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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 비지배를 꿈꾸는 현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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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곽준혁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4년 03월 10일
  • 쪽수 : 27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87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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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힘'과 ‘시민의 자유'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믿었던
    최초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시민의 꿈'

    꿈을 잃은 보수, 삶을 외면한 진보, '갈등의 역동성'을 즐겨라


    마키아벨리 연구 권위자 곽준혁 교수는 [지배와 비지배]에서 [군주]를 ‘시민의 교본’으로 읽을 것을 주장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정치철학적 연구가 미진한 국내에서 [지배와 비지배]는 마키아벨리 사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서로 자리 잡았다.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에서 저자는 지금 한국 사회가 왜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먼저 마키아벨리 사상을 ‘엘리트주의’나 ‘귀족적 공화주의’로 읽는 오해를 풀기 위해 주요 쟁점을 15가지로 제시하여 보다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갈등’을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문제‘가 아닌 ’해법‘으로 접근하여 기존의 공화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조화‘보다는 인민들의 역동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갈등의 정치사회학‘이 주는 건강한 긴장의 역할을 조명한다. 파당적 정쟁과 절망적 대치 속에서 모두가 차분한 베네치아를 선호하던 시절에 마키아벨리는 오히려 "갈등은 아름답다."라고 외치면서 ’질서‘를 강조하고 ’순응이 주는 안락함‘에 빠진 정치인과 지식인을 질타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갈등 조정 메커니즘‘과 ’정치 리더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마키아벨리처럼 ’꿈꾸는 현실주의자‘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의 출간으로 독자는 갈등의 정치사회학이라는 틀을 통해 새롭게 한국 정치의 쟁점들에 접근하는 지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왜 지금 마키아벨리를 다시 읽어야 하는가?

    ‘미덕’이 ‘악덕’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을 직시한 마키아벨리는 도덕정치를 외치는 철학자들에 대하여 ‘잘못된 상상’이라고 비난함으로써 ‘악의 교사’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현실정치는 당시 지배계층의 부패와 힘없는 지식인들에 대한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대사적 변화가 피렌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이익을 채우기에 급급한 귀족들, 외세에게 성문을 열어서라도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던 유력 가문들, 정치적 현실에 실망해서 자기의 좌절을 철학적 성찰로 해소하려던 지식인들, 이들 모두가 시민들에게는 절망만을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즉 그의 형이상학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도덕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상유지를 통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의 정치적 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 시대의 아픔을 대변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인민’이 나라의 힘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군주]와 [전술]은 ‘군인’보다 ‘인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용병에게 매달리는 유력자들에 대한 한탄을 담고 있고, [강의]와 [피렌체사]는 인민의 무지를 탓하며 자기들의 잇속을 채우는 귀족들의 안일함에 대한 절망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는 이들이 내세우는 ‘현실주의’를 희망 없는 현실주의, 바로 잔인함이라고 비난한다." 저자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마키아벨리가 "야망이 부른 방종의 시대"라고 부르던 때와 닮아 있다고 말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당면한 개개인들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위험만 더욱 가중시키는 사회,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념적 도덕률만을 고집하며 회랑과 광장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대중 정치인,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낙인이 찍힌 민주주의, 이 모든 것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던 마키아벨리를 침묵하게 만든 이유와 닮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고민했던 당시 피렌체 지식인들의 문제에서 바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읽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키아벨리가 걱정했던 것처럼 ‘정치철학의 빈곤’과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잣대로 낙인부터 찍고 보는 풍토, 방법상의 차이조차 적대적 대립으로 몰아가는 태도, 그리고 정치적 해결은 애초에 부정하면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민주주의로 해결하려는 모순이 우리의 정치력을 가두고 있다." 그 결과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사회보다 권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권력만 잡으면 세상을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이상한 정치적 현실주의가 이제 미시적 삶의 공간까지 부패시키고 있다. 그러기에 오늘도 시장의 실패가 개개인의 무능력으로 치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최선보다 최고를 요구하는 힘의 열망이 우리의 일상을 점점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고민들은 대중으로부터 소외당하고, ‘희망 없는 현실주의’의 잔인함이 시민들의 지식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눈에 귀족들은 ‘가진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전체가 몰락하는 자충수를 반복하고, 민중파는 ‘모든 것을 바꾸자.’는 극단적 생각에 인민의 삶을 나락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귀족들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민중파 정치인들에게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노력한다." 귀족들에게는 ‘시민의 자유’를 위해 일할 것을 요구하고 대중 정치인에게는 고단한 민중의 삶을 살펴볼 것을 요구하는 마키아벨리의 메시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그에게는 보수는 꿈꾸고, 진보는 보살필 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또한 마키아벨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마키아벨리의 통찰, 시적 상상력, 희극적 글쓰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소개한다. 20세기 중반 아버지 베르나르도의 [회고록]이 발견되고 나서야 학자들은 마키아벨리의 어린 시절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은 천재적 기발함만큼이나 격에 매몰되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가득하다. 뛰어난 인문학적 소양은 학자연하는 형식에 구속되지 않았고, 탁월한 정치적 통찰력은 복잡한 파당적 연줄에 얽매이지 않는다. 동일한 경험 속에서도 상황을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나면서부터 가졌을 수도 있지만, 귀족도 부자도 아니었던 그의 출신이 가져다준 선물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왜 ‘비(非)지배 자유’에 주목해야 하는가?

    '비지배'로서 '자유'라는 개념은 역사가 길다. 그리스와 로마에서 '자유'라는 말은 곧 '노예가 아닌 시민이 향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라틴어로 'liber'는 '자유인'이고 'libertas'가 '자유'이듯, 자유는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동의', '불간섭' 그리고 '강제의 부재'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즉 '시민으로서 향유해야 할 조건' 또는 '타인의 자의적 의지에 종속되지 않는 정치사회적 조건'을 의미한다. 이런 폭넓은 의미에서 '자유'라는 개념이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의미로 전환된 것은 자유주의의 등장과 맥을 같이한다. 절대왕정에 맞서 개인의 권리를 지키려다 보니 '정치사회적 맥락'이 축소된 것이다. 즉 '불간섭', '동의', '강제의 부재' 등으로만 사용되게 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자유'의 고전적 의미에 대한 학자들의 진지한 토의가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의 득세, 공동체주의가 개인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내재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자유주의의 개인화를 막음과 동시에 공동체주의의 전체주의적 경향을 극복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1)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로마공화정의 '자유'로 돌아가고, (2)몇몇은 마키아벨리의 '비지배(non-domination)'에 주목하게 된다. (1)을 강조하는 쪽이 '고전적 공화주의'이고 (2)를 강조하면 '자유주의적 공화주의'라고 말하며, 곽준혁 교수는 (1)과 (2)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자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비지배’ 개념을 가장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있는 학자 필립 페팃과 함께 쓴 책 [Republicanism in East Asian Context]가 루틀리지(Routledge) 출판사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 학계에서도 ‘비지배’ 즉 ‘타인의 자의적 의지로부터의 자유’라는 개념을 앞세운 신로마 공화주의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학계가 공화주의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일차적으로는 고전적 형태의 공화주의를 통해 자율성과 공공성의 결합이 가능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비지배 자유’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 앞에서 무기력한 개인으로 전락한 시민들의 삶, 비효율적이고 무능력하다고 낙인찍힌 민주주의, 그리고 여전히 집단적 안도와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와 반성"에 있다. 특히 "다른 선진 자유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 사회는 전 지구적 변화가 가져온 위험부담을 지나칠 정도로 개인에게 전가시키고 있고, 민주주의는 일상에서 형성된 경제 논리에 의해 급속히 비정치화되고 있으며, 민족주의는 시민적 기풍을 힘에 대한 집착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지배’가 아니라 ‘비(非)지배’가 시민들의 정치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정치집단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동의를 획득하는 과정을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적 구조가 아니라 ‘비(非)지배의 관철’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힘의 논리’에 기초한 비관적 현실주의가 아니라 ‘시민적 견제력’에 기초한 변화의 제도화가 우리의 정치적 삶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갈등’은 ‘문제’가 아니라 ‘해법’이다

    "정치사상사에서 마키아벨리는 ‘갈등’에 대해 최초로 긍정적 논의를 시작한 철학자다." 마키아벨리가 추구하는 로마공화정은 ‘조화’ 대신 ‘갈등’에 기초한다. "인민은 눈을 부라리며 귀족의 전횡과 권력의 비리를 견제하고, 귀족은 연줄과 배경을 뒤로하고 인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귀족적’ 심의가 아니라 인민의 더 넓은 정치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심의를 지향한다. 또한 저자는 마키아벨 리가 말하는 '갈등‘은 제도 안에서의 갈등만이 아니라 주어진 제도적 틀마저도 바꿔 버릴 수 있는 갈등까지 용인한다고 강조한다.

    마키아벨리 이전에도 ‘갈등’은 정치사상사에서 중요한 주제였지만, 늘 ‘문제’로 다루어졌지 ‘해법’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아테네 민주정의 퇴행적 소용돌이를 경험했던 플라톤은 물론이고, 감정이 비이성적 충동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통합(homonoia)’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전통은 ‘견제’와 ‘균형’을 정치제도의 운영 원칙으로 갖고 있던 로마공화정에서도 지속되었다. 키케로에게서 보듯, 정쟁도 전쟁도 결국 ‘신과 자연의 법’과 합일되는 ‘화합(concordia)’을 우선으로 하는 선택지의 차선책들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갈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갈등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잘 제도화된다면 정치 공동체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게다가 인민들은 늘 자기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눈을 부라리며 감시하고 갈등을 통해 귀족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내분과 외침, 그리고 파당적 정쟁과 절망적 대치를 경험했던 16세기 피렌체의 암울한 현실에서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당시는 귀족과 인민의 갈등이 제도화되었던 로마 공화정마저도 시끄러운 나라로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죽은 듯 차분한 베네치아를 선호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시기에 ‘갈등은 아름답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그의 정치적 판단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질서’를 강조하던 당시 정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에게 순응이 주는 안락함에 젖어 ‘야심적인 게으름(ambizioso ozio)’만 남았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갈등을 통한 변화의 제도화’로 요약한다. 그것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와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한 공공선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주의의 긴장을 해소하고자 하는 학문적인 노력,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심의를 통한 의사 결정이라는 민주주의적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제도적 모색, 그리고 차이의 인정을 넘어 다원성에 기초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식론적 전환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갈등 조정 메커니즘’을 고민하기보다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조야한 현실주의가 ‘갈등’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 견해를 고착시킨다.

    권력을 잡은 쪽에서는 대화의 창을 닫아걸고 제 멋대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권력을 잡지 못한 쪽에서는 남겨진 임기 동안 반대 세력을 규합하는 데에 전심전력을 쏟는다. 설사 정치인들이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정쟁과 투쟁에 익숙해진 지지자들이 대화의 빗장을 걸어두라고 요구하는 통에 큰 진전이 없다. ‘어떻게 잡은 정권인가?’라며 대화에 나선 정치인들을 비난하거나, 낙선운동 운운하면서 극단적 대치로 다시 몰아간다.

    즉, 권력을 얻기 위한 ‘갈등’에는 익숙하지만, ‘변화’를 제도화하는 ‘갈등’은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를 통해 두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며 "갈등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만약 갈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없이 ‘조화’과 ‘소통’만을 내세운다면, ‘심의’와 ‘토론’은 서로의 다른 입장만을 확인하는 과정 이상이 될 수 없다. 대화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팽배할 것이고, 정작 합의는 ‘힘’ 또는 ‘권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선입견이 모두를 사로잡을 것이다. 이렇게 지속된다면, 특히 약자에게는 절망만이 거듭될 것이다.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갈등을 변화의 필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보려는 보다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갈등을 자기의 의사가 대변되지 않는 시민들의 몸부림으로 이해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갈등’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인의 자의적인 지배를 받지 않으려는 욕구’에 주목해야 한다. 군주나 정치 지도자들의 지배욕을 시민들의 ‘비(非)지배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제어하려고 한 것이다. 공화주의자이면서도 공화주의의 전통적인 화두였던 ‘조화'를 버리고 ‘갈등'을 옹호한다. ‘갈등'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권력을 얻기 위한 ‘갈등’에는 익숙하지만 ‘변화’를 제도화하는 ‘갈등’에는 낯선 한국 정치인, 정치를 통해 자유와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독자에게 저자는 ‘갈등의 역동성'을 즐길 것을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의 목표가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다.’라는 조야한 현실주의로부터 벗어나 "다수에게 타인의 자의적인 의지에 종속되지 않는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키아벨리의 역설: 꿈꾸는 현실주의자가 되라

    정치인의 거짓말은 무능한 정치를 낳고, 이것은 다시 정치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초래한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풀 것인가? [강의] 1권 47장에서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을 축출한 바로 그 시점부터 피렌체가 ‘심각한 방종’에 빠지게 되었다고 개탄한다.

    글자 그대로 옮기면, 그는 분명 피렌체가 ‘야망이 초래한 무질서’ 상태에 처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야망’이나 ‘욕망’이 ‘무질서’와 ‘방종’을 가져왔다는 말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가 지적하고자 한 것은 ‘대중 정치인들(popolari)’의 무능력이다. 광장에서는 그토록 목소리를 높여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약속하더니, 권력을 잡은 뒤에는 모든 문제에 침묵해 버린 대중 정치인의 무책임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바로 이들이 피렌체 시민들을 노예 상태에 빠뜨렸고, 바로 이들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켰다고 한탄한다.

    저자는 메디치 가문의 축출 이후에 닥친 위기에 갈피를 못 잡던 피렌체와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보편화 시대’의 일상이 닮아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무능력한 정치인들이 만들어 내는 절망적 ‘대치(deinon)’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정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마키아벨리에게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스스로를 관리하기에 급급한 생활 속에서 점차 개인화되어 가는 시민, 무한경쟁과 극도의 긴장 속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절망만 안겨주는 시장, 사건마다 즉흥적으로 형성되는 여론이 시민적 열정을 제도의 개혁이 아닌 다른 목적에 소진시켜 버리는 광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념적 도덕률만을 고집하며 회랑과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대중 정치인, 이 모든 것이 피렌체를 개혁하고자 했던 마키아벨리의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말해 마키아벨리는 개인 또는 집단 사이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강자’와 ‘약자’의 관계보다 ‘지배’와 ‘비지배’의 역학에서 찾고자 했다. 즉 ‘시민’ 또는 ‘다수’는 지배하려하기보다 지배받지 않으려 할 때 가장 건강하고, ‘가진 자’와 ‘소수’는 ‘다수’ 또는 ‘시민’이 지배받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에 헌신할 때 가장 훌륭하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편견 속에 가려졌던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길 원한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문제가 유발한 열정적 운동이 관찰자적 안목과 신중함을 통해 삶의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이 반복되고, 사회적 갈등이 성찰적 지성과 의견의 다양성을 최초부터 부정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는 자유로운 선택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정치사회적 조건을 더욱 고민하고, 공화주의자는 시민적 연대만큼이나 개인의 자율성을 더 절실하게 요구하며, 급진주의자는 혁명이 아니라 절차에서 해답을 찾고, 보수주의자는 유지가 아니라 개선에서 희망을 찾는, 그러한 역설이 마키아벨리를 통해 우리의 정치적 삶 속에 자리를 잡길 기대한다.

    목차

    서문: 마키아벨리의 현재적 의미
    1 성찰적 일탈
    2 갈등의 미학
    3 비(非)지배 정치
    4 종파와 파당
    5 경계와 편견

    1부 마키아벨리의 토르소(torso)
    1 권력정치
    2 결과주의
    3 공화주의

    2부 이방인 마키아벨리
    4 희극을 쓰는 시인
    5 절망 속 희망
    6 마키아벨리의 침묵

    3부 마키아벨리의 도전
    7 포르투나와 비르투
    8 미덕과 악덕
    9 비(非)지배 자유

    4부 갈등의 정치사회학
    10 ‘다수’와 ‘소수’
    11 ‘참주’와 ‘군주’
    12 로마와 베네치아

    5부 해방의 리더십
    13 체사레 보르지아
    14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15 히에론과 브루투스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정치철학자이자 공화주의 이론가. 현재 중국 중산대학교(中山大學校)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국 루틀리지(Routledge) 출판사의 "Political Theories in East Asian Context" 시리즈 책임 편집자를 맡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마키아벨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방문교수, 그리고 숭실대학교 가치와 윤리 연구소 공동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비지배를 꿈꾸는 현실주의자], [지배와 비지배],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등이 있고, 옮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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