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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개인의 발견’은 수백 년을 거쳐 서서히 이루어졌다

이 책의 주제인 ‘개인의 발견’은 르네상스의 산물이라는 것이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이래 굳어진 인식이었다. 그러나 뒬멘은 개인에 대한 인식과 관념은 근대에 들어 새로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중세 기독교에서 싹텄으며, 새로운 자아로서 근대적 개인의 출현은 계몽사상과 함께 개인의 발견이 정점에 이르렀던 18세기 이후의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개념은, 그것의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사건 없이 300년 이상의 긴 시간을 거치며 유럽 곳곳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통일성 없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16세기에는 종교개혁을 거치며 전통적인 틀을 깨고 뚜렷한 개성을 바탕으로 자신과 신(神)을 인식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통제함으로써 신앙을 지켜가는 극단적인 기독교가 확산되었다. 따라서 양심을 경건하고 엄격하게 가다듬으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었다. 한편 르네상스 시기의 개인에 대한 관심은 종교의 너울을 벗어던지고 더욱 세속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사적이고 내밀한 삶의 성찰인 몽테뉴의 [엣세], 신과의 신비한 교감을 고백한 테레사(Saint of Teresa of Avilia), 엄격하고 냉철하게 자신을 분석한 에라스무스, 일상의 경험을 가감 없이 관찰하고 진술한 방앗간지기 메노치노까지 글로 쓰인 수많은 자화상과 자기 성찰이 이어졌다. 이는 미술에서 두드러져서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라파엘로, 렘브란트 등 최고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초상화(및 자화상)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엄격한 규율과 제도는 ‘개인의 발견’을 이끌었다.

종교 ? 교육 ? 국가 등의 제도들은 대개 개인을 관습과 도덕, 규범과 사회구조 속에 집어넣음으로써 행동에 제재를 가하는 체계라고 생각되곤 한다. 그러나 뒬멘은 개인의 자기 인식과 발견이 언제나 사회적으로 매개됨을 강조하면서 제도에서 개인주의가 내면화하는 계기를 찾는다. 언뜻 개인주의의 발전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개인 중심의 사고와 행동의 발달에 이바지한 제도적 요소에 대한 분석은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으로 꼽힌다.



죄에 대한 인식과 양심의 기준, 자기 성찰의 과정을 강화시킨 가톨릭 고백성사, ‘공공 앞에서의’ 참회와 파문이라는 신교의 형식, 범죄자의 자기 발견과 기록을 가능케 한 종교재판과 법정신문, 개인을 훈육하고 질서를 유지시키려는 학교교육과 국가제도 속에 자신을 맞추면서, 개인들은 자신과 씨름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분석하며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짐으로써 결국 규율을 ‘내면화’하고 자기 의지에 따라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뒬멘의 주장이다. 근대적인 자기 인식과 개성의 발견은 사회적 ‘교육’의 결과이며 전적으로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개체로서의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문의 중심은 ‘인간’이며, 내 글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나는 동년배들에게 한 사람의 본성을 아주 진실하게 보여 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바로 나다. ―오로지 나일 뿐이다. 나는 내 마음을 느끼고 있다.― 나는 내가 이제까지 본 그 어떤 사람들과도 다르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감히 단언하건대 지금 살아 있는 그 어떤 사람과도 다르게 만들어졌다.”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가운데)



16~18세기의 변혁 가운데 하나는 자연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면서 ‘인간에 대한 학문’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자연을 관찰하던 객관적인 시선은 이제 인간의 몸과 마음을 향하게 되었다. 이런 관심은 ‘해부학·골상학·심리학’ 등으로 발전해 나갔으며 19세기에 이르면 인간의 본성, 인간의 역사, 인간의 몸과 마음, 인간 자체를 연구하는 ‘인류학’으로 정립된다.



또한 이 시기에는 읽고 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모든 계층에서 글로써(자서전, 일기, 사적인 편지 등)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16세기의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헤르만 폰 바인스베르크(Herman von Weinsberg)에서 시작해 장 프랑수아 폴 드 레츠(Jean-Francois-Paul de Retz), 존 버니언(John Bunyan), 루소를 거쳐 18세기 말 괴테의 [시와 진실]에 이르는 자서전들이 쓰였으며, 예수회의 창시자인 이그나티우스 로욜라(Ignatius Loyola)의 [종교일기]를 비롯해 추문까지 생생하게 담은 새뮤얼 피프스(Samuel Pepys)의 일기, 객관적이고 냉정한 자기 관찰인 제임스 보즈웰(James Boswell)의 일기 등이 출판되어 널리 읽혔다.



개성과 이성을 최고선으로 삼는 근대적 개인이 탄생하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축약판 세계명작으로 읽었을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부모의 충고를 듣지 않고 항해에 나섰다가 폭풍으로 배가 난파되면서 28년간 무인도에서 살았다는 모험담 정도로 기억되는 소설이다. 그러나 뒬멘은 [로빈슨 크루소]에서 자아를 온 세계의 중심에 둔, 실용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이며, 경제적으로 사고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18세기 계몽주의의 인간상의 전형을 짚어낸다.



‘근대적 개인’은 16세기 프론스베르거(Fronsberger)의 논문 「자기이익을 칭송함에 대해」를 필두로 확산되기 시작한 사적(私的) 이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둘만의 ‘낭만적 사랑’의 실현이라는 새로운 혼인 개념, 외부 세계와 격리된 시민계급의 핵가족 공간, 취향이 허용되는 의상의 변화, 인간 이성 안에서 진리를 찾으며 국가와 교회 역시 인간 이성의 산물로 본 계몽주의적 세계관 등이 맞물리면서 서서히 하나의 실체로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목차

- 추천사

- 머리글



1. 16세기의 화두는 개인


기독교 중세에도 개인은 있었다
종교개혁은 개인의 결단을 요구했다
르네상스는 속세에서 개인을 발견했다: 글로 쓰여진 나
그림으로 나를 그려내다: 16세기의 자화상



2. 제도가 개인을 만들어가다


가톨릭의 고백성사가 듣는 개인의 영혼
신교는 어떻게 개인의 양심을 만들어갔나
죄짓고 벌받는 것은 이제 범죄자 개인
학교교육이 개인을 단련시킨다
사회교육이 자아의식과 개성을 만든다



3. 학문의 중심으로 거듭난 인간: 인간학


선입견 없이 인간을 관찰하다
세계와 인간에 관심을 갖다: 16세기
개인을 몸을 연구한다: 골상학
개인의 마음을 연구한다: 심리학
새로운 학문: 인류학



4. 내가 내 글의 주인공이다


나의 인생사를 써내려 간다: 자서전
나의 매일매일을 써내려 간다: 일기
마음을 담은 글을 보낸다: 편지



5. 사회에서 나를 주장하다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이다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다
시민 핵가족이 탄생하다
개성에 따라 산다: 의식주
사회도 국가도 개인에 바탕을 둔다



6. 계몽주의 시기에 자리잡는 개인주의


스스로 생각하라-스스로를 교육하라-스스로 결정하라
18세기 소설의 주제는 한 개인
개인을 보호하라!: 인권투쟁
근대초 개인주의의 다양한 배경들



- 주 - 연표 - 옮긴이의 글 - 참고문헌 - 인명 찾아보기

저자소개

리하르트 반 뒬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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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르브뤼켄 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독일 근대사, 그중에서도 근세사가 주요연구분야이며 특히 문화사 서술에 크게 기여했다. 1993년 알프 뤼트케를 비롯한 일상사 연구자들과 독일의 ‘문화사 지향의 새로운 역사학’을 선도하는 학술지「역사인류학」을 창간한 뒤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또한 자르브뤼켄 대학에 ‘역사지향문화학과’를 만들어 학제간 연구와 교육에도 힘썼다.
대표저서로는 [근세 유럽의 형성 1550~1648](1982), [경악의 연극](1985), [계몽주의자들의 사회](1986), [초기 근세의 문화와 일상 1~3](1990~96), [인간의 발명](1999),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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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독어독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일 사실주의 소설, 현대 소설, 이민 문학과 비교 문학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 [사실주의 소설의 침묵하는 주인공들], [한국 문화를 쓴다], [서양문화를 쓴다], [카프카 유대인 몸]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에다](공역), [개인의 발견], [목욕탕], [영혼 없는 작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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