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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를 걷다 : 시간도 쉬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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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천 년의 순례 길, 동양의 산티아고를 거닐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농부작가 최성현이
1200킬로미터, 88개 천년고찰의 섬, 시코쿠를 걸으며 깨친 서른네 개의 이야기

겨울 내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쉽게 지쳤다.
내 삶 또한 내 몸과 비슷했다.
그렇게 겨우내 몸과 마음이 고달픈 뒤에야
나는 떠날 생각을 했다.


“몇 번째예요, 이번이?”
“여섯 번째. 시코쿠는 저의 병원이에요.”
“병원이라니요?”
“스트레스가 심해요,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그런데 여기 와서 며칠 걸으면
그게 씻은 듯이 사라져요. 신기하지요!”

순례에서 많은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한다. 몸과 마음의 크고 작은 질병이 낫는, 혹은 호전되는.
나 또한 겨우내 떠나지 않던 감기가 시코쿠에 온 지 이틀 만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지 않았나.

“순례는 저의 종합병원이에요. 여기 오면 온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요.
아마도 저는 죽을 때까지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순례를 다닐 것 같아요.”

동감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산책이든, 여행이든, 바다든, 산이든,
108배든, 기도든. 우리 모두는 그와 같은 자기만의 종합병원을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 p.138)

천 년의 순례 길, 동양의 산티아고를 거닐다
“나는 사찰에서 사찰로 가는 길, 그 길을 걷는 것이 좋았다.
내 영혼은 그곳에서 깊어졌고, 크고 작은 깨달음도 그곳에서 주어졌다.”


‘온전한 자연주의 철학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극히 드문 사람 중의 하나’로 알려진 자연주의 농부작가 최성현의 도보 순례에세이.
일본 열도 네 개 섬 중 가장 작은 섬, 시코쿠에는 모든 일본인이 일생에 한 번은 걷고 싶어 하는 길, 전 세계에서 한 해에 15만 명의 순례자들이 찾는 동양의 산티아고 길, 88개의 사찰을 차례로 참배해 가며 마침내 하나의 원圓을 이루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천 년 전통 1200킬로미터의 순례 길이 있다.
작가는 2010년에 농한기를 이용하여 총 56일간 1200킬로에 이르는 그 길을 걸었다. 잃어버린 몸의 활기와 삶에 대한 감사를 되찾기 위해 길을 나선 작가에게 걷기 순례의 은혜는 컸다. 그 길은 작가에게 '보행 선walking meditation'과 같았다.
작가는 순례 길에서 지인들에게 보내는 엽서에 썼다. “정말 좋다. 그대여, 더 망가지지 전에 떠나라.” “낮만이 아니라 밤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삶에는 휴식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잘 사는 비결이다.”
그 길에서 최성현은 물었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나?”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나?” 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바다, 산, 하늘, 바람, 나무, 풀, 새, 벌레, 노을 등이 거기에 답했다. 최성현은 그것을 가슴에 받아 적었고, 그것은 34가지 이야기로 이 책에 담기게 됐다.

시코쿠 섬에 대하여
“섬 자체가, 섬 전체가 사원이었다. 경전이 따로 필요 없었다.”


시코쿠는 일본 열도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다. 그곳에 가면 88개의 천년고찰을 차례로 참배해 하나의 원圓으로 완성하는 순례 길이 있다. 1200년 전 일본 불교 진언종의 창시자인 구카이 스님이 이 길을 걸으며 수행한 것이 시초가 되었으며, 오늘날 연간 전 세계 약 15만 명의 순례자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주로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이 제주의 올레 길과 비슷하며, 종교적인 의미의 순례지이면서 동시에 일본인들도 일생에 한 번은 꼭 걷고 싶어 하는 여행지로서 동양의 산티아고라고 불릴 만하다.
88번 사찰까지 1200킬로미터의 순례를 모두 마치면 소원 한 가지가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난치병이 낫고, 오랜 갈등이 풀어지고, 새로운 길이 보이고………. 순례는 도보, 자전거, 개인 승용차, 단체 버스, 대중교통 등 여러 형태로 이뤄지며, 도보 순례일 때는 대략 40일에서 60일 정도가 걸린다. 단번에 걷는 이도 있고, 형편에 따라 일주일 혹은 열흘씩 여러 차례에 나눠 걷는 이들도 있다.

지친 영혼에게 휴식과 깨우침을 주는 순례에세이
“일 년에 최소한 한 달가량은 누구나 여행을 해야 돼. 그리고 그것을
이 나라 헌법으로 정해야 돼. 사람은 쉬어야 착해지는 법이거든”


작가 최성현은 바위처럼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움직이고 변하는 것들을 보는 ‘바위 여행’, 혹은 ‘앉은 자리 여행’ 예찬자였다. 그런 그가 20킬로그램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오직 자신의 두 발만으로 1200킬로미터를 걸어야 끝나는 순례를 마친 뒤에는 ‘걷기 여행’을 찬미하는 사람이 됐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를 매료시킨 것은 무엇보다 대자연이었다. 그는 지구를 한 권의 경전이라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노인 중에도 지혜로운 이가 있고, 책이라는 게 아예 없던 시절을 산 아메리카나 호주 등지의 원주민들이 하는 말에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그들이 대자연이라는 책을 읽기 때문이다.” 이렇게 믿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과 사람을 신으로 보며 홀로 걷는 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또한 귀한 가르침을 주는지 깨닫게 만든다.
비폭력 평화란 과연 무엇인지를 삶으로 여실하게 보여주는 이끼, 어떤 자세로 세상을 대해야 하는지를 싹이 트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풀과 나무, 경고를 통해 불행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길잡이 새 까마귀, 농사를 짓는 바다, 하늘이 숨을 통해 우리에게 하는 말 등은 최성현이 순례 길에 오르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먼 길을 걷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자연의 놀라운 모습이자 값진 발견이었다. 또한 ‘가운데가 아니라 길가로 걸으면, 그 길에서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만나든 그 모든 것이 안내자이자 스승이 된다’고 보는 작가는 순례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코쿠 종합 대학’ ‘세계 최대의 수도원’을 경험한다. 작가에게 사람은 모두 ‘한 권의 움직이는 백과사전’이자 ‘사람의 모습을 한 부처’였다.
또한 작가는 시코쿠 순례 길만의 아름다운 풍습인 오셋타이에 큰 감명을 받는다. 오셋타이란 시코쿠 사람들이 순례자에게 주는 먹을거리나 마실거리, 돈, 하룻밤의 잠자리 등 자신이 줄 수 있는 것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을 이르는 말인데, 우리에게도 있었으나 어느 절에 사라져버린 이 아름다운 정신은 그때마다 작가를 연금했다.
이런 바탕 위에서 56일간 3천 리를 걸으며 작가가 발견하고 감탄하고 깨친 서른네 개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마치 시코쿠 순례 길을 느린 걸음으로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세파에 찌든 우리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목차

서문-죽기 전에 떠나라

1. 홀로, 먼 길을 가다
가로 걸어라
하늘에 저금하는 법
밥을 맛있게 먹는 비결
나무가 보고 있다
나의 길잡이 새
남의 무덤을 돌보는 남자
큰 창고를 가진 지구
내 가슴으로 온 한 시인
산을 가꾸는 바다

2. 시코쿠는 나의 병원
세상에서 가장 키가 작은 풀 이야기
단 한 가지 소원
그대의 일터가 교회다
극락행 티켓을 파는 절
새가 일러줬다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법
길 밖의 길
하늘이 준 여덟 가지 보물
드디어 만난 스님

3. 대자연이라는 책
내가 만난 문수보살
좋은 날
달처럼 사는 사람들
평화로 가는 길
햇빛의 소리
내 영혼의 식물
어떻게 살다 가야 하나
하이쿠의 오솔길

4. 사람은 무엇으로 빛나나
자동차가 없는 섬
바다처럼 큰사람이 되는 길
누구나 그림이 되는 미술관
숨이 들고 나며 하는 말
바다거북이 가르쳐준 것
세계를 웃게 만드는 법
시코쿠의 자랑, 오셋타이
노래 부자

본문중에서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그 까마귀는 나와 함께 여행했다. 어떤 때는 딴전을 피우는 듯해도 그 까마귀는 내 여행을 지켜보고 있었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했다.
(/ p.49)

“나도 말이야, 처음에는 등산가처럼 살려고 했어. 짐 따위는 다른 사람에게 지우고 폼 나게 정상을 밟고 싶었지. 다 날린 뒤에야, 다 떠난 뒤에야 알겠더군. 내가 싫은 것처럼 그들도 짐 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을. 내가 기꺼이 그 사람들의 짐을 지고 걸었어야 했다는 것을.”
(/ p.63)

순례 내내 나를 사로잡은 감정은 대자연에 대한 감사였다. 나는 들과 산이 좋았다. 그 안의 강, 바람, 나무, 풀, 새, 나비, 해와 달과 별이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지구가 좋았다. 가네코 미스즈라는 시인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던 모양이었다.

엄마 모르는
풀씨를,
몇 천만의
풀씨를,
땅은 혼자서 기른다.

풀이 파릇파릇
무성해지면
땅은 보이지도 않는데.
(/ pp.69~71)

그렇다. 주스 속의 물도, 소주 속의 물도, 정화조 속에서 똥오줌과 섞여 있는 물도 원의 일부분이다. 내 피 속의 물이나 눈물 속의 물 또한 큰 원을 그리며 도는 물의 일부분이다. 물은 그렇게 만물을 이롭게 하며 돈다. 더러워 보여도 물 자체가 더러운 게 아니다. 인간이 만든 오물을 안고 가느라 더러워 보일 뿐이다.
바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어머니다. 글자에도 그 사실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바다海를 보라. 그 안에는 어머니母가 들어 있다.
(/ p.91)

이끼! 그 뒤로는, 힘들 때면 나는 어디로든 이끼를 보러 간다. 가서 그의 작은 키를 보고 있자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빠짝 말라 있는 그를 보고 있자면, 혹은 마침내 내린 비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는 하기 때문이다.
(/ p.102)

절반으로 좋고
뛰어난 데 없어도 좋고
보통으로 좋고
평범한 것으로 좋다.

그랬다. 극락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죽은 뒤에, 혹은 하늘 어디쯤에 있는 게 아니었다.(중략)
극락은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였다. 바깥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고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지금 여기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 p.123)


“아닙니다. 큰 눈에서 보면, 어떻게든 돼나갑니다. 말씀대로 남의 몸만 씻어주다 보면 때로는 내 몸을 씻어줄 사람이 없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시간문제입니다. 나타납니다. 내 몸을 씻어줄 사람이.”
(/ p.166)

그날 그 펍에서는 50대 남성이 밴조를 치며 노래했다. 이야기도 있는 연주였다. 자신의 인생을 그는 노래와 연주 사이에 섞어 넣고 있었는데, 그중에 기무라를 ‘미치게 한 말’이 있었다.
“그대들이여 높이 오르려 하지 말라. 아무리 높은 집을 지어도 하늘에서 보면 늘어난 것은 하나도 없다. 단 1그램도.
그대가 높은 집을 지을 때 그만큼 어딘가는 낮아지고, 누군가는 헐벗는다. 그러므로 그대들이여 노래하고 춤춰라.”
(/ p.205)

“그 원시림 속에서 그 소리들을 한 번 들으면 더는 이전처럼 살 수 없어져요. 세상 사람들이 탐내는 것들, 예를 들면 지위, 명예, 부귀와 같은 것들이 허깨비인 것을 알아버리니까요.”
(/ p.210)

“봄이 되면 세상은 풀과 나무들의 새싹으로 뒤덮입니다. 그렇지요? 그때 풀과 나무는 어떻게 세상에 나옵니까? 합장을 하고 나옵니다. 소나무를 보세요. 긴 손을 한데 모으고 세상에 나옵니다. 손이 여럿인 잣나무는 그 여러 손을 한데 모으고 출발합니다. 콩은 땅콩처럼 두툼한 손을 한데 모아 붙이고 나옵니다. 그렇게 공손하게 세상에 얼굴을 내밉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그 두 손을 가만히 펴는데, 그것은 찬양입니다. 감사지요.”
(/ p.214)

어리석어 감옥 같던 세상
바로 보니 문 아닌 곳이 없네.
본디 동서가 없는데
어느 곳에 남북이 있으랴.

이 시가 말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순례를 하리라. 어떤 이는 열흘, 어떤 이는 한 달, 어떤 이는 삼 년, 어떤 이는 구 년,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 p.238)

사카구치 씨에게 배운 그 명상 방법은 간단했다.
태평양을 내 가슴 안에 넣은 뒤 나를 지운다. 그러면 나는 사라지고 거기 태평양만 남는다.
그런 시간이 내게는 필요했다. 내 영혼은 홀로 있기를, 침묵하기를, 대자연에 마음을 열기를 바랐다. 그것이 내 영혼의 밥이었다. 그것을 통해 내 영혼은 자랐다.
(/ p.248)

큰 눈으로 보면 쓰레기 버리기는 누워서 침 뱉기와 같다. 물론 침처럼 바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문제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아니, 이미 돌아오고 있다. 산성비로, 더러운 공기로, 저질 식품으로, 물과 흙의 오염으로, 새로운 질병으로.
(/ p.289)

우리는 지구라는 미술관에서 24시간 화가이자 작품이다. 우리는 의식을 하든 못하든 끊임없이 지구에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고, 순간순간 한 폭의 그림으로 존재한다. 그림을 망치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면서. 그러므로 우리는 자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일이다. 나는 지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그림으로 살고 있는지.
(/ p.270)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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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산에서 살고 있다.
자급 규모의 논밭 농사를 자연농법으로 짓고 있다.
1일 1엽서를 쓰고 있다.
자연농법의 철학과 실제를 탐구하는 작은 모임 지구학교(cafe.daum.net/earthschool)를 열고 있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산에서 살다》 《시코쿠를 걷다》 《좁쌀 한 알》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와 같은 책을 썼다.
《반야심경》 《자연농법》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자연농 교실》 《나무에게 배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 《여기에 사는 즐거움》 《어제를 향해 걷다》와 같은 책을 우리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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