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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 당신은 무엇을 믿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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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뭘 믿으십니까?"

종교적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인류역사상 가장 오랜 논쟁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우리들 각자의 믿음의 사실성 여부는 결국 그것을 보는 관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어째서 저토록 그릇된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곤 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이 이렇게 손에 잡힐 듯 명확한데도 말이다. 이렇게 종교적 문제를 둘러싼 열띤 논쟁에서 씁쓸함을 맛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를 위시한 일련의 학자들은 이런 의혹을 일깨운다. 소위‘새로운 무신론자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종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학문적 이성을 따르지 않으면 틀림없이 맹목적이고 비과학적인 믿음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주장에 과학적 측정 등을 통해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울리히 슈나벨은 이를 물리학과 비교하여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물리학도 1920년대에 매우 유사한 문제에 부딪힌 적이 있다. 물질의 내부로 파고드는 데 최초로 성공한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지극히 모순적인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험하기에 따라 극단적으로 상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자와 양자는 때로 작고 단단한 구슬처럼 보이는가 하면 끝없이 늘어진 웨이브 모양을 띠기도 했다. 또 어떤 측정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지점에 집합되거나 동시에 여러 지점에 분포되기도 했다. 원자의 실체가 지닌‘진짜’특성에 관해 오랫동안 격렬한 논쟁을 벌인 뒤에야 학자들은 기존의 개념만으로는 이 문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물리학자들은 각종 실험결과를 정확히 계산할 때 사용되는 수학적 풀이 이른바 양자론을 고안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욱 깊숙한 영역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작해야 확률만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가령, 양자실험에서 개별 원자가 어떻게 행동하는가? 또는 그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배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측정 가능한 결과이다. 다른 모든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울리히 슈나벨은 물리학자이자 신문사 편집인이다. 언론인이든 물리학자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함부로 믿는 일은 금물이므로‘회의주의자’가 주 직업인 셈이다. 맹목적인 종교인이 두 분야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종교적으로 사회화되어 있다. 친척 중에는 기독교 목사와 선교사가 있고, 친구들 중에는 남녀 불교 승려들이 있다. 선불교 명상을 통해 그는 개인적 성향과 기질에 들어맞는 종교 행위의 한 형태를 발견하기도 했다. 선불교는 초자연적인 힘이나 현세를 초월하는 존재에 대한 믿음보다는 자아 발견 및 현시점에 집중하는 수행을 중시한다. 따라서 선불교는 통상적인 의미의 ‘종교’가 아니라 실용적인 의식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깊은 의미에서는 선불교 수행과 기독교 사이에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두 종교 모두 자기중심적 태도를 버리고 실재에 대한 제한적? 일상적인 시각을 뛰어넘는 일을 중요시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스무 해 남짓 선불교를 접하면서 그는 선불교와 기독교의 긍정적인 공통점뿐 아니라 부정적인 공통점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가령 선불교의 종파들도 부분적으로는 교회와 매우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권모술수나 정치적 저울질,‘순수’교리를 둘러싼 위계와 서열상의 갈등과 알력, 한 마디로 모든 종교체계에서 볼 수 있는 인간적인 문제들이 그것이다. 특정한 종교에서 이런 요소가 여타 종교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종교란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모든 종교전통에서는 종교의 핵심과 그 사회적 부산물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거론된다. 좀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는 종교가 갖는 해방과 구속의 효과를 어떻게 구별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허용되는 것, 나아가 강요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하는가? 참된 종교적 수행 정진이 집요한 근본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는 이처럼 긴장으로 점철된 종교라는 영역을 집중 조명하고, 학문적지식과 인터뷰, 연구 분석 결과를 활용해 종교의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을 냉철하게 논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기도와 수행에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평가하고 어떤 믿음의 조건이 치유력을 발휘하는지 서술한다. 샤먼 의식을 조명하는가 하면 LSD와 같은 약물 체험과 종교적 체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헤치며, 인간에게서 신앙을 앗아가고자 한 역사적 시도를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신자들의 이타주의 역시 심리학의 실험대에 세워진다. 기도와 명상 수행이 뇌의 신경활성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뇌 연구가와 인식연구가들의 설명도 실려 있다. 울리히 슈나벨은 과학적 발견을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묘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그리로 안내한다. 명상하는 뇌 연구가 볼프 징어,‘시편 실험을 한 신경학자’니나 아자리, 하늘의 힘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하는 천문사학자 위르겐 하멜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인물들과의 교류와 인터뷰를 통한 대화가 그것이다.

10~20년 전만 해도 사회학자들은 세속화된 서구 사회에서 종교가 점차 종말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유럽의 탈脫 교회 현상이 지구 전체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이것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새삼 놀라고 있다. 유럽 외에서 종교적 분파와 세력이 여느 때보다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 세계정치 무대에서 종교가 다시금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세속화된 서구 자신도 별안간 믿음의 문제에 직면했다. 표면적으로는 다른 종교문화권의 요구와 관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지만, 그 속에서는 자기 종교에 대한 확신 및 그 뿌리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곳곳에서 거론되는‘종교의 귀환’문제는 학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는 신학을 위시해 사회학, 문화학, 철학 등의 인문학 분야에서만 다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다른 분야의 대표주자들도 점차 종교적?영적 문제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종교 시스템의 인류학적 기원에 관한 논문, 종교 공동체에 대한 경제적 분석, 명상에 관한 신경생물학적 연구, 믿음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의학적으로 밝혀낸 연구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들의 치열한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불가피하게 새로운 학문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학문에 아직 공식 명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를 슈나벨은‘믿음연구’라 명명한다.

믿음연구의 결과물은 흔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며 비판의 여지도 많다. 지난 몇 년간 학자들이 과장스럽게 내놓은 가설(예컨대 뇌에서‘신의 유전자’혹은‘신의 모듈’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 등)이 다 맞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종교뿐만 아니라 학문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한 채 믿음의 생물학적 요인과 실험실에서의 신비 체험, 종교 및 샤먼기술의 시초, 사후세계 체험, 믿음이 지닌 치유의 힘, 종교적 자비심 실험, 현대 영혼연구 등에 관해 논한다. 신앙의 부정적 측면, 다시 말해 종교 공동체의 배타적?광신적 성향 및 각 종파의 내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책을 구성하는 장의 순서는 내용상 서로 조화되지만 반드시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장은 하나의 독립된 내용으로 읽힐 수 있다. 또한 놀라운 실험이나 흥미진진한 이론뿐 아니라 그러한 연구 업적이나 사상 뒤에 숨은 200명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소개된다. 믿음만큼 개인적 특성이 강한 연구대상은 없기 때문이다. 믿음 연구가들이 내놓은 결과도 연구자 본인 및 그들의 희망, 특징적인 종교적 체험과 긴밀히 엮여 있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각 장 사이에 종교적 체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도와줄 특정 인물과의 만남과 대담, 인물 소개 등을 싣고 있다. 이런 대화는 쉬어가는 페이지이자 각 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현대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각양각색의 믿음을 실천하며 사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신앙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 한편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믿음이 어떤 것인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그릇된 논쟁

제1장 믿음의 의학
1. 기적 치유
2. 기대의 치유력
3. 은혜의 예측 불가능함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뭘 믿으십니까?"

제2장 박애와 광신 사이
1. 윌리엄 롭델의 신앙투쟁
2. 빈 라덴 대 테레사 수녀
3. 시험대에 오른 자비심
4. 신자의 유형 분류

심령 인터뷰
종교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에게 경의를 표하며

제3장 뇌 연구와 초월성
1. 종교심리학에서 신경신학으로
2. 퍼싱어 박사의 오토바이 헬멧
3. 신의 목소리
4. 뇌 속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
5. 실험실에서의 명상 연구
6. 신경신학이 간과한 것

"자기 자신과 타협하기"
뇌 연구가 볼프 징어와의 담화

제4장 종교적 사상의 시초
1. 다르게 보는 창조 신화
2. 샤먼의 기술

"우리는 우주의 영향력 하에 살고 있다."
천문사학자 위르겐 하멜과의 담화

제5장 믿음의 진화
1. 다윈 대 창조주
2. 종교가 죽지 않는 이유는?
3. 독실함의 유용성에 관해

‘믿음, 사랑, 소망’
함부르크 여류 교구목사 아네그레테 슈톨텐베르크와의 만남

제6장 신비와 이성 사이
1. 환각 속에서 계시를 받다
2. 진리가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인 이유

‘파란 화병의 비밀’
정신과 의사 겸 신비주의 연구가 아서 데이크맨과의 명상

제7장 종교적 차원
1. 오늘날 우리가 믿는 것은?
2. 새 빛 속의 영혼
3. 회고 및 정리

에필로그
종교와 웃음

감사의 말

본문중에서

1976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는 책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영국인 동물학자 도킨스는 오래 전부터 어떤 종교적 믿음도 거부해 왔다. 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신이 ‘편협하고 불공정하며 뒤끝이 많은 괴짜 통치자’이자 ‘여성에게 적대적이고 동성애를 혐오하며 인종차별적이고 아동학살과 민중학살을 일삼는, 역겨운 데다 과대망상에 빠져 있고 가학 피학적이고 변덕스러우며 교활하기까지 한 폭군’이라고 가차 없이 비난한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Oxford에서 대중이해Public Understanding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이런 학자를 그토록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비단 이슬람과 기독교로 특징 지워지는 종교적 근본주의뿐이 아니다. 종교관이 ‘진실을 파헤치는 지성에게 위협’이 될지 모른다는 근심도 이에 한몫했다. 도킨스는 종교적 믿음이 인간으로 하여금 ‘아무런 답도 주지 못하는 뭔가에 만족하게끔’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학자들과 계몽된 휴머니스트가 온 힘을 모아 그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킨스를 지지하는 학자도 다수이다.[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에서 ‘종교가 세상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설명한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종교의 종말The End of Faith]을 쓴 신경학자 샘 해리스Sam Harris,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를 통해 종교라는 거짓 마술을 타파하고자 한 생물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 ‘우리에게는 신이 필요 없다’라는 신념을 지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옹프레Michel Onfray가 그들이다. 동시에 반대 진영도 생겨났다. 스탠퍼드의 기독교 성향을 지닌 생물학자 조앤 러프가든Joan Roughgarden은 [진화와 기독교 신앙Evolution and Christian Faith]에서 진화론이 기독교 신앙과 충분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정부의 인간게놈프로젝트 총지휘자이자 독실한 기독교도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신의 언어The Language of God]를 통해 ‘신앙의 증거’ 비슷한 것을 제시하고자 했다.
물론 진화생물학이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철저히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은 도킨스도 인정한다. "그러나 반박할 수 없는 것은 그것 말고도 무한히 많다." 그러니 정신이 만들어내는 것을 모두 믿어야 한다는 건 아니어도 한참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가령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도 얼마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 풍자 종교는 2005년 바비 헨더슨Bobby Henderson에 의해 창시되었다. ‘면Noodle성’을 숭배하는 이 종교는 어느덧 ‘파스타파리안Pastafarian’이라는 수제자들로 구성된 공동체까지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헨더슨은 심지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복음서]도 집필했다. 도킨스는 근본주의적 신자들의 척도에 비추어 보면 이 우스꽝스러운 종교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파게티 괴물이 존재할 확률은 신의 존재 확률과 마찬가지로 매우 희박하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떠받드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학문이 아닌 각 종교의 의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신을 부정하는 것 역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 p.301)

리처드 도킨스같은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인류학자를 끌어다 붙이곤 한다. 그러나 정작 인류학자들은 앞서 서술한 이유 때문에 종교에 대한 그들의 적대적인 태도에 거리를 둔다. 프랑크푸르트의 한 심포지엄에서 파스칼 보이어를 만났을 때, 그는 ‘새로운 무신론자들을 보면 다소 당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초자연적 존재와 제식화된 행동 방식에 대한 믿음을 발달시키는 것이 인간의 평범한 본성임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킨스가 이를 다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듯하다고 했다.
"무신론자들은 바르게 사고할 능력이 없거나 지나치게 제한적인 시각만을 지녔거나 세뇌 당한 사람이 종교를 갖는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인간이 ‘바르게’, 다시 말해 무신론적으로 생각하도록 계몽하는 것이 그에 대한 해결책이라 여기지요." 보이어는 이렇게 정리한 뒤 한마디 덧붙였다. "제가 보기에 이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습니다." 그 이유는 뇌의 자연적 기능방식이 바로 종교적인 생각을 낳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는 자연이 정해 놓은 방식 그대로 기능한다. 종교적 사고를 뿌리 뽑을 경우 지금보다 합리적이고 심지어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도킨스의 가정은 실질적 증거가 전혀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보이어는 주장한다. 스스로를 ‘아젠다Agenda 없는 무신론자’라 칭하는 보이어는 자신의 이론에도 예외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어떤 문화에서건 종교적 물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일정 정도 있으니까요. 이는 그저 표현형(phenotypic,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외적으로 드러나는 형질 ―역자 주)의 일종일 뿐입니다." 그를 현대 진화학적 종교 연구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종교적 중립성인지도 모른다.
다른 인류학자 및 진화생물학자들도 매우 유사한 주장을 한다. 스콧 애트런은 자신도 무신론자이며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행사하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항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앙 자체를 퇴치하려는 시도는 ‘낭만적 사랑의 비이성을 퇴치’하려 애쓰는 일만큼이나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천국에 가고 싶어 조급해하는 아들을 둔 영국인 진화생물학자 루이스 월퍼트는 도킨스의 공격적인 종교비판보다 훨씬 온건하고 관대한 관점을 내놓았다. 현명하게도 월퍼트는 타인의 신념은 거부할지언정 ‘믿음이라는 능력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간파했다.
(/ p.331)

일본 선불교의 도겐 기겐(1200―1253) 선사는 대략 비슷한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마치 메아리처럼 그와 비슷하게 들리는 가르침을 남겼다. "도를 탐구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다. 자신을 탐구한다는 것은 자신을 잊는다는 뜻이다. 자신을 잊는다는 것은 전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선승인 그는 대표작 [정법안장(쇼보겐조, 正法眼藏)]에서 이러한 공식을 바탕으로 선불교의 근본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비슷한 관념은 비단 기독교와 동아시아 신비사상에만 있는 게 아니다. 뜻밖에도 한 코미디언이 최근에 이를 증명했다. 하페 케르켈링(Hape Kerkeling)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된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원제: Ich bin dann mal weg)]에서 야고보 순례길 체험을 이야기한다. 여러 주 동안 도보여행을 하며 그는 궁핍함과 발 통증,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체험했다. [차이트]지와의 인터뷰 중에 순례길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매우 진지한 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사람은 언제나 나는 나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본인이 만들어내는 합성물일 뿐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면 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닙니다. 코미디언도 아닙니다." 그리고 케르켈링은 역설적인 선불교 경구처럼 들리는 깨달음을 피력했다. "‘나’는 사실 본질적이지 않으며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 p.463)

저자소개

울리히 슈나벨(Ulrich Schnabe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2~
출생지 독일
출간도서 3종
판매수 3,044권

카를스루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출판학을 전공한 저자는 현재 독일 최대 종합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에서 과학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인간의 삶과 직결된 과학적 질문들을 흥미롭고 날카롭게 탐구한 칼럼들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인 그는 독일에서 가장 유머러스하고 영향력 있는 인문 과학 저널리스트로 손꼽힌다. [디 차이트] 외에도 [게오GEO]라는 잡지에 종교와 의식 연구를 주제로 흥미로운 기사들을 써 왔다.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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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학과 정치학을 수학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도서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토니오 크뢰거》, 《씽커스-20세기를 창조한 12명의 지식 정복자들》, 《행복의 연금술》, 《문학과 미술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신데렐라 카니발》, 《종교는 왜 멸망하지 않는가》, 《내 아이 때문에 미칠 것 같은 50가지 순간》, 《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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