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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이미지 : 사고의 그늘, 말들의 그림자[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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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수미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 : 2013년 11월 18일
  • 쪽수 : 36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73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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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비평가 강수미, 사유·쓰기·언어에 대해 말하다

비평하는 사람도, 글 자체도, 읽는 사람도 행복한 그런 비평은 가능한가?
실용의 목적으로는 누구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스스로 죽는 책’


오늘날 비평은 자율적으로 존재하는가?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로부터 충분히 그 존재의의를 인정받고 있는가? 비평이라는 장르는 장르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인문학을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는가? 이도저도 아니면 혹시 비평은 서서히 소멸되는 중은 아닌가? 오늘날 비평엔 ‘지사志士’의 이미지도 ‘댄디’의 이미지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 어떤 네이밍도 머물지 못하고 그 표면에서 미끄러진다. 비평은 꼭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 최소주의의 원칙으로 각 분야에서 연명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비평 행위를 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비평을 읽는 사람은 더더욱 적어졌다. 그래도 비평을 하는 사람이 있고, 비평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루틴한 비평도 여전히 굴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비평을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하는가? 비평을 사랑하는 비평가는 존재하는가? 여기 그 사람이 있다. 니체의 말을 빌어 "이 사람을 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비평의 이미지]라는 책으로 다시 비평의 본원을 해부하는 저자 강수미 교수는 "비평의 여름에도 비평은 존재했고, 비평의 겨울에도 비평은 존재한다"고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비평을 사유하는 비평’은 주로 문학비평의 영역에서 ‘활발히’ 전개되었다. 하지만 사회 전 영역에서 비평의 위기가 한 차례 몰아친 지금 비평적 사유의 활력은 확실히 위축되었다. 이런 시점에 이 책은 비평의 존재를 원론적인 측면에서 다시 환기시킨다. 그것도 문학비평이 아니라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하여 언어와 이미지와 비평가의 세 축을 횡단하면서 좀 더 근원적인 텍스트 비평의 존재 양상을 묘파해나간다. 그것은 언어를 사랑하는 비평이며, 추상에 도전하는 비평이고, 이미지를 닮아 있는 언어이며, 궁극적으로는 거미가 거미줄을 짓듯이 아름답게 완성되어 흔들리는 글쓰기다.
이 책에서 저자 강수미는 비평가의 내면을 사막의 내리쬐는 뙤약볕 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거기서 활짝 펼쳐놓는다. 거기엔 비평의 근육과 살점 뼈마디들이 다 들여다보인다. 비평과 사유, 비평과 글쓰기, 비평과 구조, 비평과 사회, 비평과 상상력 등이 맺고 있는 디테일한 관계들이 유리알처럼 들여다보인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저자가 그렇게 널어놓은 비평의 조각들을 다시 하나의 유기체로 합쳐놓는다는 점이다. 사유와 글쓰기의 예리한 주재자인 저자는 그 자신이 "세속적 경험의 편집으로서 디테일, 세계의 촉각적 미니어처로서 디테일, 무작위의 정교함으로서 디테일, 디테일 이후의 디테일, 투명한 질료의 조각적 디테일, 내러티브의 디테일, 사건을 재구축하는 디테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층위와 감각들을 구별하고 서로 상응하는 언어와 문장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일이 왜 이다지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설득한다. 그게 바로 이 책 [비평의 이미지]다.

저자 강수미는 묻는다. 어떻게 하면 비평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비평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비평 글 자체도 행복하고, 그것을 읽는 사람들도 행복한 그런 비평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은 비평의 풍경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것을 ‘풍경’이 아니라 ‘이미지’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이유는 내가 쓴 것들이 총체적이고 완결된 글들의 스펙트럼이 아니라, 현상에 부합하는 단어를 찾아 헤맨 ‘사고의 그늘’이거나 지각의 모호한 양상을 가시적이며 가독성 있는 상태로 번역하려 하면서 풀어낸 ‘말들의 그림자’에 가깝다.
또한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은 ‘스스로 죽는 책’이라고 말한다. 요는 이 책 [비평의 이미지]는 정체가 없는 책이며, 그 때문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독자를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서점의 어느 분야 서가에 꽂혀야 할지 알 수 없는 책, 실용성의 목적으로는 누구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누구도 그 안에서 명쾌한 주제와 유기적인 논지와 실제적인 유용성과 최소한의 명분을 찾아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책. 아무도 읽지 않으리라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데도 결국 저자 자신이 세상으로 내보낼 책, 그렇게 나와서는 침묵 속에 죽은 듯이 누워 있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엔 형식적으로는 여느 책과 다름없이 1부와 2부가 있고, 그 아래 두 개의 장 또는 세 개의 장이 배치됐으며, 그 장 안에 여러 편의 글이 포진되었지만, 각각의 글이 책 전체의 모든 면에 일사불란하게 부응해 들어가지 않는다. 중구난방이 맞고, 좌충우돌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중구난방처럼 느껴지고 좌충우돌하는 것 같은 글들의 강압을 견디는 것이었고, 내 의지를 발휘하거나 억지로 통제하지 않은 채 거칠거칠한 마찰을 계속 겪는 것뿐이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책엔 수많은 시각미술을 다루지만 단 한 컷의 사진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에 참고도판을 실을 것인지를 두고 책 쓰는 내내 고민했다. (...) 나는 오히려, 세계의 무한한 이미지를 말하지만 그 시각적 만족을 ‘쉬운 방식으로’ 해결해주지 않는 책의 존재가 그리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의미와는 다른 이미지를 넣기로 했다. 오로지 언어로만 이뤄지는 이미지가 그것이다. 그 이미지들은 이 책 속의 단지 몇몇 곳에서 언어가 글과 겪는 마찰, 언어의 움직임, 언어가 풍기는 뉘앙스, 언어가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전하는 골목길로 나타날 것이다. 그 골목길을 나 또한 두고두고 걸어볼 것이다."

1장 ‘비평의 이미지’는 오직 언어, 비평, 글쓰기 이 세 가지만 생각하는 곳이다. 그 생각은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계속 떠오르고, 그렇지만 결국 안정되고 확고하며 저자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답을 찾지는 못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생각이라는 것은 정말로 명료해야만 글이 되는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어디에 있다가 이렇게 언어로 풀려 나오는 것일까? 문장은 어떻게 쓰는가? 비평의 됨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글이 잘 써진다’ 또는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말하는데, 어째서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이 써지는 것이라는 언어 습관이 붙었을까? 현실은 왜 글이 아닌가? 혹은 왜 글은 현실이 아닌가?(아니, 이 질문은 잘못됐다. 도대체 왜 글과 현실이 동일시되어야 하는지부터 의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기서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잘 쓰고 있는가, 뭐라고 써야 할까, 누가 읽는가?
이 장의 모든 것은 이러한 질문들의 산더미, 잡동사니, 카오스로부터 주제를 건져내고,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조직해나가는 비평 행위를 이미지로 펼쳐냈을 때 눈과 머리와 손가락으로 흘러 들어와 글의 모양새를 하
고 흘러나온 것이다.
2장 ‘이미지 글쓰기’에 대해 저자는 "정체가 없다"고 말한다. 문학 장르로 구별하거나 글쓰기 형식으로 구별할 정체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 글들은 소설의 한 단면을 모방하기도 하고, 영화를 통해 말하기도 하며, 심각하게 ‘회화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학도, 영화평론도, 미술비평도 고집하지 않는다.
시사時事가 섞여 있지만 정보를 전달하거나 문화 비판에 큰 목적을 둔 것은 아니며, 철학적 화두를 품고 있기는 하지만 논증보다는 사고와 글쓰기의 현실적 전개를 더욱 긍정한다. 이때 ‘현실적 전개를 긍정한다’는 말뜻은 저자가 자신의 의도에 맞춰 생각과 글을 통제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드는 바에 따라서, 글이 써지는 형편에 따라서, 그 힘들에 저자가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목차

서언

제1부

1. 비평의 이미지

아둔한 저자의 이미지
사랑의 상상력
틀. 사유하는 당나귀
바르트, 기호의 제국
거기서

批評, 그 문자 속에서 비평의 이미지
비평 시간
바벨의 침묵
방사放射와 언어의 불가능성

2. 이미지 글쓰기
반쯤 실현된 욕망
이미 성공한 실패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영원히. 또한 비대칭적으로.
표식 없는 이들의 나라는 없다
표식 목록
일본식 정원과 글쓰기의 아름다움
체셔 고양이의 미소와 예술의 사라짐
공작새의 무지갯빛 깃털 같은 차이
현실에서 호러까지 한 걸음
잠든 전쟁의 신
그림의 진리와 불충不忠

제2부

1. 비평의 철학

상실한 아담의 언어
이미지와 텍스트
분류의 인간학적-미학적 면면
예술의 미세한 분할 능력
놀이=선물로서의 예술
우리의 복수 실존과 나의 단수성
실패 연구

2. 이미지로부터
이미지와 인간의 조건
미술가의 자화상과 나르키소스
성장의 불꽃을 지닌 자화상
낭만주의와 숭고의 그림
완벽한 사랑, 완벽한 미술
현대미술의 위반과 확장
우리는 사회 속에서 함께 사는 존재

3. 미술을 넘어
관계 지향적 예술과 그 영향들
아직 이름이 아닌 것: 이수경적인 것
다공성多孔性의 감각기계: 이기봉의 미적 메커니즘
비/의미: 함양아의 미술에서 사회적 삶
디테일의 우주

바탕 글 / 참고문헌 /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언어의 바늘에 거의 다섯 단어 중 한 번씩 손이 찔리는 서툴고 아둔한 저자가 있다. 그 저자에게 단어들은 일직선의 실이 아니며, 문장은 그 일직선의 실이 당연하게 수놓는 꽃무늬 같은 것이 전혀 아니다. 솜씨 좋은 장인이라면 아마도 제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 의식하지 않은 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쓱싹쓱싹 베틀을 움직여 꽃무늬 깃든 비단을 지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 아둔한 저자에게는 하나의 단어를 선택하는 일이 언어라는 바늘에 손이 찔릴까 긴장하며 더듬거리는 의식적인 행위다.
(/ p.20)

상상력이란, 그와는 달리, 아주 작은 것에다가도 아주 많고 다양한 다른 것과의 관계를 접목시켜줄 수 있는 애정 어린 사고력이다. 동시에 어떤 존재들 간의 외관상의 유사성과 더불어 뉘앙스, 톤, 분위기처럼 파악하기에 까다로운 감각 질까지 지각해낼 수 있는 감수성이다. 그런 사고력과 감수성은 무색무취의 어떤 재능으로 단번에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잡다단한 삶을 살면서 우리가 몸과 마음으로 겪는 지적, 정서적, 감각적 경험을 바탕삼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와 내용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 p.26)

비평의 교차점/교착상태는 비평가 주체가 비평 대상에 대한 적확한 언어를 떠올릴 수 없고 생각한 바와 동형동질인 문자를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하고 쓰고자 하는 욕망 및 의지에 붙들려 있는 형편을 의미한다. 언어와 글 쓰는 이가 조화롭게 공조하면서 글을 써내지 못하고 서로를 밀쳐내는 어떤 지대. 비평의 영토로부터 밀려나 사물처럼 굳어지고 닫힌 글쓰기의 상태. 그런 만큼 이 소외의 상태는 언어에게는 비생산의 처지, 필자에게는 반벙어리의 처지다.
(/ p.46)

물론 우주까지 들먹이는 바르트의 주장은 과장돼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글 쓰는 입장에서 말하건대, 사실 그 행위의 공간은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이거나, 보편적이거나 개인적이거나, 시제時制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이거나, 즐겁거나 고통스럽거나, 의도적이거나 무의식적이거나, 직접적이든 은유적이든, 모방이든 내 뜻을 세워서든, 파편이든 관계를 구성하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식과 지각 행위가 실행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우주에 버금간다. 마치 일본의 길거리 하수구 위로 대나무 덮개가 놓이듯이, 일본식 정원에서 돌이 놓이듯이, 나는 지금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 p.106)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대를 지속시키고, 피와 영토의 경계를 가로질러 관계를 만들어나가게 하는 언어와 형상이 우리 시대까지 굳건히 존속하면서 문화와 역사를 일궈왔다는 사실은 찬탄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언어와 형상의 비약적 발전 및 확장이 생명의 실재성을 하찮은 것으로 취급하는 데 일조하거나, 우리의 분별력을 잃게 한 측면은 비극적이다. 실재와 가상을, 세계와 환영을, 유사성과 동일성을, 감각과 이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거나 그래야만 행복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향한 우리의 분별
력, 사고력, 감각적 지각의 거리aesthetic distance 자체다. 그것을 잃는 순간, 그것을 부지불식간에 포기하는 순간, 이미지와 텍스트의 환상성에 마취되는anesthetized 순간 우리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산하는 이들이 아니라 이미지와 텍스트에 의해 생산되는 시뮬라크르의 모방자로 추락한다.
(/ p.161)

감수성의 미세한 지점까지 교감할 수 있고 지각의 다채로운 순간 모두를 빠짐없이 형상화할 수 있도록 언어의 의미가 풀려나와서 상대방과 나 사이에 공감적 소통이 이뤄질 때 우리는 자유롭고 아름다울 것이다. 반대로 그 의미들이 둔탁한 의식 또는 난폭한 행위 속에서 미처 분화도 되지 못한 채 사산死産된다면, 우리는 어제나 오늘이나 매양 같은 모습, 같은 정신 상태로 살아가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 막혀할 것임에 틀림없다.
(/ p.32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9~
출생지 광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미학자이자 미술비평가. 동덕여대 회화과 서양미술이론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9년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동대학원 미학과에서 발터 벤야민 미학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로 [서울생활의 발견] [서울생활의 재발견](2003 문화관광부우수도서) [한국미술의 원더풀 리얼리티] [아이스테시스-발터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비평의 이미지]가 있다. [서울생활의 재발견]은 2003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아이스테시스-발터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은 2012 문화관광부 우수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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