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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대화 :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 이성복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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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성복
  • 출판사 : 열화당
  • 발행 : 2014년 09월 20일
  • 쪽수 : 29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01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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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지금 저는 영문자 Q로써 제 시적(詩的) 여정을 생각해 본답니다. 저는 이제 원래 시작했던 지점에 다시 왔고(이번 책 세 권이 Q의 마지막 궁글림에 해당하지요), 이제 그 남은 꼬리 부분이 여우 꼬리처럼 길지, 아니면 돼지 꼬리처럼 짧을지,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지요. 어떻든 남은 여생 꼬리가 원래 출발했던 그 지점, 즉 1976-1985년의 지점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어요."
    - 이성복

    어둠 속에 피어난 꽃
    1977년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 이성복(李晟馥, 1952- ). 1980년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이후 지난해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에 이르기까지 일곱 권의 시집을 내놓은 그에게는 어느새 흰 머리카락이 수줍게 자리잡았다. 근 사십 년 동안 고통스러운 시 쓰기의 외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 지난 시간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시와 산문, 대담 들을 세 권의 책으로 엮어 선보인다. 1970-80년대 미간행 시들을 묶은 [어둠 속의 시], 마흔 해 가까운 세월의 다양한 사유들을 엮은 [고백의 형식들], 그리고 서른 해 동안 이루어진 열정적인 대화들을 모은 [끝나지 않는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갑년(甲年)을 넘어선 시인은 이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시인으로서의 그의 자리가 처음 출발했던 지점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는가, 혹 그 달라짐이 발전으로 생각될 수 있는가. 시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970-80년대 청년 이성복에게는 시가 전부였다.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살았던 그의 가슴속에는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들끓고 있었다. 그는 미지의 시에 대한 열정과 고통 속에서 좋은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며, 그 고통스러운 꿈속에서 태어난 시들은 당시 독자들의 가슴속에 비수처럼 각인되었다. 이제 시인은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그 치열했던 시절의 견딜 수 없이 아름다운 순간들을 불러내려 한다.

    거울 속의 시간-대담
    "결국 시가 하는 일이란 인생의 진실을, 즉 ‘불가능’의 자리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의 자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또 문학의 진실이라는 것은 그 꺼풀을 벗겨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벗겨낸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어쨌건 해 보는 것입니다."
    - [불가능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 중에서, [끝나지 않는 대화]

    [끝나지 않는 대화]에는 1983년에서 2014년 사이에 이루어진 대담 16편이 묶여 있다. 이 책은 숨겨진 시인의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으로, 시인 이성복의 고민과 인간 이성복의 일상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이 대담들은 대개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발표했을 무렵에 이루어진 것으로, 당시 그가 품고 있던 삶의 화두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시로 형상화되었는지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다. 1983년 첫 대담에서, 앞으로 어떤 시적 이정표도 세우지 않고 조금씩 ‘세속적인 트임’에 다가가겠다고 했던 그는, 삼십여 년 후 마지막 대담에서 자신이 언어도단(言語道斷)의 ‘불가능’ 앞에 서 있다고 고백한다. 이제 ‘불가능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시인은 ‘어떻게 해도 안 되지만 어떻게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시를 포기할 수 없다.

    이 세 권의 책은, ‘출판사 열화당(悅話堂)’이 그 모태가 되는 선교장(船橋莊) 열화당 건립 200주년(1815-2015)을 한 해 앞두고, ‘인문열화 200년’이라는 오랜 염원 아래 선보이는 첫번째 출판이다. 그동안 책의 존재형식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해 온 열화당이 ‘문학은 결국 문자로, 책으로 완성된다’는 믿음 아래 세상에 내놓는 이 책들은, 문학출판의 다소 희귀하고 이채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다. 표지의 ‘인문열화 200년’ 로고는 안상수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저자의말 - 편집자에게]
    * [어둠 속의 시] [고백의 형식들] [끝나지 않는 대화]의 출간을 앞두고 저자가 편집자에게 보낸 세 권 책 출간에 관한 소회

    1. 특히 애착이 간다기보다 다시 보면서 가장 친근하게 느껴지는 시라면 [첫사랑] [병장 천재영의 사랑과 행복] [병장 천재영과 그의 시대] 등 1979년에 씌어진 시들이고요, 또 팔십년대 이후의 시로서는 [산행]이나 [그 여름의 끝] 등 산문시의 흐름을 가진 것들과 유대 기독교적 분위기에서 성(性)과 죽음의 난장판을 벌이는 시들이 오래 마음에 남네요.

    2. 예전 시들을 다시 묶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토록 먼 길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원래 출발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혹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본래 있는 것이 지금 있다(本有今有)"는 말이나, "가도 가도 본래 그 자리이고, 닿아도 닿아도 출발했던 그 자리(行行本處 至至發處)"라는 말이 많이 생각나네요.

    3. 이번에 묶은 시들이 씌어진 1976-1985년의 기간은 제 정신 성장의 ‘부름켜’에 해당하는 시기이고 그 이후, 이런저런 시적(詩的) 시도를 하고 여러 방향의 공부를 한다고 해 왔지만 사실 그 시절 이후로 제 정신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의 키가 일정한 시점까지 자라고 더 이상 자라지 않듯이 정신에도 성장의 한계점 같은 것이 있는 듯해요.

    4. 궁극적으로 제 시가 닿은 지점이 ‘불가능’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시라는 것이 본래 ‘불가능’이고, ‘불가능’을 표현하려고 애쓰다가 실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사십 년 가까이 그렇게 조바심하고 애써 왔던 것이 본래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이번 [어둠 속의 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봐요.

    5. 오히려 제 시를 발전시켜 보려고 오만 노력과 발버둥을 해 왔던 것이 제 시를 망쳐 왔던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마치 ‘이솝 우화’에서 고기를 입에 문 개가 다리 아래 물속에 비친 제 그림자의 고기를 탐내다가 제 입 속 고기를 떨어뜨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니까 참 허망하고 허망한 짓이었지요.

    6. 하지만 시가, 그리고 시 쓰기가 본래 그렇게 실패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패하지 않는 시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시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이지요. 시 쓰기는 늪 속의 허우적거림처럼, 사막에서의 제자리걸음처럼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성장소설’ ‘교양소설’에서 보이는 원륭한 인생관의 터득과는 다른 것이지요.

    7. 저는 이제 시인으로서의 인생이 정점이 있는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는 해안 절벽을 따라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완성 같은 것은 애초에, 어디에도 없고, 이십대, 삼십대의 벼랑, 사십대, 오십대의 벼랑이 있을 뿐이며, 마침내 이 몸과 마음이 소진하면 그 가파르고 위험한 벼랑이란 것도 없어지겠지요.

    8.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생각이 지금의 저를 참 자유롭게 해 주어요. 만약 어떤 완성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얼마나 자책에 사로잡히겠어요. 하지만 ‘완성’이란 것도 어떤 정점이 있고, 거기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산봉우리의 은유일 뿐이지요. 사실은 단 하나의 정상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봉우리들이 있을 뿐이지요. 가령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이나 ‘리좀’ 같은 비유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9. 그래서 지금 저는 영문자 Q로써 제 시적 여정을 생각해 본답니다. 저는 이제 원래 시작했던 지점에 다시 왔고(이번 책 세 권이 Q자의 마지막 궁글림에 해당하지요), 이제 그 남은 꼬리 부분이 여우 꼬리처럼 길지, 아니면 돼지 꼬리처럼 짧을지,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지요. 어떻든 남은 여생?꼬리가 원래 출발했던 그 지점, 즉 1976-1985년의 지점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어요.

    10. 하지만 자책은 여전히 남네요. 예술가로서 열심히 살려고 애썼지만 돌아보니 사실은 조금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묶은 책들이 저에게는 더욱 소중하게 생각된답니다. 요즘 자기 체세포를 떼내어 배양하여 손상된 신체 부위를 재생하는 의학기술이 있듯이, 저에게 이 세 권의 책들은 이미 예술가로서 망가진 몸과 정신을 다시 소생시키기 위한 줄기세포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정말 그렇게 믿고, 정말 또 그렇게 간절히 바란답니다.

    * 1976-1985! 그 시절 저는 좋은 예술가가 되고 싶었답니다. 그 시절에는 열정과 고통과 꿈이 있었답니다. 저에게는 오직 그 시절만이 아름답습니다!

    2014년 9월 5일 이성복

    목차

    서(序)

    시·삶·역사 / 윤상수
    중년, 시와의 불화 / 이문재
    맑은 눈, 정신의 옷깃, 그 명징함 / 김정희
    ‘날림’에 대한 지독한 강박 / 이문재
    삶의 빛, 시인의 숨결 / 송민주
    [아, 입이 없는 것들], 치명적인 매혹(들) / 문일완
    흑색 신비의 풍경 / 김행숙
    튀어나온 내장으로 환(幻)을 읽다 / 김양헌
    문학은 가장 낮은 곳에 머물러야 한다 / 김민영
    이성복을 사랑할 때 / 김이듬
    김과 백이 만난 사람: 시인 이성복 / 김민정
    문득 그런 표정이 있다 / 정우영
    삶, 서러움에 대하여 / 박지혜
    불가능의 시 / 케이비에스 ‘즐거운 책읽기’
    불가능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 / 신형철
    예술, 탈속과 환속 사이 / 박준상

    수록 대담이 처음 발표된 지면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2.05.04~
    출생지 경북 상주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10,375권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7년 [문학과지성]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래여애반다라] [어둠 속의 시],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고백의 형식들] [오름 오르다] [타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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