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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잠 : 최제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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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뜻밖의 사건과 예정된 몰락
    꿈과 현실을 장악한 음모,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없다

    "한 인물의 삶을 중심으로 써보고 싶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거침없는 소설 쓰기를 선보인 최제훈이 신작 장편소설 [나비잠](문학과지성사, 2013)을 출간했다. 작가가 한국일보문학상(2011)을 수상한 이후 내놓는 첫 책이며 '몰락―전래되지 않은 동화'라는 제목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웹진문지]의 장편 연재 페이지를 뜨겁게 달군 바로 그 작품이다. 오래전부터 한 인물의 삶을 중심에 놓고 그의 의식을 따라가며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이야기의 재료만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까지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샌드아티스트와 손잡고 세상에 없는 북트레일러 제작

    문학과지성사는 이번 최제훈 장편소설에 샌드에니메이션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의 북트레일러를 마련했다. 샌드애니메이션의 경우 아동도서를 대상으로 한 작업은 종종 있었으나 성인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래의 감성적인 면과 소설의 환상성이 잘 어우러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더해, 그려지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장면을 다양하게 넣은 편집으로 소설의 내용이 박진감 있게 표현되었다. 북트레일러는 출간과 동시에 독자에게 공개되어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유투브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최제훈'을 검색하거나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도시를 움직이는 숨은 질서

    '최요섭'은 대형 로펌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법무법인 [사해(四海)]의 변호사다. 그에게는 법조계에서의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다. 윗선에 어필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관뿐. 그는 [사해]에서 뒤가 구린 사건들을 도맡은 덕분에 '피 묻은 칼'을 맡겨도 좋을 팔 안쪽 사람으로서 깊은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학교에서 그런 거 안 배웠어? 적응하는 놈이 살아남아 번식하는 거야. 이놈이 우세하면 이놈이 번식하고, 저놈이 우세하면 저놈이 번식하고. [......] 너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라고 차별하면 안 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한 거야.
    (/ pp. 66~67)

    '최요섭'의 대사와 행동은 도시에 안착한 사람들의 여러 생존 방식 중 어느 한쪽을 대변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만큼은 아들의 진학을 위해 뒷돈을 쓰거나 자기만 살겠다고 남에게 누명을 씌우는 건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질서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먹이피라미드의 꼭대기로 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 일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평행한 두 이야기, 놀랍고 기발한 겹침들

    '몰락―전래되지 않은 동화'라는 연재 당시의 제목과 부제목에서 얼비치는 것처럼, 이 소설의 한 축에서는 불온한 판타지가 꿈의 형태로 강력한 서사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다른 한 축에서는 냉혹한 현실의 이야기가 판타지와 공조하며 숨 가쁜 흐름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 두 이야기는 평행선을 그리지만, 현실의 수많은 재료들이 꿈속에서 새로운 맥락을 부여받아 재등장하곤 한다. 기발한 발상과 치밀한 계산으로 곳곳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겹침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더라도 무심코 읽어내리다 보면 불현 듯 엄습하는 기시감과 함께 뒷덜미에 얹히는 짜릿함을 경험할 것이다.

    프로이트도 무릎을 칠 '꿈작업'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잠재몽이 발현몽으로 전환되는 것을 '꿈작업'이라 명명했다. 무의식 안에 숨어 있어 기억하지 못하는 꿈이 잠재몽이고 그것이 2차적 수정을 거쳐 환상활동의 영역에서 진행된 뒤 기억 속에 남는 것이 발현몽이다. 최제훈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인간의 무의식에 짓눌려 있던 욕망이나 불안 등이 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현하는지를 매우 정교하게 보여주고 있다. 탈주범인 '나'가 경찰에 쫓기면서 겪는 고난과 역경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세 시간 거리의 열차표가 무려 2억 원이 넘는가 하면, 물에 빠졌다가 버려진 자전거에서 튜브를 꺼내 그 안의 공기로 숨을 쉰다. 꿈이니까 설정이나 전개가 좀 억지스러워도 넘어가달라는 얘길까. 현실에서 '최요섭'의 무의식을 들여다본 독자라면 그가 꾸는 꿈속의 모든 비약과 왜곡(이 둘은 꿈의 본령이다)에는 작가의 녹록치 않은 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아직은 나비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

    나비잠의 사전적 뜻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이다. 이런 잠은 정말 깊고 달콤할 것 같다. 그러므로 사십대 남자의 악몽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두통. 또 두통 때문에 잠을 깼다. 머릿속에서 난쟁이 하나가 곡괭이를 휘두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숙면을 취한 게 언제인지 흐리마리했다.
    (/ p. 192)

    반어는 종종 직언보다 더 효과적으로 발화자의 의도를 전달한다. '나비잠'이 빚어내고 있는 이 아이러니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기 전에 '나비'와 '잠'을 따로 떼어 읽어볼 수도 있겠다. 세계를 자신의 시각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면 그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아직은 고치 속에서 잠자고 있는 유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갓난아이의 잠이니까 무조건 깊고 달콤하리라는 짐작에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태어나서 한동안은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올 때 겪은 고통과 공포를 기억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나비잠'은 이 소설을 아직 잠들어 있는지도 모를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읽게 하고 틀의 바깥으로 날아오르고 싶게 만든다.

    목차

    1부 하루
    2부 균열
    3부 몰락
    4부 몰락

    본문중에서

    그거 금방 안 나와. 작업장 역학조사에, 개별 역학조사에, 추가 조사에, 보완 조사에, 최종 보고서까지 일 년은 더 걸릴걸. 그 후에나 행정 소송하고, 그거 끝나야 손배 소송하고, 항소하고 상고하고. 가압류 걸어놓고 그렇게 몇 년 질질 끌다 보면 없는 놈이 먼저 나가떨어지는 거지. 당장 애 분유 값이 묶이니까.
    (/ p.27)

    꿈속에서 죽은 이들은 어디에 묻히는 걸까?
    (/ p.88)

    사랑의 민얼굴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건만 인간의 허영심이 자꾸 헛바람을 불어넣는 게 문제였다. 우리에겐 뭔가 특별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온갖 노래와 영화, 소설, 드라마가 그 허영심을 이용해 돈벌이하는 사이, 사랑은 덕지덕지한 화장발로 버티는 늙은 창녀가 되고 말았다.
    (/ pp.161~62)

    상대가 일개 변호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건, 대드는 놈은 확실히 밟아놓고 돌아선다. 다시는 그런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조금이라도 물렁한 모습을 보이는 즉시 한두 마리의 날파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벌 떼로 바뀔 테니까. 이게 바로 그들 세계의 리얼리티였다.
    (/ p.197)

    대다수 사람들의 윤리 점수는 나처럼 평균 주위에 몰려 있을 텐데, 그들을 오직 천국과 지옥으로만 분류하겠다니. 신들은 이게 문제야. 인간을 이해할 만한 융통성도 없으면서 군림하려고만 드니.
    (/ p.221)

    자장가 불러줄래?
    자장가? 아는 게 없는데. 엄마가 불러준 적이 없거든.
    됐어, 그럼.
    (/ p.36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3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8,288권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장편소설 [나비잠]이 있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으로 한국일보 문학상(2011)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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