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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한국의 정체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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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탁석산
  • 출판사 : 책세상
  • 발행 : 2016년 04월 05일
  • 쪽수 : 28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9310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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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국과 일본과 미국의 눈에 비친 변방의 나라

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이 책에서 새삼 확인하게 되는 우리의 '오래된' 모습은 강대국의 '변방'이다. 우선 중국에게 한국은 일개 제후의 나라였다. 지금은 한국을 보는 강대국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을까? 아니,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았을 때 마주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거 타자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추적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우리의 민낯을 대면하는 '객관화'의 과정이며, 이러한 직시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철학자 탁석산, 다시'한국의 정체성'을 사유하다
중국과 일본과 미국의 눈에 비친 변방의 나라
타자의 시선으로 한국의 민낯을 보다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2000년 출간된[한국의 정체성]에서 이러한 물음을 제기하고 '고유한 시원始原으로서의 정체성이란 없다, 한국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성·대중성·주체성이다'라는 도발적 주장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철학자 탁석산. 그가 16년 만에 다시 '한국의 정체성'을 탐구한 책으로 돌아왔다.
첫 권이 우리의 관점에서 한국적인 것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타자, 즉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였던 중국·일본·미국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더불어, 정체성이란 것이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발명되는 것'임을, 즉 시대에 따라 만들어지고 덧붙여지고 삭제되는 것이라는 정체성의 정체를 밝히고 있다. 정밀한 사료 분석 위에서, 도쿄역 관광안내소 야간 책임자와 망자亡者들의 대화라는 소설적 형식에 담긴 이야기의 힘이 이 진중한 주제를 유연하게 밀고 나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이 책에서 새삼 확인하게 되는 우리의 '오래된' 모습은 강대국의 '변방'이다. 우선 중국에게 한국은 일개 제후의 나라였다. 중국 정사에 따르면 "조선의 기원은 기자조선이며 조선은 역사적으로 번국藩國의 예"를 갖췄다. 그리고 일본에게 과거 조선은 국명이 아니라 지명이었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인도 외의 나라에 대해서는 외국이라는 개념 자체가 미비한 것이 일본의 인식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식민지 지배를 두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어떤가? 저자는 미 군정 시기 미군을 화자로 삼아 한국과 미국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살핀다. 당시 미국에게 한국은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는 방패막이였다. 따라서 한국의 안전과 정치적 자유, 경제적 평등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자신들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법과 질서의 회복이 중요할 뿐이었다. 이러한 인식 아래 한국 군경이 주도하고 미군이 묵인한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졌다.
지금은 한국을 보는 강대국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을까? 아니,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았을 때 마주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엄포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중국, 역사의 과오와 상처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4월 1일 막을 내린 2016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쥔 것은 누구였나?
이러한 질문에서 알 수 있듯, 과거 타자의 시선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추적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우리의 민낯을 대면하는 '객관화'의 과정이며, 이러한 직시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는 일이다. 나의 정체성, 국가의 정체성을 고민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의 존엄성과 국가의 존엄성을 사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체적 존재, 주체적 국가에 대한 모색과 또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는 이식된 개념으로 이식된 주제를 다루는 타자의 철학이 아니라 우리의 근원적 문제를 탐색하는 우리 철학하기의 한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것이 철학자 탁석산이 오랫동안 '한국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한 이유가 아닐까.

"조선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번국이었다"
책은 '발췌록'으로 시작한다. 7세기의 [일본서기]에서 현대의 사전까지 우리나라에 대해 논한 외국의 문헌들에서 몇몇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최신 중국어사전을 보면 '한국'이라는 항목이 없고, '조선'이라는 이름 아래 '중국의 접경 국가...수도는 평양'이라고 되어 있다. '고려'에 대해서는 '조선과 관련된 왕조'라고 설명한다. 중국이 과거의 우리를,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저자는 송나라 때(1123) 고려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서긍(徐兢, 1091~1153)이라는 인물을 화자로 삼아 중국 정사에 기록된 우리의 모습을 추적한다(제2화 붐비는 청명날 개봉의 다리).
고려에서 돌아와 [고려도경高麗圖經](1124)이라는 책을 쓰고, 망자가 되어 떠돌며 여러 시대의 사료를 두루 살핀 서긍은 어느 가을밤 교토역을 찾아와 이야기한다. "중국 정사에는 조선의 기원은 기자조선이며 조선은 역사적으로 번국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구려가 있었는데 당에 복속되었고 그 후 고려가 일어나 조선에 이르기까지 번국의 예를 갖췄다, 이것이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중국이 인지하고 있었던 전부입니다." 정사에 따르면 중국은 고구려-고려-조선으로 이어진 단순한 흐름밖에 알지 못한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그 역사를 세세하게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변방이었던 것이다.
서긍의 [고려도경]은 당시 송나라와 고려의 문물 격차를 이유로 고려를 낮추어 본 그의 시각을 담은 책임에도, 한국에서는 중국도 고려의 문화를 찬양했다는 근거로 사용되어왔다. 가령 청자를 언급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주발, 접시, 술잔, 사발, 꽃병, 탕기, 옥잔도 만들 수 있으나 모두 중국의 만드는 법식을 모방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리는 것은 생략한다" 같은 대목은 버리고, "도기의 푸른빛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 제작 기술이 정교해져 빛깔이 더욱 좋아졌다" 같은 대목만 취한 것이다. "과연 제 책을 읽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서긍의 탄식은, 지금 여기의 입맛에 맞게 기록을 취사선택하고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경계하게 한다.
"고려는 다른 나라의 인정을 받지 않은 자칭 황제국이었습니다. 그저 나라 안에서 황제국 놀음을 한 것이 아닐까요?" "중국의 입장에서는 금나라는 고려와 마찬가지로 오랑캐였고, 이미 중국화되어 있었습니다. 똑같이 오랑캐이면서 서로 자신이 더 중국과 가깝다고 주장하니 희극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려는 중국을 섬겼다기보다 대국을 섬겼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요가 송보다 강해지면 요를 섬기고 송보다 금이 강해지면 금을 섬겼기 때문입니다." "조선은 공식적으로는 청의 연호를 사용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명의 마지막 연호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이는 조선이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일 겁니다."
지금 한국을 보는 중국의 시선은 어떤가? 중국을 보는 한국의 시선은 또 어떤가? 반미, 반일 구호는 익숙하지만 반중 구호는 그렇지 않은 것은 왜일까?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이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이자, 우리 모두가 곱씹어보아야 할 질문이다.

학살의 기억, 그리고 미국의 눈에 비친 해방 후 한국의 모습
"저는 학살자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밤, 도쿄역을 찾은 손님의 첫 마디다. 저자는 미국 군정단 소속 장교로 1945년 10월부터 1953년까지 한국에서 복무하고, 다시 1960년부터 20여 년간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미국인을 화자로 삼아 미국의 눈에 비친 한국을 이야기한다(제4화 다시 찾은 전쟁터).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이 '한국과 미국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이다. 민간인 학살은 우리 현대사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극적 역사이지만, 그것을 외면하고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뼈아픈 지적이다. "학살만큼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범죄는 없습니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배제하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판단한다면 크게 잘못된 판단이 될 겁니다."
"대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낭월마을 계곡에서 미군의 감독 아래 민간인 7,000명이 학살됐다. 이용된 총기는 미군이 동원한 것이며 7,000명을 실어 나르는 데 동원된 트럭 역시 미군이 제공한 것이다...학살은 7월 4·5·6일 사흘간 계속됐다." 1950년 8월 9일자 영국 일간지 [데일리 워커]에 실린 기사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비롯해 같은 해 12월의 서울 홍제리 학살, 평양 등에서 일어난 북진한 남한군에 의한 학살 등 한국전쟁 당시의 학살뿐만 아니라, 48년과 49년 각각 제주와 여수·순천에서 일어난 학살 등 전쟁 전의 사건들까지, 주로 한국 군경이 자행하고 미국이 묵인, 방조한 민간인 학살들을 되짚는다.
미군 보고서에 종종 등장하는 '공산주의자 사냥'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당시 미국에게 한국은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는 방어선이었으며, 미 군정의 임무는 '법과 질서' 회복이었다. 남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은 공산주의자 색출을 위해서는 무시되어도 좋은 것이었다. 인간의 존엄 위에 군림하는 법과 질서의 위세, 그 후로도 오랫동안 우리를 짓눌러온 익숙한 풍경이다.
전쟁이 끝난 후 학살은 잊혔고, 학살자는 처벌을 피해 갔다. 저자는 학살자가 권력자로 건재하고 그에 반기를 드는 이는 빨갱이로 몰리는 시대에 학살을 거론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후 군부가 20년 이상 권력을 잡으면서, 군대와 경찰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학살의 진상 규명은 더욱 요원해졌다. 학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미국도 이 문제를 피하고 싶었으리라. 결국 한국 현대사에서 학살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민주화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족해 활동하기도 했으나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한국 사회의 의제로 떠오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학살을 다룬 4화의 화자는 학살을 명령하지도, 간접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은 미군이다. 그런 그가 마음속이 무간지옥이라며 죽은 뒤에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지금은 제가 학살자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지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것을 저는 왜 전쟁이 끝난 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을까요? 아마 당시에도 알고 있었는데 애써 무시했던 것일 겁니다. 자신이 맞닥뜨려야 하는 진실이 너무 무서운 것일 때는 외면해버리는 것이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섭고 수치스러운 것일지라도 온 힘을 다해 진실에 맞닥뜨리는 것, 그것이 역사에 대한 성찰이며, 정체성 찾기의 출발일 것이다. "과거는 미래의 서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두려운 일입니다."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타자가 본 한국의 정체성이 이 책의 한 축이라면, 또 하나의 축은 '만들어진 정체성'이다. 전작인 [한국의 정체성](2000)에서 저자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를 고찰하면서 시원始原이 정체성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이 정체성 판단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정불변의 실체로서의 정체성, 절대적 정체성이란 허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이 문제 또한 타자의 경우를 예로 삼아 이야기한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정체성 만들기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문제적 제자 재아, '만들어진 공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저자는 우선 위대한 사상가이자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제1화 한겨울밤의 공자). 화자는 공자의 제자인 재아, 상례 기간을 두고 공자와 논쟁을 벌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공자에게 질책을 받았던 문제적 인물이다. 저자는 이 인물의 눈을 빌려, 그리고 고고학의 연구 성과에 기대어, 공자가 받들어야 할 전통이라고 여긴 것, 우리가 공자의 진면목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착각의 소산일 수 있으며, 절대적인 정체성이란 것이 허상일 수 있음을 일깨운다. 저자에 따르면, 공자의 시대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를 면밀히 검토해보면 공자의 가르침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고 공자가 칭송한 주공의 면모는 공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공자는 주공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말했으나 주공은 공자가 상상했던 인물이 아니었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자의 이미지 또한 후대에 만들어진 것, 문화라는 것이다. "기원이 어찌 됐든 많은 사람이 역사를 통해 공유하게 된 것이 문화이니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공자의 이미지는 역사의 산물입니다. 이것을 왜곡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것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만들어지고 덧붙여지고 삭제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정체성의 정체라고 공자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물은 흘러가도 내는 흘러가지 않는다" ― 패전 후 일본의 헌법 개정과 정체성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회한에 젖은 얼굴로 교토역을 찾은 이는 일본의 총리를 두 번이나 지낸 사이온지 긴모치(1849~1940). 3화에서는 그의 회고를 통해 전후 일본의 헌법 개정 과정을 추적하는 가운데 메이지 유신 때부터 전후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져갔는지를 살펴본다(제3화 오하시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
패전 후 맥아더로 대표되는 미국은 일본에 새로운 헌법을 요구했는데, 이는 헌법 '제정'이 아니라 '개정'을 의미했다. 미국은 일본이 천황제를 유지하게 해주는 대가로 일본의 전쟁 포기와 미군의 오키나와 점령을 얻어냄으로써 일본을 영구적으로 지배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에 대한 지배를 위해 용인한 천황제 또한 원래부터 일본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산물이다. 에도 시대 이후 250여 년간 잊힌 존재였던 천황이 메이지 헌법 제정 당시에 신과 같은 면모를 부여받으며 국가의 구심점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오늘날 일본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스시와 벚꽃놀이도 천황제나 메이지 헌법과 마찬가지로 사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종의 '만들어진' 전통이다.
미국은 일본인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메이지 헌법의 '개정'이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자신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전후 질서를 일본 스스로 주도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거두었다. 미국이 영어로 작성한 초안을 놓고 단어 하나하나의 번역까지 세밀한 점검을 받은 것이 일본의 현실이었음에도, 일본인들이 작성한 다양한 개정안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미국은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일본이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새 헌법 공포일이 메이지 천황의 탄생일이었으며, 시행일은 전쟁 책임자를 심판하는 재판의 1주년이었다는 등의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당시 일본은 점령군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였을까? 저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당시 헌법 담당 국무대신이었던 가나모리 도쿠지로를 소개하한다. 저자에 따르면 가나모리는 "미국에 휘둘리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끔, 일본적인 것을 지켜낸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난제를 솜씨 좋게 처리한 인물이다. 헌법 개정으로 일본의 국체가 변하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국체 논란에서 가나모리는 "물은 흘러가도 내는 흘러가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군비를 금지한 헌법 9조가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딱딱한 이는 부러지지만 부드러운 혀는 부러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의 대답이 적절한 것이었는지를 떠나, 당시 가나모리의 역할과 그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이라는 타자의 지배 아래 일본적인 것을 상실할 위기 앞에서 일본이 느꼈을 불안과 강박, 그리고 나름의 분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일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과 분투는, 여전히 강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현재적 거울처럼 보인다.
"요즘에 일본에서 다시 역사를 꾸미고 있다더군요...나쓰메가 말한 대로, 과거에 일본은 선진국을 따라잡고 싶은데 선진국의 도움 없이는 안 되기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렸던 것일까요? 오늘날 일본은 자부심을 가짐으로써 신경쇠약을 이기기 위해 자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꾸미고 있는 것일까요?...신경쇠약에서 벗어나려다 파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가까운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차

발췌록
제1화 한겨울밤의 공자
제2화 붐비는 청명날 개봉의 다리
제3화 오하시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
제4화 다시 찾은 전쟁터
후기 ― 타자의 시선
참고문헌|발췌록 출처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6~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18,105권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에 입학하여, 부전공으로 택한 철학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여 주로 서양철학의 세례를 받았다. 부전공으로 택한 철학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흄의 인과론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 도쿄도립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2000년 ‘한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도발적으로 되물으며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꾸준히 책을 쓰고 강연하면서 KBS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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