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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열 : 기준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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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살면서 더러 길을 잃기도 하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

    격렬한 사건도 고통도 없이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준영의 소설은 그럼에도 "삶이라는 이름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무한한 어둠"(추천사 백지연)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삶의 일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인간은 삶이 덧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자각하면서도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이상한 정열'에 몰두하기도 하는 '이상한' 존재이다. '이상함'과 '정열'과 '슬픔'이 삶 속에서 마구 뒤엉킬 때 사람들은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일견 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왜 생의 덧없음을 알면서도 '이상한 정열'에 사로잡히는 걸까

    2009년 단편소설 [제니]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기준영은 2011년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로 창비장편소설상을 거머쥐며 매우 돋보이는 소설적 재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첫번째 소설집 [연애소설]을 묶어낸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소설집 [이상한 정열]의 표제작 [이상한 정열]은 2014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황순원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 최종후보로 거론되며 빼어난 수작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6년,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으로 선정되고 [조이]는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뽑히며 다시금 기준영 소설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무 이유 없이 빠져드는 '이상한 정열'

    총 9편을 수록한 [이상한 정열]에는 과연 어떤 생을 살아왔을까 싶은, 삶의 내력이 궁금해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둠을 품고 슬픔을 통과해온 듯한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서늘한 틈새를 가지고 있을 거라 짐작되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을 풀어놓지는 않는다.
    [불안과 열망]의 '수경'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상한 여자'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돌연 결혼을 미루고 그의 약혼자가 신혼여행지로 가고 싶어했던 브리즈번으로 혼자 떠나온 수경은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직업을 거짓으로 꾸며 말하기도 한다. 신상은 거짓으로 꾸며냈지만 실은 이 모든 순간이 수경에게는 '진심'이다. 그저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솔직해졌을 뿐이지만, 약혼자는 수경이 왜 이런 돌발행동을 하는지 어쩌면 끝내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수경은 이상해 보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균형을 잡는 일을 잠시 놓았을 뿐이다.
    [이상한 정열]은, '무헌'을 사로잡은 '이상한 정열'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열기에 어떤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지만,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작품이다. 무헌은 서른에 만나 7개월을 사귀고 헤어졌던 여자 '말희'와 근 20년 만에 재회한다. 중년이 되어버린 무헌은 말희를 향한 때늦은 정열에 사로잡히는데, 그는 자신의 인생이 텅 빈 채로 무엇인가를 그냥 건너뛰어버렸다고 느낀다. 균형 잡는 일에 실패한 무헌, 그래서 더없이 '이상'해 보이는 그는 이제 자기 생의 빈 곳을 채울 수 있을까.
    [4번 게이트]의 '나'는 의붓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내 엄마가 편지 한장을 남겨놓고 집을 나가자 친오빠가 아닌 '오빠'와 단둘이 남게 된다. 오빠는 "멍청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구석"(68면)을 가진 스물여덟 남자인데 '나'는 그런 오빠에게 이상한 다정함을 느낀다. '나'는 "내 삶의 가장자리에 깃든 가장 미더운 어둠"(79면)이 바로 오빠라고 말한다. 소설 말미, 누군가 그려준 두사람의 그림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마치 그들이 쌍둥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친남매도 아닌 그들에게서 애틋한 친밀감이 느껴지는 까닭은 그들이 어둠과 슬픔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리라.

    기준영이 절묘하게 포착한 마음속 서늘한 틈새

    한편 기준영은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을 세련되고도 담담한 문체로 그려내며, 그들이 자기 삶의 균열된 지점을 어느정도는 받아들였으리라 짐작하게끔 만든다. 그들은 인생의 어느 기로에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도 한다.
    [조이]에는 친자매가 등장하지만 그들은 7년 만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윤재'와 '문정'은 크리스마스에 재회하지만 이 소설 어디에도 극적인 재회 장면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 둘도 어떤 슬픔을 함께 거쳐왔고 "좋아, 지금이."(218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슬픔과 기쁨이 겹쳐 있는 삶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인상적인 인물은 [베티]에도 등장한다. 스물아홉 여름에 직장도 애인도 잃게 된 '은경'은 갑자기 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까지 맞게 된다. 갈 곳이 없어져, 실내수영장에서 우연히 알게 돼 몇달을 함께 어울렸던 '부영'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그곳은 부영의 진짜 집도 아닐뿐더러 그녀에게는 다른 속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내 밝혀진다. 은경은 자신에게 닥친 이 불운이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고 말하며 유유히 그 집을 빠져나온다. 은경이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 연유는 이 소설의 제목이 된 '베티'에 숨어 있다. '베티'는 은경에게 "힘센 미신"이자 "힘센 슬픔"(119면)이다.

    "먼 데서부터 내 이름을 노래처럼 부르며 오는 빛이 있으리라"

    [이상한 정열]에는 사소한 일상을 지켜내는 일에도 큰 힘이 드는 인생을 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마치 [베티]의 은경처럼 슬픔만이 그들의 무기이고 장기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혼자 어둠이나 빗속, 눈부신 햇살 속에 있을 때 자기 가슴이나 배, 목구멍에서 꿈틀대면서 새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희망을 발견하기도"([여행자들] 168~69면) 하고 "먼 데서부터 내 이름을 노래처럼 부르며 오는 빛이 있으리라"(170면) 믿으며 기다리기도 한다. 매일 고꾸라지면서도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열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희망'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가장 이상한 점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이상함만이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다. '이상한' 사람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힘센 슬픔"이 있으므로.

    추천사

    기준영은 위치선정에 탁월한 작가다. 비유하자면 그는 1층도 아니고 2층도 아닌 층계참 같은 데 서서 '파랑과 빨강을 섞어 만든 보라' 같은 소설을 쓴다. 거기에서 누구나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지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다른 삶의 무대가 열린다. 이 무대 위의 인생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겠다. 미리 짜여진 '모델'의 삶을 요구받았으나 끝내 자아의 불길한 해방으로 나아간 진실한 '배우'들의 이야기. 이 미니멀한 '모험소설'들의 미래는 무한히 열려 있다.
    - 강경석 / 문학평론가

    깊은 밤 찾아온 가장 달콤한 꿈속에서 가장 참혹한 폭력의 심연이 열린다. 기준영의 소설은 삶이라는 이름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무한한 어둠을 우리 앞에 가져다놓는다. 친밀한 관계에 깃든 상처와 환멸을 주시하는 그의 소설에서 집과 가족, 연인과 친구는 떠나온 후에야 온전히 마주 볼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소설의 인물들은 힘겨운 결별과 우연한 만남 앞에서 삶의 예측 불가능성을 절감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파국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어제와 다른 오늘'을 열망한다는 점이다. 소설은 모든 감각기관을 열어, 오랜 기억의 지층을 딛고 새로운 현재를 살려는 존재들의 몸짓을 낱낱이 포착한다. 눈빛과 침묵, 한숨과 속삭임, 미소와 눈물 등 그 어떤 기척과 신호도 사소하지 않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서로 눈을 맞추고 미소를 보내는 순간을 포기하지 않는 이 고독한 소설의 분투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위안을 선사한다.
    - 백지연 / 문학평론가

    목차

    불안과 열망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4번 게이트
    베티
    이상한 정열
    여행자들
    에테르처럼
    조이
    네 맞은편 사람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본문중에서

    그는 내 친오빠나 친부 모두 아니었지만, 그 모두를 합친 사람과도 나눌 수 없는 어둠속에 나와 마주 보고 서게 된 사람이었다.
    ('4번 게이트' 중에서 / p.72)

    은경은 몸이 서 있는 데서, 몸이 입고 있는 삶을 살았다. 그 이상을 원한 적 없는데도 쉬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올해의 불운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안 좋은 자리에서 안 좋은 패를 들고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고, 상황이 악화될 때면 자진해 고개를 수그리고 뒤로 빠지는 역할이 주어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기 내서 솔직해졌을 때는 그게 헤어지게 되는 이유가 됐다.
    ('베티' 중에서 / p.11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2,679권

    2009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제니]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연애소설] [이상한 정열],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가 있다. 창비장편소설상, 문학동네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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