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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 :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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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살인마의 뇌로 태어나, 신경과학자가 되다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TED 강의, ‘인간’이라는 존재를 묻다

    [괴물의 심연]의 저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세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뇌 구조였는데, 어느 날 뇌 스캔 사진들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무심코 누구의 사진인지 살펴보자, 그건 놀랍게도 자기 자신의 사진이었다!

    제임스 팰런은 반신반의하며 자신의 가계도를 살펴보는데, 자신의 조상이 악명 높은 살인마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명백하게 ‘사이코패스’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음을 알게 된 제임스 팰런은 스스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TED 강연에서 발표하는데, 강연 동영상은 141만이 넘는 클릭을 기록했고([괴물의 심연]에도 한국어 자막 강연의 주소와 QR 코드가 담겨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대서특필되는 것은 물론 텔레비전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소재로 쓰이는 등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괴물의 심연]은 인간에 대한 심오하고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제임스 팰런은 어떻게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부모의 양육이 그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어떻게 누그러뜨렸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왜 모두 그가 사이코패스란 사실을 곧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며, 왜 대자연은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이 태어나도록 내버려두는가? [괴물의 심연]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의 자기 탐구기이며 동시에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과학적 질문과 성찰이 담긴 책이다.

    (저자 TED 강연[한국어 자막] 주소: http://www.ted.com/talks/jim_fallon_exploring_the_mind_of_a_killer?language=kor)

    출판사 서평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성공한 신경과학자이자 의대 교수인 제임스 팰런은 온화한 가정에서 자랐고,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많은 친구를 둔 사람이다. 그의 전문 분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뇌 구조였다. 어느 날 제임스 팰런은 자신의 두뇌 사진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 자신의 조상 중 살인자가 즐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의심할 여지 없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공한 과학자이자 폭력 전과도 없고 자상한 가장이 어떻게 사이코패스일 수 있을까? 그의 유전자는 그의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그에게도 연쇄살인범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충격을 받은 제임스 팰런은 자기 자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유전과 양육의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사이코패스의 뇌는 유전자와 호르몬의 복잡한 합작품이다. 이런 뇌를 가진 사람은 ‘공감’ 능력이 없으며, 단지 이를 ‘가장’할 수 있을 뿐이다. 윤리나 도덕에 대한 기준이 없거나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추고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괴물의 심연]은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근원에 대해서 다른 책이나 영화처럼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뇌과학, 심리학 최신 이론을 동원해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는데, 이는 유능한 ‘뇌과학자’이며 동시에 ‘사이코패스’라는 특이한 조합의 저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과학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때로는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더듬는 회고적 방법으로, 지금까지 흥밋거리로만 회자되었던 사이코패스에 대해 한 차원 깊은 탐구를 진행한다. 때문에 그 결과의 일부를 담은 TED 강연은 청중을 충격에 몰아넣으며 141만이 넘는 클릭을 기록했고([괴물의 심연]에도 한국어 자막 강연의 주소와 QR 코드가 담겨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대서특필되는 것은 물론, 텔레비전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소재로 쓰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왜 우리 사회엔 사이코패스가 필요한가?"

    기나긴 탐구 끝에 제임스 팰런은 마침내 중요한 사실을 이해한다. 인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존재라는 것이다. 유전자 결정론자였던 그의 관점은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통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타고나는 사람은 모든 문화권에서 2%로 동일하다. 그러나 특정한 문화권에서는 그들의 폭력성이 발현되고 누적되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된다. 그러나 그런 기질을 파악하고 제대로 양육하는 환경에서는 그들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자란다. 제임스 팰런은 독특한 주장을 펴는데, ‘사이코패스’의 기질은 정치인, 투자가, 군인 등의 직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이득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사이코패스의 존재 없이는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타고난 사이코패스 기질을 이용해 유능한 학자가 된 본인의 경험에 의거한 주장이다.

    [괴물의 심연]은 유전과 양육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며, 도덕과 문화, 감성과 이성 등에 대한 색다른 고찰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흥미진진하면서도 통찰이 가득하다. 사이코패시의 유전적·신경과학적 토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다."
    - M. E. 토머스 / [나, 소시오패스] 저자

    "‘제임스 팰런은 우리를 그의 마음에 들어가도록 만든 다음 교묘하게 짠 여행길을 따라가게 함으로써, ’사이코패스’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깨부순다."
    - 사이먼 미렌 / 텔레비전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제작자

    "제임스 팰런은 자기 자신을 ‘현미경 아래’에 두고 유전자와 환경이 자신을 만들어간 과정을 설명한다. 사이코패시에 관한 그의 통찰은 본성과 양육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숙고하게 한다."
    - 존 F. 이든스 / 텍사스 A&M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자신의 사이코패시를 발견한 저명한 과학자의 체험담. 제임스 팰런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불완전성을 용서받는다. 나는 도저히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 폴 J. 자크 / [도덕적 분자] 저자

    목차

    들어가며: 인간, 그리고 사이코패스

    1장: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2장: 성장기의 불길한 징조
    3장: 내 머릿속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
    4장: 나의 조상들은 살인마였다
    5장: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6장: 괴물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다
    7장: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을까?
    8장: 괴물의 심연
    9장: 나 자신을 받아들이다
    10장: 사이코패스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문헌
    좀 더 읽을거리(참고할 만한 동영상)

    본문중에서

    이 10월의 같은 날. 나는 자리에 앉아 우리 가족의 스캔 사진을 분석하다가 사진 더미 속 마지막 사진이 두드러지게 이상한 걸 알아차렸다. 사실 그 사진은 사진 임자가 사이코패스이거나 적어도 사이코패스와 불편할 정도로 많은 특성을 공유함을 시사하고 있었다. 나는 사진 임자가 우리 가족 중 하나일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우리 가족 뇌 스캔 사진에 어쩌다 테이블 위 다른 사진 더미가 섞였으리라 여겼다. 난 평소에도 한꺼번에 연구를 여럿 진행하는 터라 아무리 일의 체계를 유지하려 애써도 물건이 잘못 놓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불행히도 우리는 스캔 사진을 익명으로 유지하려고 사진마다 암호를 설정해서는 뇌 사진 주인공의 이름을 숨겨놓은 상태였다. 실수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나는 실험실 보조연구원에게 암호를 풀어달라고 했다.
    그 사진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낸 다음에도, 나는 실수가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홧김에 그 보조연구원을 시켜 스캐너뿐 아니라 영상과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다른 보조연구원들이 남긴 기록까지 모조리 점검하게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처음부터 아무런 실수도 없었다.
    그 뇌 스캔 사진의 주인공은 나였다.
    (/ '들어가며. 인간, 그리고 사이코패스' 중에서)

    정신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이코패스라 지칭하는 사람들을 정의하는 특성 하나가 ‘대인 공감의 부재’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감정의 운동장이 평평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대부분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그런 욕구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대개 사람을 능숙하게 조종하고,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짓말쟁이에다, 말재주가 상당하고 상대가 경계심을 풀 만큼 매력적일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과 달리 결과를 두려워 않고, 거짓말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동안은 누구나 그렇듯 붙잡힐까 봐 긴장도 할 수 있지만, 사이코패스 중 일부는 냉정하게 침착함을 유지한다. 가장 위험한 사이코패스라도 때로는 명랑하고, 근심 걱정 없고, 사교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만간 뚜렷한 거리감, 소리 없는 냉담함,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낼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흔히 충동적이지만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 따윈 느끼지 않는데, 이는 당신을 끌어들여 무모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장난에 동참하게 하고는 누가 다친다 해도 정작 본인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 거라는 뜻이다.
    (/ '1장.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중에서)

    이 뇌 스캔 사진들을 내가 몇 년에 걸쳐 수집한 사이코패스들의 사진과 합쳐 보니, 더 복잡한 패턴이 눈에 띄었다. 사이코패스에게서 내가 본 활성의 소실은 안와피질에서 복내측전전두피질을 거쳐 대상피질帶狀皮質, 띠겉질, cingulate cortex의 앞부분인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로 연장된 다음, 계속해서 대상피질을 따라서 가는 띠 모양으로 뇌의 뒤쪽에 다다른 다음에는 고리를 그리며 측두엽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가 측두엽의 맨 끝과 편도체로 들어간다. 활동이 소실된 이들 영역 모두로 구성되는 뇌의 주요 덩어리를 변연피질limbic cortex, 또는 감정을 조절하는 주된 영역이라는 이유에서 감정피질이라 부른다. 이 피질 기능 소실의 고리는 완전한 원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내가 주목한 것은 안와피질, 대상피질과 측두피질temporal cortex의 ‘연결장치’ 역할을 하는 피질 조각―뇌섬엽대뇌섬, insula―도 이들 사이코패스 살인자에게서 손상이나 기능 저하의 징후를 보인다는 점이었다. 사이코패스의 뇌에 관한 이전의 연구에서는 주의主意 대부분이 안와전전두피질orbital prefrontal cortex 및 복내측전전두피질과 편도체에 쏠려 있었다. 내가 채워 넣은 부분은 불안 및 공감과 관계 있는 다른 영역들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사이코패스들이 때로는 그토록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나는 이 패턴의 단순성과 우아함에 들뜬 나머지 어쩌면 내가 인간의 무시무시한 그림자를 이해하는 성배聖杯를 발견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3장. 내 머릿속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 중에서)

    레베카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저택에서 토머스 등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저녁식사 뒤 레베카는 자신의 침실 벽난로 곁에서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타버린 상태로 발견되었다. ‘불행한 사고’인 것처럼 보였지만, 레베카의 남동생에게 곧 유령이 찾아와서는 살인이었음을 암시했다. 토머스는 어머니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도 때로 난폭하게 굴었다. 사람들은 레베카의 시체를 파내어 조사했고, 그녀의 배에서 칼에 찔린 것일 수도 있는 수상한 상처를 발견했다. 증거가 빈약했음에도, 토머스는 유죄선고를 받고 교수형을 당했다.
    어머니가 레베카 얘기에 관심을 가진 건 단지 그녀의 비뚤어진 취향 탓이 아니었다. 레베카 코넬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고조할머니였다. 코넬 일가의 살인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레베카는 1892년에 친부와 계모를 도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리지 보든Lizzie Borden의 직계 조상이기도 했다. 보든은 나의 사촌뻘이었다. 책은 1673년과 1892년 사이에 우리 부계에서 살인을 저질렀거나 살인 혐의를 받은 사람이 그 밖에도 몇 명 더 있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모두 다 가까운 가족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판결받았다. 레베카의 후손 앨빈 코넬Alvin Cornell은 1843년, 아내 해나를 쇠로 된 삽자루로 가격한 다음 면도칼로 목을 그어 살해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일족을 살해하는 코넬가家의 살인 취향은 우리 가문의 빌어먹을 내력이었다.
    (/ '4장. 나의 조상들은 살인마였다' 중에서)

    2008년에는 지인 한 사람이 나더러 TEDTechnology, Entertainment, and Design Conference에 참석할 것을 권했다. TED 측에서 나한테 참석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었기에, 나는 스스로 참가 신청을 해야 했다. TED 1주일 전, 주최 측에서 연사 이외의 참석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18분을 꽉 채우는 초대 강연뿐 아니라 더 짧은 이야기, 즉 2∼3분짜리 즉석 콩트나 7분이나 9분짜리 중간 길이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뇌 스캔 이야기가 흥미로울지 모른다고 대답했고, 그래서 9분짜리 이야기를 하게 됐다. 준비 시간은 2, 3일이었다. 확실한 유전자 데이터는 아직 없었지만, 뇌의 비정상성과 초기 학대의 효과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의 유전자에 관해서는 내 가족사를 바탕으로 약간의 추론을 하기로 했다.
    (중략)
    TED 발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의 혈통 얘기를 꺼냈다. 나의 가족사를 발표에 포함하기로 마음먹은 건 강연의 재미를 위해서였다. 뇌과학과 유전학 이야기만 계속하면 과학자가 아닌 청중에게는 너무 지루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하기가 꺼려졌지만, 가족들 모두가 공개해도 좋다고 동의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나의 TED 강연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튿날 아침, 우리 실험실 보조연구원이 나에게, 강연 동영상 조회 수가 2만 3,285회나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TED 강연 동영상이 게시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몇 개월 전 발표 동영상 배포동의서에 서명해놓고는, 그에 관해 까맣게 잊은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8월 말, 난 이메일을 두 통, 다음엔 전화를 두 통 받았다. 발신인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과학 담당 수석기자 가우탐 나이크Gautam Naik, CBS의 TV 범죄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의 총제작자 겸 작가 사이먼 미렌Simon Mirren이었다. 둘 다 나의 TED 강연에서 들은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추적하고 싶어 했다.
    (/ '6장. 괴물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다' 중에서)

    나는 사람들이 비극적이거나 슬픈 사건으로 울고 있더라도 내가 눈물도 나지 않고 심장박동도 흔들리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내가 존 F. 케네디가 총에 맞은 때를 기억하는 이유는 내 주위 사람들이 동요했기 때문이고, 나는 사건의 경위에 더 관심이 있었다. 나이로비대학교에서 일하던 어느 날은 시체보관소로 걸어 들어갔는데, 철제 시체 안치대 위에 흰색 드레스 차림의 여자아이가 눕혀져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보고 유족들에게 한마디 했다. "드레스가 멋지네요." 죽은 소녀가 아니라 드레스에 주목한 게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묘하게 다가온다. 난 나 자신의 고통도 별것 아니게 생각한다. 대학생일 때, 팔에 유리 조각이 박혀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벌어진 적이 있었지만, 나는 해부학자의 눈으로 힘줄들을 태연히 바라보았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나의 감정적 반응 또는 무반응 모두에 이상한 뭔가가 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뇌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내가 무슨 수로 알아차리겠는가?
    (/ '7장.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을까?' 중에서)

    블로거 존 크레이그John Craig가 지적하듯, 클린턴은 군대를 향해 무게 잡고 거수경례를 했고, 갈채를 받을 때는 겸손을 가장했으며, 장례식에서는 적당히 침울해 보이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엄청난 슬픔을 연기했다. 눈물을 참으면서 말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도 이야기를 꾸며내지만, 진짜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만이 그토록 큰 판돈을 걸어놓고 고난도 연기를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 클린턴의 고문이었던 딕 모리스Dick Morris는 자신의 친구에게 공감 능력이라곤 없었다고 말하며, "힐러리도 빌을 사랑하고, 빌도 빌을 사랑한다. 둘에게 뭔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빌 클린턴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나이다.
    (중략)
    곁에 있는 사람들보다 대의명분에 더 마음을 쓰는 이들이 있다. 많은 인도주의자들이 개인 차원에서는 분명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몇 안 되는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인 모한다스 간디Mohandas Gandhi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귀찮은 인간이었고, 심지어 모한다스의 아내 카스투르바 간디Kasturba Gandhi는 남편이 자신과 자식들에게 잔인했다고 이야기했다(아룬 간디Arun Gandhi와 수난다 간디Sunanda Gandhi 부부가 쓴 [잊힌 여자The Forgotten Woman]를 보라). 20세기의 또 다른 영웅적 인물인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는 자신이 도와주던 아이들을 포함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차가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 매킨타이어Donal MacIntyre는 2005년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에 기고한 글([테레사 수녀의 유산 뒤편의 불결한 진실The Squalid Truth Behind the Legacy of Mother Teresa])에서, 또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는 1995년 저서 [자비를 팔다The Missionary Position]에서, 테레사 수녀가 돌본 아이들이 받은 대우가 수준 이하였고 심지어는 처참했다고 지적한다. 이 주장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인류를 향한 지구적 공감의 뒷모습을 조명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수천 명을 구하는 공감이지만, 개개의 인간들에게는 무관심이나 학대로 귀결되는 비정한 공감 말이다.
    (/ '7장.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을까?' 중에서)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며 장수할 수 있다.
    게다가 사이코패스는 짝을 찾는 데도 선수다. 감옥 밖에서 살인자가 풀려나기를 기다리는 여자들은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파트너에게 애정을 쏟는 데 능숙하고, 파트너는 흔히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한다. 사이코패스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무조건적 사랑과 헌신을 가장할 수 있다. 주목받는 것은 마약과도 같다. 여성들은 그 쾌감을 얻으려고 일정량의 고통을 견딘다.
    가족, 특히 어머니와 아내가 사이코패스를 용인하는 이유는 자기가 그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런 사실에 놀란다면 이는 마치, 난교 파티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2년 뒤 다른 누구와 자고 있는 자기 아내를 보고 깜짝 놀라는 일과도 같다. 누구나 자기가 다른 사람의 행동과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와 특별한 관계라서 그의 안에 있는 선한 사람을 볼 수 있어. 난 그가 착한 남자라는 걸 알아." 사이코패스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법을 알고 있다. 사람을 끌어들여 낚은 다음, 구타하고 굴욕을 준 뒤 "사랑해"란 말을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가족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도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나도 그의 내면에 짐승이 있는 줄은 알지만, 나는 그를 다룰 수 있어요." 그래서 아내와 어머니는 그를 감싼다.
    (중략)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개인’이 유리한 건 분명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어떨까? 사이코패스가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게 있을까?
    사이코패스들은 유능한 지도자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는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잘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꺼이 도박을 건다. 불확실한 시기라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군대를 움직이거나 부족을 데리고 산을 넘을 것이다. 그 결과로 그가 맡은 집단은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집단에 모험을 시키는 것이 문명적으로는 이롭다. 그런 도박 중 일부는 성공해서 문명을 진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돌연변이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어떤 돌연변이는 커다란 이익을 주는 것과 같다.
    우리에게는 자기도취증이 있는 사람들도 필요하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주장이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장군이나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중증의 자기도취증과 대단한 입심과 약간의 허풍이 필요하다.
    (중략)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나처럼 가족과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시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보탬이 된다. 나는 사이코패시 스펙트럼상에도 골프공처럼 스위트 스폿이 있다고 믿는다. 헤어 척도로 25∼30점인 사람들은 위험하지만, 20점 언저리의 사람들은 사회에 필수적이다. 대담하고 활기차고 인류의 생동감과 적응력을 지켜주는, 나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 '10장. 사이코패스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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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팰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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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팰런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35년 동안 의대생, 학부생, 신경정신과 임상의들에게 신경과학을 가르쳤다. 줄기세포를 연구해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으며, 그가 창업한 회사 뉴로리페어NeuroRepair는 전국 생명공학협회에서 최고의 회사로 선정되었다. 결혼한 지 44년 됐고 슬하에 세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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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6~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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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생각의 한계》 《뇌, 인간을 읽다》 등 주로 뇌과학 관련 책을 우리말로 옮겼지만, 발길 가는 데로 머리를 옮긴다. 가다가 처음 옮긴 고생물학 책이었던 《진화의 키, 산소 농도》로 한국과학기술도서 번역상을 받았다. 그 책의 지은이인 피터 워드가 피터 브래넌에게 《대멸종 연대기》를 집필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이 책을 번역하다가 알게 되었다. 이렇듯 인연이 이끄는 한, 갈 데까지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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