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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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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우리가 죽은 자인지 모르고 죽은 자를 만나러 간다
    이 시집은 하나의 극단적인 선언에서 시작된다. 지구는 장례 중이고, 별은 무덤이고, 산 자는 송장이고, 생가는 폐가며, 집은 상여고, 여행은 자폐다.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정과리는 독자들에게 김영산이 제시하는 ‘죽음’의 상황을 대면하여 “이게 오늘의 현실인가?”라고 물을 게 아니라, “현실이 이와 같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것을 치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우선 묻고, 그 뒤에 이 독서 경험을 통해 “저 가정된 상황을 얼마간 포함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데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죽음의 상황에 대한 경험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공동묘지만 남긴 채 고향이 사라져버렸다
    나주 영산강 자락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자신의 이름을 “영산”이라고 개명했을 정도로 자신의 고향과 대지의 생태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고향은 공동묘지와 다르지 않았다. 강이 파헤쳐졌고 고향집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느닷없는 건물만 들어서 있었다. 시인은 우물이 고갈되고 생명이 황폐화된 고향 마을을 바라보며 앓는다. 생이 무너져 내린 고향을 애도하며 장례는 시작된다.

    우주의 골목, 하얀 별들마다 상갓집이 붐빈다
    죽음은 단지 고향에만 국한된 사태가 아니다. “십우도” 연작이 진행될수록 죽음의 증거는 지구를 넘어 무한한 심연으로 펼쳐진다. 우주의 골목마다 수의를 짓는 하얀 별들의 하얀 실밥이 떠다니고 별마다 상처 위에 상처가 덧입혀져 관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은 이 세계 전체가 모두 장례 중이라고, 어떤 별이든 그것이 무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위는 꽃 핀다
    그렇다면 이는 종말을 의미하는 죽음인가. 제목마다 붙은 제목 “십우도”의 의미, 즉 불화 [십우도]가 열 편의 그림을 통해 견성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듯 이 열 편의 시들은 서로 이어져 죽음과의 합일된 경지를 그려내고 있다. 절망에서 희망을 추출해내는 원천은 바로 은유다. 시인이 「詩魔-십우도(둘)」에서 “바위는 언제 꽃 피나?”라고 질문하고 “아직 암매장 벌판은 읽혀지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 이를 거꾸로 ‘바위는 꽃 필 것이고, 나는 암매장 벌판을 읽어야만 하겠다’라고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 속에서 끊임없이 간절하게 죽음을 다루는 일은 기나긴 장례와 애도라는 활동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획득하는 일종의 운동력을 발견하게 된다.

    평론가 정과리가 지적하듯 죽음의 세계에 대한 기나긴 묘사는 가장 극단적인 은유, 즉 반대편의 의미를 유도하여 두 극단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비전의 섬광을 일으키는 모순어법으로서의 은유로, 격한 생의 몸짓 그 자체다. 죽음의 심연에서 길어올리는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시인은 어둠 속 한 줄기 ‘별이 되는 시’를 우리에게 타전해 보낸다.

    목차

    시인의 말

    십우도 (하나)
    십우도 (둘)
    십우도 (셋)
    십우도 (넷)
    십우도 (다섯)
    십우도 (여섯)
    십우도 (일곱)
    십우도 (여덟)
    십우도 (아홉)
    십우도 (열)
    제7계

    해설

    본문중에서

    고향을 다녀온 후 그는 오래 앓았다. 음식을 떠 밀어도 달다 쓰다 안 했다. 여태 음색에서 송장 냄새가 나느냐 묻고 싶었지만 농담을 못 했다. 그가 자리보전하다 일어나 처음 뱉은 말은 그의 생가가 상갓집이라는 것이었다.
    (/ p.8)

    우주의 골목 수공업 지대에 재봉틀이 옷을 깁는다. 하얀 별에는 하얀 실밥 날린다. 그 재봉틀 재단대 옆에는 재단한 하얀 천 조각 쌓인다. 별의 흔적에는 실밥이 묻어 있다. 수술 자국 아물 겨를 없이! 무덤 뚜껑을 열면 관 속에 얼룩으로 남았다. 수의에 배인 얼룩 환하다! 하얀 별은 자신을 다 태워 해쓱해진 별.
    (/ p.54)

    우주 장례는 서로 다른 별을 바라보며 우는 것이기에 어느 별이나 상갓집이 붐빈다. 우주의 상갓집 환하다. 어릴 적 상갓집 천막 안에 차려진 그 시신 음식 냄새 지금도 맡고 있는 것처럼 모든 풍경은 유전되는지 모른다.
    (/ p.5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전남 나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0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冬至? 외 6편의 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冬至] [평일] [벽화] [게임광] [詩魔] [하얀 별] 등이 있고, 장편 동화 [주먹열매]가 있다. 현재 동 예술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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