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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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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신영복
  • 출판사 : 돌베개
  • 발행 : 1998년 08월 15일
  • 쪽수 : 4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199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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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파크 단독 '신영복의 마지막 북콘서트'_ 인터파크도서 [북잼콘서트] (2015. 7. 22.) 신영복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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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 인터파크 단독 '신영복의 마지막 북콘서트'_ 인터파크도서 [북잼콘서트] (2015. 7. 22.)



신영복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주년 기념 오디오북의 일부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책소개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1990년대의 책 100선

저자의 출소 이후 발견된 메모노트와 기존 책에 누락된 편지글들을 완벽하게 되살려내어 증보했다. 여름의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우정과 대조를 이루는 형벌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미움이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불행을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감옥에서 보내온 그의 사색은 따뜻하고 아름다워, 숨가쁘게만 살아가던 바깥 람들은 조용히 머리를 숙이게 된다.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기록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증보판. 저자의 출소 이후 발견된 메모노트와 기존 책에 누락된 편지글들을 완벽하게 되살려냈다.

기존 책에는 없는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기록한 글들과 1970년대 초반 안양 대전 교도소에서 쓴 편지들이 빠짐 없이 담겨 있어 저자 20대의 사색 편린들과 어려웠던 징역 초년의 면모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일부 편지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실었을 뿐 아니라 수신자 중심이 아닌 시기별로 구성되어 있어 저자의 20년 20일 동안 옥중생활과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들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누락된 편지글과 메모노트, 육필 원문을 추가하여 10년만에 재출간!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기록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책 출간 10년 그리고 저자의 출소 10년이 되는 올해에, 보다 새로워진 형식과 내용으로 재출간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저자가 사면 복권되어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정식 임명된 해라는 점에서도 이번 출간의 의미는 각별하다. 새로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출소 이후에 발견된 메모노트와 기존 책에 누락된 편지글들을 완벽하게 되살려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결정판이다.
10년 전, 저자가 옥중에 있었을 당시 출간되었던 기존의 책은 1976년 2월의 편지부터 실려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펴낸 이 책에는 ‘청구회 추억’ 등 1969년 남한산성육군교도소에서 기록한 글들과 1970년대 초반 안양·대전교도소에서 쓴 편지들이 누락 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담겨 있어 저자의 20대 사색의 편린들과 어려웠던 징역 초년의 면모까지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남한산성육군교도소에서 휴지에 기록한 사색노트는 당시 남한산성에서 근무한 어느 헌병의 친절이 아니었더라면 영영 없어져버렸을 소중한 기록이다.
또한 저자가 감옥에서 그린 그림,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휴지와 비좁은 봉함엽서 등에 철필로 깨알같이 박아 쓴 일부 편지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글의 내용에 못지 않은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책이 수신자별로 구성되었던 데 비해 이 책은 시기별로 구성되어 있어 발신자인 저자의 입장이 보다 잘 드러난다.
영어의 몸으로 겪어낸 20년 20일간의 옥중 삶의 흐름이 저자의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과 함께 잔잔히 펼쳐지는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맑은 거울이자 한 시대의 반듯한 초상이며,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고전이다.

추천사

그분의 마력과 매력은 뜨겁고 강한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뜨거움을 자각케 하고 정의로움을 일깨우는 힘을 발휘한다. 그건 바로 깊고 진솔한 사색의 결과다. 그분은 웅변과 글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인간다운 삶과 길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또한 ‘민중체’로 이름 붙여진 그분의 붓글씨와 함께 ‘신영복체’라고 해야 할 그분의 속깊고 부드러우며 단아한 문장은 누구나 보고 배워야 할 높은 경지의 문학이다.
― 조정래 / 소설가

오늘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수상 혹은 수필문학에서 내가 읽어본 한에서는 이 저서만큼 탁월한 저서를 읽어본 일이 없다. 마치 공자의 [논어]를 읽는 맛이고, ‘파스칼’이나 ‘몽테뉴’의 수상을 읽는 듯이 한 구절 한 구절이 깊이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동시에 고도의 비극미를 수반한 채 스며드는 그런 글이다. 이 글은 스타일 면에서부터 읽는 사람을 압도한다. 고도의 절제, 속삭이는 듯하면서 절절하고 그리고 강건한 정신, 첫 한 구절을 읽는 순간 우리는 실제로 태백산 근처 하늘 높이 지나가는 고압선에 닿은 것 마냥 꼼짝 못하고, 인간살이의 근원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 이호철 / 소설가

신영복 선생의 옥중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만난 것은 여간 큰 축복이 아니다. 감옥에서 20년 20일을 복역하시는 동안 불신과 절망과 증오가 한이 되고도 남았을 법한데, 용케도 선생은 그 독초들을 뽑아내고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씨앗을 가꾸셨다. 내 주변 여러 친지들 가운데 선생의 글을 읽고 울지 않은 이가 없고, 한국의 노신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으니 이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 있겠는가.
― 정양모 / 신부, 서강대 교수

그 세월 자체로도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20년 징역살이 동안 땅에 묻은 살이 삭고 삭아 하얗게 빛나는 뼛섬을 꺼내놓듯이 한 젊음이 삭고 녹아내려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이 바로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것은 책의 모습을 띤 무량한 깊이를 지닌 삶의 초상이다.
― 김명인 / 문학평론가

목차

초판 서문
영인본 [엽서]서문
증보판 서문
고성(古城) 밑에서 띄우는 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969년 1월∼1970년 9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사랑은 경작되는 것
고독한 풍화(風化)
단상 메모
초목 같은 사람들
독방에 앉아서
청구회 추억
니토(泥土) 위에 쓰는 글
70년대의 벽두
고성(古城) 밑에서 띄우는 글

[독방의 영토(안양교도소 1970년 9월∼1971년 2월)]
객관적 달성보다 주관적 지향을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대전교도소 1971년 2월∼1986년 2월)]
형님의 결혼
공장 출역(出役)
잎새보다 가지를
염려보다 이해를
고시(古詩)와 처칠
부모님의 일생
아버님의 건필을 기원하며
겨울 꼭대기에 핀 꽃
이방지대에도 봄이
아버님의 사명당 연구
한 권으로 묶어서
하정일엽(賀正一葉)
눈은 녹아 못에 고이고
생각을 높이고자
아름다운 여자
엄지의 굳은 살
어머님의 염려를 염려하며
좋은 시어머님
이웃의 체온
봄철에 뛰어든 겨울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간고한 경험
비행기와 속력
인도(人道)와 예도(藝道)
신행(新行) 기념여행을 기뻐하며
사삼(史森)의 미아(迷兒)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봄은 창문 가득히
서도의 관계론(關係論)
첩경을 찾는 낭비
꽃과 나비
버림과 키움
할머님이 되신 어머님께
바깥은 언제나 봄날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듯
두 개의 종소리
매직펜과 붓
민중의 얼굴
짧은 1년, 긴 하루
거두망창월(擧頭望窓月)
옥창(獄窓) 속의 역마(驛馬)
창랑의 물가에서
10월 점묘(點描)
이사간 집을 찾으며
세모에 드리는 엽서
새해에 드리는 엽서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
더위는 도시에만 있습니다
한가위 달
옥창의 풀씨 한 알
동굴의 우상
손님
인디언의 편지
엽서 한 장에는 못다 담을 봄
쌀을 얻기 위해서는 벼를 심어야
방안으로 날아든 민들레씨
슬픔도 사람을 키웁니다
피서(避書)의 계절
강물에 발 담그고
참새소리와 국수바람
추성만정 충즉즉
눈 오는 날
겨울은 역시 겨울
서도
우수, 경칩 넘기면
꿈마저 징역살이
더 이상 잃을 것 없이
속눈썹에 무지개 만들며
한 송이 팬지꽃
햇볕 속에 서고 싶은 여름
널찍한 응달에서
메리 골드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창살 너머 하늘
흙내
창고의 공허 속에서
어머님 앞에서는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영원한 탯줄의 끈
낮은 곳
떠남과 보냄
어머님의 붓글씨
새벽 참새
동방의 마음
산수화 같은 접견
세월의 아픈 채찍
침묵과 요설(饒舌)
초승달을 키워서
불꽃
피고지고 1년
없음[無]이 곧 쓰임[用]
봄싹
악수
나막신에 우산 한 자루
보따리에 고인 세월
창문에 벽오동 가지
한 그릇의 물에 보름달을 담듯이
보리밭 언덕
풀냄새, 흙냄새
고난의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
땅에 누운 새의 슬픔
할아버님의 추억
청의삭발승(靑衣削髮僧)
글씨 속에 들어 있는 인생
창백한 손
밤을 빼앗긴 국화
생각의 껍질
교(巧)와 고(固)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묻고
발 밑에 느껴지는 두꺼운 땅
창문과 문
헤어져 산다는 것
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눈록색의 작은 풀싹
정향(靜香) 선생님
어둠이 일깨우는 소리
담 넘어 날아든 나비 한 마리
서도와 필재(筆才)
따순 등불로 켜지는 어머님의 사랑
감옥 속의 닭 ‘쨔보’
바다에서 파도를 만나듯
환동(還童)
욕설의 리얼리즘
황소
역사란 살아 있는 대화
저마다의 진실
샘이 깊은 물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우김질
아버님의 연학(硏學)
비슷한 얼굴
감옥은 교실
아버님의 저서 [사명당실기>를 읽고
뜨락에 달을 밟고 서서
가을의 사색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내와 어머니
세월의 흔적이 주는 의미
겨울 새벽의 기상 나팔
갈근탕과 춘향가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벽 속의 이성과 감정
꿈에 뵈는 어머님
함께 맞는 비
죄명(罪名)과 형기(刑期)
과거에 투영된 현재
아프리카 민요 2제(二題)
아버님의 한결같으신 연학
꽃순이
증오는 사랑의 방법
빗속에 서고 싶은 충동
무거운 흙
타락과 발전
독다산(讀茶山) 유감(有感)
어머님의 민체(民體)
녹두 씨알
보호색과 문신
어머님의 자리
바라볼 언덕도 없이
시험의 무게
과거의 추체험(追體驗)
사람은 부모보다 시대를 닮는다
한 발 걸음
수만 잠 묻히고 묻힌 이 땅에
징역보따리 내려놓자
구 교도소와 신 교도소
닫힌 공간, 열린 정신
타락의 노르마
민중의 창조
온몸에 부어주던 따스한 볕뉘
엿새간의 귀휴
창녀촌의 노랑머리
물은 모이게 마련
잡초를 뽑으며
일의 명인(名人)
장기 망태기
무릎 꿇고 사는 세월
벼베기
관계의 최고형태
설날
나이테
지혜와 용기
세들어 사는 인생
노소(老少)의 차이
호숫가의 어머님
우산 없는 빗속의 만남
다시 빈곳을 채우며
아픔의 낭비
여름 징역살이
어머님과의 일주일
우리들의 갈 길
작은 실패
옥중 열여덟번째의 세모에
최후의 의미
인동(忍冬)의 지혜
하기는 봄이 올 때도 되었습니다

[나는 걷고 싶다(전주교도소 1986년 2월∼1988년 8월)]
새 칫솔
낯선 환경, 새로운 만남
나의 이삿짐 속에
새벽 새떼들의 합창
모악산
계수님의 하소연
물 머금은 수목처럼
사랑은 나누는 것
끝나지 않은 죽음
수의(囚衣)에 대하여
땜통 미싱사
부모님의 애물이 되어
토끼의 평화
토끼야 일어나라
설날에
잔설도 비에 녹아 사라지고
혹시 이번에는
밑바닥의 철학
어머님의 현등(懸燈)
죄수의 이빨
머슴새의 꾸짖음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답게
거꾸로 된 이야기
뿌리 뽑힌 방학
장인 영감 대접
환절기면 찾아오는 감기
추석
졸가리 없는 잡담 다발
떡신자
완산칠봉
스무번째 옥중 세모를 맞으며
나는 걷고 싶다
백운대를 생각하며
잘게 나눈 작은 싸움
비록 그릇은 깨뜨렸을지라도
옥담 밖의 뻐꾸기
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

본문중에서

상처가 아물고 난 다음에 받은 약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늦고, 도리어 그 아프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시기가 엇갈려 일어난 실패의 사소한 예에 불과하지만, 남을 돕고 도움을 받는 일이 경우에 따라서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더 큰 것을 해치는 일이 됩니다.
(/ p.243)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 p.329)

수많은 공간과 그것의 지극히 작은 일부를 채우는 64kg의 무게, 높은 옥담과 그것으로는 가둘 수 없는 저 푸른 하늘의 자유로움을 내면화하려는 의지.... 한마디로 닫힌 공간과 열린 정신의 불편한 대응에 기초하고 잇는 이러한 관계는 교도소의 구금 공간과 제가 맺어야 할 역설적 관계의 분질을 선명하게 밝혀줍니다. 그것은 길들여지는 것과는 반대 방향을 겨냥하는 이른바 긴장과 갈등의 관계입니다. (중략) 비단 갇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닫힌 공간을 열고, 저 푸른 사늘을 숨쉬게 하며...., 그리하여 긴장과 갈등마저 넉넉히 포용하는 거대한 대륙에 발 딛게 하는 우람한 힘이라 믿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
(/ pp.286~287)

이번 이사 때 가장 두고 오기 아까웠던 것은 '창문'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능선과 오뉴월 보리밭 언덕이 내다보이는 창은 우리들의 메마른 시선을 적셔주는 맑은 샘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창문'보다는 역시 '문'이 더 낫습니다.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그 앞에 조용히 서서 먼 곳에 착목하여 스스로의 생각을 여미는 창문이 귀중한 '명상의 양지'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결연히 문을 열고 온몸이 나아가는 진보 그 자체와는 구별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형수님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의 발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 p.194)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감옥이라는 건 한 마디로 얘기하면 정보가 거의 제로인 공간이죠. 그래서 그 쪽에서의 생각은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작은 사물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많은 걸 상상해내는 그런 사고를 많이 한 것 같구요. 반대로 밖에는 정보의 홍수, 너무나 많은 정보를 어떻게 할 건가. 오히려 아주 혼란이 되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게 되요
(/ p.33)

창살 너머 하늘
형수님께 여름다운 더위도 벌써 8월 하순, 며칠 후면 처서입니다. 창살 때문에 더 먼 하늘에는 크고 흰 구름이 일요일의 구름답게 바쁠 것 하나 없이 쉬고 있습니다. 오늘은 벽에 머리를 기대고 '신동엽의 시'를 읽어봅니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물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1980.8.17
(/ p.156)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단다. 걸음이 빠른 토끼가 느림보 거북이를 훨씬 앞섰지. 그런데 토끼는 거북이를 얕보고는 도중에서 풀밭에 누워 잠을 잤다. 그러다가 그만 거북이한테 지고 말았다. 거북이를 얕보고 잠을 잔 토끼도 나쁘지만 그러나 잠든 토끼 앞을 살그머니 지나가서 1등을 한 거북이도 나쁘다. 잠든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가 되자. 그런 멋진 친구가 되자.
(/ p.103)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은 잔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p.6)

그러나 이 모든 사색이 머리 속의 관념으로서만 시종(始終)하는 것이고 보면, 앞뒤도 없고 선후도 없어 전체적으로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숲이 아님은 물론이고, 정정한 상록수가 못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되고 거두어줄 손길도 창백합니다. 염천과 폭우, 엄동한설을 어떻게 견뎌나갈지 아직은 걱정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이 나무는 나의 내부에 심은 나무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가슴을 헤치고 외부를 향하여 가지 뻗어야 할 나무입니다.
(/ p.59)

사람들은 누구나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법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중간에 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큼직한 가능성, 하나의 희망을 마련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 p.4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1.08.23~2016.01.15
출생지 경남 밀양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88,525권

前 성공회대 석좌교수. 지배 담론, 기득권 세력에 대항, 저항하기 위해 ‘음모의 작은 숲’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2016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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