소수자)와 마주해야 하는지 분명하다. '음식(시)를 대접함으로써 사람들은 서로 평등해지고 그리고 연결되'기 때문이다.
리얼리스트 100 시인들은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식탁 앞에서 음식(시)를 탐하지 않아도 된다. 대화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음식보다 소통이 맛나다. 각자 혼자 시를 쓰고 일어서는 자리에 경쟁과 싸움만이 어지럽게 남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시선집에 실린 상차림은 함께 나누기 위해 차렸다.
......
언제부턴가 우리는 개돼지로 살고 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경쟁에 찌든 혼밥이 되었건 평등한 식탁이었건 지금 시인들은 '아우게이아스의 축사'에 있다. 벤야민이 일방통행로에서 식사했던 셀프서비스 레스토랑 이름이 '아우게이아스'다. 의미심장하다. '아우게이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엘리스 왕의 이름이다. 그는 가장 많은 가축들이 있는 외양간을 가졌지만 영웅 헤라클레스가 청소해줄 때까지 30년간이나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 일은 외양간의 우수마발처럼 아무 대화 없이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일이다. 그곳은 역사의 쓰레기장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삶의 의미를 찾고 이야기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리얼리스트는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우게이아스의 축사'를 청소하는 일은 헤라클레스의 과업일 뿐이다. 리얼리스트가 시를 쓰는 일은 개돼지라 호명되어도 과감히 축사를 뛰쳐나오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리얼리즘은 휴머니즘이다. 이 시선집은 공통의 하늘을 이고 차일 친 잔칫상이어도 좋다. 이집 저집 상들이 네발 달려 걸어왔을 것이다. 키가 작아도 빛나도 귀퉁이 깨어져도.
(/ '발문 - 아우게이아스의 축사(畜舍)를 떠나는 일' 중에서)

저자소개

리얼리스트 100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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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평화,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은 2008년 출범 이래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며, 인간 존엄이 회복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문화, 문학 운동의 토대를 만들려는 작가, 창작자들이 모여 진보적 가치를 담은 문학작품의 생산과 소통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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