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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 기준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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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기준영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3년 08월 30일
  • 쪽수 : 2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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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자,
올해 한국문단이 주목한 신예작가 기준영의 첫 소설집!

작가 기준영이 우리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09년의 일이었다. [제니]라는 단편소설이었다. 흥미롭고 낯선 문체가 신선했다. "작가의 세계관 자체가 소설을 밀고 나가는 것이 인상"(2009년 문학동네신인상 심사평)적이라고 문학공동체의 선배들이 그를 그리 평가했다. 그 이듬해, 그는 첫 장편이자 자신의 첫 책이 된 [와일드 펀치]로 제5회 창비장편소설상을 거머쥐었다. 그 장편은 "우정과 관심의 세계가 평범한 일상에 수많은 계기로 잠겨 있음을 조용히 웅변"(심사평, 백지연)하며 담담하되 여백의 서사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만하면, 신인작가의 행보 중 돋보이는 길을 걷고 있다고, 그를 견주어보는 사람들 눈에 그렇게 비쳐졌다. 그런 뒤 지금까지 그는 자신만의 소설적 걸음걸이로, 구축해온 세계를 넓히고 확장해가며 차분히, 걷고 있다. 성숙한 시선으로, 지금­여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을 공감하며, 또한 소통하며.

그의 족적이 될 만한 지점을 하나 말하고자 한다. 그가 첫 소설집을 묶는다. 제목은 [연애소설]이다. 편편마다 고단한 일상의 무게를 담담하게 견뎌내는 성숙한 소설적 시선이 돋보이며 섬세하고 담담한 수채화풍의 이야기들이 기준영의 예리한 붓 끝에 걸려 있다. 일곱 개의 씁쓸한 해프닝들 속에서 우리는 불안과 공포, 허무와 비관 대신 삶의 충만한 것으로 변주해내는 그의 꿈의 말들, 혹은 꿈의 장면들을 목격하여 아름다운, 슬픈, 초라한, 아픈, 과 같은 형용사로 존재하는 기준영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그늘'과 당신의 '빈곳'을 은밀히 고백하다


한 가지 소망을 말해보라면,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다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 고백하는 주인공이 있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말해지는 소망은 공허하다며 "진짜 생"은 "다른 곳"([아마도 악마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세계 자체를 부정하며 '다른 생'을 소망하고, 보편적 질서의 행복을 바라기보다는 현실과 전혀 다른 또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 그런 생각을 품은 '그'의 내면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처참하고 처절한 풍경사진 한 장을 가슴에 품고 내리 이십오 년을 살아온 것일까. 하지만 알고 보면 '그'의 실상은 별반 특이하지 않다. 제대 후 복학하기 전에 수영장 바닥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다.

허벅지가 드러난 유니폼을 입고 윤기나는 긴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대형할인마트에서 '1+1 샴푸'를 팔고 있는 '그녀'([제니])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 제니는 켜놓은 가스 불, 물 새는 수도꼭지, 반쯤 잠긴 현관문, 집 안 곳곳에 일어나지 않은 사태에 언제나 예민하며 불안해한다. 유니폼 안쪽에 칼을 넣고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며(그러면 마트에서 일하는 오대리가 집적대지 않을 것이고, 발이 아플 때 신발 뒤축을 찢을 수 있으므로) 결정적으로 자신을 "태어난 일이 없는 사람처럼, 좋은 걸 꿈꿔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그녀'는 스스로를 "불행의 씨앗"이라 칭하며 근본적으로 자신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눈물범벅인 채 가슴을 칼로 후벼파 붉은 피로 자신을 물들인다. '그녀'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 어둡고 무서운 생각으로 중무장중인 것일까.

하지만 "진짜 생"을 부정하는 '그'나 스스로를 "불행의 씨앗"으로 해석하는 '그녀'를 대하는 소설에서의 문체는 이상하리만치 건강해 보인다. 건강하다기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무난하게 삶을 살아내는 것처럼. 단지 "내 아픈 자아와 건강한 자아 중 어느 쪽에서 이런 위안과 감상과 모험을 바라는 건지 확실치"([아마도 악마가]) 않아 혼란할 뿐이고 더 분명하게는 "눈을 부릅뜨고 땅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벗어나야겠다고"([파티 피플]) 마음을 다잡아가는 건강함이 기준영의 인물 내면에 슬몃 스며 있다.

그 건강함이란, 삶의 불행을 뒤로하고 미래의 청사진처럼 느껴지는 희망의 기조는 아닐 것이다. 작가가 인물의 고통에 과하게 이입하지 않음으로써 조형화되는 삶의 균형감에 비롯된 건강함일 터. 이를테면, "어느 날은 그 모든 게 중요하고, 어느 날은 모든 게 무의미해지는"([제니]) 문장에서 추론할 수 있는 삶의 통찰이랄까. 현실에 직핍해들어가는 동시에 현실을 멀찍이 떨어져 관찰할 수 있는 거리감각. 근거리와 원거리에서의 삶의 장면을 포커스인, 포커스아웃해 달리 보일 수 있음을 말하는 가능성의 세계. 예컨대, 'B캠'을 든 주인공 오수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다른 장소, 다른 상황, 다른 각도, 혹은 다른 정서적 접근"([B캠])이라 말할 수 있는 세계, 말이다. 그런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기준영이 그리고 있는 소설세계의 레이아웃은 완성된다.

불행한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고뇌와 아름다운 삶에 대한 희구!

조금 달리, 삶의 균열된 지점을 포착해 삶의 실감을 얻는 상황이 있다. 여기, 언제나 "불편한 진실을 금세 받아들이며([연애소설]) 발표한 글이라곤 단 두 편뿐인 소설가보다는 "동네 피아노학원의 피아노교사"라 소개하는 것을 더 편안해하는 '그녀'가 있다. '그녀'는 친구였던 '수아'와 함께 길을 걷는데, 걸으면서 실패한 흔적들을 발견해내고, 행복하지 못했던 추억들을 되새긴다. 과거와의 대면이랄까. 현실이되 비현실적인 시간이 겹쳐지고 몽환적인 살풍경이 이어진다. 둘은 "아주 빠르고, 빠르고, 빠르고, 빠른 유성처럼, 검은 시간 속을 깜박이며 비탈길을 미끄러지듯이, 마침내 흐르는 두 줄기 눈물처럼 그렇게 어느 집에 착지한다. 딩동."([연애소설]) 벨을 누르자 몽상은 걷어지고 현실이 적확하게 눈앞에 존재한다.

또다른 축에서는, 실연당한 한 여자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동생을 만난다. 전 남자친구의 동생인 '유성'은 영화 시나리오로 "사랑 얘길 쓰는데, 여자를 잘 몰라서"([시네마]) 느닷없이 형의 여자친구였던 '혜리'를 찾아가게 된 것. 둘은 어색하게 동행하게 되었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유성'은 '혜리'와 '석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아델과 트래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그가 아는 사람들과 그가 아는 사람들의 또다른 아는 사람들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였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혜리'는 '유성'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처한 실연을 끊임없이 보편화하고 객관화하며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연애소설]에서 친구 '수아'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팔을 걸고 비탈길을 걷고 난 후에 '그녀'에게 균열의 조짐이 찾아온다. 그 균열은 "방심한 마음" 같은 것인데, 그 마음의 정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 균열은 하나의 날카로운 틈으로 둔갑된다. 사랑에 빠진 자신을 자각하기까지 혼돈과 머뭇거림, 과거와의 멋쩍은 화해를 해야만 했고, 자기 자신과 싸워야만 했다. 그런 뒤 '그녀'가 하는 행동은 친구 '수아'를 만나며 자각했던 삶의 부분 부분을 기억해 타이핑하는 것. 즉, 자신의 삶의 어떤 변화된 한 지점을 예술작품으로써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시네마]에서의 '혜리'도 잊고 있던 삶의 어느 지점을 자각함에 따라 변화된 자신을 알아간다. '유성'이 들려준 아델과 트래비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처와 사연으로 빛나는, 그들만의 사랑을 깨닫고, 그들만의 사랑을 가지게 된 것. 사랑의 보편성이 아닌 사랑의 단독성을 깨달았다. 이번에 정말 이별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혜리'가 비로소 '운명'을 느낀다. 삶의 우연이 가지고 온 미세한 깨달음. 그것을 유일한 것으로 느낄 때 삶의 어느 지점은 변화되고 달라진다는 것.

내면의 목마름에 응답하는 몇 가지의 길


우리는 때때로 내면의 갈증을 느낀다. 그것은 불행과 행복과의 간극 때문이기도 하고 일상의 균열에서 오는 미세한 변화의 조짐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이 그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해법이 머무는 길을 열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기준영에게 소설이란 그런 걸 게다. 내면의 목마름에 응답하는 몇 가지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 보여주는 것. 내면의 목마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그 길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그 갈증이 조금은 해갈될 수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작가의 말


아이러니, 보인 것과 보이지 않은 것,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진짜 눈물과 웃음과 거짓말 들. 나는 그런 것들에 마음을 뺏기며 다른 것들과 더불어 소설로 들어간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 중 [제니]와 [연애소설]은 오감을 열고 달리듯 썼다. 쓰던 때의 내 맥박이 느껴진다.[B캠]과 [아마도 악마가]는 주변의 공기를 느끼며 산책하듯이 썼다. [B캠]은 영화촬영 현장에서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는 작업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다. [아마도 악마가]는 을지로입구께의 조그만 사무 공간에서 작업했는데, 쓰는 동안 에릭 사티의 음악을 반복해 들었다. 바깥은 며칠 내내 시위현장이었다.[의식]과 [시네마]는 예민한 인물들과의 짧은 동행 같았다. [의식]은 십대 소녀들의 관계를 조금씩 다른 각도, 다른 틈새에서 보면서 이야기를 진전시켜보려 했다. [시네마]는 캐릭터의 윤곽을 그려놓고 하루 날을 정해 카메라를 들고 명동을 걸어다닌 게 시작이었다. 한날, 한시각, 같은 길을 오갔을 다른 사람들, 새로 들어서고 또 사라지는 것들의 자취를 눈으로, 언어로 만져볼 수 있을까?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정말 거기 앉아 있기라도 하듯 내가 올려다보았던 한 건물의 삼층 창문이 생각난다.[파티 피플]에는 잘 안 풀리는 생활, 꾸역꾸역 이어지는 날들, 약간 엉뚱한 인물의 심상과 연상 들이 자아내는 연탄곡처럼, 이라고 적어본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바람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보고픈 마음으로 끝맺었다.

2012년 봄부터 2013년 초여름 사이에 만난 석관동의 젊은 친구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재연이 불가능한 삶의 어떤 아름다움들에 슬프고 또 기뻐진다.

2013년 여름
기준영

목차

연애소설
시네마
아마도 악마가
의식
파티 피플
B캠
제니

해설 차미령(문학평론가) / 꿈의 극장

본문중에서

그 ‘다른 곳’에서 나는 내가 말한 것들을 전부 번복하며 꿈의 형태로 존재했다. 내 꿈은 한쪽 다리에 깁스한 채로 바다로 뛰어들었던, 이제는 소문 속으로 사라진 스무 살짜리 여자애의 안부를 같은 자리에서 다시 묻는 것. 하이. 여기서 널 계속 기다렸어. 내 입을 열고, 그녀 입술을 열어 내 혀를 밀어넣으면서 어떤 이온음료 광고 장면처럼 그 순간만큼은 다른 가망 없이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 천국의 은혜가 내 몸속에 전기처럼 흐르다 스미는 것. 바다는 어제보다 잔잔했고, 하늘은 색칠한 도화지 같았다. 나는 내가 기다릴 수 없는 기다림들에 목이 말랐다. 물결은 눈앞에서 빛을 받아 반짝였고, 때로 흥에 겨운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내 안의 비명을 덮었다.
(/ '아마도 악마가'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2,786권

2009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제니]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연애소설] [이상한 정열],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가 있다. 창비장편소설상, 문학동네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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