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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당지, 우리 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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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8세기 지식총서를 기획하며

18세기 조선은 근대 이전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 표지다. 다른 시대에 비해 풍부하고 다양한 소재들이 제공되고 있고, 그에 관한 연구나 저술도 풍성하다. 그런 만큼 학계나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정조 시대, 실학시대, 문예부흥기로 불리는 이 시대가 이런 위상을 지니는 이유가 없지 않다. 세계사적 변혁의 시대인 18세기에 조선은 전통과 반전통, 구시대적인 것과 신시대적인 것, 보수와 진보의 대립적인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하게 분출되었다. 또한 변화의 물결이 도도하게 휘몰아쳤던 열망의 무대였고, 다양한 조류 속에 전통과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역동적 힘이 솟구친 무대였다.
그 시대의 역동성은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지만, 지식인의 사유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지식이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폭넓게 저술로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전통적 지식의 내용과 틀에서 벗어난, 낯설고 이국적인 지식이 전통적인 것과 함께 학문의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18세기는 세계를 보는 시각과 초점이 다양성을 드러낸 시대였다.
이 지식총서는 18세기 조선의 지적 신선함을 잘 보여주는 문헌을 현대인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기획이다. 18세기에도 일반에게 낯설었던 지식의 최전선에 있던 문헌들은 19세기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런 것들이 최근 학계에서 새로운 의의를 발산하며 발굴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18세기에 속하는 자료가 많고, 일부는 19세기 전반기에 나오기도 하였다. 지식총서에 선보이는 책들은 대체로 특수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단행본이고, 각각의 단행본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이른바 소품서(小品書)에 속하는 책들이 많다. 그러나 그 책들의 주제는 참신하고 시각은 예민하다.
총서의 첫 번째 발간물은 이옥의 [연경(烟經)]과 정운경의 [탐라문견록(耽羅聞見錄)]이다. 앞의 책은 담배와 관련된 지식을 체계화하였고, 뒤의 책은 동아시아 세상을 체험한 제주도의 표류민과 관련한 사실을 기록하였다. 두 저작은 당시 조선 사회의 생생한 일상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관계맺음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당시에는 지식의 첨단에 놓인 주제를 다루었고, 그 이후 이를 계승한 저술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저술이다. 저작 자체도 관심권에서 벗어났다가 최근에야 발굴되었다. 세 번째 책으로 [사의당지]가 번역되었다. 이 역시 앞의 두 권과 마찬가지로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이종묵 교수에 의해 처음 번역되어 일반에 알려지는 책으로, 그 안에 문화사 연구와 18세기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앞으로도 음식과 기술, 꽃과 차, 저택 설계와 건축, 기생과 문방구와 같은 특정한 주제를 다룬 저작들을 총서의 명단에 올리고자 한다. 현대인의 지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명하고도 특정한 주제라고 판단된다. 선정된 문헌은 최근에 새로이 발굴되거나 주목을 받은 저작들로서 대개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는 책이다.
이 총서를 통해 다른 시대를 초월한 시대로 18세기를 자리매김하려거나, 이런 주제나 이런 저작을 18세기 특징의 중심에 놓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를 보는 시각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에 대한 거시적 관점도 필요하고, 취미나 기예, 각종 일상생활을 미시적으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이 총서는 후자의 입장에 서서 전자를 보완함으로써 18세기를 더 넒은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그 전후한 시대의 지적 사유에도 관심이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18세기 새로운 사대부가의 주거문화가 탄생하다. - 이 책의 개요

이 책은 이종묵 교수가 고서 [사의당지]를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사의당지]는 홍경모(洪敬謨, 1774~1851)가 6대를 이어 살아온 자신의 집 ‘사의당(四宜堂)’이라는 주거공간에 대한 종합 보고서이다.
사의당은 당시 서울 근교의 이름난 집으로, 정당만 100칸이 넘는 대저택이었다. 저자 홍경모는 이런 그의 집을 마음껏 자랑한다. 건물의 구조와 조망에서부터 선조들이 모은 고서화와 골동품까지, 집 안의 물질적인 소유물에 대한 기록이 중심이 된다.
[사의당지]는 한 가문의 집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는 19세기 이름난 집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18~19세기 사대부가들의 집에 대한 가치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변화는 대저택의 등장이다. 물론 조선시대 문인들에게도 집은 가장 중요한 사유재산이었다. 하지만 사대부들이 서울 근교에 대저택을 지어 대대로 자손들이 살 집을 짓는 것은 인조반정 이후의 문화적 현상이다. 인조반정 이후 세력을 잃고 영호남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더 이상 도성으로 돌아오기 어려웠고, ‘하방(遐方)’으로 내려가지 않으려 앞다투어 도성에서 가까운 곳에 후손들이 길이 살 수 있는 전장(田莊)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경화세족들은 도성 근교에 제2의 고향을 만들어 거대한 주택을 장만하였다. 홍양호(洪良浩)의 사의당은 김조순(金祖淳)의 옥호정(玉壺亭) 등과 당시 도성에서 이름난 저택이었다.
이런 대저택의 등장은 18~19세기 집에 대한 선비들의 관념이 송두리째 바뀐 것을 말해준다. 17세기 이전까지 귀거래(歸去來)의 시대로, 풍월주인(風月主人)의 노래를 이상으로 부르는 것이 조선시대 선비의 집에 대한 관념이었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구도나 인테리어 등 구체적인 모습 대신 운치만을 드러내며 그 안에서 은자 같은 삶을 예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18세기 대저택을 소유한 경화세족들은 집 안의 소유물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꿈꾸었다. 이른바 관념적 소유에서 대지와 건물의 실질적 소유로 집에 대한 의식이 전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홍경모는 자신에 이르기까지 6대가 살았던 집 사의당과 집 안의 기물들에 대한 기록을 모아 [사의당지]를 편찬했다. ([사의당지]는 홍경모의 문집인 [관암전서(冠巖全書)]에 실린 여러 저술 중의 하나의 책이다.) 이는 이상적인 전원주택의 설계도를 담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圓經濟志)], 홍길주의 [숙수념(孰遂念)]과 같이 조선 후기 자신이 꿈꾸는 집에 대한 물질적인 이상을 잘 표현한 문화사적 저서로 볼 수 있다.

구체적 진술을 통해 18세기 문화사를 읽는다 - 이 책의 특징 1

사의당은 진고개에 있던 남양 홍씨 집안의 저택이다. 지금의 서울 충무로 2가 중국대사관 뒤에 있는 언덕길을 진고개라고 하였는데, 바로 그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의당은 처음 정명공주가 홍주원과 혼인한 후 인조의 후원을 받아 지어진 집으로, 200칸의 대저택이다. 정명공주의 아들 홍만회(洪萬恢)는 정명공주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새로 짓고 그 이름을 1671년 사의당이라 하였다. 사의당은 홍만회에서부터 홍경모에 이르기까지 6대 150여 년의 세월 동안 도성의 이름난 저택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홍경모는 7년에 걸쳐 [사의당지]를 편찬, 보완하였다.
[사의당지]는 홍경모 자신에 이르기까지 6대가 대를 이어 살아온 사의당이라는 주거공간에 대한 종합보고서다. 조선 선비에게 집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쉬는 공간을 넘어선다. 선비의 집은 문화와 학술의 공간이다. 그래서 [사의당지]는 집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집에서의 문화생활까지를 포괄한다. [사의당지]에는 사의당을 통하여 조선 후기 양반가의 건물이 어떠한 구조였는지, 조경을 어떻게 하였는지를 알게 하는 보고서라는 점에서 전통시대 건축과 조경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와 함께 [사의당지]는 선비들이 서권기(書卷氣)와 문자향(文字香)을 어떻게 누렸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사의당지의 가장 큰 특징은 이 과정의 구체성이다. 집의 구조와 위치 조경 뿐 아니라, 각 문과 그에 대한 발문도 소상히 싣고 있다. 특히 온돌방과 마루의 비율의 변화까지 담아, 조선 후기로 올수록 온돌이 보편화되는 풍상을 알 수 있다. 정원에 대한 모습도 구체적이어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적고 있으며, 그에 얽힌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집 안의 기물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는데, 소장품인 그림과 벼루 등의 소품까지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대부가에서 중국의 기물을 모으는 것이 유행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의당 소장품의 가장 큰 특징은 수집한 탑본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홍경모의 선조 홍양호는 세예에 관심이 많아 중국 고대의 비문부터, 금석문 그리고 조선의 고비와 역대 명필의 글씨까지 다양하게 수집하였다. [사의당지]에는 고대의 비석이나 그 탑본을 어렵게 구한 과정시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이 때문에 [사의당지]는 그간 한국학에서 소외되었던 금석학과 서예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임이 틀림없다.
6대째 살아온 가문의 한 집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처럼 다양하고 구체적인 기록을 통해 18세기 주거 문화와 문화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 기록정신의 힘을 보여준다 - 이 책의 특징 2

[사의당지]는 기본적으로 조선시대 문인의 기록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18세기는 정보의 집적과 정리의 시대였다. 사회와 문화 전반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편찬하는 일이 크게 유행하여 ‘지(志)’를 편찬하는 일이 활발했다. 이러한 문화사적 흐름을 이어 홍경모는 자신의 집과 땅에 대한 ‘지’를 편찬했다.
홍경모 대에 이르러서는 집안이 점차 쇠퇴하여 선조가 물려준 기물을 다 지키지 못하였다. 이에 죄스런 마음으로 홍경모는 대신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비록 집과 기물이라는 물질은 타인의 소유가 되더라도,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겨 후손에게 우리 선조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게 하는 것이 기록의 힘이다. 기록을 통해 옛사람이 살아간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조선 선비의 기록 정신은 당시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문화 속에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소통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목차

서문
서설 - 조선 후기 경화세족의 집 사의당

원서제일
당우제이
형승제삼
조망제사
화석제오
서화제육상

미주
부록
원문

본문중에서

조선 중기까지 귀거래의 노래로 삶의 전범이 되었던 도연명(陶淵明)의 자리를 당나라의 문인 이덕유(李德裕)가 대신하였다. 이덕유는 평천장(平泉莊)을 지어 후손에게 물려주면서 “나의 평천장을 팔아먹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다.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도 남에게 주는 자는 좋은 자손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를 본보기로 삼으면서 이른바 풍월주인이라는 관념적 소유에서 대지와 건물의 실질적 소유로 의식이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 p.15)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조선 후기의 문인으로 자는 경수, 호는 관암 또는 운석일민이다.
본관은 풍산으로 홍양호의 손자이며 홍낙원의 아들이다. 벼슬은 육조의 판사를 두루 역임하였다.
[중정남한지], [대동장고], [기사지], [오주시지], [국조악가] 등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사의당지] 도 그 중 하나다. 선조 홍만회로부터 대대로 살아온 상의당의 주인으로 이 책을 편찬하였다.
이들 저술은 대부분 규장각에 소장된 [관암전서] 에 포함되어 있다. [심류독서당신편관암시유집], [관암유사], [관암산방신편운석외사], [추사] 등 문집의 이본들도 규장각에 전한다.

생년월일 -
출생지 경북 청도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우리 한시를 사랑하여 [한국 한시의 전통과 문예미], [우리 한시를 읽다] 등의 책을 내고, 조선 선비의 삶을 추적하여 [조선의 문화공간 1-4], [부부] 등의 책도 낸 바 있다. 좋아하는 옛글을 번역하여 [부휴자담론], [누워서 노니는 산수],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등을 출간하였다. 직접 꽃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꽃을 키우는 옛글을 사랑하여 [양화소록]을 옮기고 다른 글을 보태어 화훼와 분재의 문화사를 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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