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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의 숲 : 안보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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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 : 2015년 05월 20일
  • 쪽수 : 140
  • ISBN : 978895660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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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제8권 『알마의 숲』.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 분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출판사 서평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난 있지… 눈물을 흘리면 죽어

부재와 상실에 길들여진 한 소녀와 소년이 말하는 현실 너머의 세계


2005년 장편소설《악어떼가 나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뒤 2009년 《오즈의 닥터》로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의 신작 소설 《알마의 숲》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3~4백매 분량의 중편소설 시리즈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은행나무 노벨라’ 여덟 번째 수록 작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안보윤의《알마의 숲》은 한 소년의 자살시도 이후 도착하게 된 어느 ‘숲’에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우리는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건네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공간인 알마의 ‘숲’ 안에 부재와 상실에 길들여진 한 소년이 놓임으로써 무너져버렸던 소년의 삶의 회복 과정을 몽환적인 이미지와 함께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아무도 그것들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

한 소년이 삶을 끝내기로 작정하고 숲 안으로 들어간다. 소년이 원하는 건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유명 청소년 심리상담사인 엄마를 진부하고 무책임한 ‘알고 보니’의 세계로 끌어내리려 하는 것. 까치발을 해야 닿을 만한 위치의 큰 나뭇가지 앞에 소년은 서 있다. 머리 좋고 신체 건강한 아이가 왜, 무슨 이유로 외진 숲속에서 자살하려 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단지 잘난 척해온 대로 나를 다 안다고 떠들었던 대로 이해해보라지, 라며 소년은 고리 안으로 머리를 밀어넣는다.

외진 숲속. 통나무 집 안에서 소년이 눈을 뜬다. 한 소녀가 옆에 앉아 있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뒤에 처음 보는 풍경. 둥근 사각형 머리, 턱 선에 맞춰 일자로 자른 새까만 머리카락, 동글지만 딱딱해 보이는 어깨. 소녀 알마. 알마는 소년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설명한다. 이 숲, 이 집과 같이 살고 있는 삼촌과 이층에 기거하고 있는 올빼미에 대해. 여기는 어디고 무엇이며 왜 이런 숲에서 눈을 떠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늪도 아니고 틈도 아닌 그들은 그걸 ‘문’이라고 부른다. 소년은 자살을 시도했고 눈을 감았고 그 문을 통해 이 숲으로 들어왔다. 당분간은 돌아갈 수 없다. 소년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면 그 ‘문’이 열려야 한다. 그 문이 열릴 때까지 여기, 알마의 숲에 머무를 수밖에. 그 문이 언제 열리고 닫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소년은 따지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고리 안으로 머리를 밀어넣었던 게 아니었나. 엄마가 불안과 고통에, 죄책감에 추격당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고 좋았다, 소년은.

그냥 한번쯤은 누군가에게 얘기해보고 싶었다. 내가 왜 난데없이 추잡스러운 상욕을 해대는 모욕증에 걸렸는지에 대해, 또 비행청소년들이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사지로 몰아넣는 자리에 왜 있었는지에 대해. 번듯한 중산층의 엄마와 아빠가 나를 얼마나 창피해하며 나를 버린 듯 버리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그것들에 대해 소년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질문을 하면 제대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너를 위해서야. 너를 다 알아서 그래. 아이의 영역 안에서의 대답들. 소년은 아이의 영역에서 벗어나 어른의 영역에서 설명받기를 원했고 이해받기를 원했다. 사랑받기를 원했을 수도.

어설프고 서툰 삶의 조각들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생의 신비로운 비밀

―무엇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아요?
―후회하지 않는 선택 같은 게 있겠냐. 네가 뭘 선택하든 후회는 반드시 따라붙어. 발 빠른 놈이거든. 차라리 그놈이랑 정면으로 맞닥뜨려. 실컷 후회하고 속시원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거다.

알마의 삼촌이 대답한다.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순간들을 실컷 겪어봐야 한다는 것. 그래봐야 제대로 증오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또 이해의 실마리라도 잡아볼 수 있다는 것. 소년에게는 삶도 죽음도 논할 자격이 없다.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소년은 서툰 것일 뿐이다. 원래 어린아이들은 성급하고 서투니까. 그렇다고 어설프고 서툰 것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설프고 서? 삶의 조각들은 시간이 흐르고 제대로 겪어보면 언젠가는 비어 있는 그곳이 채워진다는 것. 숲에 기거하는 알마, 삼촌, 올빼미가 소년의 존재증명을 위해 삶의 신비로운 이유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 작가의 말

기우뚱한 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서?에 대해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밧줄과 주먹밥을 움켜쥐고 산에 오르는 누군가를 다만 응시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무엇이었든 진심이었다.

올빼미가 말하길
후룻 훗.

이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난다.
2015년 봄
안보윤

목차

알마의 숲 ― 7

작가의 말 - 138

본문중에서

늘 궁금했었다, 왜 하필 눈물일까. 분노로 뇌압이 상승하면 죽는다든가 웃음소리의 데시벨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죽는 방법도 있는데 왜 하필. 그런데 알았다. 알게 되었다. 나의 슬픔은 거세되었다. 나는 누구도 애틋해하지 않고, 무엇도 아쉽지 않다. 누구도 동정하지 않고 무엇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텅 비었다. 나를 지키는 엄마에게 고마워하지 않고, 엄마의 병을 눈치채고도 놀라지 않고, 엄마와 헤어질 때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윽고 엄마가 가래떡이 되어 나타났을 때조차, 울지 않았다. 울 수 없었다. 이 병이 내게서 빼앗아간 건 인간의 영역이었다. 나로 하여금 짐승의 영역에서 살도록, 이기심과 본능 외에는 필요치 않은 황폐한 영역에서 살도록 했던 것이다. 비겁하다, 비겁하다. 나는 그렇게 외치며 눈밭을 뛰었다. 그럼에도 나는,

살고 싶었던 것이다.
―본문 123-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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