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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원제 : Sylvia Plath: Dra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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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화가로서의 특별한 면모, 시인 실비아 플라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한 예술가의 기록


지금껏 불우 여성 예술가의 이미지로 소비되었던 실비아 플라스.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감성을 자신만의 뜨거운 언어로 절규했던 그는 문학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놀라운 재능을 보인 예술가였다. 하지만 시와 소설에 비해 그림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책에 서문을 쓰기도 한 실비아 플라스의 딸 프리다 휴스가 2011년 런던 코크 가에 있는 메이어Mayor 갤러리에서 처음 그림들을 전시하고 2013년 영국의 출판사 파버 앤드 파버에서 이 드로잉집을 출간하며 화가로서의 실비아 플라스는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은 대개 테드 휴스와 결혼했던 1956년 그린 작품들이다. 이 시기 실비아 플라스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영문학을 공부했고 시인 테드 휴스를 만나 비밀리에 결혼한 뒤 파리와 스페인을 여행했다. 이때 펜과 잉크로 그린 파리의 지붕, 카페와 노점, 남편 테드 휴스의 옆모습에는 찰나를 포착한 아름다움이 빛난다.
딸 프리다 휴스가 화가로서의 실비아 플라스를 반추하는 서문과 더불어 남편 테드 휴스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두 통, 스미스대학에 재직하던 당시의 일기와 그 글에 언급한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는 이 책은 그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를 엿보게 해준다.
총 46점의 도판은 딸 프리다 휴스가 창작 연대순으로 배치했으며 그림의 색감과 질감 모두 원서에 실린 원화 그대로 담았다. 구겨지고 색이 바랜 종이, 스케치북에서 막 뜯어낸 듯한 흔적까지 전부 사실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실비아 플라스가 테드 휴스와 함께 여행했던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그린 그림은 당시 여행에서 그들이 느꼈을 정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디테일을 정교하게 재현한 솜씨가 돋보이는 그림과 그 작업 과정을 담은 글은 편편이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한 예술가가 남긴 잊을 수 없는 기록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난, 세상이 아주 또렷하게 보여요”
모래 한 알에 깃든 ‘영원’을 그리다


실비아 플라스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예술적 원천이 그림이라고 거듭 밝혔다.

외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머니는 열정적인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예술적 원천을 찾았어. 바로 그림이야.” (…) 어머니는 매사추세츠 주 스프링필드에서 아버지가 동석한 가운데 리 앤더슨과 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각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에요. 이를테면 다른 예술 형태에서 힘을 얻고자 할 때 음악보다는 미술에서 영감을 받지요.”
―‘서문’에서

미술은 항상 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 수업을 받았고 조르조 데 키리코와 앙리 루소, 파울 클레의 작품을 보고 시를 쓰기도 했다. 화가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는 것을 넘어, 그림 그리는 작업을 통해 세상을 또렷하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1956년 당시 실비아 플라스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려워 테드 휴스와의 결혼 사실을 숨겨야만 했다. 자연히 둘은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고 그는 그 고통을 “나의 온 존재는 당신의 부재로 갈가리 찢겼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고통받을 때 그는 그림을 그리며 평온을 얻었다.

난, 그저 혼자 있는 게 좋아. 독약 피하듯 사람들을 피하게 돼.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게 그저 싫어. (…)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져. 기도를 해도 산책을 해도 얻을 수 없는 평온이야. 선線에 몰두하다 보면 모든 걸 잊게 돼. (…) 잎사귀와 식물, 동물의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새로워져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19~21쪽에서

남편과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드러나는 그의 일면은 “아빠, 아빠, 이 개자식, 나는 다 끝났어”(시 「아빠」)라고 귀기 어린 목소리로 압도했던 그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있는 그대로 그리움을 표현하거나 신문사가 그림을 사갔다며 들떠 있는 모습은 그간 알지 못했던 실비아 플라스의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 그림 보면 엄마도 놀랄 거야”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선 한껏 자신감에 차 있는 예술가의 야심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머잖아 들판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면서 풀잎 하나까지 정교한 풍경화를 그릴 테야. 두고 봐. 한 폭 가득 풀잎을 그리면 분명 잘 팔릴 테니까. 모래 한 알에 깃든 ‘영원’이 내 눈에는 보여.
―24쪽에서

그는 얼마 뒤 스미스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시작하지만 생각처럼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못했고 단지 자신의 일기에다 그 막막함에 대해 쓸 뿐이었다. 그런 고통의 시간들을 잊고 몰아의 순간을 경험하게 했던 것도 바로 그림이었다. 그의 그림들은 풍경 전체를 영원의 시간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민들레 꽃잎에서도 모래 한 알에서도 영원의 기쁨을 발견하는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

“인생은 이처럼 이질적인 것들로 풍요로워지나 봐”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다


예술가로서의 운명을 실현하려 했고 동시에 자신다운 삶을 구축하려 했던 한 사람. 실비아 플라스가 그 순간 가졌던 세계를 그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선사한다. 그가 보았을 이질적인 풍경을 공유하다 보면 모든 사물을 다시 보게 될지 모른다. 또 다른 눈을 통해 삶은 조금씩 충일해진다.

기분 좋게 흐린 파리의 아침, 강둑에서 일하는 어부들이며 바지선 위에서 빨래 너는 아낙들의 모습을 센 강가에 앉아 바라보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살갗을 찌르는 듯한 스페인의 태양 아래 있다가 은근한 잿빛 하늘을 맛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 인생은 이처럼 이질적인 것들로 풍요로워지나 봐.
―48쪽에서

실비아 플라스는 그림 그리는 작업을 통해 ‘영원’을 가졌고, “오롯이 나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양식”을 완성했고, 거기서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일”은 온 존재가 갈가리 찢기는 고통 속에서 잠시 평온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고통을 안다. 하지만 그 반대쪽 삶의 자리에 대해선 모르거나 오해했다. 이제는 그가 사물을 바라보았던 방식 그대로 차분하게 응시해볼 일이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편혜영의 말처럼 “실비아 플라스의 재능은 언제나 우리의 이해보다 깊”기 때문에.

추천사

우리는 실비아 플라스를 안다. 그의 사랑과 죽음의 방식을 안다. 끝없이 고독하고 내밀한 일기를 안다. 날카롭고 견고한 시를 안다. 소설로 그려낸 삶의 진동을 안다. 우리는 실비아 플라스를 오해했다. 그가 가장 공들인 것은 자신다운 삶의 구축이었다. 그는 생을 투신해 자아와 고독과 영원의 불가해함을 이야기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시선이 닿은 예배당과 지붕, 카페와 노점, 키오스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키안티 포도주와 흔한 우산, 마로니에 열매도 비로소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선에 깃든 차분하고도 정교한 응시, 그리는 동안의 순수한 기쁨, 때로는 미완이어서 고독해진 그림에 가만히 흔들릴 것이다. 쓸쓸한 영원과 유일의 삶을 모색하는 실비아 플라스의 재능은 언제나 우리의 이해보다 깊다.
- 편혜영 / 소설가

목차

서문│화가 실비아 플라스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스페인에서
미국에서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본문중에서

1958년 3월 22일 외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머니는 열정적인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예술적 원천을 찾았어. 바로 그림이야. 앙리 루소나 고갱, 파울 클레, 데 키리코처럼 원초적 기운이 넘치는 작가들. (매주 청강하는 ‘현대미술사’ 시간에 교수님이 추천하는 대로) 미술 도서관에서 빌려온 아름다운 책들이 책상에 가득 쌓여 있어. 일 년 동안 간헐 온천수를 병에 꼭꼭 담아놓았던 것처럼 참신한 생각과 영감이 마구 샘솟고 있어.”
(/ p.10)

난, 그저 혼자 있는 게 좋아. 독약 피하듯 사람들을 피하게 돼.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게 그저 싫어. 그런데도 난 책상에 앉아서 갓 입학한 여학생들이 끝없이 묻는 질문에 일일이 대꾸를 해주고 있어. 이상한 사실은 그러다 보면 어느덧 내가 꽤나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사무적으로 일도 잘 처리하고, 감쪽같이 정체까지 숨긴 채 성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내가 경탄스러울 따름이야.
(/ p.19)

테드와 이곳저곳 다녔는데 내가 펜과 잉크로 세밀화를 그리는 동안 테드는 옆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때로는 그저 생각에 잠겨 있었어. 내가 그림 그리는 동안에 나와 함께 있는 게 좋대. 내 그림도 좋아하고. 내가 펜을 움켜잡고 재빨리 스케치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좋아하는데. 베니돔에서 그린 그림, 보고 싶겠지만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 생애 최고의 걸작들이야.
(/ p.47)

이 그림 보면 엄마도 놀랄 거야. 테드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어떤 그림을 봐도 뜨거운 태양 아래 나란히 앉아 있던 모습, 책을 읽거나 시를 쓰거나 이야기하던 테드의 모습을 온 머리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엄마, 신문을 최대한 많이 구해줘. 나한테 아주 소중한 그림들이야.
(/ p.61)

저자소개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2.10.27~1963.2.11
출생지 미국 보스턴
출간도서 5종
판매수 587권

193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스미스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1955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유학했다. 생전에 시집 [거상](The Colossus, 1960)과 소설 [벨 자](The Bell Jar, 1963)를 펴내고, 1963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981년 출간된 시 전집이 작가 사후에 출간된 책으로는 유일하게 퓰리처상 시 부문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인스닷컴(Joins.com)에서 서평 전문 기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작가님, 어디 살아요?』 『작은 공주 세라』 『디어 개츠비』 『사냥꾼들』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도시의 공원』 『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스팅』 『내니의 일기』 등이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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