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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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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비밀의 책을 찾아나선 중세 스페인의 두 현자 이야기

'살아 있는 프랑스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정치, 경제, 인문, 예술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술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식인이다. 자크 아탈리의 몇 안 되는 소설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는 출간 당시 르 몽드에서 격찬하고 프랑스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자크 아탈리는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등 이전 저서들에서 국가, 종교, 자본주의가 빚어내는 야만과 폭력의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개인들, 체제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유목적 지성들이 주도하는 유토피아의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소설의 주제 역시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소설은 12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고대의 지혜를 찾아나선 두 철학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크 아탈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 시대 스페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의 지배 속에서 종교와 이성의 조화를 추구했던 철학사의 한 장면을 포착한다. 실존했던 철학자 아베로에스와 마이모니데스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책을 찾아가는 여정을 추리 기법으로 구성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철학사의 담론들, 그리고 소설적 재미를 한데 버무린 독특하고 색다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점에서 이 작품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같은 지식소설의 계보를 잇는다고 할 수 있다.

이슬람 시대 스페인을 복원하다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는 이슬람 시대 스페인에 관한 이야기다. 자크 아탈리는 치밀한 고증과 풍부한 사료로 역사 속에 묻힌 12세기 스페인의 풍경을 발굴한다. 하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자들, 터번을 두르고 끝이 구부러진 신을 신은 남자들, 모스크(회교사원)의 웅장한 첨탑들 같은 이국적인 모습을 생생히 그려낸다. 소설의 배경은 철저히 실제 역사적 사건에 충실하고,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은 실존했던 이들이다. 자크 아탈리는 역사의 큰 흐름 사이에 있는 작은 물결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늘어놓으며, 천 년 전에 일어난 과거의 일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보여준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12세기 스페인은 커다란 변화에 직면해 있었다. 원래 스페인은 8세기 초 이슬람교도들이 일부 지역을 장악한 이후 오래도록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슬람 지배세력들이 지닌 종교적 관용과 개방성 덕분이었는데, 당시 스페인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부터 기독교 광신주의자까지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신의 용광로'였다. 그러나 기독교 왕국들과 이슬람 제국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공존의 시대는 저물어간다. 북아프리카에서 올라온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알모아데족이 스페인을 뒤덮으며 관용의 땅은 살육의 땅으로 변하고 엄혹한 종교 박해가 벌어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즈음 시작된다.

자크 아탈리는 중세를 대표하는 두 현자, 이슬람 철학자 아베로에스(이븐 루시드)와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모세 벤 마이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들은 12세기 같은 시기에 스페인 남부의 도시 코르도바에서 살았다. 자크 아탈리는 뛰어난 역사적 상상력으로 두 철학자의 만남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숨겨진 책을 찾아가는 순례의 여정을 창조해낸다. 그들이 코르도바에서 어떻게 마주쳤는지, 톨레도과 페스(현재 모로코의 도시)에서 어떻게 만났는지를 사진 찍듯이 묘사하고, 두 현자가 추구한 이상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종교와 이성의 공존을 묻다

아베로에스와 마이모니데스는 종교와 이성이 서로를 배척하지 않으며, 종교들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사상을 실제로 공유했던 철학자들이다. 그들이 살던 시대가 알모아데족의 지배로 광신의 바람이 불었던 시기였음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자크 아탈리는 두 철학자의 신에 대한 생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찾는 과정을 담아내며 오늘의 '종교 분쟁'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소설의 배경은 12세기 스페인이지만, 이야기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맞닿아 있다. 신의 허명과 종교적 근본주의가 인간의 이성을 압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설 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그의 책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서 등장한다. 아베로에스와 마이모니데스는 관용과 공존이 있는 약속의 땅을 갈망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유산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인류의 운명에 대한 희망의 빛이 조금씩 드러난다. 절망과 공포의 이편에서 삶과 행복과 사랑의 저편으로 향하는 여정은 그들 자신에 대한 치유이자 세계의 상처를 돌보는 회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한 거부와, 종교와 이성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로 두 쪽으로 찢겨버린 곳이라는 점에서 12세기 스페인과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는 다르지 않다. 자크 아탈리는 광신도가 지배하는 중세 스페인의 한복판에서 현재를 돌아본다. 그는 소설과 역사 그리고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오늘의 세계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종교와 이성은 공존할 수 있는가?

살아 있는 철학사의 한 장면을 소설로 그리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르네상스의 기원을 '아리스토텔레스 혁명'에서 찾는다. 아베로에스와 마이모니데스는 고대 이후 역사에서 사라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동시에 계승하여 중세문화가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토대를 마련한 철학자들이다. 자크 아탈리는 이미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에서 두 철학자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지(知)적 노마드'라고 지칭한 바 있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맞서 우애의 세상을 꿈꾼 '유목하는 철학자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폭정의 틈바구니에서 몰래 자유롭게 살며,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 번역과 저술에 몰두하여 미래의 혁명을 준비한 '깨어 있는 자들'이었다.

자크 아탈리는 이 위대한 철학사의 한 장면을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비밀의 책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이용하여 추리 기법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마이모니데스는 외삼촌의 뒤를 이어 비밀의 책을 계승하는 순례를 떠나며, 아베로에스는 이슬람 제국의 재상이 명령하는 대로 그 책을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순례와 여행이 겹치는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는 급변한다. 범인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책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된다. 범인 추적과 책을 찾는 여정이 교차하며 서사는 깊어지고 재미는 커진다.

두 철학자는 종교를 가장한 야만과 폭력이 아우성칠 때, 미지의 땅으로 향한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북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오늘날의 '무신론 논쟁'을 연상케 하는 지적인 대화들이 곳곳마다 등장한다.
현자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떻게 관용과 공존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끝없이 고민하며 길 위에서 헤맨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종교와 이성을 조화시키는 살아 있는 철학을 발견하게 된다.

12세기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는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공존하던 평화의 땅이었다. 이슬람 제국이 지배했던 스페인은 관용과 개방성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에서 알모아데족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침입하며 오랜 공존의 시대는 깨어지고 만다. 처형과 살인, 혼란이 세상을 뒤덮고 하늘은 잿빛으로 물든다. 이 암흑의 나라를 피해, 어린 마이모니데스와 젊은 아베로에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우주와 인류의 비밀을 간직한 책 [절대적 영원에 대한 논고]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유대인 마이모니데스는 처형당한 외삼촌의 뒤를 이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계승하는 순례를 떠나며, 이슬람교도 아베로에스는 이슬람 제국의 재상이 명령하는 대로 비밀의 책을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스페인 남부의 이슬람 제국과 북부의 기독교 국가들로 양분된 세계에서, 그들은 적지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모험을 계속한다. 게다가 그들의 등 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적자가 따라붙는데….

두 현자는 이슬람 제국의 수도였던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에서 출발하여 기독교 국가들의 중심지 톨레도로 떠난다. 그들은 톨레도에서 첫 번째 현자를 만나고 첫 번째 시험을 받는다. 그리고 현자의 말에 따라 마이모니데스는 프랑스의 도시 나르본으로, 아베로에스는 지중해의 관문 세우타를 지나 모로코의 페스로 향한다. 스페인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매혹적인 풍경 속에서, 그들의 길은 서로 엇갈리고 또 교차한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이어지며 종교와 이성의 공존에 대한 지적인 이야기가 끝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들은 미지의 땅에 당도한다.

길 위에서 두 철학자는 협박 편지를 받거나 뱀에 물리기도 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들은 현자와 만나기 위해서 수많은 질문들과 부딪치며 그들 나름의 답을 하나씩 제시해 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 한가운데서 '깨어 있는 자들'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들 자신만 안다고 여겼던 비밀의 책을 찾는 순례가 누군가에 의해 추적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책의 행방은 묘연해지며 이야기는 미궁에 빠진다. 그들을 좇는 '깨어 있는 자들'은 어떤 이들이며, 살인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책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목차

- 들어가며

1장 죽음의 날 - 1149년 5월 27일
2장 첫 번째 시험 - 1162년 1월 6일
3장 프랑스의 현자 - 1162년 3월 5일
4장 제국의 상인 - 1163년 9월 6일
5장 두 번째 시험 - 1164년 12월 5일
6장 랍비의 수수께끼 - 1165년 4월 8일
7장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 - 1165년 4월 18일

- 그들은 누구인가?
- 끝나고 다시 시작된 이야기
- 감사의 말
- 참고도서

본문중에서

"감동, 열정, 음악 그리고 시가 진짜 천국의 지도를 그리는 거야. 풀밭에서 포도주 한 병과 사랑하는 연인의 입술, 욕망과 회한. 이것이 나의 천국이자 지옥!"
(/ p.92)

이븐 루시드는 돌연 마음이 차분해졌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에 대한 예언처럼 느껴졌다. 해협을 통과하고, 세계를 어깨에 메고 있다가, 죽음의 왕국에 가서 머리가 셋 달린 개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 지금의 임무와 같은 것은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찾아 가져가는 것, 이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 p.152)

"인간은 진화하지 않는다! 땅이 침팬지가 되고 침팬지가 인간이 된다고 믿느냐?"
이븐 루시드는 평생 이토록 큰 위험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 신의 손으로 창조된 유일한 존재의 기원을 문제 삼는 것은 신앙에 대한 가장 큰 죄악이었다. 하지만 이제 결말을 지을 시간이 되었다.
"우주는 신을 향한 진화 과정에 있습니다. 저는 이성이 제게 믿으라고 말하는 것을 믿습니다. 특히 이성이 신의 기획에 감탄할 근거를 제공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 p.228)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인간이 만 년을 산다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테지요."
(/ p.317)

저자소개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3~
출생지 알제리
출간도서 15종
판매수 6,035권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이며, 프랑스 정부의 고위 공무원으로도 일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위해 설립된 EUREKA 프로그램을 공동창립하였고, 비영리 기관인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를 창립하였으며, 국제적 컨설팅 회사인 아탈리 & 아소시에Attali & Associates의 회장이기도 하다. [자크 아탈리의 긍정경제학], [자크 아탈리 등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등 50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생년월일 1956~
출생지 강원도 화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꿀벌의 언어] [소설, 때때로 맑음 1]이 있으며, 역서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다이 시지에의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앙투안 콩파뇽의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프레데릭 파작의 [거대한 고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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