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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뿔 : 윤순례 장편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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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 : 2013년 12월 24일
  • 쪽수 : 308
  • ISBN : 9788956607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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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루한 삶 속에서 미운 정 고운 정 싹틔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윤순례의 장편소설『낙타의 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우연처럼, 필연처럼 한 지붕 아래 모여 한철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행방불명된 애인이 사막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으며 황폐한 삶을 견뎌가는 효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데 성공했으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추방 위기에 놓인 조선족 여자, 내몽골 뒷골목 노름판을 주름잡다가 한국으로 도망쳐 온 사기꾼 구씨까지 허물어져가는 궁전빌라 301호에 모인 이들의 사연을 만나볼 수 있다. 사람 냄새 가득한 한 지붕 아래 살아가며 세상에 마음을 열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출판사 서평

저 멀리서 당신이 눈부시게 아프도록 빛난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윤순례 6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윤순례가 6년 만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낙타의 뿔》로 돌아왔다.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에 집중하고 은근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생의 긍정성을 견지해온 작가의 문학적 색채는 흡인력 있는 서사를 통해 그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
《낙타의 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진 한 여성의 내면적 방황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에 안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이방인들의 삶을 다룬 다문화 주제 소설로서도 그 빛을 발한다. 다른 색깔, 다른 질감을 가진 두 개의 서사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내는 작가의 문학적 원숙미를 느낄 수 있다.
행방불명된 애인이 사막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으며 황폐한 삶을 견뎌가는 효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데 성공했으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추방 위기에 놓인 조선족 여자, 내몽골 뒷골목 노름판을 주름잡다가 한국으로 도망쳐 온 사기꾼 구씨,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우연처럼, 필연처럼 한 지붕 아래 모여 한철을 살게 된다. 지지리 궁상맞은 비루한 삶 속에서 미운 정 고운 정 싹틔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온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밥상처럼 따뜻하고 뭉근하게 퍼져간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한 지붕 아래 모인 이들이 엮어가는 생의 교향곡

소설은 바다에 빠져 실종된 애인 규용이 어딘가 살아 있다고 믿으며 황폐한 삶을 견뎌가는 효은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어느 날 궁전빌라 공동 우편함에서 발견한 쌍봉낙타 사진이 인쇄된 엽서에 규용의 이니셜 g가 쓰여 있다는 이유로 그가 보낸 엽서라고 확신할 정도로 그녀의 기다림은 간절하다.
두 달 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에 들어온 조선족 여자는 외국인등록증만 나오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티격태격하며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조선족 여자는 아버지에게 들었다며 효은이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알린다. 스물세 해 동안 몰랐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효은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충격을 받고 가출을 결심한다.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효은은 낡은 엽서를 들고 규용의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결혼을 반대했던 그의 어머니가 어딘가에 규용을 숨겨두었을 것만 같아서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아들을 잊지 못하고 있는 효은에게 규용의 어머니는 그만 잊으라고,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단호히 말한다. 허탈한 심정으로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간암 말기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얼마 안 되는 재산을 탐내는 아버지 형제들의 비아냥거림과 시비에도 불구하고 조선족 여자는 혼수상태인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한다. 재산을 가로채려는 삼촌과 고모들에 맞서기 위해 조선족 여자와 효은은 손을 잡는다.
아버지가 없는 집으로 돌아온 여자와 효은은 끼니도 제때 안 챙겨 먹고 한동안 멍한 채로 지낸다. 그러다 먼저 정신을 차린 여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집을 청소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배우자에게 매달 칠십만 원씩 지급되는 국민연금과 전신안마기, 그리고 낡은 궁전빌라 301호 집 한 채뿐이다. 집을 팔아서 그 돈을 나눠 갖기로 합의한 두 사람은 그날 저녁 사이좋게 얼굴을 맞대고 앉아 함께 식사를 한다.
혼인신고 후 육 개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외국인등록증을 일주일이 모자라 발급받을 수 없게 된 여자를 위해 효은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신 편지를 써준다. 얼마 뒤 외국인등록증을 받게 된 여자는 동네의 모든 부동산에 집을 내놓는다. 금방이라도 집을 살 것처럼 구는 사람들이 수시로 다녀갈 때마다 효은은 조금씩 자신의 거취에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집을 담보로 가계약금 오백만 원을 받은 여자가 말없이 집을 나가 열흘 만에 돌아온다. 내몽골 뒷골목에서 노름판을 주름잡았다는 구씨라는 남자를 달고서다. 한 달만 먹여주고 재워주면 꿔간 돈 천만 원을 갚겠다는 구씨의 ‘구라’에 여자는 또다시 속을 것을 알면서도 그를 궁전빌라로 데려온 것이다. 투덕투덕하면서도 가끔은 오래 산 부부처럼 보이는 두 사람과 한 지붕 아래 살게 되면서 효은은 조금씩 세상에 마음을 연다. 그러면서 사람 냄새 가득한 ‘가족’이라는 신기루를 마주하게 된다.

외롭고 소외된 이들을 위무하는 따뜻한 ‘낙타’들의 이야기

작가는 책의 서두에 다음과 같은 몽골 설화를 인용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 낙타에게는 신이 준 뿔이 있었는데 사슴의 꾐에 빠져 뿔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 그래서 낙타는 우아함의 상징이었던 뿔을 그리워하며 지금도 지평선만 바라보며 사슴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온몸에 주렁주렁 짐을 매달고 사막의 모래를 헤치며 묵묵히 걸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낙타가 원래는 사슴의 우아한 뿔을 달고 있었다는 상상이 흥미롭다. 사막의 사람들은 그렇게나마 자신들의 그것과 꼭 닮은 낙타의 생을, 운명을 위로하고 싶었던 걸까.
소설에서 ‘낙타’는 중심 바깥으로 밀려난 채로 중심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내면적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산송장처럼 현실을 방랑하는 효은이나,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조선족 여자나 구씨 등은 모두가 신기루에 홀려 유랑하는 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작가는 우리 일상 속 평범한 ‘식사’가 사실은 이렇게 삶의 중량감을 견디기 위한 애달픈 노력이며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순간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말대로 “발바닥이 트고 갈라지고 옹이진 쌍봉낙타들이, 저마다 신산스러운 사연을 간직한 채 모여들었다가, 잠시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약속도 예고도 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져”가는 것이다.

누군들 삶 속에 보금자리를 찾아 떠돈 유랑의 시절이 없겠는가.
갑작스런 비에 남의 집 처마 밑에 날개 접고 앉은 새처럼
외롭고 축축한 밤을 위무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_‘작가의 말’에서

■ 추천의 글

사슴에게 속아 뿔을 잃고 사막의 지평선을 외로이 바라보는 낙타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린다. 야생의 터전을 떠나 좁고 옹색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 나팔꽃 씨처럼, 이들이 운명의 경계를 넘어 삶을 틀어쥐려는 안간힘은 눈물겹고 치열하고 감동적이다.
_권지예(소설가)

여기, 허물어져가는 궁전빌라 301호로, 발바닥이 트고 갈라지고 옹이진 쌍봉낙타들이, 저마다 신산스러운 사연을 간직한 채 모여들었다가, 잠시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약속도 예고도 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져간다. 그 저문 푸른 빛, 허무하지만, 삶은 거기서 다시 피어나기 위해, 나팔꽃처럼, 꽃봉오리를 힘껏 오므린다.
_복도훈(문학평론가)

■ 윤순례 작가 인터뷰

Q. 《낙타의 뿔》 출간을 축하드린다. 2007년 소설집 《붉은 도마뱀》 이후 6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장편소설인데,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A. 6년의 공백 기간 동안에 문예지에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지만 장편소설에 치중하느라 출간에 전연 신경 쓰지 않았다. 한 권 분량이 훨씬 넘는 소설집 원고들을 접어둬도 될 만큼 이 소설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출간이 자꾸 미뤄지며 한동안 내게서도 멀어졌었는데, 그 덕분에 굵은 뼈대 위에 다른 살을 붙이고 새 가지를 치고 나올 수 있는 ‘시선’과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한때는 ‘방황’으로 이름 붙이고자 했던 그 소중한 공백의 시간들에 대해 기꺼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Q. ‘낙타의 뿔’이라는 제목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A. 생의 짐을 주렁주렁 매달고 사막을 가는 낙타에게 있어 사슴이 지닌 우아한 뿔은 먼먼 동경이 아니겠는가. 원래 있었지만 세상살이에 치여 잃어버렸다고 여긴다면 척박하고 질퍽한 길이 조금은 수월하게 여겨질 것이다. 긴긴 생의 끝에 돌려받을 무엇이 있을 거라는 염원은 고단한 삶의 수고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다.

Q. 일인칭 화자 효은의 새어머니가 된 조선족 여자는, 한국 땅에 발붙이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체류 허가를 얻기 위해 법무부 장관에게 편지까지 쓴다. 내몽골 뒷골목 노름판을 주름잡다가 한국으로 도망쳐 온 사기꾼 구씨의 캐릭터는 해학적이면서도 어딘가 짠한 데가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조선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설은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 같다. 몽골 사막을 여행하면서 소설의 소재를 얻었다고 들었는데, 이들을 소설로 불러오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조선족들에 대한 취재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 각지의 조선족 마을들을 다니기 위해 가리봉동에서 만난 조선족 아저씨를 가이드로 섭외했고,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선 것은 이 소설의 구상 단계에서였다. 한 달 가까이 장춘, 도문, 길림, 연길, 훈춘, 대련, 단동, 내몽골 등지를 다녔지만 구체적으로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희미했다. 소설 출간 계약서를 무효화시키고 떠난 세 달가량의 유럽 여행 중에 해외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들을 보게 될 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내 방황과 맞물려서 보게 된 그들의 삶은 굳이 무엇을 캐내고자 하지 않아도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후미진 가리봉동 뒷골목에서, 조선족 마을에서 만난 이들에게서, 밤을 새워 달리는 중국의 낡은 기차간에서 두 눈을 활짝 열어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술술 잡혀 왔다. 중심부 밖으로 밀려난 곳에서 중심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 역사책에 단 한 줄로도 생애가 기록되지 못할 사람들……
기존의 소설을 덮고 새로 썼을 때 ‘구씨’가 소설 속으로 슬슬 등장하던 순간의 내 놀라움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그는 자신의 여행 경비만 대준다면 수고비 없이 나를 중국 어디든 안내할 수 있다며, 내 취재 여행 전반의 플랜을 혼자서 짠 이였다. 함께 여행하는 내내 중국에서 태어나 군인으로 퇴역할 때까지의 생활과 중국 각지를 돌며 장사를 했던 시절을 끝없이 늘어놓던 이. 그는 살기가 팍팍해 만주로 이주한 조부모가 있었으며, 전쟁으로 막힌 압록교가 갈라놓은 이북의 형이 있었고, 전쟁 중에 상처한 아버지에게 재가해 온 새어머니가 귀화해서 살고 있는 한국 땅이 자신의 고국이라 여기고 있었다. 나는 그가 담배 연기와 함께 퍼 올리는 지난한 세상살이와 넋두리를 타지에서의 눅눅한 밤들과 함께 그저 견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귀국길에 그가 내 가방에 숨겨 무난히 세관을 통과하기를 바라며 밀어주던 가짜 비아그라 뭉치를 마지못해 받으면서도 인천항에 떨어지면 적당히 수고비를 찔러주고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리라 작정했다. 그의 진짜 얼굴을 내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Q. 가족을 잃었거나(효은), 만들고 싶거나(조선족 여자), 그럴 생각이 없는(구씨) 세 인물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우리 일상 속 평범한 한 순간이 사실은 이렇게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밥을 지어 같이 나눠 먹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A. ‘혼자가 아님’을 의미한다. 삶의 우연이나 필연으로 한 지붕 아래 모인 그들이, 녹록지 않은 삶의 중량을 견디기 위해 최소한으로, 최대한으로 필요한 것이 음식이다. 어쩔 수 없는 그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은연중에 동질감을 넘어 인간의 대한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그 식사가 묵은지와 신선도 떨어지는 고등어와 짠맛만 남은 장아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마음이 약해지지 않으려면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Q. 작품에서 한국인 남편을 여의고 거취를 불안해하던 조선족 여자는 결국 집을 나간다. 구씨는 살인 사건에 휘말렸다가 조사 받고 풀려나 자취를 감춘다. 남은 것은 효은뿐인데, 작가의 말에 쓴 문장을 인용하자면 ‘갑작스런 비에 남의 집 처마 밑에 날개 접고 앉은 새’ 같았던 두 사람이 집을 떠남으로써 단란했던 이들의 한철이 끝난 셈이다. 그들은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게 될까?

A. 바람에 날린 씨가 어느 땅에 떨어져 또다시 뿌리를 내릴지 아는 이가 있겠는가? 독자의 상상과 통찰에 맡겨야 될 부분이다. 바다처럼 넓고 깊을 독자의 삶의 지평에 작가가 무슨 권한으로 손을 뻗치겠는가?

Q. 준비 중인 다음 작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A. 2012년에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했고, 중단편소설집 지원금으로 천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2편의 단편소설 집필이 마무리되면 이제까지 써온 단편들을 묶어 두 번째 소설집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목차

1장 마음이 착해 받은 상
2장 어느 날 다가온 꾀보 사슴
3장 서역잔치를 위한 나날들
4장 돌려받지 못한 뿔
5장 지평선 너머의 석양을 닮은 눈
6장 사슴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7장 내 뿔을 돌려다오
8장 말떼와 양떼가 풀을 뜯는 초록 구릉
9장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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