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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허상' 씨와 어린 소년 '존재'를 상담하는 정신병원 의사 'A'. 허상은 거울 속이 자신이 있을 곳이라 말하고, 존재는 이런 허상의 존재를 궁금해하기 시작하는데….

임계각은 굴절률이 큰 물질에서 작은 물질로 빛이 입사(入射)할 때, 그 이상의 더 큰 각도에서는
전반사(全反射)가 일어나게 되는 입사각의 값을 말한다.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에 비해 비교적 늦게 출현한 인간이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직립보행, 언어, 불과 도구의 사용 등 다른 생물 개체군과 비교해서 두드러진 특징을 가진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믿는다.

지능은 원숭이나 돌고래도 갖고 있지만 문명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동물들은 상상의 능력이 없고 다만 판단만 한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능력이다. 상상력이 없이 어떻게 기존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지능은 단지 상상력을 실현시키고 그 결과를 활용하는데 이용될 뿐이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의 예술적 창작물이나 과학적 결과물이 대부분이 30세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을 보면 기존의 제도적 혹은 이론적 틀을 뛰어넘어 그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는 나이가 그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인류의 문명이 한 단계씩 도약할 때마다 인간의 상상력이 공헌한 바가 절대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철통같이 견고해 보이는 선배들의 이론이나 성과를 찬양하고 경외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느 누가 감히 그 빛나는 업적에 이의를 달 수 있었겠는가?

각각의 개인이 나이가 들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제도나 이론을 이용하거나 하다못해 적응이라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점점 상상력을 퇴화시켜 왔던 것은 아닐까?

지금 당장이라도 개인들이 속한 조직사회에서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 십중팔구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비난일 테니.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상상의 자유가 주어져 있다. 철학 혹은 종교와 같은 형이상학적 도그마는 잠시 잊어버리고 어린애같이 상상해 보자.

이러한 면에서 본서는 재미있는 삽화와 읽는 즐거움을 함께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칠 수 있는
예시를 제공해 준다.

거울
1일 / 9
2일 / 26
3일 / 34

의혹
4일 / 47
5일 / 67

가능성
6일 / 79
7일 / 95

경계면
8일 /117
9일 /125

“네, 어떤 문제가 있으신지요?”
“아, 제 문제는?”
“네, 말씀하시죠. 성함이 허상 씨네요.
긴장 푸시고 뭐든지 말씀해 보세요.”
“아. 저 그게…. 내가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여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허상이 A의 방에 들어온 지 5분 만에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을 시작한다.
A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며 오늘 고교 동창모임에 늦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 사람이 아니면 어디를 말씀하시나요?”
“어디인가 하면, 그게… 여기는 제가 살던 곳이 아니고”
“혹시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시나요?”
“그런 것은 아니고, 언제부터인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아. 그러면 혹시 허상 씨의 영혼이 떠도는 느낌이 드는 것인가요?”
“그건 아니고, 이 곳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엔….”
- 본문 <1일>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