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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에서 천주교의 거목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삶 이야기

『하늘의 별이 된 바보 김수환』은 지난해 작고한 故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그린 책이다. 평생에 걸쳐 사랑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며 살다 간 그의 인생이 따뜻한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어머니께 몸에 좋다는 인삼을 실컷 대접하고 싶다던 효자 소년 김수환은 어머니의 권유로 신부의 길에 오른다. 그리고 수많은 시련과 고난 끝에 세계 최연소 추기경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스스로를 바보라 부를 정도로 겸손했지만, 우리 사회의 큰 지도자였던 그는 죽어서도 우리 마음속의 별이 되었다.

마음속 ‘별’이 된 고마운 바보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감사, 용기, 인생의 지혜가 가득한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

평생을 낮은 자리에 서서 어려운 이들을 돌보며 살았던 김수환 추기경이
죽음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남긴 말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스스로를 바보라 부를 정도로 겸손했지만,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자 우리 사회의 큰 지도자였던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인사로 우리에게 감사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스스로 바보라 불렀지만 누구보다도 진짜 삶을 살았기에, 김수환 추기경은 죽어서도 우리 마음속 별이 되었습니다. 영원히 반짝반짝 빛을 내는 김수환 추기경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바보 김수환의 진짜 인생 이야기

2009년 2월 16일 이 시대의 등불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습니다. 추기경의 죽음 이후, 평소 스스로를 바보라 부르며, 자신을 늘 낮추었던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감사와 용서, 사랑으로 일관됐던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 이야기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미덕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옹기처럼 소박하고 소탈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존경받는 이유는 늘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게 어려운 이들을 받든다는 자세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사회를 방관하기만 하는 종교인이 아니라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실천하는 양심을 가진 종교인이었습니다.
그런 실천의 자세가 있었기에 오늘날 김수환 추기경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을 안겨 줬으며, 그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겨나게 했습니다.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던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나 혼자만의 이익을 위해 발버둥치는 요즘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에 녹아 있는 수많은 교훈을 통해 세상에 또 다른 바보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높이 든 등불이 꺼져 가는 불씨를 되살려 세상 곳곳에 새로운 등불이 많이 타오르게 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선물합니다.

★ 신부가 되기 싫었던 아이
“나한테는 장사가 제격이야.”
장사꾼이 되어 몸에 좋다는 인삼을 어머님께 실컷 대접하고 싶었던 소년 김수환은 처음에는 효심 때문에 신부가 되는 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이내 신학교 생활이 너무나 지루해져 소년 김수환은 지녀서는 안 되는 동전을 서랍에 보관하거나, 꾀병을 부리는 등 여러 차례 신부가 되는 길을 부정합니다. 신학교를 벗어나고 싶어 온갖 꾀를 부렸지만 그때마다 무언가가 그런 길을 가로막는 듯 이런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소년 김수환은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아무래도 신부가 되는 게 내 운명인가 보다.’

★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신부
김수환 추기경은 본당 신부 생활을 하다가 배움의 부족함을 느끼고 독일의 뮌스터 대학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배움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힘쓰게 됩니다. 천성이 고와 남을 돕는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데다 고아, 간호사, 수녀회 등 온갖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쳐 왔기 때문입니다.
수환은 독일에서 공부한 사회학과 여러 사람들을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돕는 종교인이 되어 살아가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후 김수환 추기경은 신념에 따라 유신 정권 하에서 탄압받는 노동자와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항거하는 학생들을 힘껏 돕습니다. 천주교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을 다하는 추기경의 모습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고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김수환 추기경은 참된 종교인의 정신을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에서 찾습니다. 절 개원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유교 학자의 묘소에 참배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수환은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화합하여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갈망합니다. 김수환의 이러한 뜻은 오늘날 ‘바보의 나눔 재단’, ‘옹기 장학회’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옹기처럼 모든 걸 품었던 큰사람
김수환 추기경은 스스로 옹기 같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김 추기경에게 옹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머니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옹기와 포목을 머리에 이고 다니며 장사를 했고, 그 돈으로 수환과 다른 형제자매를 키웠습니다. 그러니까 김수환 추기경에게 옹기는 곧 어머니인 셈입니다.
또 하나, 옹기는 천주교가 탄압 받던 시절 신도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물건이었습니다. 수환의 어머니가 옹기를 팔러 다니며 천주교를 전파했듯 신도들은 옹기를 짊어지고 팔러 다니며 복음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렇듯 옹기는 천주교를 지켜 낸 선조들의 꺾이지 않는 신앙심을 뜻했습니다. 또 추기경에게 옹기는 품이 넉넉한 그릇이었습니다. 옹기는 좋은 것, 나쁜 것, 깨끗한 것,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몸에 담아 줍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오물조차 기꺼이 품어 안아 주는 사람, 즉 세상엔 옹기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
1922년 5월 8일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무진박해 때 감옥에서 순교하였고, 유복자로 태어난 아버지는 김수환 추기경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해수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성유스티노신학교에 입학하였고, 1941년 서울 동성 상업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수많은 갈등과 고민 속에서 어린 김수환은 신부가 되는 길을 받아들였고, 참된 신앙인으로서 살기 위해 평생을 몸 바쳤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한국 전쟁 중에 사제로 서품되었습니다. 1951년 대구 대교구 안동 본당에서 첫 본당 신부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교구장 비서, 성의중고 교장직을 맡았다가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독일 유학 생활을 통해서는 사회 속에서 종교인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1966년 주교로 서품되고 초대 마산 교구장을 지냈으며, 2년 후 대주교로 서품되었으며 서울 대교구장을 맡았습니다. 세계 최연소이자, 한국 최초로 1969년 교황 요한 바오로 6세에 의하여 추기경으로 서품되었습니다. 그 후 유신 정권 속에서 적극적으로 어려운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다 1998년 서울 대교구장에서 물러났으며, 은퇴 후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데 애썼습니다. 2009년 2월 16일 사람들 가슴속에 커다란 아쉬움을 남기며 선종하였습니다.

1장 꿈 많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소원
성유스티노 신학교 탈출 실패 사건
세심병 환자

2장 사랑과 봉사를 배우다
고해실의 비밀
공부하지 않는 유학생
누구 죄가 더 클까?

3장 평화의 징검다리
대통령과의 면담
나를 밟고 지나가라
바보 김수환

사실 수환은 요셉 라브르 성인처럼 살 자신은 없었습니다. 좋은 집, 어머니의 따뜻한 품 안을 떠나 길에서 고생만 하며 사는 삶이 과연 좋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수환은 어머니에게 ‘싫어!’라는 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환은 곰곰 생각했습니다. 성인은 좀 힘들겠지만 어머니가 원하는 또 다른 사람, 즉 부모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효자는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 성인보다는 효자가 되자.’
효자 되는 것, 그것은 그때부터 수환의 꿈이 되었습니다. -18쪽

“도저히 설득이 안 되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대신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있는 신부와 수녀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을 잡아가려면 잡아가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밟고,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118쪽

수환이 생각하기에 옹기는 품이 넉넉한 그릇이었습니다. 옹기는 좋은 것, 나쁜 것, 깨끗한 것,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몸에 담아 줍니다. 수환은 오물조차 기꺼이 품어 안는 사람, 세상엔 옹기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26쪽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 처음 두 가지는 그나마 쉬웠는데,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은 사실 매우 어려웠습니다. 사랑을 준 게 아니라 받았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뒤늦게야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일까요? 칠십 년이 넘게 걸려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허허허. 나는 정말 바보 중의 가장 큰 바보로구나…….”
수환의 낮은 웃음소리가 온 방에 울려 퍼졌습니다. 바보라는 깨달음, 사랑을 베푼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라는 깨달음, 그것이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수환은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것들은 여태껏 수환이 살면서 깨달은 가장 훌륭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수환은 조금 전 나타나 자신을 깨우쳐 주었던 이들에게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