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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안나 퓨전 판타지 소설『Mr. 마조 』제 2권. 바람은 그가 입고 있는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어루만졌고 구름은 그의 위에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비는 차분히, 그리고 따뜻하게 그를 적시며 그의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춰주었다.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하나는 떠났고
하나는 포기했으며
마지막 하나는 미쳐 버렸다…….

이건 그들의 이야기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 그가 있다.
땅 위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 가장 고귀한 자이며, 외로운 자.

바람은 그가 입고 있는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어루만졌고
구름은 그의 위에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비는 차분히, 그리고 따뜻하게
그를 적시며 그의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춰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Chapter1 거울 속에 갇힌 그대
Chapter2 당신의 내일은 안녕하십니까
Chapter3 화원으로의 초대
Chapter4 Feel so Good?
Chapter5 우리의 세상은 늘 아름다웠다
Chapter6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과 그 사람만 모르는 진실
Hidden Track 비밀 이야기
Chapter 27 새로운 군단장의 탄생

제1장 - 거울 속에 갇힌 그대

박건하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충분히 아름답다 여기는 순간,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엔 집착이 생겨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무조건 돌진하는 유형이었다.
그가 양승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성별을 떠난 고유의 아름다움에 반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았다면 양승을 돌아보지도, 그의 뜻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데 성격이나 인품 따위는 개에게 먹이는 사료만큼의 가치조차 없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교과서적인 계몽사상은 인권 운동가에게나 가서 설파하라고 정중하게 사양하는 그였다.
외면이 따라와 주지 않는 내면이야 썩어 문드러지든 무자비하게 짓밟히든 상관없었다. 본인이 충분할 정도로 도덕적이고 바르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생명체, 혹은 물건에게까지 올바른 도덕관을 바라지는 않았다. 비록 양승을 만나 그 자신이 추구하던 바른생활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지만 애초에 집착에 빠진 사람에게 바른 사고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의 집착이 단순히 사람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에서 비롯했다.
“앙드르 바작의‘화원의 방문객’이요?”
[감정이 끝나자마자 바로 연락하는 거야. 우리 쪽 감정사들이 진품이라고 확인했고 국제감정가협회의 인증서도, 바작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저술한 까로에 드 풀랑의 감정서도 모두 진짜야.
앙드르 바작의‘화원의 방문객’이 맞아.]
전화선 너머로 흘러나오는 정보에 박건하의 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떨렸다. 19세기 인상주의 화파 중 한 명인 앙드르 바작은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근래에 들어서야 비로소 인정을 받기 시작한 화가였다.
그의 점묘화법은 인상주의 화파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세밀해서 오히려 사실주의 쪽에 가깝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앙드르 바작의 작품은 이도저도 아닌 중도파의 하나로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빛의 작곡가라 불릴 만큼 빛의 흐름을 마치 음악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묘사한 기법은 정말 뛰어났다.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 영원처럼 빛 속에 잡아낸 기교는, 그가 속한 화파가 어디든지 충분히 아름다웠고 미술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